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人事)가 만사(萬事)’라는 말이 있다. 여기에서 말하는 ‘인사’는 사람을 채용하고 배치하는 것을 말하며 ‘만사’는 만 가지의 일, 즉 모든 일을 뜻하는 것이다.
훌륭한 인재를 뽑아 적재적소에 잘 배치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는 뜻이다.
이이의 『율곡전서』를 보면, 세종대왕은 사람을 쓰되 자기 몸과 같이 하였다고 한다. 현인과 재능 있는 이를 쓰되 그 부류를 따지지 않았고 임용하고 채택함에 있어 오롯이 하여 참소와 이간질이 들어갈 수 없었다고 한다. 또 지위가 그 재능에 합당하면 종신토록 바꾸지 않았다. 만약 이런 인재관이 없었다면 세종대왕은 노비 출신 장영실을 중용하지 않았을 것이고 그랬다면 자격루(물시계), 앙부일구(해시계), 간의(천문관측기구), 측우기 등은 발명되지 않았을 것이다.
스타트업에서 팀 빌딩이 필요한 이유
스타트업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많은 것들이 필요하다. 시대에 적합한 아이디어와 앞선 기술력, 우수한 인재를 중심으로 한 팀 빌딩, 수익성을 중심으로 한 비즈니스 모델, 마케팅과 영업에 대한 전문성, 적절한 타이밍의 투자유치 등 여러 가지가 필요하고 심지어 때로는 하늘의 도움까지 필요하다. 어느 것 하나 쉬운 일이 없고 모든 것이 다 중요하다.
하나라도 제대로 갖춰지지 않으면 생존하기 어렵고 기관투자자들로부터 투자받기도 어려우며 성공적인 스타트업이 되기는 더더욱 어렵다. 물론 초기 스타트업은 모든 것을 갖출 수 없기에 우선순위가 필요하고 선택과 집중을 해야 한다. 만약 나에게 스타트업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를 하나만 선택하라고 한다면 나는 단연코 팀 빌딩이라고 말하겠다.
사업을 성공시키기 위해서는 다양한 분야의 전문성이 필요하다. 조그마한 식당을 해도 요리를 담당하는 사람과 홀 서비스를 담당할 사람이 필요하고 ICT(정보통신기술) 기반의 스타트업을 할 때에는 기획자, 개발자, 디자이너, 마케터 등 많은 전문가가 필요하기 때문에 공동창업은 선택이 아니라 필수다. 속도가 생명인 스타트업에서는 공동창업을 통해 전문화·분업화하고 빠르게 성장해야만 한다. 물론 혼자서 기획, 개발, 디자인, 마케팅까지 모두 가능해 1인 창업을 하는 사람도 가끔 있으나 그렇게 해서 애플리케이션 하나 만드는 데 1년이 넘게 걸린다면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또한 1인 창조기업이나 1인 크리에이터는 예외일 수 있으나 유명한 유튜버인 씬님, 도티, 양띵 등도 모두 회사를 설립했거나 소속사에서 팀으로 움직이고 있다.
공동창업자를 구할 때 저지르는 흔한 실수
대학교 4학년이었던 B씨는 대기업에 취업하려고 했으나 생각처럼 잘되지 않자 의류 쇼핑몰이 창업하기 수월하고 돈을 잘 벌 수 있다는 소리에 쇼호스트 업체를 통해서 쇼핑몰을 차렸다. 전문성은 없었지만 신뢰할 수 있고 일하기 편하다는 장점이 있다고 생각해 역시 취업이 안 되어 놀고 있는 대학 친구 2명을 창업 멤버로 끌어들이고 책에서 본 대로 지분도 나눠 가졌다. 명함에는 대표이사, 전문이사, 상무이사를 넣었다. 정부지원자금을 받기 쉬워졌다는 소리에 지원해보았으나 혁신성이나 기술력이 전혀 없는 쇼핑몰인 데다가 사업계획서도 잘 쓰지 못해 대부분 서류에서 불합격되고 있다.
동대문에서 옷을 떼다가 팔기 위해 신용카드로 미리 결제를 하고 스튜디오를 빌려 사진을 찍어 올렸으나 잘 팔리지 않는다. 재고를 보관하는 창고 비용도 만만치 않게 나가고 있다. 홍보가 안 돼서 그런 것 같아 쇼핑몰을 알리려면 온라인 광고를 해야 한다는 소리를 듣고 또다시 빚을 내어 포털 사이트에 광고를 시작한다. 그래도 성과가 나오지 않자 팀원들은 서로를 탓하기 시작한다. 이럴 거면 그냥 취업이나 하자고 하는데 빚을 갚지 못해 쉽게 그만두지도 못한다. 악순환의 시작이다. 어디서부터 잘못된 것일까?
위에서 말한 대학생처럼 많은 사람들이 공동창업자를 구할 때 저지르는 실수를 한번 정리해 보겠다. 이를 통해 반면교사(反面敎師)로 삼기 바란다.
어린 창업자일수록 인적 네트워크가 약하기 때문에 매우 협소한 지인 네트워크 중에서 공동창업자를 구하게 된다. 신뢰할 수 있는 사람을 찾는다는 점에서 좋은 방법이 될 수도 있으나 문제는 해당 분야, 담당하게 될 업무의 전문성은 전혀 없이 그냥 친하다는 이유로 공동창업자가 되고 중요한 업무를 맡게 된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경영학을 전공했으니 마케팅 이사를 해라, 컴퓨터공학을 전공했으니 CTO(최고기술경영자)를 해라, 회계를 아무것도 모르는 동생에게 믿을 수 있으니 재무담당을 해라, 뭐 이런 식이다. 영문학을 전공했다고 영어를 다 잘하는 게 아닌 것처럼, 컴퓨터공학과를 나왔다고 모두가 코딩을 잘하는 것은 아니다. 경영학을 전공했어도 마케팅을 모르고 재무제표를 못 보는 사람들도 많이 있다.
안타깝게도 여전히 많은 스타트업, 특히 창업자가 대학생이거나 이말삼초(20대 후반, 30대 초반)인 스타트업들이 이렇게 공동창업자를 구하고 팀 빌딩을 하고 있다. 끼리끼리 어울린다고 비슷한 또래의 편한 사람들끼리 창업하고 다들 자기들이 어벤져스라고 한다. 초기 스타트업이 해당 분야 최고의 전문가를 영입하기는 어렵지만 최소한 해당 업무를 평균 이상의 수준으로 해줄 수 있는 사람을 찾아야 한다. 결국 전문가 영입을 못해서 주니어 위주로 팀을 결성했다면 당장은 어렵지만, 수개월 이내에 강도 높은 학습과 실행으로 일정 수준 이상 올라와야 한다. 현실적인 방법으로는 일하는 시간을 늘리고 잠을 줄이는 수밖에 없다.
창업 초기에는 매출이나 성과가 약하기 때문에 다른 무엇보다 창업팀이 훌륭해야 투자를 받을 가능성이 커진다. 특히 ICT 기업인 경우 대표자의 역량뿐만 아니라 개발 인력의 경험이나 스펙도 많이 고려된다. 모 게임사에서 히트한 게임을 개발했던 팀이 통째로 나올 때 카○○벤처스에서 법인 만드는 것부터 도와주고 투자했다는 유명한 일화도 있다. 결론은 기승전 ‘팀’ 빌딩이라는 말인데, 그만큼 중요하기 때문에 창업자는 훌륭한 창업팀 또는 공동창업자를 구하기 위해서 삼고초려가 아니라 십고초려라도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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