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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독’ 하면 떠오르는 것은? 신문이나 잡지, 우유를, ‘멜론’과 ‘넷플릭스’를 생각한 사람도 있겠다. 젊은 세대는 집 대문에 매달린 배달 우유 주머니를 본 적이 없다.
기성세대는 멀쩡한 TV를 놔두고 작은 스마트폰 화면으로 영화를 보는 젊은이를 이상하게 여긴다. 나이와 성별에 따라 달라도 구독은 과거에도 있었고, 지금도 있는 사업(비즈니스)모델이다. 몇 가지 되지 않았던 이 사업모델이 이제 거의 모든 분야에 퍼졌다.
콘텐츠나 소프트웨어는 물론이고 옷, 가방, 액세서리 등 패션 아이템, 이·미용품과 화장품, 시계, 안경, 반려동물용품, 식음료, 주류, 피트니스와 건강식품, 미술품, 통신서비스, 가전, 가구 등 헤아릴 수 없이 많다. 이제 집과 자동차까지 구독한다. 구독할 수 없는 상품이나 서비스를 찾는 것이 더 힘들다.
구독(購讀)은 사전적으로 ‘신문이나 잡지, 책 따위를 사 읽는다’라는 뜻이다. 인쇄물이 구독 모델을 대표한 나라, 특히 동아시아 국가에 일반적인 개념이다. 그래서 옷이나 시계를 구독한다는 말이 영 와 닿지 않는다. ‘(회원으로) 가입하다, (이용하기 위해) 회비를 낸다’라는 영어 ‘서브스크립션(Subscription)’의 의미가 더 이해하기 쉽다.
구독은 이처럼 ‘상품이나 서비스를 일정 기간 이용하는 대가로 정기적으로 돈을 내는 구매 방식’이다. 최근엔 ‘새로운 가치나 경험’을 구독한다. 상품과 서비스 자체의 속성에 초점을 맞춘 과거와 달리 효용에 무게중심을 둔다는 의미다. 소비자마다 느끼는 효능이 다르다.
구독경제는 따라서 소비의 개인화와 무관하지 않다. 1인 가구의 증가로 소비 개인화는 더욱 가속한다. 밀레니엄세대는 ‘나만을 위한 제품과 서비스’로 구독에 적극적이다.
상품과 서비스가 넘쳐나는 시대다. 아주 값비싼 것을 빼고 누구든 마음만 먹으면 살 수 있을 정도로 풍요롭다. 경제성장기엔 과시적 소비가 있었다. 지금은 소유 자체만으로 우러러보지 않는다. 비싸지 않아도 자신에게 어울리는 상품을 찾아내는 안목을 더 높이 본다. 구독은 한두 번 쓰려고 사는 것보다 저렴한 이점이 있다. 더 다양하게 이용하려는 욕구다.
기업도 구독사업 발굴에 열중한다. 상품과 서비스 판매가 정체된 저성장시대다. 어느 순간 퇴출 위기에 내몰릴지 모른다. 신규 고객 유치도 좋지만, 안정적인 매출과 수익성 확보가 시급하다. 구독과 같이 고정된 수입원이 딱 맞다. 추가 비용도 많이 들지 않는다. 무엇보다 충성도 높은 고객 확보에 도움이 된다.
소프트웨어(SW) 업체들은 기업 정보화 인프라 투자가 포화하자 수요 정체에 직면했다. 그동안 비싸서 도입하지 못한 중소기업으로 눈을 돌렸다. 저렴하게 이용하는 구독모델을 미끼로 내걸었다. 월 몇만 원짜리 회계프로그램이 등장한 이유다.
현 구독경제를 촉발한 기업은 미국 아마존이다. 이 회사는 2004년 월 12.99달러, 연간 119달러를 내면 무료배송에 책, 음악, 영화, 게임 등을 싸게 이용하는 유료 구독서비스를 내놓았다. 유통 거인들은 코웃음을 쳤지만, 곧 아마존 열풍에 휙휙 나가떨어졌다. 월마트도 구독서비스에 동참해서야 세계 1위 유통업체 위상을 되찾을 수 있었다.
대형 전자상거래업체가 주도한 구독서비스 시장에 수요 세분화를 등에 업은 창업기업(스타트업)들이 들어오기 시작했다. 이들은 개인과 지인의 경험에서 아이디어를 얻었다.
‘부자들처럼 파티나 모임마다 다른 옷을 입고 싶다’ ‘명품 가방을 마음대로 빌려 쓰고 싶다’ ‘안경이나 시계를 기분에 맞게 바꿔 써보고 싶다’ 등 개인들의 소박한 바람을 사업화해 성공했다.
구독서비스 성공 사례는 의식주 등 소비자의 실생활과 밀접한 분야가 많다. 일정한 수 이상의 고객을 확보해야 수익이 생기기 시작한다. 수요가 너무 협소한 곳에선 시장성을 확보하기 쉽지 않다. 의식주는 삶과 떼어놓을 수 없어 수요가 많다. 덩달아 시장 진입장벽도 낮다. 경쟁은 치열하다.
성공 방정식의 해는 고객 분석이다. 성공한 구독서비스 기업은 한결같이 고객 소비 행동은 물론 취향까지 잘 파악했다. 입을 옷이나 스타일을 추천해주는 ‘스티치픽스(Stitchfix)’라는 미국 회사는 ‘의류계의 넷플릭스’라고 불린다. 120명의 데이터 분석가가 마치 넷플릭스의 영화 추천 알고리즘처럼 정밀하게 가입자에 다가간다. 고객 스스로 알지 못하는 취향까지 찾아낸다. 고객 만족도가 높아 구독 해지율이 낮다.
일반 기업들도 이 시장에 적극적으로 진출한다. 경쟁이 치열해지는 동시에 협업과 인수·합병(M&A) 움직임도 활발해질 전망이다. 게임업체인 넷마블은 지난 2019년 정수기업체 코웨이를 인수했다. 당시에는 너무 뜻밖이었다. 구독서비스 시장 선점 차원으로 보면 이제 이해가 된다. 넷마블과 코웨이는 합작사인 넷마블힐러비를 통해 뷰티와 헬스케어 구독서비스를 추진한다.
실패하는 구독서비스도 많다. 야심 있게 내놨다가 몇 달도 채 지나지 않아 사라진 서비스가 수두룩하다. 기존의 구매 방식과 비교해 이점이 없거나 소비자의 구독 욕구를 제대로 분석하지 못해 실패한 경우가 대부분이다. 초기 금전 손실을 예측하지 못해 한 푼도 못 벌고 고꾸라진 기업도 있다.
구독서비스에 대한 소비자의 피로감도 커진다. 낸 만큼 충분하게 이용하지 못했다거나 너무 많은 구독서비스에 가입해 부담을 느끼는 소비자가 늘어난다. 구독 해지를 은근히 방해하는 처사에 분통을 터뜨리는 소비자도 있다.
결국, 고객 분석이 이 사업 성패의 시작과 끝이다. 전문 시장조사기관의 분석으로도 잡히지 않는 고객 욕구가 많다. 이를 놓치면 고객도 놓친다. 이 분야 창업을 생각한다면 관련 업종에서 일정 기간 일을 해보는 것이 좋겠다. 직접 겪어봐야 소비자 욕구를 제대로 안다.
사업 파트너도 잘 알아야 한다. 제품과 서비스를 직접 생산하는 기업과의 관계 형성이 매우 중요하다. 이 네트워크가 있어야 시장 진입이 가능한 서비스도 있다. 온라인서비스라도 오프라인의 힘이 뒷받침하지 않으면 성장에 한계가 있다. 그 공급망 수준에 따라 제공할 구독서비스의 양과 질이 결정된다. 다른 분야도 그렇지만 아이디어만으로 성공하는 사업은 없다.
취업준비생이라면 기업 선택 기준으로 삼아도 좋다. 구독사업 비중이 높은 기업이라면 매출이든 수익이든 안정적일 가능성이 크다. 고객 분석을 잘하는 실력자다. 최소한 비즈니스 흐름을 잘 읽는다.
애플이 아이폰과 아이패드의 구독서비스를 추진한다. 애플뮤직, 아이클라우드, 애플TV 등 구독서비스를 선도한 이 회사가 드디어 하드웨어까지 영역을 넓힌다. 주력인 아이폰 판매량 끌어 올리고, 사업 모두를 구독서비스로 전환해 고객 이탈을 막겠다는 전략으로 읽힌다. 선지자 애플이 바야흐로 ‘구독서비스 전성시대’가 열렸음을 예고했다. 우리나라 구독서비스는 미국과 일본보다 덜 활발하다. 폭발적인 성장을 앞둔 고요함에 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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