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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찍 책장을 덮지 말라

입력 2022. 03. 23   15:21
업데이트 2022. 03. 23   15: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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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성민 병장 육군9보병사단 붉은황금박쥐대대
왕성민 병장 육군9보병사단 붉은황금박쥐대대

2020년 11월 16일, 군인으로서 ‘나’라는 새로운 장의 출발점에 발을 디딘 그날은 모든 것이 낯설었다. 걱정, 설렘, 막연함 등 여러 감정이 뒤엉킨 채 신교대에 입소했다. 입대를 앞둔 또래들이 으레 생각하듯 군대에서 보낼 시간은 사회와 단절된, 버려지는 시간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전역이라는 결승점을 앞둔 지금, 18개월이라는 시간을 되돌아봤을 때 군에서의 시간은 나를 성장시키는 무궁무진한 기회의 장이었다.

입대 전 막연하게 창업의 꿈을 갖고 있던 나는 자대 전입 후 군인이 되기 위해 먼저 육체적인 한계에 도전해야 했다. 인생 처음으로 완전군장을 메고 40㎞를 행군하며 수많은 생각이 들었다. 포기하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았다. 그러던 중 중대장님이 내게 다가오며 말했다. “처음 행군하는 거지? 일찍 책장 덮지 말고 같이 끝까지 해보자.”

중대장님은 계속 같이 걸어 주며 용기를 줬다. 그 덕에 나는 무사히 행군을 끝마칠 수 있었다. 그날 이후에도 중대장님의 “일찍 책장을 덮지 말자”는 이야기는 쭉 내 머릿속을 맴돌았다. 인터넷에 찾아보니 미국 추리소설 작가 ‘시드니 셸던’이 했던 말이었다.

“일찍 책장을 덮지 말라. 삶이란 책의 다음 페이지에서 또 다른 멋진 나를 발견할 테니.”

검색창 화면에 적혀 있는 글귀는 마치 눈부시게 빛나는 태양처럼 내 마음을 사로잡았다. 힘들고 어두울 것만 같았던 군 생활이 한순간에 다르게 느껴졌다. 무엇이든 해낼 수 있다는 용기와 자신감, 나는 첫 훈련에서 이것을 배웠다. 또 막연하게 생각했던 미래, 전역 후 창업이라는 꿈을 구체화해 보자는 결심을 했다.

일과를 마치고 개인정비 시간이 오면 나는 꿈을 향한 행군을 했다. 그 행군은 40㎞ 행군만큼이나 쉽지 않았다. 일과가 끝나면 누워 쉬고 싶었지만 “일찍 책장을 덮지 말자”라는 말이 나를 무엇이든 하게 만들었다. 병영도서관에서 스타트업 도서, 경영 관련 책, 자기개발서 등 수십 권의 책을 읽으며 창업가에 한 걸음 한 걸음 다가갔다. 부대 학습실과 사이버지식정보방에서도 매일 창업 정보를 찾았다. 공모전이 있는지도 확인했다. 이후 육군 창업경진대회, 군 인권 UCC(사용자제작콘텐츠), 병영 독서 콘텐츠 같은 팀 단위 공모전에도 참여해 다양한 지식과 경험을 축적했다.

전투복을 입은 동안 나는 육군 복무신조에 걸맞은 군인으로서 훈련과 맡은 임무에 최선을 다했다. 일과가 끝나고 활동복을 입은 동안은 미래의 꿈을 이루려고 노력했다. 일찍 책장을 덮지 않은 덕분에 나는 군에서 용기, 자신감, 꿈, 그리고 미래를 얻었다.

내 삶이란 책에서 군 생활이라는 장이 끝나고 사회의 ‘나’라는 페이지에서 더욱 멋진 나를 발견하기 위해 군인으로서, 미래를 꿈꾸는 사회인으로서 최선을 다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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