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군사 첨단무기와 미래 전쟁

최첨단 만능 보안경, 전투의 승패 좌우할 날 오나

입력 2022. 04. 08   17:51
업데이트 2022. 04. 10   1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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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병 전투의 국면 전환자, IVAS
야간투시 기능에 AR·VR 기술 결합
다양한 전장 영상 정보 융합해 제공
정보 전달에 공유·언어 인식·번역도
다른 전투체계 융합 땐 치명성 배가
미 육군·해병대 올해부터 보급 계획

 

미 육군이 일반 보병에게 보급하려는 IVAS의 성능은 미 공군 F-35 전투기 조종사들이 사용하는 최신형 HMDS와 유사하지만, 가격은 대량 획득으로 인해 50분의 1 이하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사진=미 국방부 홈페이지
미 육군이 일반 보병에게 보급하려는 IVAS의 성능은 미 공군 F-35 전투기 조종사들이 사용하는 최신형 HMDS와 유사하지만, 가격은 대량 획득으로 인해 50분의 1 이하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사진=미 국방부 홈페이지

선진국을 중심으로 일반 보병을 위한, 최첨단 기능이 집약된 전투용 보안경(Combat Goggles)의 개발 및 보급이 추진되고 있다. 특히 미 육군과 해병대는 올해부터 최첨단 기능이 집약된 IVAS(Integrated Visual Augmentation System), 일명 ‘만능 보안경(Do-it-all goggle)’을 보급할 계획이다. 


IVAS는 전투용 보안경에 야간투시경 기능은 물론 증강현실(AR) 및 가상현실(VR) 기술을 더해 다양한 전장 정보를 착용자에게 제공하는 것이 특징이다. 이를 통해 궁극적으로는 병사 개개인의 능동적인 전투 행동을 유도하고 작게는 전투, 크게는 전쟁 승리를 보장하는 것이 목표다. 현재 미국이 야심 차게 개발 및 보급을 추진하고 있는 IVAS는 최첨단 기능을 통해 보병 전투의 개념을 완전히 뒤바꾸는 국면 전환자(Game-Changer)가 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병사에서 전사로 진화하라

병사 특히 보병과 최첨단 무기체계를 결합하는 것은 세계적인 추세다. 선진국의 경우 인구 감소로 인해 보병의 소수 정예화는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됐고, 인권에 대한 인식 변화로 과거와 달리 병사 한명 한명의 생명이 중시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무력 침공 이후 ‘스스로 판단하고 자발적으로 싸우는 보병’의 중요성이 새롭게 주목받고 있다. 러시아군이 자랑하던 대대전술단(Battalion Tactical Group, BTG)의 진격을 각종 대전차무기로 무장한 소수 정예의 우크라이나군 보병이 저지했기 때문이다. 

러시아군의 기습 공격으로 우크라이나군의 지휘체계가 무너지고 수많은 전사자가 발생하는 절망적인 상황에서도 병사 스스로 판단하고 전투를 지속한 점은 높이 평가할 만하다. 그리고 미래전쟁에서는 다양한 정보를 바탕으로 스스로 판단하고 싸우는, 전사와 같은 보병의 중요성이 더욱 강조될 전망이다. 전투용 보안경의 형태를 한 IVAS에 관심이 집중되는 이유다.


 IVAS를 시험평가 중인 미 육군 병사의 모습. IVAS의 가장 큰 특징은 야간투시경부터 가상 및 증강현실 고글의 기능과 특성까지 실제 전투 환경에서 활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사진=미 육군 유튜브 채널
IVAS를 시험평가 중인 미 육군 병사의 모습. IVAS의 가장 큰 특징은 야간투시경부터 가상 및 증강현실 고글의 기능과 특성까지 실제 전투 환경에서 활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사진=미 육군 유튜브 채널


IVAS 실전배치를 위한 미군의 노력

미 육군의 IVAS 개발은 지난 2018년 솔저 프로그램 집행국(PEO Soldier)에서 시작됐다. 2019년 초부터 미 육군은 마이크로소프트와 함께 가상현실 홀로렌즈(HoloLens) 고글을 기반으로 IVAS 디자인과 소프트웨어를 개선하고 있으며 지금까지 3000명 이상 참가자를 대상으로 25개 이상의 시험평가를 완료한 것으로 알려졌다. 


조지아주 포트 베닝과 버지니아주 포트 빌버에서 2017년부터 진행된 시험평가를 2020년 완료했고 2021년에는 알래스카와 푸에르토리코, 파나마에서 한랭지 및 정글 환경에서의 시험평가가 진행됐다. 다만 시험평가 참가 장병들 사이에서 두통, 메스꺼움, 인후통 등 신체적 부작용이 발견돼 지난 2021년 10월, 개발 및 시험평가가 중단되고 실전 배치가 오는 9월로 연기되기도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 육군의 IVAS 개발 및 실전배치 의지는 확고하며 최근에는 미 육군 전투차량에 IVAS를 성공적으로 결합한 것으로 알려졌다. 개발 책임자 중 한 명인 브래드 윈 중령은 “IVAS를 다양한 정보를 착용자에게 전달하는, 단순한 영상장치라고 생각한다면 큰 실수”라고 말한다. 그는 지난 2020년 9월 포트 베닝에서 열린 기동전투장비회의에서 IVAS의 다양한 기능과 효과를 역설했다. 그는 IVAS를 착용한 병사는 그러지 않은 병사에 비해 최대 3~7배 이상의 빠른 속도와 정확도로 주야간 표적 식별 및 공격을 할 수 있으며 이것은 IVAS가 자동으로 적성 장비와 사람의 얼굴을 인식할 수 있어서라고 설명했다.

IVAS의 놀라운 기능들

수평 70도×수직 40도 시야각을 갖는 IVAS는 다양한 영상정보를 하나로 융합해 3D 그래픽 혹은 다양한 아이콘으로 착용자의 눈앞에 구현하고 이를 통해 방위와 아군과 적군의 위치 등을 확인할 수 있다. 또한 관련 정보는 필요에 따라 분·소·중대 단위에서 자유롭게 전달·공유할 수 있다. 영상 녹화 기능을 활용해 훈련 또는 실제 교전 상황에서 실시간으로 정보를 공유하고 적절한 조치 혹은 평가를 할 수 있다. 또한 자동 언어 인식 및 번역 기능을 갖춰 비영어권 연합군과의 합동작전에도 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하지만 놀라기에는 아직 이르다. IVAS의 진정한 가치는 현재 미 육군이 준비하는 다양한 미래전투체계와의 융합에 있기 때문이다.

IVAS 장비 자체 능력만으로도 이미 놀라운 수준이지만 다른 전투체계와의 통합은 IVAS의 치명성과 효용가치를 더욱 배가할 전망이다. 일례로 IVAS의 내장 센서는 원거리에서도 관측대상의 온도 측정이 가능하며 각각의 개별 IVAS를 정보수집을 위한 단말기로 활용할 수 있다. 즉 각각의 IVAS가 수집한 정보를 하나로 융합해 더욱 구체적이고 신뢰할 수 있는 정보를 실시간으로 획득할 수 있다는 의미다. 여기에 더해 일명 SBS(Soldier Borne Sensor)로 불리는 마이크로 드론의 통합운영이 가능해 공중 정찰 임무를 수행하는 드론에서 촬영한 영상을 실시간으로 시청하거나 공유할 수도 있다.

이것이 전부가 아니다. IVAS와 미 육군이 진행 중인 다양한 전장감시 및 차세대 전투체계와의 통합도 동시에 진행되고 있다. 일례로 현재 IVAS는 FWS-I(Family of Weapons Sights-Individual)에 통합되기 위한 과정이 진행 중이다. 만약 IVAS가 FWS-I와 성공적으로 통합된다면 미래 미 육군 보병의 전장 상황 인식 및 전투 능력은 비약적으로 향상될 전망이다. 일반 보병도 전투기 조종사들처럼 무기체계의 영상정보를 실시간으로 공유하고 이를 통해 표적의 식별과 조준은 물론 공격도 가능해지기 때문이다.


IVAS의 최대 장점은 드론과 같은 무인장비는 물론 다른 무기체계의 영상정보를 실시간 공유할 수 있다는 것이다. 사진은 견마로봇을 활용해 다양한 시험평가를 하고 있는 미 공군 병사의 모습. 
 사진=미 국방부 홈페이지
IVAS의 최대 장점은 드론과 같은 무인장비는 물론 다른 무기체계의 영상정보를 실시간 공유할 수 있다는 것이다. 사진은 견마로봇을 활용해 다양한 시험평가를 하고 있는 미 공군 병사의 모습. 사진=미 국방부 홈페이지


스마트폰 혁명에 비교되는 IVAS

수많은 군사전문가가 IVAS에 주목하고 있다. 일부에서는 “IVAS의 등장은 스마트폰 혁명에 비교할 수 있을 정도로 엄청난 파급효과를 불러일으킬 것”이라고 전망한다. 실제로 IVAS를 활용하면 공격 범위 및 교전 거리 역시 지금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확장될 것이다. 현재 광학장비를 활용해도 보병의 일반적인 최대 교전 거리는 300m 이내다. 하지만 FWS-I와 통합된 IVAS를 활용하면 최대 교전 거리는 800~900m 이상 확장이 가능하며 상위 제대의 무기체계 사용 권한 여부에 따라 그 이상도 가능하다. 전장 상황을 손바닥 보듯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으므로 근접 교전 상황에서도 절대적으로 유리한 상황에서 전투를 이끌 수 있다.

미 육군은 IVAS에 인공지능(AI)을 결합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다양한 영상정보를 착용자에게 전달하는 과정에서 위화감 없이 AI가 개입하는 것이 궁극적인 개발 목표다.

미 육군 AI 개발기획단의 매슈 이슬리 소장은 “IVAS에는 상당한 수준의 첨단센서와 연산처리장치가 탑재돼 있으며 그중에서도 핵심은 AI”라고 말했다. 그는 “IVAS 내에서 AI는 외부 정보를 융합하고 선별된 최적의 정보를 착용자에게 전달하며 이를 통해 착용자의 빠르고 정확한 판단을 유도하는 것은 물론 피로도를 최소화하는 기능을 담당한다”고 설명한다. 또한 이러한 과정을 위해 IVAS에 탑재된 AI는 착용자의 시선은 물론 손과 목소리까지 인식해 적절한 수준의 정보를 전달하거나 다른 IVAS와 공유하게 된다.

IVAS를 통해 미 육군의 야심 찬 계획이 성공한다면 이미 수많은 영화와 게임, 공상과학소설 등을 통해서 묘사된, 최첨단 무기를 능수능란하게 통제할 수 있는 보병의 모습이 현실이 될 것이다. 눈부신 기술발전 덕분에 2022년부터 미군 보병은 최첨단 F-35 스텔스 전투기의 조종사들이 사용하는 HMDS(Helmet Mounted Display System)와 비슷한 수준의 IVAS를 실전에서 사용하게 될 것이다. 그리고 IVAS의 존재 유무는 향후 작게는 보병전투, 크게는 전쟁의 판도까지도 뒤바꿀 것으로 예상된다. 수많은 군사전문가가 IVAS에 관심을 두는 것도 이러한 배경 때문이다.


필자 계동혁은 ‘Aerospace & Defense’ 취재팀장을 지냈으며, 다양한 국방·군사 매체에 글을 쓰고 있다. 저서로는 『역사를 바꾼 신무기』, 『드론 바이블』(공저)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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