공동 창업자를 구하는 방법
성과 약할 수 밖에 없는 창업 초기
창업팀 역량 따라 투자 가능성 커져
친분 보다는 시너지 나는 사람 필요
인맥 활용·해커톤 등 발로 뛰어야
애플과 구글의 공통점은 무엇일까? 그것은 서로 상보적 관계에 있는 사람들이 공동창업을 해 인류 역사상 가장 크고 영향력 있는 회사를 만들었다는 것이다. 애플은 1976년 스티브 잡스와 스티브 워즈니악이 공동으로 창업했다. 비즈니스의 천재 스티브 잡스가 컴퓨터 천재 스티브 워즈니악과 만나 엄청난 시너지를 만들어 냈다. 구글은 1998년에 래리 페이지와 세르게이 브린이 함께 창업했다. 외향적인 세르게이 브린이 남의 주목을 받는 데 익숙하고 실용적이며 문제 해결에 뛰어난 반면 래리 페이지는 내성적이고 신중하고 분석적인 스타일이었다. 이 두 사람의 상호보완적 관계는 현재의 구글 제국을 만드는 데 큰 역할을 했다. 애플이나 구글뿐만 아니라 페이스북, 위워크, 우버, 에어비앤비와 같은 회사들도 상보적 관계의 2~3명이 모여 기업을 만들고 사회적 문제를 해결하며 고객을 만족시켰고 지금은 글로벌 컴퍼니가 됐다.
너무 먼 나라 얘기라면 국내에도 이런 사례는 많이 있다. 넥슨은 1996년에 카이스트 박사 과정에서 만난 고(故) 김정주 회장과 송재경 이사가 공동창업 했고 네이버는 1999년에 이해진 의장을 포함해서 8명의 공동창업자가 함께 만들었다. 카카오에 600억 원에 인수된 록앤올(김기사 내비게이션)은 포인트아이라는 위치기반 서비스 회사를 함께 다녔던 박종환, 김원태, 신명진 세 사람이 창업해 성공적인 엑시트(Exit)까지 했다. 지금은 김기사랩을 만들어 후배 창업자들에게 투자도 하면서 좋은 사례를 만들고 있다. 회사의 브랜딩을 위해 미디어에 혼자 창업한 것처럼 보이는 회사들도 대부분의 창업자 뒤에는 함께 창업하고 역할을 분담해 회사를 키운 공동창업자(코파운더·Co-founder)들이 있었다. 삼국지의 유비, 관우, 장비도 세 명이 공동창업해 천하를 호령했는데 유비만 주로 부각되지 않았던가?
성공한 창업자들의 공통점 중의 하나는 다양한 역량이 있는 사람들로 창업팀을 구성해 본인의 부족한 부분을 채웠다는 점이다. 많은 창업자가 본인이 다루기 편한 사람이나 주변에 친했던 사람들 위주로 팀을 구성하는 실수를 범하는데 친분을 떠나 서로 시너지가 나는 사람들로 팀을 구성해야만 한다. 처음부터 완벽한 창업팀을 꾸리기 어려운 스타트업은 외부 전문가를 아웃소싱해 부족한 부분을 보완하는 것도 필요하다.
창업 초기에는 매출이나 성과가 약하기 때문에 다른 무엇보다 창업팀이 훌륭해야 투자를 받을 가능성이 커진다. 특히 ICT 기업인 경우 대표자의 역량뿐만 아니라 개발 인력의 경험이나 스펙도 많이 중요하다. 모 게임사에서 히트한 게임을 개발했던 팀이 통째로 나올 때 카카오벤처스에서 법인 만드는 것부터 도와주며 투자했다는 유명한 일화도 있다.
창업자 A 씨는 공동창업자를 구하기 위해 오늘도 대학 동기나 친구 중에서 누가 같이 하면 좋을지 고민 중이다. 나에게 가장 편한 사람들이고 함께 일하면 재미있을 것 같기 때문이다. 취업사이트에서 검색하고 몇몇 사람과 연락도 해보았으나 역량이 되면 급여가 너무 높고, 급여가 적당하면 역량이 너무 안 된다. 그러면서 팀 빌딩은 계속 지연되고 시간만 자꾸 흘러간다. 아이템만 좋으면 됐지 팀이 얼마나 중요한가 싶어서 그냥 지인들 중에서 대충 조건이 맞는 사람들과 팀을 꾸리려고 한다.
창업자 B 씨는 공동창업자를 구하기 위해 회사 내에서 실력 있는 개발자를 찾아가기도 하고 모임 플랫폼을 보면서 각종 스타트업 관련 모임이나 해커톤에 나가서 백방으로 좋은 사람을 찾고 있다. 사업을 시작함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것이 사람이기 때문에 최선을 다해서, 모든 정성을 다해서 좋은 팀을 만들고자 한다. 그래야만 성공적인 스타트업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여러분들이 볼 때 A 씨와 B 씨 중에서 누가 더 좋은 창업팀을 만들고 투자를 받으며 성공 가능성이 높을까?
공동창업자 찾기 네 가지 팁
첫째, 초반에는 어쩔 수 없이 사돈의 팔촌까지 개인 네트워크를 최대한 활용해서 전문가를 찾아야 한다. 다시 말해 친분, 학연, 혈연, 지연, 전공과 상관없이 본인이 아는 선에서 최고의 전문가를 영입해야 한다. 역량 있는 대학 선후배들에게 부탁하는 것도 좋고 ICT 기업에 다니는 지인들에게 요청해보는 것도 좋다. 사업계획서 요약본을 보여주면서 열의 있고 진정성 있게 창업 아이템에 대해 얘기하는 것은 결과를 떠나 매우 좋은 노력이다.
둘째로 각종 스타트업 행사, 데모데이(Demoday), 밋업(Meet up)에 참여해 좋은 사람들을 찾아보는 것도 좋다. 대부분 친한 사람들과 맥주 마시면서 수다만 떨다 가는데 그러면 아무 소용없다. 또한 스타트업 채용 박람회에 참여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 될 수 있다. 이런 행사에 오는 사람은 일단 기본적으로 창업이나 스타트업에 대한 관심과 열의가 있고 태도가 좋은 사람일 가능성이 크다. 스타트업에는 전혀 관심 없고 조건이 좋은 회사에 다니고 있는 사람을 설득하는 것보다 훨씬 수월하다.
셋째로 로켓펀치, 원티드, 데모데이 등 스타트업 전문 구인·구직 사이트, SNS의 스타트업 관련 커뮤니티, 링크드인과 같은 채용 플랫폼을 활용하는 것도 좋다. 잡코리아, 인크루트와 같은 채용사이트가 대기업과 중소기업 중심이라면 이들은 스타트업 중심으로 돼있다. 하지만 현실적인 얘기를 하자면 인터넷을 통해서 역량과 인성이 좋은 사람을 만나 함께 창업하는 것은 확률이 그리 높지 않다. 귀인은 그렇게 쉽게 구할 수 있는 게 아니다.
넷째, 창업하고자 하는 업계의 최고 전문가 또는 현직에 있는 사람을 찾아가라. 만나지 못하거나 거절을 당할 수 있지만 우리는 거절에 익숙해져야 한다. 일면식도 없는데 찾아가면 만나지 못할 가능성이 크니 지인 네트워크를 최대한 활용해 소개받고 찾아가면 좋다. 아주 간혹 본인이 합류하거나 소개를 해주는 경우가 있다.
위의 내용들이 뻔하다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겠지만 대부분 이 뻔한 것조차 안 하고 좋은 사람이 없다고 한다. 대부분 발품을 팔아야 하거나, 귀찮거나 거절을 감내해야 하는 일들이기에 이런 노력을 해봤자 좋은 공동창업자를 구하기 어려울 거라고 자기 합리화를 하고 편한 방법을 찾는다. 광고의 카피처럼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아무 일도 안 일어난다.
‘지성이면 감천’이라고 했다. 공동창업자를 구하려면 계속 좋은 분들께 소개도 받고 행사에도 나가면서 발품을 많이 팔아야 한다. 원래 좋은 사람들 근처에 좋은 사람들이 많은 법이니 본인 주변에 좋은 분들부터 찾아가 보자.
해커톤
해커와 마라톤의 합성어로 기획자, 개발자, 디자이너 등이 모여 제한된 시간 안에 아이디어를 도출하고 결과물을 만들어내는 대회.
필자 임성준은 카카오·야후코리아·네이버에서 경력을 쌓은 뒤 주거공간 임대차 플랫폼 ‘스테이즈’를 창업했다. 저서로 『스타트업 아이템 발굴부터 투자유치까지』가 있다.
< 저작권자 ⓒ 국방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