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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성 무기의 상징 ‘따발총’

입력 2022. 03. 22   16:51
업데이트 2022. 03. 22   16: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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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4 PPSh-41 기관단총
 
독일군 MP18 복제… 단순하게 발전
구소련서 생산, 둥그런 드럼 탄창 특징
독소전쟁때 독일군 다시 사용하기도
2차 대전과 6·25전쟁서 주로 사용

 

허드슨 PPSh-41 모델건을 전체 빈티지 작업으로 완성한 모습. 지금까지 가장 실물에 근접한 재현도를 가진 명작이다. 안타깝게도 허드슨이 폐업해서 더 이상은 새 제품을 구할 수 없다. 

 필자 제공
허드슨 PPSh-41 모델건을 전체 빈티지 작업으로 완성한 모습. 지금까지 가장 실물에 근접한 재현도를 가진 명작이다. 안타깝게도 허드슨이 폐업해서 더 이상은 새 제품을 구할 수 없다. 필자 제공

제2차 세계대전 중 구소련에서 생산됐으며, 둥그런 드럼 탄창이 특징인, 공산권의 상징과도 같은 기관단총 PPSh-41이 오늘 이야기의 주인공입니다. 필자는 “쏘는 장면보다, 총에 맞아 쓰러지며 던져지는 모습이 더 자주 등장하는 총”이라는 우스갯소리를 하기도 합니다. PPSh는 권총-기계 슈파긴(Pistolet-Pulemyot Shpagina)의 약자로 ‘슈파긴이 설계한 기관단총’ 정도로 해석하면 됩니다. PPSh는 러시아어 발음이 비슷한 ‘파파샤(아빠)’라는 별명을 갖고 있으며, 국내 총기 마니아들 사이에서는 이 명칭이 더 널리 알려져 있습니다. PPSh-41은 6·25전쟁 당시 북한군이 사용하면서 우리에게는 ‘괴뢰군의 따발총’이라는 그리 달갑지 않은 역사적 기억으로 남아 있습니다.

왼쪽부터 PPSh-41 데닉스 더미건, 허드슨 모델건, 킹암스 전동건. 데닉스 제품은 전체 강도를 위해서 탄피배출구가 상대적으로 작지만 몸체가 일체형인 점이 장점이고, 허드슨 제품은 고증에 충실하지만 총의 상부가 절반으로 나뉘어 있는 것이 단점이다. 전동건은 내부 부품들이 보여 외관상 안타깝다.  필자 제공
왼쪽부터 PPSh-41 데닉스 더미건, 허드슨 모델건, 킹암스 전동건. 데닉스 제품은 전체 강도를 위해서 탄피배출구가 상대적으로 작지만 몸체가 일체형인 점이 장점이고, 허드슨 제품은 고증에 충실하지만 총의 상부가 절반으로 나뉘어 있는 것이 단점이다. 전동건은 내부 부품들이 보여 외관상 안타깝다. 필자 제공


‘따발총’으로 알려진 적성 무기

소련은 지난번에 소개한 AK 소총과 같이 단순하면서 신뢰도가 높은 총을 선호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이는 날씨와 관련이 있지 않을까 생각됩니다.

추운 계절이 유독 긴 러시아 지역의 특성상 습기와 빙결에 강한 총이 필요했기 때문에, 정밀도를 조금 포기하더라도 작동성에 중점을 두는 설계들이 많지 않았을까요.

PPSh-41은 제1차 세계대전 당시 독일군의 기관단총 MP18을 복제한 PPD-34를 시작으로 단순화 및 신뢰도 향상을 위한 개량과 발전을 통해 탄생했습니다. 2차 대전 독-소 전선에서는 볼트액션의 kar98k 소총이 주력이었던 독일군도 PPSh-41을 노획하면 즐겨 사용할 정도로 인기가 높았습니다.

독일군이 노획한 PPSh-41을 다수 사용하면서 전선에서는 이와 같은 총기에 대한 요구가 늘어났습니다. 이에 독일은 PPSh-41의 사용 탄환을 9×19㎜로 변경해 복제 생산한 총기를 MP41(r)이라는 제식 명칭까지 부여해 보급했다는 특이한 이력도 있습니다.

독일에서 기초 설계하고 소련에서 발전시킨 뒤, 독일과 소련 양국이 함께 사용한 셈입니다. 물론 독일은 MP40과 MP44 같은 명총이 있었지만, 높은 생산성과 낮은 생산단가로 보급 가능한 MP41(r)의 효용성에 비할 수 없었을 겁니다.

PPSh-41은 2차 대전과 6·25전쟁에서 주로 사용됐습니다. 중공군 수뇌부는 탄 소비가 많은 이런 기관단총을 선호하지 않아 의외로 많이 쓰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소련으로부터 받은 PPSh-41을 북한이 49식 보총이라 명명하고 제식으로 생산해 사용하게 되는데, 당시 북한의 공업력이 낮아 품질은 상당히 조악했던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이런 배경에 따라 PPSh-41은 독소(獨蘇) 전쟁영화에 등장하는 건 당연하고, 우리나라의 반공영화나 6·25전쟁을 다루는 영화에도 적성 무기로 빠지지 않고 등장합니다.

당연할 수도 있지만, 국내에선 북한군의 총기들이 유독 인기가 없었습니다. 하지만 최근 선호도가 바뀌고 있는데, 그 중심에 게임들이 있습니다. 아마도 게임 중 노획하는 적성화기로, 막강한 화력을 지닌 것으로 묘사되어 그런 것이 아닐까 싶습니다.


공산권 총기 인기 없어 제품 적어

과거 총기 마니아들 사이에서 2차 대전 화기 중에는 단연 독일 무기류의 인기가 높았습니다. 1998년 영화 ‘라이언 일병 구하기’ 개봉 이후에는 미군 장비의 인기가 올랐습니다.

상대적으로 공산권 무기는 관심 밖이었기 때문에 PPSh-41은 허드슨사의 모델건 외에는 에어소프트건으로 발매되지 않았습니다.

그러다 대만과 홍콩 등의 에어소프트건 제조 기술이 발전한 2000년대부터 PPSh-41 모형 총기의 제품화가 이뤄지기 시작합니다. 필자가 처음 접한 제품은 스노우울프사의 전동건으로, 필자도 잠시 소장했었습니다. 외피의 상당 부분이 금속이어서 만족감이 있었으나, 전체적으로 뚱뚱하고 탄창이 실제보다 상당히 하단에 결합된다는 점이 눈에 거슬렸습니다. 전동건의 한계인 챔버의 형상으로 인해 높이 확보가 안 된 탓입니다.

스노우울프 제품이 단종된 후 S&T, 아레스, 메트릭스 등 여러 제조사가 PPSh-41을 지속 발매했지만 사실상 스노우울프와 거의 동일한 제품이었습니다. 중국의 한 공장에 있는 금형을 가지고 OEM 방식으로 여러 제조사들이 한 번씩 한정 수량을 생산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하지만 각 제조사가 발매할 때마다 제품이 조금씩 개량됐다는 것 또한 알 수 있습니다. 초기에는 드럼 탄창만 들어 있던 제품에 막대형 탄창이 추가되고, 다음 메이커는 플라스틱에서 실제 목재로 개머리판을 변경했으며, 그다음 제조사는 블로우백 시스템을 추가하는 등 소소히 발전해 왔다는 것에 나름의 의미가 있습니다.

모델건으론 유일했던 허드슨이 폐업한 후 변변한 제품이 없다가, 스페인의 데닉스사가 PPSh-41을 발매했습니다. 기능 면에선 조악한 수준이지만 전체적인 프로포션(비율)은 좋은 편입니다. 아연합금 재질로 내구성이 약할 듯하지만, 경도가 높고 질이 좋아서 블루잉 작업을 거치면 상당히 만족스러운 결과물이 나오기 때문에 필자도 선호하는 모델입니다.

필자는 데닉스 제품과 허드슨 모델건을 소장하고 있는데, 허드슨 제품은 워낙 연식이 오래되다 보니 이제는 일본의 중고제품 중에서 상태 좋은 물건을 찾기가 점점 어려워지고 있습니다. 재질이 약한 데다 오래되다 보니 작은 충격에도 부서지기 쉽고, 현지에서 상태가 좋은 중고 제품을 구입해도 배송 과정의 스트레스를 이기지 못하고 부서지는 것을 여러 차례 겪었습니다. 제품의 라이센스가 CAW사로 넘어간 후 약한 몸통을 보완한 테스트 샘플용 알루미늄 보디를 구할 기회를 얻어 부품 교환 후 소장하고 있습니다. 현재로선 CAW에서 PPSh-41 발매 계획이 없다고 하니, 샘플을 얻은 건 행운이라 할 수 있겠습니다. 언젠가 대만에서 가스식으로 완벽한 제품을 발매해주길 기대해봅니다.



필자 최민성은 경력 25년의 모형제작 전문가이자 전시모형 전문 업체 모델링맥스 대표로 모형총기 커스텀 작품 활동과 에어소프트건의 대중화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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