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군사 병영에서 만나는 트렌드

소비자 개인이 만드는 ‘독자 가치’ 시대로 줄달음

입력 2022. 03. 02   16:29
업데이트 2022. 03. 02   16: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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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크커머스
 
개인이 상품의 기획·제작·판매
동료 소비자들 ‘좋아요’에서 출발
소통과 진정성 측면 남다른 강점
 
대기업도 개인에게 직접 다가가
현대차 경형 SUV ‘캐스퍼’ 팔아
D2C 방식 100% 온라인 판매 화제
유통 패러다임 ‘나다움 추구’ 화두로


소비자 개인이 독자적으로 상품의 기획·제작·판매를 아우르는 새로운 가치를 만들어 내면서 시장의 오랜 패러다임이 변하고 있다. 한 뷰티 여성 패션 블로거가 온라인으로 의류를 판매하고 있다.  필자 제공
소비자 개인이 독자적으로 상품의 기획·제작·판매를 아우르는 새로운 가치를 만들어 내면서 시장의 오랜 패러다임이 변하고 있다. 한 뷰티 여성 패션 블로거가 온라인으로 의류를 판매하고 있다. 필자 제공

제조자가 생산해 유통업자가 판매하면 소비자가 구매하는, 시장의 오랜 패러다임이 변하고 있다. 소비자 개인이 독자적으로 상품의 기획·제작·판매를 아우르는 새로운 가치를 만들어내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소비자주도 유통과정을 동료 소비자들의 ‘좋아요(like)’에서 출발한다는 의미에서 ‘라이크커머스’라고 명명한다. 초기 인플루언서들이 기성제품의 ‘판매’에만 집중하던 ‘세포마켓’ 트렌드가 진화해, 기획-제조-마케팅-영업-물류의 가치사슬을 포괄하는, 세포마켓2.0 트렌드이기도 하다.

기존의 생산자 주도의 패러다임에서 공급망관리(SCM·Supply Chain Management)가 중요했다면, 라이크커머스에서는 수요망관리(DCM·Demand Chain Management)가 부각되는 수요견인시장(demand-driven market)이다. 라이크커머스의 3대 비즈니스 모델로는, ① 개별 크리에이터가 팔로워의 ‘좋아요(like)’를 기반으로 수요를 확보한 후, 제조전문회사에 ODM(Original Development Manufacturing·제조업자 개발생산)을 맡겨 생산하고, 이를 전문 물류 업체를 활용해 유통하는 C2C(Consumer to Consumer) 모델 ② 제조업체가 직접 소비자 ‘선호(like)’를 예측하기 위해 데이터를 확보하고, 유통 마진을 줄일 수 있는 자사몰을 개설하는 D2C(Direct to Consumer) 모델 ③개별 소비자 ‘수요(like)’를 집결하여, 공동구매 혹은 선주문 방식으로 새로운 상품을 출시하여 생산단가도 낮추고 재고 부담을 더는 H2H(Human to Human) 모델이 있다.

먼저 C2C는 제조업자로 변신한 개인들의 이야기와 관련한다. 이전까지 인플루언서들은 유명세와 사회적 영향력에 힘입어 상품을 사입한 뒤, 단순 리뷰를 하거나 홍보를 위한 콘텐츠를 만들어 판매했다. 하지만 이제는 제품을 직접 제작하고, 기획하고, 유통하고, 홍보한다. 이 제조 과정에서 ODM 업체들의 활약이 돋보인다. 화장품 ODM 시장이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시장조사 기관 GIA의 보고서에 따르면, 글로벌 ODM 시장은 2020년 55억 달러 규모에서 2027년에는 100억 달러까지 확대될 것으로 전망된다. 비즈니스에서 소비자 개인의 역량이 커지고 있다고 할 수 있다.

거대 기업들도 이 개인들에게 직접 다가가기 위한 노력을 하는 형태가 바로 D2C이다. 현대자동차는 국내 자동차 브랜드 최초로 D2C 판매방식을 도입해서 화제가 된 바 있다. 현대차와 노조가 상생을 내세운 광주형 일자리의 첫 산물인 경형 SUV 캐스퍼 모델을 100% 온라인에서만 판매하기로 합의한 것이다. 결과는 성공적이었다. 캐스퍼의 얼리버드 예약 대수는 1만8940대로 역대 현대차 내연기관차 중 최다 사전계약량을 기록했다. 물론 차량 자체가 지닌 강점도 있겠지만, 그동안 자동차를 구입하기 위해 판매점을 방문해야 하는 번거로움을 생각한다면 D2C, 즉 고객 직접 판매 방식으로 구매 편의성을 높인 점이 주효했다는 분석이다.

H2H는 결국 사람과 사람 간의 연결성을 높이는 전략이다. 이 H2H 모델을 극대화하기 위해서는 하나의 취향 카테고리에 집중하는 것이 유리하다. 동일한 취향을 지닌 사람들이 모이면 수익은 자연스레 뒤따라오기 때문이다. 대표적으로 ‘오늘의 집’은 유저들이 콘텐츠와 커뮤니티 그리고 커머스가 유기적으로 결합된 독창적인 서비스다. 인테리어에 대한 높은 이해 수준과 세련된 감각을 가진 사람들이 자신의 공간을 콘텐츠로 공유하면, 이를 참고해 다른 유저들도 자신의 취향을 갖고 인테리어를 실행으로 옮기며, 자연스럽게 구매까지 이어지는 콘텐츠 기반 커머스 플랫폼을 구축했다. 오늘의 집은 해마다 3배 규모로 꾸준히 성장을 거듭하고 있다.

이제 ‘쇼핑을 하러 가는 것’이 아니라 스마트폰을 들여다보다가 아무 때나 구매버튼을 누를 수 있는 ‘항상 쇼핑하는 시대’를 맞고 있다. 누구나 한 번쯤은 친구나 지인의 SNS 피드나 커뮤니티를 방문했다가 관심 가는 상품을 발견해 구매한 경험이 있을 것이다. 소셜 피드가 상품을 발견하는 첫 번째 창구가 되고 있다. 그 결과, 소비자들의 구매 과정이 전통적인 의사결정 모델에서 벗어나 새로운 의사결정 모델을 형성하고 있다. 더구나 코로나 팬데믹의 영향으로 일자리는 줄어들고 비대면은 필수가 되면서, 라이크커머스가 많은 사람들의 경력 대안이 되고 있다. ‘은퇴 후 치킨 집 사장’이 되기보다, ‘은퇴 전 뷰티 인플루언서 메이커’가 되고자 하는 것이다.

또한 거대 플랫폼과 비교했을 때 라이크커머스의 가장 강력한 강점은 바로 직접 소통에 있다. 라이크커머스를 ‘대화형 커머스’라고 대치하여 부를 수 있을 만큼, 소통은 강력한 경쟁력이다. 소비자와의 소통이 이루어지려면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진정성이다. 진정한 교감을 나눌 때 비로소 소비자들의 긍정적인 반응을 이끌어낼 수 있다. 뷰티 인플루언서를 확보하고 있는 MCN 회사 ‘레페리’에서 진행한 2021년 라이브커머스 거래액 추이를 분석한 결과를 보면, 인플루언서가 라이브커머스에 단순히 일회성으로 출연한 경우와 본인이 메인 스피커로서 직접 마켓을 진행한 방식에서의 평균 거래액 차이가 21배나 벌어졌다. 소비자들이 얼마나 진정성 있는 리뷰에 더 크게 반응하는지 보여주는 단적인 예다.

라이크커머스가 유통 패러다임의 격변을 예고하고 있다. 구조적인 개혁이라는 면에서도 의미가 있지만, 소비 가치의 변화를 근원적으로 주도하고 있다는 점에서 라이크커머스에 더욱 주목해야 한다. 소비자들의 상품 선택의 핵심이 ‘나음’에서 ‘다름’으로, 그리고 ‘다름’에서 ‘다움’으로 이행하고 있다. 이제 소비자들은 ‘예전보다 좀 더 낫거나’ ‘경쟁제품과는 다른’ 상품이 아니라, ‘가장 나다운’ 상품을 만났을 때, ‘좋아요’를 누르고 지갑을 연다. ‘무엇이 나다운 것인가?’ 차세대 유통의 미래는 바로 이 질문에 달려 있다.

필자 이수진은 서울대학교 소비자학 학·석·박사 학위를 취득하고 서울대 소비트렌드분석센터 연구위원으로 소비문화 과목을 강의하고 있다. 저서로는 『트렌드 코리아』 시리즈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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