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독면급 성능 마스크 개발·양산 목표
탄소나노튜브 기술로 필터 독자 생산
육군창업경진대회 참가 경험 전환점
스타트업 프로그램 참여 사무공간 확보
예비창업패키지 선정돼 지원금 받아
군인으로서 안정적인 삶을 포기하고 창업시장에 과감히 뛰어든 사람이 있다. ㈜조은꿈의 허정(48) 대표도 그중 한 명이다. 40대 후반이라는 적지 않은 나이, 주위에서는 “육군중령인 네가 갑자기 무슨 창업이냐”며 전역을 만류했다. 정년 때까지 계속 군 생활을 할 경우 기대되는 연봉과 연금도 적지 않은 금액이었다. 하지만 허 대표는 과감히 군복을 벗었다. 자신이 가진 역량을 군이 아닌 사회에서 마음껏 펼치며 ‘나만의 일’을 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누구보다 치열했던 창업 준비를 끝마치고, 새로운 비상을 앞둔 그를 만났다. 글·사진=이원준 기자
창업 뛰어들기까지 수만 번 고민
“포스트 코로나 시기 국민의 안전을 보장하기 위해선 고성능 필터를 갖춘 기능성 마스크가 필요합니다. 비말뿐만 아니라 대기상의 바이러스, 유해물질까지 차단하는 ‘방독면급’ 성능의 마스크를 개발·양산하는 것이 목표입니다.”
허정 대표의 창업 아이템은 ‘탄소나노튜브를 적용한 차세대 마스크 및 고성능 정화 필터 개발’이다. 탄소나노튜브는 KF94 등에 사용하는 멜트블론(MB) 필터와 비교해 성능이 우수하고, 가격이 저렴하다는 게 장점이다. 게다가 통기성이 3배 더 좋고, 최장 12개월의 수명을 가졌다. 작은 크기로도 많은 유해물질을 차단할 수 있어 부피·중량도 대폭 줄일 수 있다. 손가락 한 마디 크기의 탄소나노튜브 필터만으로도 미세먼지 입자 99.999%를 반영구적으로 차단할 수 있다고 허 대표는 설명했다.
“탄소나노튜브는 마스크 필터로서 가장 우수한 소재지만 필터 형태로 제작 때 기술적 문제로 제 성능을 못 낸다는 문제점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저는 함께 일하는 동업자로부터 탄소나노튜브 제작과 관련해 3건의 기술이전을 받아 필터를 독자 생산하고 있습니다. 신기술을 기반으로 한 원천기술을 보유한 만큼 기획과 마케팅에 집중한다면 사업이 잘될 것이라는 확신이 있습니다. 다양한 사람들과 논의로 아이템과 사업성을 검증해 정리하는 과정을 수차례 거쳤습니다. 그 결과를 반영해 단계적으로 제품화·상품화·사업화를 위한 계획을 수립했죠.”
현재 허 대표는 시제품 3종 디자인 개발을 완료하고, 이 중 산업용 및 기능성 마스크 시제품 제작을 마무리한 상태다. 특히 전면부를 투명하게 만들고, 얼굴에 밀착되는 인체공학적 디자인을 적용한 기능성 마스크를 이달 중 출시할 계획이다.
아이템에 대한 확신은 있었지만, 허 대표는 창업에 뛰어들기까지 수만 번 고민했다. ‘군에만 있던 내가 과연 잘할 수 있을까’ ‘사업이 망하지 않을까’ 등등 생각이 많았다고 한다. 특히 경제적 문제가 컸다.
“정년까지 받지 못하게 된 급여에, 깎인 연금액에 이것저것 계산해 보니 지금 전역하면 7억~8억 원 손해라는 계산이 나오더군요(웃음). 그래도 전역 결정을 하게 된 배경에는 아내의 응원이 있었습니다. 나름대로 세밀하게 창업계획을 구상하면서 수년간 설득한 끝에 아내가 동의를 해 줬죠. 25년의 군 생활은 재미있고 보람도 많았습니다. 하지만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하면서 역량을 펼쳐 보고 싶다는 욕심이 났습니다.”
특허 출원·기술이전 각 3건, 디자인 등록 1건
허 대표는 2021년부터 본격적으로 창업전선에 뛰어들었다. 독자적인 탄소나노튜브 아이템을 바탕으로 제5회 육군창업경진대회에서 장려상을 받은 것이 첫걸음이었다.
“창업을 하겠다고 하고 막연하게 있을 때 마침 ‘도전 K-스타트업 경진대회’ 국방리그 공고를 접했습니다. 육군인사사령부 실무자의 적극적인 지원으로 육군예선에 참가해 아이템과 사업성 검증을 받을 수 있었죠.”
창업경진대회는 전환점이 됐다. 허 대표는 이때 경험을 바탕으로 대전일자리경제진흥원 스타트업 프로그램에 참여해 사무공간을 지원받고, 중소벤처기업부가 주관하는 예비창업패키지에도 선정돼 4500만 원을 지원금으로 받았다. 이를 통해 본격적으로 사업을 준비할 수 있었다.
“지난 1년간 사업을 준비하며 많은 일을 했습니다. 특허 출원 3건, 디자인 등록 1건, 기술이전 3건 등을 마쳤습니다. 국내 매출 1억2000만 원, 해외 매출 5000달러 등 성과를 거두기도 했죠. 이러한 점을 인정받아 올해 2월에는 창업진흥원에서 예비창업패키지 사업 수행 결과 ‘최우수’ 판정을 받았습니다.”
최근 허 대표는 탄소나노튜브 필터를 적용한 기능성 마스크 출시를 준비 중이다. 일반인을 대상으로 한 기능성 마스크는 고성능 필터를 채용해 숨쉬기 편하면서도 성능이 우수한 것이 특징이라고 그는 설명했다.
“우선 교육현장이나 운동시설, 고객 대면 서비스업 등 종사자를 대상으로 초기 판매를 추진할 계획입니다. 이후에는 공기청정기용 고성능 필터를 올 하반기에 출시할 수 있도록 시제품 설계를 하고 있습니다. 또 중소벤처기업부 초기창업패키지에 지원하는 등 정부 지원사업 수주에도 심혈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머릿속에만 담아 둔 생각, 아무것도 못 이뤄
끝으로 허 대표는 창업을 꿈꾸는 예비창업가를 향해 ‘도전할 것’을 주문했다. 창업해 성과를 얻고 싶다면 가장 먼저 문부터 두드려야 한다는 것이다.
“머릿속에만 담아 둔 생각은 결코 아무것도 이룰 수 없습니다. 누군가에게 아이템을 꺼내 보이고 기회를 찾아 나서면 창업을 시작할 수 있을 것입니다. 저 역시 아직 걸음마 단계이지만 지금까지의 과정을 돌아보면 제가 움직여 문을 두드리고 길을 찾아 나설 때 어디선가 좋은 계기가 마련됐고, 그다음 단계로 나아갈 수 있었습니다. 창업에 필요한 것은 강한 의지와 목적의식, 도전정신이라고 감히 말씀드릴 수 있습니다. 창업을 꿈꾸는 모든 분이 꿈을 이뤄 멋진 사업가로 우뚝 서시길 진심으로 응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