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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양한 시나리오 갖고 위기 대응 재테크 전략 세워야

입력 2022. 03. 07   16:41
업데이트 2022. 03. 07   16: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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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플레·금리인상론에 요동치는 자산시장

금융시장 불확실성 커지자 금 투자 몰려
변동성 크고 이미 가격 많이 올라 요주의
금리 급인상 시 ‘이자 없는 단점’도 고려

금리 유리한 쪽 대출 갈아타기도 추천
한도 줄어들지 않는지는 꼭 확인해야


집값 조정기 돌입 가능성 조바심 금물
청약 관심 갖되 시세 모니터링도 꾸준히


“멀리 있던 회색 코뿔소(gray rhino)가 바짝 다가오고 있습니다.”

고승범 금융위원장이 신년 경제·금융전문가 간담회에서 “그동안 회색 코뿔소로 비유되던 잠재 위험들이 연초부터 하나둘씩 현실화하고 있다”며 이같이 밝혔습니다.

그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자산매입 축소(테이퍼링) 가속화와 코로나19 팬데믹 상황, 중국 경기둔화, 미·중 갈등 등의 이슈가 올해 한국경제와 금융시장에 막강한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전망했습니다. 최근에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인한 물가 상승과 금융시장 불확실성 확대 등도 우리 경제의 회색 코뿔소 중 한 마리입니다.

여기서 ‘회색 코뿔소’란 위험 징조가 지속해서 나타나 충분히 예상할 수 있음에도 간과하기 쉬운 위험요인을 빗댄 것입니다.

어느 날 갑자기 발생해 예측이나 대비가 어려운 ‘블랙스완(black swan)’과는 좀 다른 의미입니다.

올해는 급격한 인플레이션 조짐이 곳곳에서 포착되고 있습니다. 한국은행은 지난해 8월과 11월, 올해 1월 등 이미 3차례 금리 인상을 단행, 기준금리가 1.25%까지 올랐습니다. 이는 주요 국가 중 가장 빠른 인상 속도입니다.

전 세계 금리에 영향을 미치는 미국 중앙은행의 기준금리는 당초 올 연말께나 인상될 것으로 예상됐지만 오는 15~16일 열리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에서 0.25%포인트 인상이 확실시되는 분위기입니다.

지난 2일(현지시간) 제롬 파월 미 연준 의장은 하원 금융위원회 청문회에서 “인플레이션이 2%를 훨씬 웃돌고 강력한 노동시장으로 인해 우리는 3월 회의에서 연방 금리의 목표 범위를 올리는 게 적절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언급했습니다. 파월 의장은 “나는 0.25%포인트 인상을 지지한다”며 “인플레이션이 지속해서 높은 상태를 유지하면 금리를 더 올리는 등 움직일 준비가 돼 있다”고 밝혔습니다.

미국의 지난해 12월 소비자물가가 7.5%까지 치솟아 40년 이래 최고치를 기록, 긴축 속도가 빨라지고 있다는 판단에 따른 조치로 보입니다. 골드만삭스를 비롯해 주요 투자은행들은 올해 남은 7번의 FOMC 정례회의(3·4·6·7·9·11·12월) 때마다 매번 기준금리 인상이 있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습니다. 미 기준금리 인상의 부작용을 최소화하기 위해 한국은행도 연말에는 1.75%에서 2% 수준으로 기준금리를 인상할 것이라는 전망이 많습니다. 돌진해 오는 회색 코뿔소와 만날 시간이 점점 가까워지고 있다는 의미이기도 합니다.

위기의 가능성이 커지는 시기인 만큼 낙관론과 비관론 등 다양한 시나리오를 갖고 대응하는 재테크 전략이 필요한 때입니다.

안전자산인 금 가격이 상승세인 가운데 서울 종로 한국금거래소에서 직원이 골드바를 보여주고 있다.  사진=이승환 매경닷컴 기자
안전자산인 금 가격이 상승세인 가운데 서울 종로 한국금거래소에서 직원이 골드바를 보여주고 있다. 사진=이승환 매경닷컴 기자
2030 계좌 ‘러시’ 다시 찾는 금 투자
금은 화폐가치의 하락을 뜻하는 인플레이션이 발생해도 쉽게 가치가 떨어지지 않는 장점이 있습니다. 그 자체로 활용처가 적지 않고, 유통량은 한정돼 있기 때문입니다.

이러한 이유 등으로 다시 금(金)을 찾는 소비자가 늘어나고 있습니다. 특히 금융시장에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안전자산(시장이 하락 시에도 가치가 덜 떨어지는 자산)인 금을 미리 사두려는 투자자가 몰리고 있습니다.

요즘은 휴대전화로도 쉽게 금 거래가 가능해 2030세대 젊은 층이 금 투자에 뛰어들고 있다는 설명입니다.

거래소 관계자는 “우크라이나 사태와 주식·가상자산(코인) 급등락 등으로 안전자산의 중요성이 부각돼 금을 귀금속이 아닌 투자 수단으로 인식하는 경향이 확대되고 있다”며 “특히 요즘엔 증권시장에 익숙하고 금 현물을 안전자산으로 인식하는 2030세대 젊은 층까지 가담해 활발한 거래가 이뤄지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골드만삭스는 올해 들어 2월 초까지 금 ETF를 통해 금 매입량이 57톤 늘었고, 연말까지 순매수량은 600톤에 달하는 ‘골드러시’가 발생할 것이라고 예측했습니다.

재테크 전문가들은 “금이 안전자산으로 분류되지만 변동성이 크고, 요즘 많이 오른 경향이 있다”며 “투자 시 전체 포트폴리오에서 10~15% 정도가 적당하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지금까지는 실질금리가 낮은 상태이지만 금리가 급격히 오를 경우 ‘이자가 없는 자산’인 금의 매력도 떨어질 수 있다는 점도 고려해야 한다”고 언급했습니다.

지금은 재테크보다 ‘빚테크’
올해 기준금리가 1.75%까지 오를 것이란 관측이 우세하지만 미국 중앙은행의 금리 인상 속도에 따라 2%까지 인상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오고 있습니다. 따라서 주택담보대출(주담대) 같은 장기대출을 신규로 받을 경우엔 고정금리를 선택하는 편이 유리합니다. 혼합형 주담대는 5년간 고정금리를 적용한 뒤 변동금리로 바뀌고, 변동형은 대개 6개월이나 1년 단위로 변합니다.

이미 주담대를 받은 사람이라도 같은 은행 대출이라면 변동금리에서 고정금리로 갈아탈 때 수수료가 발생하지 않습니다. 대출을 받은 후 중도상환수수료가 면제되는 3년이 지났다면, 금리 조건이 유리한 다른 은행 대출을 갈아타는 것도 좋은 전략이 될 수 있습니다. 다만 대출을 갈아탈 때 한도가 줄어들지 않는지를 꼭 확인해야 합니다.

신용대출과 마이너스통장을 신청할 땐 3·6개월짜리보다는 금리 변동 주기가 긴 12개월 이상의 상품을 선택하는 것이 현명합니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올해 한국은행에서 2차례 이상 기준금리를 인상한다는 얘기가 나오는 만큼 고정금리와 변동금리 차이가 0.5%포인트 이하라면 고정금리로 대출받는 것을 추천한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초저금리 상황에서는 최대한 빚을 내 지렛대로 활용(레버리지)하는 투자전략이 재미를 봤다면 지금은 투자자산 일부를 매도해 예비자금을 확보해 놓는 전략이 필요하다”고 설명했습니다.

2030세대 “대출규제 풀려도 ‘영끌’ 안 해”
부동산시장에서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아 내 집 마련)’을 주도했던 2030세대의 패닉바잉(공포매수) 현상이 주춤한 모습을 보이고 있습니다. 최근 한국부동산원 조사에 따르면 지난 1월 2030세대의 서울 아파트 매매 비중은 37.5%로 전년도 평균(41.7%) 대비 4%포인트 이상 감소했습니다.

시장에서는 올 들어 강화된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가 2030세대의 주택 구입에 직접적인 영향을 줬다는 분석입니다.

복수의 재테크 전문가는 “올해부터 집값이 조정기에 접어들 가능성이 큰 만큼 주택 구입을 무리하게 서두를 필요는 없다”고 강조합니다.

청약시장도 조정기에 들어가면 경쟁률이 하락하는 만큼 청약에 대한 관심도 필요해 보입니다. 더욱이 신규 분양은 분양가상한제를 적용받고 있어 무주택자들에게는 가장 좋은 내 집 마련 수단이 됩니다. 문제는 젊은 층은 상대적으로 가점이 낮은 경우가 많아 청약만 고집하기보다는 기존 아파트 등도 고려하는 게 현명합니다.

시세와 장기 추세를 비교하면서 일정 정도 가격이 떨어졌을 때 구매할 수 있는 집을 미리 선정해 둬 지속적으로 관찰하라고 전문가들은 조언합니다.
<류영상 매경닷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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