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빈티지 만화 같은 분위기로
이색 경험 제공하는 카페 노티드
미래 키워드 세계관 구축한 테슬라
고객 생산 콘텐츠로 성장한 무신사…
자기만의 서사로 소비자 팬덤 형성
내러티브를 통해 고객이 어떤 회사나 브랜드와 사랑에 빠지게 할 수 있다면, 포화된 시장에서도 합리적인 수준을 뛰어넘는 부가가치를 형성할 수 있다. 사진은 애플 신제품을 구입하기 위해 매장이 열리기를 기다리는 소비자들.
우선 비즈니스 영역에서 소비자가 공감할 수 있는 내러티브를 만들기 위해서는 감성과 상징에 어필하는 ‘뮈토스(mythos·이성과 진리의 언어인 로고스와 달리 아득한 과거에 대한 집단적 기억을 전해 주는 신화의 언어)’를 발휘해야 한다. 글로벌 가구 업체 이케아는 ‘많은 사람을 위한 더 좋은 생활을 만든다’라는 감성 비전을 고수하고 있다. 이케아는 가치 지향적이며, 정량적인 부분보다는 정성적인 부분에 집중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또 요즘 국내에서 줄 서서 먹는 도넛과 미국 빈티지 만화 같은 분위기로 유명한 카페 ‘노티드’도 감성 내러티브에 주력하고 있다. 실제로 이들은 가구 혹은 음식만 판매하는 게 아니라 감정을 바탕으로 팬덤을 만들고자 마케팅을 한다. 모두 젊고 힙한 감성을 지닌 브랜드의 감각을 살려 소비자들에게 이색적인 경험을 제공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다음으로 내러티브 전략에는 일관성이 필요하다. 예를 들어, 주식시장에서 주가의 적정성을 평가하기 위해 자주 사용하는 지표가 주가수익률(PER·Price Earning Ratio)이다. 주가를 주당순이익으로 나눠 기업 이익에 비해 현재의 주가 수준이 어느 정도인지를 보여주는 지표다. 우리나라 코스피 PER은 11~12배 정도이며, 통상 12배보다 낮으면 저평가, 그 이상이면 고평가로 본다. 그런데 PER과 같은 전통적 지표로는 전혀 설명되지 않는 기업이 속출하고 있다. 대표적인 기업이 미국의 전기자동차 회사 ‘테슬라’다. 테슬라는 PER이 거의 1000배에 달한다. 이 회사가 버는 1년 동안의 순이익을 거의 1000년간 모아야 회사를 통째로 살 수 있다는 뜻이다.
테슬라는 단순히 “세계 최고의 전기차를 만들겠다”는 이야기 하나를 들려준 것이 아니었다. 영화 ‘아이언맨’의 롤모델로도 유명한 최고경영자 일론 머스크는 단순한 전기차를 넘어, 완전 자율주행자동차의 비전을 제시한다. 또 교통 체증 해소를 위한 대도심 지하 터널 구축 프로젝트인 ‘보링컴퍼니’ 등 미래라는 키워드를 꾸준하게 제시하며, 테슬라만의 세계관을 구축했다.
여기서 중요한 점은 커뮤니케이션이 일관돼야 한다는 것이다. 내러티브 전략에는 ‘표준화’라는 개념이 있는데 이는 두서없이 나열된 사건들에 서사적 일관성과 연속성을 부여하는 작업을 뜻한다. 표준화가 잘된 내러티브는 서사성이 뚜렷하게 형성되며 이를 통해 설득력과 타당성이 강화된다.
마지막으로 내러티브 전략을 위해서는 고객 공동체가 함께 만들어가야 한다는 점이다. 예를 들어, 1조 원의 가치를 지닌 유니콘 기업으로 등극한 무신사는 고객들이 스스로 생산하는 콘텐츠 자체에 집중한다. 원래 ‘무진장 신발 사진이 많은 곳’이라는 동호회 커뮤니티에서 시작된 기업답게 지금의 무신사 스토어랭킹은 운영진조차도 관여할 수 없으며 팬들에 의해 자생적으로 만들어진다. 이로 인해 무신사에는 더 많은 회원이 모여들고, 더 오래 머물게 된다. 유저들에 의해 만들어지는 콘텐츠는 판매와 직결되는 힘을 가진다. 공동체가 스스로 만들어내는 콘텐츠를 기반으로 브랜드 정체성을 만드는 것이다.
내러티브를 통해 고객이 어떤 회사나 브랜드와 사랑에 빠지게 할 수 있다면, 그 기업으로서는 더 바랄 나위가 없을 것이다. 사실 모든 마케팅은 하나의 구애다. 궁극적으로 ‘컬트 브랜드’로서 열정적 고객들이 집단적으로 헌신하는 수준까지 도달할 수 있다. 컬트 브랜드에 대한 소비자의 애정은 합리적 수준을 뛰어넘는다. 포화된 시장에서도 숭배적 부가가치를 형성한다. 애플의 신제품이 출시될 때마다 밤새워 줄을 서서 기다리는 수천 명의 광적인 소비자들은 마치 공항 게이트 앞에서 인기 연예인이 나오기를 오매불망 기다리는 팬들과도 같다.
정치 영역에서도 내러티브를 잘 구사하는 지도자는 대중의 마음을 단번에 사로잡는다. 히틀러 같은 극악무도한 독재자부터 오바마 전 대통령처럼 존경받는 정치 지도자까지, 모두 내러티브를 매우 효과적으로 구사한 정치인이다. 효과적인 정치 내러티브가 되기 위해서는 내러티브를 담은 슬로건을 활용하기도 하지만, 종종 이항대립적 네거티브 전략도 사용된다. 대통령 선거에 이어 지방자치단체 지도자를 연이어 뽑는 올해는 ‘내러티브 전쟁’이 극대화할 것이다.
인류가 처음 겪어보는 전염병 코로나 팬데믹을 맞으며 가짜 내러티브의 확산도 우려되며, 수많은 정보 속에서 진짜와 가짜 정보를 구분하는 것이 점점 힘들어지고 있다. 결국 이를 걸러줄 수 있는 장치를 보완하거나, 가짜 내러티브를 가려낼 수 있는 눈을 길러야 한다. 정보를 주체적으로 해석하고 비판적으로 수용하는 미디어 리터러시(media literacy)가 더욱 중요해지고 있다. 2022년을 새로운 도약의 원년으로 삼고자 하는 사람이라면, 반드시 스스로에게 물어야 할 것이다. “나만의 내러티브는 무엇인가?”
서사(narrative)는 힘이 세다. 강력한 서사(敍事), 즉 내러티브를 갖추는 순간, 당장은 매출이 보잘것없는 회사의 주식도 천정부지로 값이 오를 수 있다. 브랜딩이나 정치의 영역에서도 자기만의 서사를 내놓을 때 단박에 대중의 강력한 주목을 받는다. 내러티브는 단순히 이야기(story)와는 다르다. 이야기가 사건(event) 자체를 전달하는 것에 초점을 둔다면, 내러티브는 발화의 주체가 창의성을 가지고 자기만의 방식으로 서술하는 것에 방점을 찍는다. 이야기가 표현된 내용 자체라면, 내러티브는 내용을 담는 형식이다.
구조적 맥락과 전략적 플롯을 가진 하나의 세계관으로서의 내러티브가 강력한 자본이 될 수 있다. 브랜드가 설정한 배경으로, 팬덤과 애착이 형성된다. 동조와 감화 혹은 공감을 통해 후광효과를 만들어 헤리티지를 만들어낸다. 이렇듯 기술 기반의 나노사회에서 생존을 위한 개인 혹은 기업의 새로운 자산이 될 수 있는 것이 무엇일까에 대한 고민의 답은 바로 내러티브다.
필자 이수진은 서울대학교 소비자학 학·석·박사 학위를 취득하고 서울대 소비트렌드분석센터 연구위원으로 소비문화 과목을 강의하고 있다. 저서로는 『트렌드 코리아』 시리즈가 있다.
미국 빈티지 만화 같은 분위기로
이색 경험 제공하는 카페 노티드
미래 키워드 세계관 구축한 테슬라
고객 생산 콘텐츠로 성장한 무신사…
자기만의 서사로 소비자 팬덤 형성
내러티브를 통해 고객이 어떤 회사나 브랜드와 사랑에 빠지게 할 수 있다면, 포화된 시장에서도 합리적인 수준을 뛰어넘는 부가가치를 형성할 수 있다. 사진은 애플 신제품을 구입하기 위해 매장이 열리기를 기다리는 소비자들.
우선 비즈니스 영역에서 소비자가 공감할 수 있는 내러티브를 만들기 위해서는 감성과 상징에 어필하는 ‘뮈토스(mythos·이성과 진리의 언어인 로고스와 달리 아득한 과거에 대한 집단적 기억을 전해 주는 신화의 언어)’를 발휘해야 한다. 글로벌 가구 업체 이케아는 ‘많은 사람을 위한 더 좋은 생활을 만든다’라는 감성 비전을 고수하고 있다. 이케아는 가치 지향적이며, 정량적인 부분보다는 정성적인 부분에 집중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또 요즘 국내에서 줄 서서 먹는 도넛과 미국 빈티지 만화 같은 분위기로 유명한 카페 ‘노티드’도 감성 내러티브에 주력하고 있다. 실제로 이들은 가구 혹은 음식만 판매하는 게 아니라 감정을 바탕으로 팬덤을 만들고자 마케팅을 한다. 모두 젊고 힙한 감성을 지닌 브랜드의 감각을 살려 소비자들에게 이색적인 경험을 제공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다음으로 내러티브 전략에는 일관성이 필요하다. 예를 들어, 주식시장에서 주가의 적정성을 평가하기 위해 자주 사용하는 지표가 주가수익률(PER·Price Earning Ratio)이다. 주가를 주당순이익으로 나눠 기업 이익에 비해 현재의 주가 수준이 어느 정도인지를 보여주는 지표다. 우리나라 코스피 PER은 11~12배 정도이며, 통상 12배보다 낮으면 저평가, 그 이상이면 고평가로 본다. 그런데 PER과 같은 전통적 지표로는 전혀 설명되지 않는 기업이 속출하고 있다. 대표적인 기업이 미국의 전기자동차 회사 ‘테슬라’다. 테슬라는 PER이 거의 1000배에 달한다. 이 회사가 버는 1년 동안의 순이익을 거의 1000년간 모아야 회사를 통째로 살 수 있다는 뜻이다.
테슬라는 단순히 “세계 최고의 전기차를 만들겠다”는 이야기 하나를 들려준 것이 아니었다. 영화 ‘아이언맨’의 롤모델로도 유명한 최고경영자 일론 머스크는 단순한 전기차를 넘어, 완전 자율주행자동차의 비전을 제시한다. 또 교통 체증 해소를 위한 대도심 지하 터널 구축 프로젝트인 ‘보링컴퍼니’ 등 미래라는 키워드를 꾸준하게 제시하며, 테슬라만의 세계관을 구축했다.
여기서 중요한 점은 커뮤니케이션이 일관돼야 한다는 것이다. 내러티브 전략에는 ‘표준화’라는 개념이 있는데 이는 두서없이 나열된 사건들에 서사적 일관성과 연속성을 부여하는 작업을 뜻한다. 표준화가 잘된 내러티브는 서사성이 뚜렷하게 형성되며 이를 통해 설득력과 타당성이 강화된다.
마지막으로 내러티브 전략을 위해서는 고객 공동체가 함께 만들어가야 한다는 점이다. 예를 들어, 1조 원의 가치를 지닌 유니콘 기업으로 등극한 무신사는 고객들이 스스로 생산하는 콘텐츠 자체에 집중한다. 원래 ‘무진장 신발 사진이 많은 곳’이라는 동호회 커뮤니티에서 시작된 기업답게 지금의 무신사 스토어랭킹은 운영진조차도 관여할 수 없으며 팬들에 의해 자생적으로 만들어진다. 이로 인해 무신사에는 더 많은 회원이 모여들고, 더 오래 머물게 된다. 유저들에 의해 만들어지는 콘텐츠는 판매와 직결되는 힘을 가진다. 공동체가 스스로 만들어내는 콘텐츠를 기반으로 브랜드 정체성을 만드는 것이다.
내러티브를 통해 고객이 어떤 회사나 브랜드와 사랑에 빠지게 할 수 있다면, 그 기업으로서는 더 바랄 나위가 없을 것이다. 사실 모든 마케팅은 하나의 구애다. 궁극적으로 ‘컬트 브랜드’로서 열정적 고객들이 집단적으로 헌신하는 수준까지 도달할 수 있다. 컬트 브랜드에 대한 소비자의 애정은 합리적 수준을 뛰어넘는다. 포화된 시장에서도 숭배적 부가가치를 형성한다. 애플의 신제품이 출시될 때마다 밤새워 줄을 서서 기다리는 수천 명의 광적인 소비자들은 마치 공항 게이트 앞에서 인기 연예인이 나오기를 오매불망 기다리는 팬들과도 같다.
정치 영역에서도 내러티브를 잘 구사하는 지도자는 대중의 마음을 단번에 사로잡는다. 히틀러 같은 극악무도한 독재자부터 오바마 전 대통령처럼 존경받는 정치 지도자까지, 모두 내러티브를 매우 효과적으로 구사한 정치인이다. 효과적인 정치 내러티브가 되기 위해서는 내러티브를 담은 슬로건을 활용하기도 하지만, 종종 이항대립적 네거티브 전략도 사용된다. 대통령 선거에 이어 지방자치단체 지도자를 연이어 뽑는 올해는 ‘내러티브 전쟁’이 극대화할 것이다.
인류가 처음 겪어보는 전염병 코로나 팬데믹을 맞으며 가짜 내러티브의 확산도 우려되며, 수많은 정보 속에서 진짜와 가짜 정보를 구분하는 것이 점점 힘들어지고 있다. 결국 이를 걸러줄 수 있는 장치를 보완하거나, 가짜 내러티브를 가려낼 수 있는 눈을 길러야 한다. 정보를 주체적으로 해석하고 비판적으로 수용하는 미디어 리터러시(media literacy)가 더욱 중요해지고 있다. 2022년을 새로운 도약의 원년으로 삼고자 하는 사람이라면, 반드시 스스로에게 물어야 할 것이다. “나만의 내러티브는 무엇인가?”
서사(narrative)는 힘이 세다. 강력한 서사(敍事), 즉 내러티브를 갖추는 순간, 당장은 매출이 보잘것없는 회사의 주식도 천정부지로 값이 오를 수 있다. 브랜딩이나 정치의 영역에서도 자기만의 서사를 내놓을 때 단박에 대중의 강력한 주목을 받는다. 내러티브는 단순히 이야기(story)와는 다르다. 이야기가 사건(event) 자체를 전달하는 것에 초점을 둔다면, 내러티브는 발화의 주체가 창의성을 가지고 자기만의 방식으로 서술하는 것에 방점을 찍는다. 이야기가 표현된 내용 자체라면, 내러티브는 내용을 담는 형식이다.
구조적 맥락과 전략적 플롯을 가진 하나의 세계관으로서의 내러티브가 강력한 자본이 될 수 있다. 브랜드가 설정한 배경으로, 팬덤과 애착이 형성된다. 동조와 감화 혹은 공감을 통해 후광효과를 만들어 헤리티지를 만들어낸다. 이렇듯 기술 기반의 나노사회에서 생존을 위한 개인 혹은 기업의 새로운 자산이 될 수 있는 것이 무엇일까에 대한 고민의 답은 바로 내러티브다.
필자 이수진은 서울대학교 소비자학 학·석·박사 학위를 취득하고 서울대 소비트렌드분석센터 연구위원으로 소비문화 과목을 강의하고 있다. 저서로는 『트렌드 코리아』 시리즈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