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전쟁의 가장 큰 특징 중 하나는 바로 다양한 대전차무기의 대량 사용과 ‘전차 무용론’이 대두할 정도로 전황에 미치고 있는 영향이다.
지난 16일 기준, 미국과 영국, 노르웨이, 스웨덴, 독일 등의 국가에서 우크라이나에 지원한 각종 대전차무기는 1만 발이 넘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미국이 제공한 FGM-148 재블린(Javelin) 대전차미사일과 영국이 제공한 차세대 경량 대전차무기(Next generation Light Anti-tank Weapon, 이하 NLAW), 그리고 RPG-7과 PZF-3(Panzerfaust 3) 대전차로켓이 있다.
우크라이나의 성자, FGM-148
현재 우크라이나군이 운용 중인 다양한 대전차무기 중에서도 단연 돋보이는 무기가 있다. 우크라이나 결사 항전의 상징이자 우크라이나 국민 사이에서 성자 재블린(Saint Javelin)으로 불리는 재블린 대전차미사일이다. 러시아의 무력 침공 초기, 주요 도로를 이용해 진격하는 러시아군의 기동을 차단하고 피해를 누적시키는 데 큰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로 전쟁 초기 우크라이나 국방부는 약 300발의 재블린으로 최소 280대 이상의 러시아군 기갑차량을 파괴했다고 SNS를 통해 선전하기도 했다. 우크라이나가 2018년부터 조준기 37대와 미사일 210발을 처음 미국에서 인수한 이후 2020년 추가로 조준기 10대와 미사일 150발을 거의 모두 소진한 결과다. 참고로 미국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조준기 377대와 미사일 2600발을 지원했으며 재블린 미사일 2000발을 추가 지원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한편 우크라이나 정보부는 열세에 놓인 우크라이나군의 전황을 극복하기 위한 수단 중 하나로 재블린의 활약을 적극적으로 활용했다. 우크라이나 국민도 이에 호응해 2월 말, 우크라이나 키이우 주(州) 상징 문장인 마리아 막달레나 성화와 재블린을 조합한 성자 재블린 인터넷 밈(Internet meme)까지 등장했다. 현재 성자 재블린은 우크라이나 저항의 상징으로 활용되고 있으며 다양한 파생상품까지 판매되고 있다. 이들 상품의 판매금액은 우크라이나 구호에 사용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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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블린의 가장 큰 특징은 조준 발사 후 알아서 미사일이 표적을 타격하는 ‘발사 후 망각(Fire and Forget)’ 방식이며 사정거리는 2.5㎞(초기형)에서 4.8㎞(후기형)에 최대 800㎜의 장갑 관통력을 갖추고 있다. 사출모터에서 발생한 가스압력으로 미사일을 발사관 2~5m 앞으로 밀어낸 이후 점화되기 때문에 사수의 노출을 최소화할 수 있으며 표적에 따라 상부를 공격할 수 있다. 다만 8만 달러(약 1억 원) 내외의 높은 가격과 1분 이상 소요되는 복잡한 장전과 조준 과정은 약점으로 지적되고 있다.
대전차무기 운영도 하이(High)-로(Low) 믹스
이번 전쟁에서 우크라이나군이 보여준 대전차 공격작전의 특징은 다양한 병력에 의한 대전차무기의 혼합 운용으로 요약할 수 있다. 특수부대, 2인 1조로 구성된 전차 공격조, 경찰특공대와 일반 보병, 심지어 시민군까지 유기적으로 서로 협력하며 사방에서 러시아군을 공격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소수 정예로 전장을 넘나드는 특수부대는 작전 구역 내에서 자유롭게 표적을 선정해 재블린과 NLAW 같은 고가의 대전차무기로 원거리 공격 임무를 수행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만약 필요하다면 작전지역 내 지상군 혹은 경찰 등과 협력해 매복 혹은 기습공격을 감행하며 이때는 재블린과 NLAW의 사용은 최소화하고 RPG-7을 적극적으로 활용해 전과를 극대화하고 있다.
방어 및 지연전을 펼치고 있는 우크라이나군 보병부대의 경우 방어지역의 특성과 대전차무기의 사정거리 등을 고려해 소수의 전차 공격조를 광범위하게 배치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특히 거미줄 같은 방어선을 구축한 뒤 근거리 공격은 다수의 RPG-7으로, 원거리 공격은 소수의 NLAW 혹은 재블린으로 사격과 이동을 반복하는 것이 특징이다.
이와는 별도로 급조폭발물(IED)과 RPG-7으로 무장한 매복 공격조를 주요 거점 곳곳에 배치해 도로를 따라 기동하는 러시아군 측면을 근거리에서 공격하기도 한다. 물론 대전차무기로 공격에 나서는 우크라이나군의 피해도 상상을 초월하는 수준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전차무기를 활용한 우크라이나군의 공격은 계속되고 있다.
급변하는 미래 전장서 전차의 존재가치는?
지난 17일 기준, 러시아군의 피해는 전차 444대, 기갑차량 1435대, 차량 854대, 다연장로켓포 72대 등이다. 러시아군의 대대전술단(BTG·Battalion Tactical Group) 편제에 대입하면 약 44개 전차중대, 약 143개 기계화보병 중대가 무력화된 것으로 분석할 수 있다. 전투력지수나 재편성 비율 등을 적용하면 최대 88개에서 최소 60개 내외의 BTG가 전열에서 제외된 것이다.
이런 놀라운 전과는 각종 대전차무기를 사용한 우크라이나군 장병의 결사 항전과 헌신적 희생이 있었기에 가능한 것이었다. 과거 한 명의 저격수가 보병부대의 진격을 저지했다면 지금 우크라이나에서는 한 명의 보병이 대전차무기를 사용해 러시아군 기계화부대의 진격을 저지하고 있는 것이다.
일부에서는 이러한 상황을 근거로 전차 무용론을 주장하고 있다. 현재의 대전차무기 발전 추세를 고려할 때 미래 전장에서 전차와 같은 중장갑 차량은 무용지물이 될 가능성이 크다는 주장이다.
하지만 그 반대 주장 역시 팽팽히 맞서고 있다. 전차는 나름의 목적과 존재 가치가 있으며 적절한 성능 개량과 대전차무기에 대한 대응을 통해 21세기 미래 전장에서도 그 위력을 계속 발휘할 수 있다는 논리다. 이러한 주장의 옳고 그름을 따지기에 앞서 한 가지 확실한 것은, 현재의 기준과 상식으로는 급변하는 미래 전장에서 승리는 물론 생존조차도 보장하기 어렵다는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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