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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프라인의 역습

입력 2022. 03. 23   16:41
업데이트 2022. 03. 23   16: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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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택트 시대, 오프라인 비즈니스의 미래
 
위기를 기회로
코로나 상황에서도 공격적 출점
백화점, 타깃 좁히고 커버리지 넓혀
전통시장, 온라인 영역 정면 돌파도
 
경험의 차별화
대형마트 체험형으로 잇따라 리뉴얼
와인 소비 목적·취향 따라 안내하고
문화 공간 활용해 고객에게 재미 선사

 
온·오프라인 통합
편의점·마트, 배달 서비스 뛰어들고
온라인으로 성장한 무신사·젝시믹스
오프라인 매장 내고 새로운 고객 창출




가락시장이 2020년 선보인 신선식품 판매 모바일앱 ‘살아있네’.  
 사진 제공=㈜살아있네패밀리
가락시장이 2020년 선보인 신선식품 판매 모바일앱 ‘살아있네’. 사진 제공=㈜살아있네패밀리

오프라인 비즈니스에서 전염병은 그야말로 ‘재앙’이었다. 사회적 거리 두기 조치로 기존 영업 방식은 순식간에 무너졌다. 그 사이 온라인 비즈니스가 유통 시장을 무섭게 잠식했다. 미국의 대형마트가 연이어 점포를 매각·철수하는 등 타격이 현실로 나타났다.

코로나19 창궐 전부터 ‘소매 점포 축소’는 가시화되고 있었다. 미국에서는 온라인 커머스의 폭발적 증가 현상을 대표적인 온라인 기업 ‘아마존’의 이름을 빌려 ‘아마존화(Amazonization)’라고 지칭하고 있었다. 실제로 2017년 장난감 전문업체 토이저러스를 시작으로, 2018년 백화점 시어스가 미국 연방법원에 파산보호를 신청했다. 우리나라에서도 대형마트는 2013년부터 성장률 0~1%대의 정체기로 접어들었으며, 백화점 역시 2012년부터 성장이 정체되거나 퇴보하는 현상을 경험하고 있었다.

아마존화의 배경에는 온라인의 강세도 있지만, 근원적인 요소를 전제한다. 바로 인구구조 변화다. 대형마트는 인구 10만 명당 1개 정도가 적당한 것으로 평가된다. 2020년 기준으로 우리나라 인구수는 약 5200만 명인데, 대형마트는 522개로 이미 포화 상태에 이르렀다. 더불어 1인 가구 증가에 따라 근거리·소량 구매 행태 확대로 상대적으로 거리가 멀고, 대량 구입이 이뤄지는 대형마트는 설 자리를 잃고 있었던 셈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오프라인 비즈니스는 그들만의 영역을 새롭게 개척하기 시작했다.

역습을 위한 첫 번째는 ‘위기를 기회로’ 반전을 만들었다. 백화점은 코로나19 상황에도 공격적 출점을 이어갔다. 현대백화점이 2021년 ‘더현대 서울’을, 이어 롯데백화점이 ‘동탄점’을, 신세계가 ‘대전 아트&사이언스점’ 문을 열었다. 탄탄한 명품·패션 수요를 겨냥해 시장을 확장하겠다는 구상이었고 선택은 적중했다. 이들 점포 모두 개점 후 빠르게 시장에서 자리 잡았다.

이들은 ‘동네 백화점’으로 상권을 한정하지 않고, 범위를 전국적으로 넓혔다. 예를 들어 현대백화점 여의도점은 여의도·서울서부 VIP로 타깃을 두기보다 ‘서울러’의 페르소나를 동경하는 지방·외국 MZ세대로 타깃을 좁히되, 커버리지는 넓히는 전략을 취했다.

전통시장도 전략적 변화가 감지된다. 우리나라 최대 규모 전통시장인 가락시장은 2020년 ‘살아있네’라는 모바일 앱에서 신선식품을 판매하기 시작했다. 초기에는 강남구·송파구 지역으로 배송서비스를 했지만, 사용자들의 반응이 좋아지면서 2021년부터는 서울 전 지역과 경기 일부로 서비스를 확대했다. 또 서울 광장시장의 경우 5개 점포가 연합해 온라인 쇼핑 채널 ‘파라스타’에서 추석 때 차례상 새벽 배송 상품을 판매했다. 부산의 괴정골목 시장도 20~30명의 상인이 네이버 스마트스토어에 ‘괴정 골목 배달’이라는 온라인몰을 만들어 판매활동을 활발히 진행 중이다. 전통시장의 취약점인 온라인 영역을 정공법으로 타파해낸 성공 사례들이다.

두 번째는 ‘경험의 차별화’를 꾀했다. 이마트는 최근 10여 곳의 점포를 ‘체험형’으로 리뉴얼했다. 롯데마트도 잠실점을 ‘제타플렉스’로 리뉴얼하면서 새로운 비전을 제시하고 있다. 1층 대형 와인 전문점 ‘보틀벙커’ 매장을 찾은 사람들의 발걸음을 멈추게 한 건 매장 곳곳에 배치된 가이드다. 와인 소비 목적이나 취향에 따라 ‘바겐헌터’ ‘탐험형’으로 구분해 구역을 추천하거나, 내추럴 와인·오가닉 와인 등 대중에게 낯선 와인 상식을 안내하는 문구가 매대마다 마련돼 있다. 또 신선식품 구역에서는 물고기와 작물을 함께 길러 수확하는 ‘아쿠아 포닉스’ 재배 방식을 체험할 수 있도록 했다.

오프라인은 온라인의 편리성에 대응해 오프라인에서만 경험할 수 있는 특별한 공간이 돼야 한다. 요즘 소비자들은 좋은 물건을 사는 것 못잖게 멋진 곳이나 맛있는 식당에 방문하는 것을 즐기며, 그 경험을 자발적으로 소셜미디어에 올린다. 온라인의 발달로 오프라인이 쇠락한다지만, 정확히 표현하자면 ‘가슴 설레게 하는 경험’을 주지 못하는 공간이 죽는다. 예전 백화점에서 집객(集客·고객을 모으는 것)을 담당하는 시설은 ‘문화센터’ 정도였다. 하지만 이제 전시·공연·팝업 행사 등 다양한 공간을 활용해 집객하고 이미지를 만들면서, 매출은 다른 공간에서 만들어내는 공간 전략이 중요해졌다. 침대회사 시몬스가 2018년 경기도 이천에 문을 연 복합문화공간 ‘시몬스 테라스’는 오프라인에서의 체험성을 극대화한 대표적인 사례다.

마지막은 ‘온·오프라인 통합’을 지향했다. 코로나19 이후 언택트 소비 트렌드가 폭발적으로 성장하면서 오프라인 비즈니스도 온라인 배송을 강화했다. 예를 들어 편의점 GS리테일은 배달대행 서비스 ‘부릉’ 운영사 메쉬코리아와 카카오모빌리티 지분을 인수해 오토바이 배송 역량을 높였다. 또 대형마트는 ‘당일 배송’이라는 이름의 퀵커머스 서비스를 강화하고 있는데, 홈플러스·롯데마트는 각각 당일 배송 서비스를 시행 중이다. 백화점의 상황도 다르지 않다. 신세계·롯데는 통합 이커머스 플랫폼 SSG닷컴·롯데ON을 통한 배송 서비스를 강화하고 있다. 현대백화점은 ‘전문몰’ 형태로 온라인 플랫폼을 리뉴얼했다.

정반대 현상도 함께 나타나고 있다. 온라인 기업 역시 오프라인 유통으로 진출을 모색하고 있다는 말이다. 아마존이 미국 최대 유기농 식품기업인 ‘홀푸드마켓’을 2017년 인수한 것이 대표적이다. 더불어 온라인 패션 기업 ‘무신사’는 홍대 앞에 매장을 열었고, 온라인 판매를 주로 하던 요가복 브랜드 ‘젝시믹스’도 오프라인 매장을 내고 있다.

온라인과 오프라인 비즈니스는 ‘제로섬’이 아니다. 온라인 매출 중에는 과거 오프라인 소매점의 매출을 가져온 부분도 있지만, 상당수는 온라인이 촉매가 돼 새롭게 창출된 소비다. 다시 말해 온·오프라인은 서로 협력적 보완관계의 파트너다. 온라인에서는 필요에 기반을 둔 합리적 가격과 편리성에 집중하고, 오프라인에서는 열망에 기반을 둔 경험과 재미를 줄 수 있어야 한다. 인간은 필요에 의해서만 물품을 구매하는 기계적 존재가 아니다. 매장에 방문해 분위기를 느끼고, 상품을 만지고 입어보며, 그 물성을 느끼고 싶어 한다. 전통시장 상인부터 대기업까지 오프라인 공간 비즈니스를 수행하는 자라면 이 쇼핑의 본질을 명심해야 한다.


필자 이수진은 서울대학교 소비자학 학·석·박사 학위를 취득하고 서울대 소비트렌드분석센터 연구위원으로 소비문화 과목을 강의하고 있다. 저서로는 『트렌드 코리아』 시리즈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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