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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쏭달쏭 군사상식] 항공기에 조류충돌, 얼마나 위험한 것일까?

서현우

입력 2022. 03. 15   16:57
업데이트 2022. 03. 15   16: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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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00g의 작은 새, 항공기와 부딪힐 때 충격은 4톤

 
항공기와 새 충돌 ‘버드 스트라이크’
공기흡입구로 빨려 들어가 기체 손상
대형·인명사고 유발…사전 방지 관건
공포탄 등 쏴 조류퇴치 작전 펼치고
적외선 장비로 조류 이동 감시도

 

공군20전투비행단 운항관제대 장병들이 기지 활주로 주변에서 조류퇴치 작전을 펼치고 있다.
공군20전투비행단 운항관제대 장병들이 기지 활주로 주변에서 조류퇴치 작전을 펼치고 있다.
공군20전투비행단 현동선 군무주무관이 퇴임 전 45년의 군 생활 노하우를 담아 제작한 『공군기지 충돌위험 조수』. 조류충돌 방지를 위해 새들의 습성을 자세히 소개했다.
공군20전투비행단 현동선 군무주무관이 퇴임 전 45년의 군 생활 노하우를 담아 제작한 『공군기지 충돌위험 조수』. 조류충돌 방지를 위해 새들의 습성을 자세히 소개했다.

공군은 최근 “지난 1월 4일 서산기지에 비상착륙한 F-35A 전투기 사고 원인 조사 결과 독수리와의 충돌이 주된 이유로 규명됐다”고 밝혔다. 10㎏에 이르는 대형 조류가 기체 좌측 공기흡입구와 충돌한 뒤 격벽(차단벽)을 뚫고 내부로 빨려 들어간 것이다. 일종의 ‘조류충돌(버드 스트라이크·Bird Strike)’이었다. 이때 F-35A는 조종간과 엔진 외에 모든 장비가 작동하지 않았다. 정상적인 착륙에 필요한 랜딩기어도 말을 듣지 않았다. 비상탈출 및 민가 피해방지 차원에서 해안을 따라 비행했고, 동체 착륙을 시도하고자 연료를 최대한 소모했다. 지면과의 충격·마찰로 인한 화재 발생을 막기 위해서였다. 절체절명의 순간이었다. 하지만 조종사와 지상 인력의 유기적인 대응, 뛰어난 대처능력으로 큰 사고 없이 위기를 극복했다. 기적 같은 일이었다. 도대체 조류충돌은 얼마나 위험하길래 항공기를 떨어트리는 것일까? 또 이를 막는 방법은 없는 걸까?

서현우 기자/사진=부대 제공

당시 F-35A 전투기는 시속 900㎞의 속도로 저고도 항법 비행 중이었다. 기체 중량은 약 20톤이었다. 10㎏의 조류와 부딪히면서 받은 충격량은 약 30톤에 달했다는 것이 공군의 설명이다. 충돌로 인해 기체는 착륙장치 연결기관과 전원 공급배선 등이 다발적으로 파손됐다. 특히 조종·항법계통에 중대한 결함을 일으켰다. 자칫 대형 인명피해로 이어질 수도 있었다.

항공기와 새가 충돌하는 버드 스트라이크는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다수 발생한다. 종종 대형·인명사고로도 이어지는데 충돌 원인이 되는 조류는 의외로 크기가 작은 편이다.

환경부 국립생물자원관이 2009년부터 2021년 6월까지 국내 11곳의 민간공항과 군 비행장에서 수거된 약 350건의 조류충돌 잔해를 유전자(DNA) 분석한 결과 조류 종류는 116종이었다. 종다리(10.86%), 멧비둘기(5.92%), 제비(5.26%), 황조롱이(3.62%), 힝둥새(2.96%) 순으로 많았다. 대체로 작은 새들이다. 육중한 독수리가 전투기와 충돌한 이번 일이 이례적으로 분류되는 이유다.

일반적인 항공기는 시속 300㎞ 안팎에서 이착륙한다. 이때 0.9㎏의 철새와 충돌하면 4톤 이상의 충격이 발생한다. 특히 많은 양의 공기를 빨아들이는 공기흡입구로 빨려 들어가면 기체 내부가 손상돼 조종을 불가능하게 만든다.

2020년 5월에는 캐나다 공군 특수비행팀 스노버즈(Snow Birds)의 항공기 한 대가 조류충돌로 추락했다. 비행 중 공기흡입구에 작은 새 한 마리가 들어갔고, 엔진이 멈추면서 기체가 추락해 조종사 1명이 사망했다. 그보다 앞서 1995년 9월에는 알래스카 상공에서 미 공군 조기경보기가 기러기 떼와 충돌해 엔진 이상을 일으켰고, 탑승자 전원이 사망하기도 했다.

전문가들은 조류충돌 원인을 새들의 특성에서 찾는다. 새들은 자신의 경계 범위를 약 30m로 보고, 이 거리를 넘어와야 비로소 도망치는 습성이 있다는 설명이다. 항공기가 빠른 속도로 다가오더라도 피하지 않다가 부딪히는 것. 또 비행장 주변은 새들이 서식하기 유리한 환경인 데다 낮은 고도에서 항공기 이착륙이 이뤄진다는 점도 충돌 발생의 원인으로 꼽는다.

우리 공군은 이 같은 상황을 사전 방지하는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한 번의 작은 조류충돌이 큰 피해로 이어지기에 고강도 예방 활동을 펼치고 있다. 대표적인 활동이 조류퇴치 작전이다. 항공기가 뜨고 내리는 과정에서 활주로에 접근하기 전 접지 지점과 부양 지점을 중심으로 조류를 쫓아내는 활동이다.

이 작전에서는 각 비행단에 설치된 조류퇴치반(BAT·Bird Alert Team)이 중요한 역할을 한다. 조류퇴치반 장병들은 활주로 주변 초지를 지속 순찰해 숨어 있는 조류를 내보내고, 공포탄·폭음소음 등으로 새 떼를 쫓아낸다. 활주로 인근 풀숲에 그물망을 설치하거나 습지·늪지·수목을 관리해 먹이사슬을 차단하기도 한다.

또 기초체온이 40도가 넘는 조류의 특성을 반영해 적외선 장비로 이동 상태를 감시한다. 무선조종 대공사격 표적 항공기로 새 떼의 이동 방향을 바꾸기도 한다. 새로운 퇴치법도 시간이 지나면 새들이 적응하기 때문에 또 다른 방안을 계속 강구해야 한다. 조류퇴치반 장병들은 조류충돌을 막는 숨은 조력자인 셈이다.

최근에는 로봇이나 오감을 활용한 방법도 제안되고 있다. LIG넥스원은 세계 최초로 조류퇴치 로봇을 개발했다. 열영상카메라와 인공지능(AI) 기술 등을 활용해 조류를 탐지하고 음향·레이저·섬광 폭음탄 등으로 퇴치하는 무인체계다. 또 조류 및 항공교통 관련 연구원들은 새들의 시각·청각·후각을 종합적으로 자극해 항공기 이동 경로의 접근을 막는 방안도 제안했다.


서현우 기자 < lgiant61@dema.mil.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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