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완결 우리부대 동아리 집중탐구

해군교육사 기초군사교육단 도마 제작 동아리 ‘해출공방’

노성수

입력 2022. 03. 31   16:59
업데이트 2022. 03. 31   17: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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슥슥~ 사포질… 나무향 ‘솔솔’

“마음결까지 매끄럽게 어루만져요”

박태규 기군단장 재능기부 형태로 올해 2월 결성
전동 톱·그라인더 등 개인장비 가져와 노하우 전수
“기성품 못지않게 멋지지 않나요?” 수작업 성취감
스트레스 날리고 전우애 다지는 시간…전시도 계획

해출공방 동아리원들이 각자 제작한 도마를 들고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사진 제공=손정민 중사
해출공방 동아리원들이 각자 제작한 도마를 들고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사진 제공=손정민 중사
 해군교육사 기초군사교육단 ‘해출공방’ 동아리원들이 각자 만든 도마에 기름을 바르는 마감 작업을 하고 있다.  

 사진 제공=손정민 중사
해군교육사 기초군사교육단 ‘해출공방’ 동아리원들이 각자 만든 도마에 기름을 바르는 마감 작업을 하고 있다. 사진 제공=손정민 중사

2년 넘게 이어진 코로나19는 병영생활에도 많은 변화를 가져왔다. 장병들은 영외 활동을 최대한 자제하고, 감염병 유입·차단을 통한 전투력 보전에 온 힘을 쏟고 있다. 이런 가운데 부대장의 재능기부로 동아리를 운영해 장병들의 건전한 여가생활을 유도하고, 활기찬 병영문화를 조성하는 부대가 있어 화제다. 해군교육사령부 기초군사교육단(기군단) ‘해출(海出)공방’이 주인공이다. 필승의 해전사(海戰士)를 양성하는 부대의 대표 슬로건인 ‘해군의 출발점’에서 이름을 딴 해출공방은 장병들이 목공 작업으로 도마를 제작하는 동아리다. 노성수 기자/사진=부대 제공


목공 작업하며 스트레스 ‘훌훌’


지난달 15일 기군단 해출공방 동아리 활동이 진행되고 있는 교육사 예하 기술행정학교 공병학부 목공실습실을 찾았다. 이곳은 마치 목공제작소를 연상케 했다. 앞치마, 토시, 장갑을 착용한 장병들은 각자 제작한 도마 앞에서 기름을 바르는 등 막바지 제작에 한창이었다. 일상생활에서도 사용 가능한 도마를 만들기 위해 분주하게 손을 놀리는 장병들의 이마엔 땀방울이, 얼굴엔 ‘작품’에 대한 기대감이 물씬 풍겼다.

해출공방은 올해 2월 결성됐다. 기수당 10명의 부대원이 참여했으며, 현재 3기가 활발히 활동하고 있다.

해출공방은 외부 강사가 장병들에게 기술을 지도하는 기존의 방식이 아닌 부대를 이끄는 박태규(준장) 기군단장의 재능기부 형태로 운영돼 의미를 더하고 있다.

박 단장은 “코로나19 장기화로 움츠러든 장병들의 사기 진작 방안을 고심하던 중 제 취미이자 특기인 목공 작업을 공유하고자 해출공방 동아리를 만들었다”며 “장병들이 동아리 활동으로 스트레스를 해소하고 전우애를 키우며, 이를 토대로 임무 수행에 적극적으로 임하는 걸 볼 때마다 뿌듯함을 느낀다”고 말했다.

박 단장은 목공 작업에 관심 있는 부대원들을 모집하고, 도마 제작기술 전수에 팔을 걷어붙였다. 자신이 갖고 있던 전동 톱, 그라인더 등 도마 제작에 필요한 장비도 제공했다.

그렇다면 나무로 제작할 수 있는 수많은 물건 중 왜 하필 부엌에서 쓰는 도마를 만들까? 멋져 보이지만 제작 기간이 길고 숙련된 기술이 필요한 대부분의 원목 소품과 달리 형태가 단순한 도마는 초보자도 비교적 쉽게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만들기 쉽지만 작업하는 시간만큼은 잡생각이 사라지고 나무를 매만지는 일에만 집중할 수 있는 목공의 장점을 오롯이 즐길 수 있으니 목공 초보자들에겐 딱 맞는 아이템인 셈이다.

부대장이 지도자로 나서 동아리 분위기가 딱딱하지는 않을까 걱정했지만, 이는 기우였다. 온화하고 친화력이 뛰어난 박 단장의 세심한 지도에 장병들은 화기애애한 분위기에서 끈끈한 소속감을 키워 나가고 있다는 게 동아리 회원들의 설명이다.

기자가 동아리 실습현장을 찾았을 땐 장교, 부사관, 훈육요원, 군무원 등 다양한 계층의 장병 10명이 각자 소장 가치가 있는 도마 제작에 구슬땀을 흘리고 있었다. 이들은 5월 가정의 달을 앞두고 가족에게 선사할 깜짝 선물을 만드느라 흥분된 마음을 숨기지 않았다.

박 단장은 “도마의 주재료인 나무는 숨을 쉬고 팽창하기에 물이 스며들지 않고 뒤틀리지 않도록 기름을 덧바르는 작업이 필요하다. 오늘 이뤄지는 막바지 작업을 통해 평생 잊지 못할 작품으로 간직하길 바란다”는 마음을 전했다.


전시회 개최 등 참여 기회, 활동 폭 확대

동아리 회원들은 매주 두 차례씩 박 단장에게 이론과 실습을 병행한 교육을 받는다. 목재의 종류와 특성, 장비 사용법 등을 익힌다. 주로 사용하는 장비는 전동 톱, 트리머(일정한 두께의 홈을 파거나 모서리 끝에 모양을 낼 때 사용하는 공구), 그라인더, 전동 사포 등이다. 전동 공구를 사용하는 만큼 안전사고 위험이 있어 장비 사용법을 교육하고 실습할 땐 안전을 최우선으로 한다.

실습에서는 음식 재료를 손질하는 칼질용 도마 또는 간단한 음식류를 담는 플레이팅용 도마를 선택해 밑그림 작업을 한다. 이어 도마를 도면에 맞게 톱으로 자르고, 거친 모서리를 그라인더로 다듬는 작업을 진행한다. 끊임없는 사포질로 표면을 곱게 마무리하는 과정을 거치면 마지막 단계로 기름을 바르는 마감 작업에 도달하게 된다. 세상에 둘도 없는 디자인에 자연스레 나타나는 나뭇결, 그리고 정성스러운 마무리 작업 덕분에 만들어진 매끄러운 감촉이 원목 도마의 가장 큰 매력이다.

이정호(중령) 부사관교육대대장은 “주말이면 집에서 딸과 함께 빵을 만들어 먹는 게 낙인데, 빵 만들 때 쓸 베이킹용 도마를 만들었다”며 “내가 만든 바닷속 고래 모양의 도마가 시중에 파는 기성품 못지않게 멋진 것 같다”며 웃어 보였다.

부사관교육대대 김민지(중사) 소대장은 “처음에는 나무를 자르는 게 어려웠는데 친절하고 세심한 교육 덕분에 이제는 수월하게 도마를 만들고 있다”며 “동아리 활동은 코로나19 장기화 상황에서 전우들과 정을 나누고, 성취감을 높이는 값진 시간이 되고 있다”며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웠다.

해출공방 동아리는 그동안 만든 작품 25점으로 부대 복지관과 사령부 본청에서 두 차례에 걸쳐 전시회를 여는 등 활동 폭을 넓혀 나갈 예정이다.

박 단장은 “내가 가진 작은 재능과 부대에 갖춰진 시설을 활용해 장병들에게 새로운 취미에 도전하는 환경을 제공할 수 있어 매우 뿌듯하다”며 “더 많은 장병에게 동아리 참여 기회를 확대해 건전한 병영을 만드는 것은 물론 군 생활의 추억을 남겨 주고 싶다”는 의지를 밝혔다.


해군교육사 한준희 상병이 미술동아리 ‘네이비 브러쉬’ 활동 중 손원일 제독 초상화를 그리고 있다.  조종원 기자
해군교육사 한준희 상병이 미술동아리 ‘네이비 브러쉬’ 활동 중 손원일 제독 초상화를 그리고 있다. 조종원 기자


“미술동아리 ‘네이비 브러쉬’도 있어요”
‘코로나 블루’ 극복 다양한 분야 활동 이어져


해군교육사는 기군단의 해출공방을 포함해 각종 동아리 활동으로 장병들의 코로나 블루(코로나19로 인한 우울감) 극복에 앞장서고 있다. 특히 미술동아리 ‘네이비 브러쉬’는 장병들이 그림을 그리며 해군 역사와 인물을 재조명하는 등 돋보이는 활동을 펼치고 있다.

‘네이비 브러쉬’는 장병들의 자발적인 의지로 만들어졌다. 장병들이 합동생활관인 청운1관 벽면에 벽화 보수 작업을 건의하면서 자연스럽게 결성된 것이다. 장병들은 벽화를 보수한 데 이어 ‘해군의 아버지’로 불리는 손원일 제독의 초상화와 해군에 근무하는 장병들의 모습을 담은 그림을 그리며 부대를 아름답게 꾸미고 있다.

이들은 앞으로도 해군의 문화와 역사를 그림으로 표현해 부대 곳곳에 전시하고, 이를 부대원들과 공유하는 활동을 이어 나갈 계획이다. 인사행정처 한준희 상병은 “해군을 창설한 ‘해군의 아버지’ 손원일 제독에 대한 존경과 감사의 마음을 담아 유화로 초상화를 그렸다”며 “전역 후에도 우리나라의 역사적 장면을 미술로 재현하고 싶다”는 꿈을 밝혔다.



노성수 기자 < nss1234@dema.mil.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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