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유형 나왔다고 다른 특징 없는 것 아냐…회자되는 궁합표 전혀 근거 없어

Q 요즘 MBTI 많이 보잖아요. 저는 ‘엔프피(ENFP)’인데 제가 좋아하는 사람은 ‘잇티제(ISTJ)’예요. MBTI 궁합표에 최악의 궁합으로 나오더라고요. 똑같은 글자 하나 없이 정반대라 정말 안 맞을 거 같기도 하고요. 혹시 이걸 극복할 방법이 있나요? 엔프피가 잇티제를 사귀는 방법이 있을까요?


A 먼저 정반대로 보이는 두 유형의 궁합(?) 사례를 말씀드리자면 ENFP와 ISTJ 부부를 매우 많이 알고 있습니다. 서로 달라서 끌리고, 토닥일 때도 있지만 참 다른 매력에 여전히 끌려 하며 잘 살고 계십니다. 그러니 궁합표에 나온 이야기는 괘념치 마시길.

말이 나온 김에 MBTI 궁합에 대해 TMI(Too Much Information)를 포함한 이야기를 드릴까 합니다. 최근 유행 중인 MBTI는 온라인에서 무료로 해 보는 심리테스트로 인기를 얻고 있는데요. 실은 저작권이 있는 유료 검사이고, MBTI 검사를 시행할 수 있는 것도 특정한 교육을 받고 자격증을 취득한 사람만 할 수 있답니다. 게임 레벨업해야 쓸 수 있는 스킬이 개방되듯 각 과정을 이수해야 MBTI 일반검사, 심화검사, 아동검사 등을 시행할 수 있는 자격을 얻게 됩니다. 전 과정을 이수하면 MBTI 일반강사 자격증을 얻게 됩니다. 저도 이 자격증이 있는데요. 마지막 과정을 마칠 때면 선서를 합니다. MBTI를 함부로 쓰지 않겠다고요.

MBTI를 함부로 쓴다는 것은 첫째, MBTI를 능력치로 오해하는 것입니다. MBTI는 사격하실 때 주시안(주로 사용하는 눈)을 알아보는 것처럼 성격을 드러낼 때 어떤 것을 편하게 쓰는지를 보는 검사입니다. 그래서 검사를 할 때도 “MBTI 검사는 여러분의 능력이나 역량을 알아보는 게 아니에요. 사과와 배 중 뭘 좋아하는지 알아보듯 무엇을 더 좋아하는지, 덜 싫어하는지 선호를 알아보는 검사예요”라고 안내드립니다. 따라서 무슨 유형이 나왔다고 어떤 능력이 더 있거나 없는 것은 아니에요. 그걸 더 좋아한다는 것뿐이죠. 예를 들어 J형이 나왔으면 계획을 잘 세운다가 아니라 계획 세우는 것을 좋아한다고 해석해야 합니다. P형도 계획을 잘 세울 수는 있어요. 굳이 계획 세우는 것을 좋아하지 않을 뿐이죠. 좋아하면 더 잘할 가능성은 있지만, 좋아한다고 꼭 잘하는 것은 아닙니다.

둘째, MBTI로 궁합을 맞추는 것입니다. MBTI에 대한 책과 연구가 많지만 궁합은 없어요. MBTI 궁합표라고 회자되는 그 표는 근거가 전혀 없습니다. MBTI는 선호검사이기 때문에 E가 나왔으면 새로운 사람을 만나는 것도 좋아한다는 것이지, I처럼 친구를 깊이 사귀는 것은 싫어한다는 뜻이 아닙니다. 어느 유형이 나왔다고 다른 특징은 전혀 없거나 싫어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유형 간에 편 가르기나 궁합 맞추기는 부적절해요.

MBTI가 추구하는 궁극의 목적은 성격의 양손잡이가 되는 거예요. 검사를 통해 성격의 왼손잡이, 오른손잡이를 파악했으면 어떤 점을 보완해야 하는지 자아 성찰을 해서 둘 다 잘 쓰는 사람이 되는 게 좋다고 보는 것입니다. ENFP가 나오셨다면 ISTJ 같은 측면도 좋아하고 잘 쓸 수 있게 되면 최고인 거죠. 더불어 이 검사는 타인을 이해할 때 “틀려” 말고 “달라”로 이해할 때 쓰시길 바라면서 만들어졌고요. 핫하고 재미난 MBTI를 좀 더 멋지게 활용하시길 기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