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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 지날수록 돋보이는…

입력 2022. 03. 15   16:48
업데이트 2022. 03. 15   16: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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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3 AK47·AKM 소총

러시아 미하일 칼라시니코프 설계, 쉬운 제작 ‘큰 장점’
대량으로 제작 가능해 세계서 가장 많이 생산된 돌격소총
공산권서 많이 사용…이라크·아프가니스탄 배경영화에 등장

 

필자가 소장 중인 AK 계열 소총 모형총기들. 왼쪽은 대만 GHK사의 가스블로백 AKM, 오른쪽은 일본 허드슨사의 모델건이다. AKM과 AK47은 각각 프레스 공법과 절삭가공으로 제작됐다는 차이가 있다. 

 필자 제공
필자가 소장 중인 AK 계열 소총 모형총기들. 왼쪽은 대만 GHK사의 가스블로백 AKM, 오른쪽은 일본 허드슨사의 모델건이다. AKM과 AK47은 각각 프레스 공법과 절삭가공으로 제작됐다는 차이가 있다. 필자 제공

러시아(구 소련)의 총기설계자 미하일 칼라시니코프(Mikhail Kalashnikov)에 의해 개발된 AK47은 등장한 당시에도 좋은 소총으로 인정받았지만, 오히려 시간이 지날수록 더 많은 인기와 기치를 인정받는 명총입니다.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이 생산된 돌격소총이자, 가장 많은 국가에서 사용 중이라 말해도 반박하는 이는 없을 것입니다.

미국의 M16과 소총의 기준을 양분하는 총이며, 아직까지도 구조적으로 가장 신뢰받고 있습니다. 대부분의 공산권은 물론이고, 북한도 제식으로 사용했습니다. 우리 군도 K2를 설계할 당시 상당히 많은 참고를 하였으니, 한국과의 인연도 깊다 할 수 있겠습니다.

설계자인 칼라시니코프가 이 총 하나로 소련의 국가 영웅으로 칭송받고 많은 훈장을 받았으며 정권이 바뀌면서 여러 차례 계급도 올라 마지막엔 장군으로까지 진급한 이력을 봐도 AK47이 얼마나 대단한 소총이었는지 가늠케 합니다.

AKM(위)과 AK47의 총몸에서 제작 방식의 차이를 확인할 수 있다. 프레스 공법을 사용한 AKM 쪽이 좀 더 얇고 무게도 가볍다. 이와 함께 개머리판의 각도와 소염기 형상 등이 AKM과 AK47의 구별 포인트.  필자 제공
AKM(위)과 AK47의 총몸에서 제작 방식의 차이를 확인할 수 있다. 프레스 공법을 사용한 AKM 쪽이 좀 더 얇고 무게도 가볍다. 이와 함께 개머리판의 각도와 소염기 형상 등이 AKM과 AK47의 구별 포인트. 필자 제공


AKM(위)과 AK47의 소염기 모습. 실총과 구분하기 위해 노란 컬러파트로 제작한 소염기가 각각 다른 모습을 하고 있다.  필자 제공
AKM(위)과 AK47의 소염기 모습. 실총과 구분하기 위해 노란 컬러파트로 제작한 소염기가 각각 다른 모습을 하고 있다. 필자 제공


만들기 쉬워 더욱 인기

우선 가장 큰 장점은 엄청난 신뢰성을 들 수 있을 겁니다. 어떠한 악조건에서도 작동되는 이 총은 당시 미국의 M16이 오염에 취약했던 단점과 비교돼 상대적으로 고평가되었다는 견해도 있습니다. 하지만 좋은 것은 누가 봐도 좋은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두 번째는 대량 생산에 적합한 설계입니다. 신뢰성이 높을수록 제작 난도가 높고 생산성이 떨어질 수도 있지만, 초기 AK47 이후 양산품이라 할 수 있는 AKM은 철판 프레스를 적극적으로 활용해 높은 생산성을 이뤄냈습니다.

하지만 이 정도의 신뢰성과 생산성을 갖춘 총기는 이후에도 심심치 않게 등장했습니다. 무엇보다 AK를 역사상 가장 위대한 총이라고 말할 만한 대단함은, 그 설계가 이뤄낸 ‘쉬운 제작 난도’라고 생각합니다. 좋은 총을 만드는 것도 어려운 일이겠지만 그보다 더 어려운 건, 그런 좋은 총을 누구나 쉽게 만들 수 있게 하는 것이라 생각합니다.

AR 계열이 우수한 총인 건 사실이지만, 다루기 어려운 알루미늄 합금을 사용하고 가공 난도가 높습니다. 이와 달리 AK는 공업기반시설이 조금 떨어져도 제작이 가능해 제3세계 국가에서도 쉽게 만들 수 있고, 대량으로, 무엇보다 값싸게 만들 수 있습니다. 우리에겐 낯선 공산권의 총이지만, 분명 좋은 총임엔 틀림이 없습니다.

AK소총이 인상적으로 등장하는 영화나 매체는 드문 편입니다. 아무래도 수많은 전쟁영화가 서구권에서 제작되고, AK는 상대편 악당들의 총으로 등장하니 주인공이 들고 있는 경우가 별로 없습니다. 하지만 최근 이라크, 아프가니스탄을 배경으로 하는 전쟁영화들이 유행하는 경향이 생겼고, 그중 하나로 ‘모술(mosul 2019)’이 있습니다. 이 영화에는 스와트(SWAT)팀에서 주력으로 사용하는 AK47, AK47s, AKM 등 다양한 AK 시리즈가 등장하는데, 현대적인 광학장비와 액세서리를 달아 실전적인 운용을 보여줍니다.

이 중에서도 팀의 리더인 자렘 경감은 AK47에 도트사이트를 장착하고 개머리판은 측면으로 접히는 옵션을 추가해 사용합니다. 이때 안전장치에 검지와 중지를 동시에 올려 자세를 잡는 모습은, 특히나 안전장치가 무거운 AK의 전술적 사용 고증을 잘 표현한 것으로, 눈에 띕니다.


영화에서는 주로 ‘악당들의 총’

처음 에어소프트 게임에 입문한 1990년대에 일본 마루이사에서 발매된 AK47 전동건을 주력으로 사용했기 때문에, 필자에게 AK는 익숙하고 친근한 모델입니다.

마루이 제품은 총목이 잘 부러지고 재질이 플라스틱이라는 단점을 꼽지만, 파워와 집탄이 좋아 게임에선 상당히 인기가 있었습니다.

지금은 가스블로백(GBB), 전동블로백(EBB), 전동총(AEG) 등의 다양한 작동방식의 제품들이 다수의 메이커에서 수도 없이 출시돼 취향에 맞는 제품을 고르기만 하면 되는 시대가 됐습니다. 그중에서 좋아하는 모델은 대만의 GHK사에서 발매된 GBB 제품입니다.

전체가 실물과 재질이 비슷한 금속이며, 개머리판과 총열 덮개는 실제 목재를 적용해 사실감을 높였습니다. 강한 반동과 튼튼한 재질, 그리고 실물 같은 무게감 등이 돋보입니다.

반면 노리쇠 후퇴 거리가 짧다거나 안전상태에서도 발사가 되는 등의 단점이 있고, 가뜩이나 집탄이 나쁜 가스식 중에서도 유독 나쁜 집탄으로 게이머들에겐 외면받는 신세입니다. 그래도 빈티지 작업 후에는 놀라울 정도의 사실감 표현이 가능해 감상하기엔 더없이 훌륭한 수집가용 제품이 바로 GHK 제품입니다.

대부분 중국에 공장을 둔 대만 제품들이 AK시리즈를 저렴하면서도 높은 품질로 많이 발매하는데, 아무래도 중국의 제식 소총이었던 배경도 한몫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국내에서도 규제가 완화돼 K2와 K2C1 등 다양한 국산 총기가 가스식, 블로백 등의 기능을 갖춘 고품질 모형으로 나와주길 기대해봅니다. 국내 제작사들의 분발을 바라며 오늘의 이야기를 마치겠습니다.


필자 최민성은 경력 25년의 모형제작 전문가이자 전시모형 전문 업체 모델링맥스 대표로 모형총기 커스텀 작품 활동과 에어소프트건의 대중화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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