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와 시간 관리
OTT·소셜미디어 등 시간 잠식 전쟁
추천 알고리즘 통해 접속 지속 유도
청소년 등 디지털 중독 위험에 노출
사용시간 제어 등 기업 자율규제 필요
모바일 앱 활용 등 스스로 시간 관리를
“우리는 고객의 시간을 놓고 경쟁합니다. 스냅챗, 유튜브, 고객의 잠이 경쟁 대상입니다.”
리드 헤이스팅스 넷플릭스의 CEO가 한 말이다. 이 동영상 스트리밍서비스(OTT)업체는 디즈니 플러스, 애플TV 등 다른 OTT는 물론 HBO 등 유료 케이블TV와 경쟁한다. 이들을 놔두고 소셜미디어를, 심지어 고객의 수면 욕구를 경쟁자로 거론한 이유는 뭘까.
미디어 시간 점유율 경쟁
콘텐츠가 공짜인 대신에 광고를 보게 하는 무료든, 매달 일정한 구독료를 받는 유료든 미디어는 결국 시간 점유율 싸움을 한다. 사람들의 미디어 소비 시간이 어차피 정해졌기 때문이다. 이 시간을 남보다 더 많이 확보하는 미디어가 승자다. 몇 해 전 막장 드라마 대본을 방송사 고위층이 수시로 바꾸는 개그 코너가 있었다. 시청률 경쟁에 목숨을 거는 미디어의 본질이 드러난다. 이 경쟁에서도 살아남은 올드미디어가 이제 OTT에 밀려난다.
OTT도 새 경쟁자를 맞았다.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등 소셜미디어다. 이들이 영상콘텐츠 사업을 하는 게 아니다. 고객의 미디어 소비 시간을 빼앗아간다. 예전 같으면 영화를 볼 시간에 소셜미디어로 친구와 수다를 떤다는 얘기다.
국민생활시간조사의 미디어 이용시간
시간은 누구에게나 하루 24시간 공평하게 주어진다. 수면과 식사 등 필수시간, 일과 학습 등 의무시간, 미디어 이용과 교체, 레저, 스포츠 등 여가로 나눠 쓴다. 배분 비율은 사람마다, 또 나라마다 다르다. 통계청의 ‘2019 국민생활시간조사’에 따르면 한국인의 필수시간은 11시간 34분, 의무시간은 7시간 38분, 여가시간은 4시간 47분이었다. 미디어 이용은 2시간 26분으로 여가의 절반을 넘었다. 외국보다 높은 편이다.
미디어 이용시간이 한정되자 모든 미디어는 여가를 포함한 다른 시간까지 잠식하려고 애를 쓴다. 구글, 야후, 네이버 등 인터넷 플랫폼과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스냅챗, 트위터 등 소셜미디어, 유튜브, 틱톡 등 동영상 플랫폼, 온라인 및 모바일 게임 플랫폼 역시 마찬가지다. 사람들이 밤잠을 잊고 끊임없이 접속하도록 유도한다. 헤이스팅스의 발언은 바로 이 시간 잠식 경쟁을 뜻한다.
끊임없는 콘텐츠 소비 유도
넷플릭스가 시리즈 전편을 한꺼번에 공개하는 것이나 ‘추천 알고리즘(Algorithm)’으로 끊임없이 다른 콘텐츠를 보게 하는 것은 이 경쟁에서 우위를 차지하려는 전략이다. 다음 회가 궁금해 못 견디는 사람이라면 다른 여가는 물론이고 수면과 공부 시간을 줄여서라도 볼 것이다. 구글이 자율주행차를 개발하는 것도 운전 시간을 구글 접속 시간으로 바꿔놓으려는 시도다.
이 업체들은 독자적인 알고리즘을 운영한다. 데이터를 일정한 규칙에 따라 배열하는 이 알고리즘의 공식 목표는 사용자가 원하는 콘텐츠를 찾아주고 만족하게 하는 것이다. 스페인 기술정치사회 운동가인 마르타 페이라노는 다른 의심을 한다. 그는 “사람의 뇌로 하여금 원래 필요하지 않을 것을 필요하다고 느끼게 만들고, 반복적인 행동을 거의 생각 없이 수행하도록 ‘루틴(routine)’을 자동화하는 것”이라면서 “이 루틴이 좋은 것이라면 습관이지만, 나쁜 것이라면 중독”이라고 말했다.
인터넷 할애 시간, 아시아 국가 중 최고
디지털에 너무 익숙해졌다. 인터넷과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을 쓰지 않던 과거로 돌아갈 수 없는 노릇이다. 그렇다고 디지털 중독에 이르면 곤란하다. 그 위험에 심하게 노출된 청소년이라면 더욱 그렇다. 방지책이 필요하다. ‘하루 평균 4.8시간으로 세계에서 세 번째로 모바일 앱을 많이 쓰고’(앱애니, 2021년 10월), ‘인터넷 할애 시간이 아시아 국가 중 가장 긴’(노드VPN과 신트, 2022년 3월) 우리나라에 더욱 절실하다.
청소년 계정 표시 제한 등 규제
제도적 장치를 강제할 수도 있지만, 기업 자율 규제 유도가 우선이다. 구글과 애플은 휴대전화 사용시간을 제어하는 애플리케이션을 운영한다. 스냅챗은 마약상 등 범죄집단이 청소년 계정을 찾아내기 어렵게 친구추천에 청소년(13~17세) 계정 표시를 제한했다. 그래도 기업들은 루틴화 시도를 접지 않을 것이다.
시간 관리의 중요성 인식해야
사람들 스스로 자신의 시간을 관리하는 것이 중요하다. 교과과정부터 그 방법을 가르쳐야 한다. 시간 관리가 인생에 얼마나 중요한 일인지 인식해야 끊임없이 자신의 시간을 가로채려는 위협에서 자유로울 수 있다. 이 자각이야말로 디지털 해독제다. 시간 관리는 앞으로 어떤 일을 하더라도 꼭 필요한 덕목이다.
모바일 앱 활용법도 있다. 앱 장터에 습관이나 시간 관리 등을 검색하면 많이 나온다. 할 일을 제때 알려주는 단순한 앱이 대부분이지만 적절히 쓰면 유용하다. 적어도 자기가 한 일을 추적하고 분석하는 도구로 쓸 수 있다.
“부자가 투자를 분산하듯 시간도 관리”
미국인 로라 밴더캠은 30분 단위로 한 일을 기록한 시간일기로 유명해졌다. 네 아이의 엄마인 그는 생각과 실제 데이터가 너무 달라 놀랐다. 이 경험을 바탕으로 연구한 결과를 강연과 책으로 공유했다. 밴더캠은 “누구나 정말 중요한 일을 할 시간은 충분하다”라면서 “부자가 투자를 분산하듯이 시간 자원을 자신이 원하는 삶에 쓰라”고 권했다.
시간을 제대로 관리하지 못하면 어느 날 창문도, 시계도 없는 곳에서 좀처럼 탈출하지 못하는 자신을 발견할 것이다. 이곳은 라스베이거스 카지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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