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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랫폼 대박 쫓지 말고…초기엔 서비스형도 괜찮아

입력 2022. 03. 07   16:07
업데이트 2022. 03. 07   16: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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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랫폼형 비즈니스와 서비스형 비즈니스

쉬워 보이고 큰 돈 벌 수 있다 선입견
개념조차 불명확한 상태서 선호
유의미한 거래량 발생 시간 많이 걸려
유저·트래픽 모을 노하우 없으면 위험
창업 희망 분야 전문성 습득 우선돼야


2013년 미국 산타모니카에서 밥 월, 조던 메츠너, 후안 두란토 3명이 창업한 워시오(Washio)라는 세탁 대행 서비스는 창업 후 1년 만에 미국 전역으로 확대됐고, 한화(韓貨)로 약 186억 원의 투자를 받으며 ‘세탁계의 우버’로 떠올랐다. 창업 후 1년 만에 약 8배에 달하는 매출 성장을 이뤘고, 기업가치는 계속 상승했다. 하지만 워시오는 플랫폼 사업에 집중하다 보니 수거, 세탁, 배달의 3단계 프로세스에서 가장 중요한 세탁 서비스를 로컬 제휴 업체(세탁소)에 모두 맡기는 실수를 범했다.

워시오는 세탁이 아닌 1시간 내 수거와 24시간 이내 배달이라는 속도에 집중했고, 이러한 비즈니스 프로세스는 일명 ‘닌자’라고 불리는 수거 배송인력의 인건비가 지속 증가하는 결과를 낳았다. 참고로 수거 배송인력의 급여는 특이하게 배달 처리 건수가 아니라 근무한 시간에 따라 지급 됐으며, 시급이 20달러로 미국 최저 시급 대비 약 두 배에 달했다. 워시오는 결국 세탁업의 본질인 깨끗한 세탁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과 성장을 중심으로 한 스케일 업에 실패했고, 매출 대비 과도한 비용 구조로 3년 만에 서비스를 중단하게 됐다.

사업 유형에는 여러 가지가 있지만 고객에게 제품이나 서비스를 전달하는 방식과 주체에 따라 크게 플랫폼(Platform)형 비즈니스와 서비스(Service)형 비즈니스로 나눌 수 있다. 플랫폼의 사전적 의미는 기차역의 승강장을 뜻하지만 비즈니스 영역에서 플랫폼은 수요자와 공급자가 만나 거래할 수 있는 마켓플레이스(Marketplace·장터)를 의미한다.

플랫폼 비즈니스란 사업자가 플랫폼을 만들고 의미 있는 수준의 수요자와 공급자를 모아 거래를 발생시켜 수수료를 받는 것이다. 대표적인 플랫폼 사업자로 해외에는 아마존·유튜브·에어비앤비 등이, 국내에는 네이버·카카오·배달의민족·야놀자·직방 등이 있다. 이들의 공통점은 직접 제품이나 서비스를 만들지 않고 수요자와 공급자를 연결하는 역할만 하고 거래 대금의 일정 부분을 수수료로 수취하고 있다.

예비 창업자나 초기 스타트업을 만나면 신기할 만큼 대부분 플랫폼 사업을 하겠다고 한다. 심지어 일부 창업자들은 플랫폼 비즈니스가 무엇인지 개념도 확실하지 않은 상태에서 플랫폼을 만들겠다고 해서 나를 당황하게 한 경우도 있었다. 플랫폼 사업을 선호하는 이유를 물어보니 큰돈을 벌 수 있어서, 다소 쉬워 보여서, 앱은 만들 수 있는데 직접 서비스할만한 노하우는 없어서 등 다양했다. 사실 완전히 틀린 말은 아니다. 플랫폼 사업을 해야 아마존이나 네이버처럼 큰돈을 벌 수 있기도 하고, 차별화된 기술이나 노하우가 없는 상태에서 상대적으로 쉽게 창업할 수 있는 게 플랫폼이기도 하다.

문제는 플랫폼을 통해 돈을 벌기 위해서는 엄청난 양의 거래가 발생해야 하고, 그때까지 꽤 오랜 기간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미국의 아마존도 창업 이후 흑자 전환이 되기까지 8년이 걸렸다. 중국의 알리바바는 처음에 너무 거래가 없어서 20여 명의 직원이 서로 제품을 올리고, 다른 직원이 사주는 작업을 계속 반복했다고 한다. 또 MZ세대들이 좋아하는 무신사는 ‘무진장 신발 사진 많은 곳’이라는 커뮤니티로 시작해 사람들을 모으고, 거의 10년 만에 플랫폼 사업에 진출했다. 방대한 유저와 트래픽을 모으기 위한 노하우가 없다면 가장 성공하기 어려운 비즈니스 형태가 바로 플랫폼이다.

반대로 서비스형 비즈니스는 창업자가 직접 제품을 만들거나 소싱(Sourcing)해 판매하거나 서비스를 직접 제공하는 것을 의미한다. 우리가 흔히 접하게 되는 일반적인 소매상이나 식당·카페와 같은 자영업자, 도매상에게 옷이나 다른 제품을 사다가 인터넷으로 판매하는 쇼핑몰 창업자들이 여기에 속한다. 해당 제품과 서비스에 대한 전문성과 노하우가 있어야 하며, 포장·배송·CS 운영 등 고객을 만족시키기 위한 다양한 노력을 해야 한다.

플랫폼의 허상에 빠져 플랫폼 비즈니스를 하겠다는 창업자들에게 창업 초기에는 서비스형 비즈니스부터 시작해보라고 권하고 싶다. 앞서 언급한 대로 수요자와 공급자가 많아지고 거래가 빈번하게 발생하기 시작하면 플랫폼 사업자가 훨씬 더 큰 수익을 창출할 수 있지만 서너 명으로 시작하는 작은 스타트업 입장에서 수요자·공급자 어느 쪽 하나도 제대로 모으기 힘들기 때문에 유의미한 수준의 거래나 매출이 발생하기 어렵다. 따라서 처음에는 창업자가 직접 해당 서비스를 해보면서 수요자를 파악하고 모아보자. 창업자가 스스로 해당 업에 대한 전문성과 노하우를 보유해야만 향후 플랫폼 사업자를 할 때 평판이 좋은 공급자를 많이 모을 수 있고, 수요자가 무엇을 좋아하는지 어떤 CS(customer satisfaction·고객만족)가 발생하는지 등을 미리 경험했기 때문에 적절한 대처를 할 수 있게 된다.

부동산 플랫폼을 하겠다면 공인중개사 자격증을 따거나 굳이 자격증을 따지 않더라도 부동산 영역의 전문가가 돼보자. 청소·이사·세탁 등의 중개 플랫폼을 하겠다면 직접 다니면서 세탁도 하고, 청소도 하고, 이삿짐도 날라 보면서 노하우를 습득하자. 어떤 업체가 잘하는지, 고객들은 어떤 니즈가 있는지, 빈번하게 발생하는 CS는 무엇인지 등을 사전에 파악하자. 그래야만 수요와 공급을 제대로 많이 모을 수 있다. 창업 초기에는 플랫폼보다 서비스에 집중하자.
<임성준 주거공간 임대차 플랫폼 ‘스테이즈’ 창업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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