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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값 치솟은 IT 개발자… 판교는 온통 ‘장밋빛’

입력 2022. 04. 04   17:11
업데이트 2022. 04. 04   17: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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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평균 연봉 상위권에 IT업체 몰려
 
수년 전부터 정보기술 개발자 인기
비대면 서비스 활발… 몸값 더 뛰어
 
평균 연봉 1억 넘는 IT업체 20곳 이상
카카오 선두로 SKT·네이버 등 포진
어린이집·대출·병원비 등 복지 강화
 
향후 5년간 인력 수요 35만 명 넘어
기업, 직접 개발자 육성에 채용도 활발

 

지난해 국내 주요 상장사 중 임직원의 평균 연봉이 1억 원을 넘긴 곳은 20곳이 넘었으며 상위권 상당수가 IT 업체였다.
지난해 국내 주요 상장사 중 임직원의 평균 연봉이 1억 원을 넘긴 곳은 20곳이 넘었으며 상위권 상당수가 IT 업체였다.

직장생활에서 월급이 얼마나 중요할 것 같아요? 누군가는 꿈을 위해 지금 주머니는 조금 가벼워도 괜찮다고 여길 것이고, 다른 누군가는 이리저리 치이는 인간관계에 지쳐 돈은 덜 벌더라도 좋은 사람들과 일하고 싶다고 생각할 겁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직장인에게 연봉은 상당히 중요합니다. 지난해 말 구인·구직 플랫폼 ‘사람인’의 설문조사에 따르면 직장인 10명 중 8명이 한 번 이상 이직했고, 이직을 결심한 가장 큰 원인은 연봉(49.8%, 복수응답 가능)이라고 답했으니까요. 물론 사람인은 구인·구직 플랫폼이니까 이직을 원하는 사람들이 모였겠지만, 이들이 한데 입을 모아 ‘연봉 때문에 이직했다’고 답한 건 꽤 유의미한 정보일 겁니다.

최근 연봉으로 가장 주목받는 분야는 어딜까요? 할아버지뻘 되는 분들은 의아하실 수 있을 테지만 바로 정보기술(IT)업계입니다.

IT 업계는 전통적으로 ‘3D 업종’으로 손꼽혀 왔습니다. 과거엔 더럽고(dirty) 어렵고(difficult) 위험한(dangerous) 분야의 일로 받아들여진 거죠. 야근을 밥 먹듯이 하고 업무도 힘든 데다 박봉인 업종으로 인식됐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상황이 크게 달라졌습니다. 로봇이 배달하고 드론이 날아다니는 기술 기반의 시대가 왔으니까요. 흔히 엔지니어로 불리는 개발자 모시기는 수년 전부터 전 세계 기업과 분야에서 동시다발적으로 일어나고 있습니다.

특히 코로나19 팬데믹에 비대면 서비스가 일상화하면서 이 같은 서비스를 만들고 유지해야 할 개발자 몸값이 천정부지로 뛰었습니다. 국내에서도 지난해부터 수천만 원의 연봉 인상이 한 번에 이뤄지고 사이닝 보너스, 인센티브, 스톡옵션 소식이 하루가 멀다 하고 들리고 있습니다.

전통적인 재벌 일가가 아님에도 국내 자산규모 순위 상위에 이름을 올리는 창업자 대부분이 이 분야서 성공을 맛봤다는 점에서 IT 업계가 스포트라이트를 그 어느 때보다 강하게 받고 있습니다. 국내뿐만이 아닙니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만 보더라도 IT 업계 자산가들의 성공 스토리를 쉽게 가늠할 수 있으니까요.


얼마나 받을까


지난해 국내 주요 상장사 중 임직원의 평균 연봉이 1억 원을 넘긴 곳은 20곳이 넘습니다. 상위권 상당수가 IT 업체였는데 카카오가 1억7200만 원으로 IT 업계에서 가장 많았습니다.

카카오의 1인당 평균 보수는 2020년 1억800만 원 수준이었는데 이번 한 해에만 60% 가까이 뛰면서 평균 연봉 상단에 있던 SK텔레콤, 삼성전자, 네이버 등을 가뿐히 제쳤습니다. 스톡옵션 행사 영향이 컸는데 신정환 전 최고기술책임자(CTO)의 경우 스톡옵션 행사로만 121억6800만 원을 벌었습니다. CTO란 회사의 기술 개발을 총괄하는 경영자로, 그는 지난해 카카오 임직원 중 가장 많은 보수를 받은 임원이기도 합니다.

같은 기간 SK텔레콤 임직원들은 평균 연봉으로 1억6200만 원을, 삼성전자는 1억4400만 원을 받았습니다. 지난해 네이버 임직원의 평균 연봉은 1억2915만 원입니다. 연봉 인상률은 각각 33.9%, 13.4%, 26.0%로 두 자릿수를 나타냈습니다. 일부 기업에 근무하는 직원들이 경제성장률(4.0%)이나 물가상승률(2.5%)에 기반을 둔 연봉 인상을 적용받는다는 걸 감안하면 상당한 수치입니다.

반도체 회사인 SK하이닉스도 평균 연봉 1억1520만 원으로 1억 원을 훌쩍 넘겼습니다. 게임사도 약진해 엔씨소프트는 2020년 처음 평균 연봉 1억 원대에 진입한 이후 지난해 1억600만 원을 기록했습니다.


‘꿈의 직장’, 그럼에도 불구하고…


연봉뿐만이 아닙니다. 다수의 IT 회사가 상당한 복지 시스템을 갖추고 있습니다. 회사마다 높은 수준의 어린이집을 운영하고 학자금대출을 대신 갚아 주거나 반려동물 병원비를 내주기도 합니다. 구내식당 운영은 기본이고 회사 내에 병원을 직접 운영하는 곳도 있습니다.

야근이 많은 IT 업계에서 고질적인 병폐로 꼽혔던 포괄임금제도 속속 폐지되는 추세입니다. 포괄임금제란 근로계약을 체결할 때 연장·야간·휴일근무 등에 대한 수당 지급 없이 기본임금에 이런 수당을 포함하는 방식의 임금제입니다. 월급은 매번 같은데 연장근무나 휴일근무가 많다면 직원으로선 손해 보는 기분이 들 수밖에 없겠죠.

이런 복지 시스템 강화와 근무환경 개선에 IT 업계는 그야말로 ‘꿈의 직장’으로 그려지고 있습니다. 코로나19 장기화에 직격탄을 맞은 업계와 회사가 속출하는 가운데 IT 회사의 승승장구는 이들이 몰려 있는 판교를 마치 딴 세상처럼 보이게 했습니다.

그런데 최대 성과를 쏟아내던 지난해 IT 업계에서는 직장 내 괴롭힘으로 한 직원이 극단적인 선택을 한 일이 발생했습니다. 직원들이 연장근무 시간을 회사 시스템에 제대로 입력하지 못하게 막아 근로기준법을 위반한 곳도 적발됐고, 퇴직자에게 수당 지급을 미룬 곳도 있습니다. 혹독한 동료 평가 인사제도에 극단적인 선택을 암시한 유서 파동이 일어나는가 하면 계약 기간이 남은 직원의 책상을 빼는 사건도 생겼습니다.

IT 업계 노조는 “업무 특성상 장시간 근로와 상시적 과로에 노출된 IT 근로자는 여전히 온갖 고통을 겪고 있다”며 “일명 ‘갑질’로 통용되는 직장 내 괴롭힘과 스트레스를 헤아린다면 IT 노동자의 고통과 부담은 크고 깊다”고 전했습니다.

꿈의 직장인 줄로만 알았는데 현실은 잠 못 드는 밤이 이어졌던 셈입니다.


황금빛 미래는 계속된다


IT 업계 자성의 목소리가 커지는 가운데 업계의 장밋빛 전망은 지속되고 있습니다.

지난해 소프트웨어정책연구소에 따르면 앞으로 5년 동안 소프트웨어(SW) 분야 신규 인력 수요는 35만3000명에 달할 것으로 보입니다. 대학을 포함한 정규 교육과정을 비롯해 정부 사업으로 배출되는 32만4000명을 감안해도 3만 명 정도가 부족합니다. 취업이 하늘의 별 따기인 상황에서 인력 부족을 외치는 거의 유일한 분야라는 게 취업센터 관계자의 설명입니다.

공급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하면서 민간기업이 나서 개발자 육성에 뛰어들었습니다. 삼성청년SW아카데미, 우아한테크코스 등이 대표적인데 코드스테이츠 같은 코딩교육 전문 스타트업도 인기입니다.

채용 역시 활발합니다. 배달의민족, 카카오뱅크, 오늘의집, 무신사가 세 자릿수의 개발자 채용을 약속한 가운데 KT는 앞으로 3년 동안 1만2000명에 달하는 개발자를 뽑기로 최근 결정했습니다. 특히 코딩 역량이 우수할 경우 나이, 학벌, 전공과 상관없이 인성검사와 면접만으로 입사가 가능합니다. 대기업 취업이 간절한 취업준비생에게는 코딩 역량이 ‘황금빛 미래’를 여는 열쇠가 될 수 있는 셈입니다.


필자 배윤경은 매경닷컴에서 정보기술(IT) 시장을 취재하는 기자다. 소프트웨어·포털·게임·블록체인 등 신기술 분야 소식을 독자에게 쉽게 전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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