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 교육, 기술 변화 따라잡지 못해
美 기업, 채용조건서 학위 제외 늘어
SW 자격증이 취업 보증수표 되기도
구글·IBM 등 다양한 교육과정 운영
해외 석학 강좌 듣는 K-MOOC 등
온라인 공개수업 플랫폼 이용 늘어
어린이들이 아이패드로 애플 에드팜을 통해 코딩 교육을 받고 있다. 출처=애플
무크 플랫폼 ‘에드엑스(edX)’의 하버드대학 과정 소개 첫 화면. 컴퓨터공학 입문, 프로그램언어, AI 입문 등 기술개론 과목이 인기임을 보여준다. 필자 제공
IBM이 세명컴퓨터고등학교, 경기과학기술대학교와 함께 2019년 3월 개설한 5년제 P-테크 교육 과정은 4년제 대학과 비교해 더 전문적인 인력을 2년 더 빠르게 양성할 수 있다. 필자 제공
대학 입시가 막바지다. 이번 주 추가모집으로 마무리된다. 합격자는 대학 생활을, 재수생과 고3 학생은 내년 입시 도전을 각각 시작한다. 어려운 관문을 뚫었건만 신입생들은 지난 2년간 코로나 범유행 탓에 대학생활을 누리지 못했다. 학교를 제대로 가본 적이 없다. 동아리 활동, MT, 축제는 엄두도 못 냈다. 올해 신입생도 그러할 것이다. “사이버대학과 도대체 뭐가 다르냐”라는 볼멘소리가 터져 나온다.
대학은 위기다. 학령인구 감소로 사실상 정원을 채우지 못한 대학이 잇따른다. 외국인 유학생 덕분에 명맥을 유지했던 대학은 코로나 직격탄을 맞았다. 학생 부족 문제는 미국 명문대라고 다를 바 없다. 아이비리그 대학마저 재정난을 겪는 실정이다.
대학에 들어가기도 힘들고, 나와도 진로가 불투명해진 요즘 미국에서 학사 학위를 채용조건에서 뺀 기업들이 늘어난다. 홈디포, 노스트롬, 스타벅스 같은 회사뿐만 아니라 애플, 구글, IBM과 같은 기술 기업까지 가세했다.
기술 분야는 변화가 매우 빠른 곳이다. 6개월만 지나도 기존 지식이 쓸모없어질 정도로 휙휙 바뀐다. 이 속도를 대학 교육이 따라잡지 못한다. 가르칠 사람도 당장 없고, 커리큘럼에 새로 반영해도 최소 1년 이상 걸려 정작 배울 땐 헌 기술이 된다.
기업은 이 학생이 졸업할 때까지 기다려야 한다. 뽑아도 다시 교육해야 한다. 오히려 대학에서 배운 것이 새로운 기술 학습에 방해가 되기도 한다. 기술 기업들은 답답한 나머지 학사 학위 채용 조건을 버리고 다른 방법을 찾기 시작했다.
지금까지 학위는 곧 능력이었다. 학위만으로 그에 상응하는 능력을 인정받았다. 그런데 기술 변화 속도가 빨라지고, 날로 융합화하는 것을 대학 정규 커리큘럼이 담아내지 못했다. 이러한 상황을 두고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는 “학위가 당신이 가진 특별한 능력(Exceptional ability)을 뜻하지 않는다”라고 차갑게 말했다.
그러면 학위 대신 무엇으로 그 사람의 능력을 판단할 것인가. 가장 확실한 것은 기술 자격증이다. 소프트웨어(SW) 분야만 해도 자바(Java), 정보처리, 네트워크관리, 데이터 관리, 정보보안, 리눅스 등 다양한 자격증이 있다. 마이크로소프트, 오라클 등 소프트웨어 기업이 인증한 전문 자격증은 학위보다도 더 센 취업 보증수표다. 이 자격증도 그러나 학위와 불가분의 관계다. 전공 학생들이 관련 자격증을 따는 것이 일반적이기 때문이다.
기술기업이 운영하는 교육과정 기술기업이 운영하는 교육소프트웨어(SW)로 실력을 쌓는 사람도 있다. 특히 기업이 가장 많이 찾는 코딩 능력을 여기에서 키울 수 있다. 대표적인 코딩 언어인 ‘파이선(Python)’만 해도 구글 클래스룸을 통해 무료로 배운다. 물론 더 깊이 들어가거나 리액트(React)·쟁고(Django) 등 연관 코딩 학습을 하려면 유료 온라인 강의나 전문 학원에 다녀야 한다. IBM은 온라인뿐만 아니라 고등학교, 전문대를 연계해 인공지능, 클라우드컴퓨팅, 사이버보안 등 전문인력을 직접 양성하는 교육과정(P-TECH)을 운영한다. 우리나라에는 세명컴퓨터고등학교(3년)-경기과학기술대학교(2년)로 이어진 5년제 과정이 있다.
미국 유명 대학들의 온라인 강의 학위나 자격증과 상관없이 인공지능(AI), 블록체인, 메타버스 등 새로운 기술과 시장을 공부하려는 사람도 있다. 이들을 위한 무료 강좌가 인터넷에 수두룩하다. 다중 온라인공개수업(MOOC·Massive Open Online Course)이 대표적이다.
무크(MOOC)는 MIT, 스탠퍼드, 하버드, 카네기멜런 등 미국 유명 대학들이 온라인에 공개한 강의 플랫폼이다. 스탠퍼드 교수진들이 만든 ‘코세라(Coursera)’가 유명하다. MIT와 하버드가 만든 ‘에드엑스(edX)’, 카네기멜런이 만든 ‘듀오링고(duoLingo)’도 많이 알려졌다. ‘칸아카데미(KhanAcademy)’는 콘텐츠 질이 좋다고 알려졌다. ‘링크트인 러닝(Linkedin Learning)’과 ‘코드카데미(Codecademy)’처럼 영상디자인과 코딩 등에 특화한 플랫폼도 있다. 우리나라는 서울대, 카이스트, 포스텍 등 주요 대학이 참여한 ‘K-MOOC’가 대표적인 플랫폼이다.
무크는 무료임에도 출석 확인부터 과제 수행과 시험까지 진행해 대학 수업과 크게 다르지 않다. 커뮤니티를 통해 토론도 한다. 다만, 이수 확인증을 떼거나 더 많은 교육 편의를 받으려면 돈을 내야 한다. 어쨌든 비싼 등록금을 내야만 볼 수 있는 고급 강의를 이렇게 공짜로 볼 수 있으니 고맙기만 하다.
기술기업 SW 교육과 MOOC에 관심을 경영난에 비용 절감을 요구받는 대학들은 교수진을 더 늘리지 않는 대신에 온라인 강의를 늘리는 것으로 문제를 해결하려 한다. 사립대학은 무료 강좌를 미끼로 석사 학위와 비학위 온라인 과정에서 새 매출 기회를 만들려고 한다. 명문대학은 학교 브랜드와 학문 리더십 유지 목적에 무료 강좌를 활용한다. MOOC가 최근 활성화하는 이유들이다.
머지않아 특정 MOOC 과정 이수만으로 채용을 결정하는 기업이 나올 판이다. 해외 명문대 과정 이수자라면 전문지식과 외국어 능력을 한꺼번에 확인하는 셈이다. “MOOC만 잘 들으면 대학을 다니지 않아도 되겠네!”라는 생각도 든다. 물론 현실은 꼭 그렇지 않다. 학위를 따지지 않는 기업은 아직 소수다. 그 기업도 취업자를 분석하면 학사 학위 이상 소지자가 대부분이다. 또 대학 교육은 비싼 등록금을 낼 만한 가치가 여전히 있다. 학위뿐만 아니라 진로에 도움을 줄 인맥과 연줄을 찾는 것도 유리하다. 직접 얼굴을 맞대면서 받는 양질의 교육을 온라인 교육이 따라가지 못한다. 무엇보다 높은 급여를 얻으려면 학위가 있어야 한다.
그렇다 해도 대학 교육과 학위의 가치가 예전 같지 않다. 정규 대학교육 없이 온라인 무료교육만으로 실력을 쌓는 사람이 앞으로 늘어날 것이다.
특정 분야의 세계 최고 강의만 골라 듣고 더 깊이 공부한다면 웬만한 전문가 이상의 실력자로 인정받을 수도 있다. 대학생들은 이제 학교 밖의 이러한 사람과도 경쟁해야 한다. 이 경쟁에서 지지 않고, 자신의 몸값을 높이려면 기술기업 교육SW나 글로벌 MOOC에 대해 늘 관심을 가져야 한다.
<신화수 전 IT조선 이사>
대학 교육, 기술 변화 따라잡지 못해
美 기업, 채용조건서 학위 제외 늘어
SW 자격증이 취업 보증수표 되기도
구글·IBM 등 다양한 교육과정 운영
해외 석학 강좌 듣는 K-MOOC 등
온라인 공개수업 플랫폼 이용 늘어
어린이들이 아이패드로 애플 에드팜을 통해 코딩 교육을 받고 있다. 출처=애플
무크 플랫폼 ‘에드엑스(edX)’의 하버드대학 과정 소개 첫 화면. 컴퓨터공학 입문, 프로그램언어, AI 입문 등 기술개론 과목이 인기임을 보여준다. 필자 제공
IBM이 세명컴퓨터고등학교, 경기과학기술대학교와 함께 2019년 3월 개설한 5년제 P-테크 교육 과정은 4년제 대학과 비교해 더 전문적인 인력을 2년 더 빠르게 양성할 수 있다. 필자 제공
대학 입시가 막바지다. 이번 주 추가모집으로 마무리된다. 합격자는 대학 생활을, 재수생과 고3 학생은 내년 입시 도전을 각각 시작한다. 어려운 관문을 뚫었건만 신입생들은 지난 2년간 코로나 범유행 탓에 대학생활을 누리지 못했다. 학교를 제대로 가본 적이 없다. 동아리 활동, MT, 축제는 엄두도 못 냈다. 올해 신입생도 그러할 것이다. “사이버대학과 도대체 뭐가 다르냐”라는 볼멘소리가 터져 나온다.
대학은 위기다. 학령인구 감소로 사실상 정원을 채우지 못한 대학이 잇따른다. 외국인 유학생 덕분에 명맥을 유지했던 대학은 코로나 직격탄을 맞았다. 학생 부족 문제는 미국 명문대라고 다를 바 없다. 아이비리그 대학마저 재정난을 겪는 실정이다.
대학에 들어가기도 힘들고, 나와도 진로가 불투명해진 요즘 미국에서 학사 학위를 채용조건에서 뺀 기업들이 늘어난다. 홈디포, 노스트롬, 스타벅스 같은 회사뿐만 아니라 애플, 구글, IBM과 같은 기술 기업까지 가세했다.
기술 분야는 변화가 매우 빠른 곳이다. 6개월만 지나도 기존 지식이 쓸모없어질 정도로 휙휙 바뀐다. 이 속도를 대학 교육이 따라잡지 못한다. 가르칠 사람도 당장 없고, 커리큘럼에 새로 반영해도 최소 1년 이상 걸려 정작 배울 땐 헌 기술이 된다.
기업은 이 학생이 졸업할 때까지 기다려야 한다. 뽑아도 다시 교육해야 한다. 오히려 대학에서 배운 것이 새로운 기술 학습에 방해가 되기도 한다. 기술 기업들은 답답한 나머지 학사 학위 채용 조건을 버리고 다른 방법을 찾기 시작했다.
지금까지 학위는 곧 능력이었다. 학위만으로 그에 상응하는 능력을 인정받았다. 그런데 기술 변화 속도가 빨라지고, 날로 융합화하는 것을 대학 정규 커리큘럼이 담아내지 못했다. 이러한 상황을 두고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는 “학위가 당신이 가진 특별한 능력(Exceptional ability)을 뜻하지 않는다”라고 차갑게 말했다.
그러면 학위 대신 무엇으로 그 사람의 능력을 판단할 것인가. 가장 확실한 것은 기술 자격증이다. 소프트웨어(SW) 분야만 해도 자바(Java), 정보처리, 네트워크관리, 데이터 관리, 정보보안, 리눅스 등 다양한 자격증이 있다. 마이크로소프트, 오라클 등 소프트웨어 기업이 인증한 전문 자격증은 학위보다도 더 센 취업 보증수표다. 이 자격증도 그러나 학위와 불가분의 관계다. 전공 학생들이 관련 자격증을 따는 것이 일반적이기 때문이다.
기술기업이 운영하는 교육과정 기술기업이 운영하는 교육소프트웨어(SW)로 실력을 쌓는 사람도 있다. 특히 기업이 가장 많이 찾는 코딩 능력을 여기에서 키울 수 있다. 대표적인 코딩 언어인 ‘파이선(Python)’만 해도 구글 클래스룸을 통해 무료로 배운다. 물론 더 깊이 들어가거나 리액트(React)·쟁고(Django) 등 연관 코딩 학습을 하려면 유료 온라인 강의나 전문 학원에 다녀야 한다. IBM은 온라인뿐만 아니라 고등학교, 전문대를 연계해 인공지능, 클라우드컴퓨팅, 사이버보안 등 전문인력을 직접 양성하는 교육과정(P-TECH)을 운영한다. 우리나라에는 세명컴퓨터고등학교(3년)-경기과학기술대학교(2년)로 이어진 5년제 과정이 있다.
미국 유명 대학들의 온라인 강의 학위나 자격증과 상관없이 인공지능(AI), 블록체인, 메타버스 등 새로운 기술과 시장을 공부하려는 사람도 있다. 이들을 위한 무료 강좌가 인터넷에 수두룩하다. 다중 온라인공개수업(MOOC·Massive Open Online Course)이 대표적이다.
무크(MOOC)는 MIT, 스탠퍼드, 하버드, 카네기멜런 등 미국 유명 대학들이 온라인에 공개한 강의 플랫폼이다. 스탠퍼드 교수진들이 만든 ‘코세라(Coursera)’가 유명하다. MIT와 하버드가 만든 ‘에드엑스(edX)’, 카네기멜런이 만든 ‘듀오링고(duoLingo)’도 많이 알려졌다. ‘칸아카데미(KhanAcademy)’는 콘텐츠 질이 좋다고 알려졌다. ‘링크트인 러닝(Linkedin Learning)’과 ‘코드카데미(Codecademy)’처럼 영상디자인과 코딩 등에 특화한 플랫폼도 있다. 우리나라는 서울대, 카이스트, 포스텍 등 주요 대학이 참여한 ‘K-MOOC’가 대표적인 플랫폼이다.
무크는 무료임에도 출석 확인부터 과제 수행과 시험까지 진행해 대학 수업과 크게 다르지 않다. 커뮤니티를 통해 토론도 한다. 다만, 이수 확인증을 떼거나 더 많은 교육 편의를 받으려면 돈을 내야 한다. 어쨌든 비싼 등록금을 내야만 볼 수 있는 고급 강의를 이렇게 공짜로 볼 수 있으니 고맙기만 하다.
기술기업 SW 교육과 MOOC에 관심을 경영난에 비용 절감을 요구받는 대학들은 교수진을 더 늘리지 않는 대신에 온라인 강의를 늘리는 것으로 문제를 해결하려 한다. 사립대학은 무료 강좌를 미끼로 석사 학위와 비학위 온라인 과정에서 새 매출 기회를 만들려고 한다. 명문대학은 학교 브랜드와 학문 리더십 유지 목적에 무료 강좌를 활용한다. MOOC가 최근 활성화하는 이유들이다.
머지않아 특정 MOOC 과정 이수만으로 채용을 결정하는 기업이 나올 판이다. 해외 명문대 과정 이수자라면 전문지식과 외국어 능력을 한꺼번에 확인하는 셈이다. “MOOC만 잘 들으면 대학을 다니지 않아도 되겠네!”라는 생각도 든다. 물론 현실은 꼭 그렇지 않다. 학위를 따지지 않는 기업은 아직 소수다. 그 기업도 취업자를 분석하면 학사 학위 이상 소지자가 대부분이다. 또 대학 교육은 비싼 등록금을 낼 만한 가치가 여전히 있다. 학위뿐만 아니라 진로에 도움을 줄 인맥과 연줄을 찾는 것도 유리하다. 직접 얼굴을 맞대면서 받는 양질의 교육을 온라인 교육이 따라가지 못한다. 무엇보다 높은 급여를 얻으려면 학위가 있어야 한다.
그렇다 해도 대학 교육과 학위의 가치가 예전 같지 않다. 정규 대학교육 없이 온라인 무료교육만으로 실력을 쌓는 사람이 앞으로 늘어날 것이다.
특정 분야의 세계 최고 강의만 골라 듣고 더 깊이 공부한다면 웬만한 전문가 이상의 실력자로 인정받을 수도 있다. 대학생들은 이제 학교 밖의 이러한 사람과도 경쟁해야 한다. 이 경쟁에서 지지 않고, 자신의 몸값을 높이려면 기술기업 교육SW나 글로벌 MOOC에 대해 늘 관심을 가져야 한다.
<신화수 전 IT조선 이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