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취업 스타트업 창업 가이드

좋아하고, 잘하고, 가치있는 일 교집합을 찾아라

입력 2022. 02. 14   17:06
업데이트 2022. 02. 14   17:17
0 댓글

성공 가능성이 가장 높은 창업 아이템


지난 칼럼에서 설명한 고객이 불편해하는 점(페인 포인트)이나 창업 아이템이 갖춰야 할 요소 5가지(명확한 고객 가치, 적절한 규모의 시장, 충분한 혁신, 실행 가능성, 구체적인 수익모델)를 이해했다면 이번에는 여러 사업 아이디어 중에서 가장 성공 가능성이 높은 아이템을 선정하는 방법을 말하고자 한다. 여전히 창업 아이템이 없어서 고민하는 사람도 많지만 창업 아이템을 선정하는 방법을 체계적으로 공부하고 조사하다 보면 잘 될 것 같은 아이디어가 너무 많아 고민하게 될 때도 있는데, 이때 유용한 방법이다.

어릴 때부터 손재주가 있던 K씨는 초등학교 때 재봉틀로 직접 애완견 옷을 만들 만큼 옷을 좋아했다. 2005년 22살이 됐을 때, 자신이 그렇게 좋아하는 옷 장사를 하고 싶어 동대문시장에서 옷을 구매해 다양한 스타일과 콘셉트를 만들어 인터넷으로 판매했다.

입소문이 나고 매출이 크게 늘자 2007년에는 본격적으로 법인을 만들어 사업화를 시작했고, 자체 화장품 브랜드까지 만들었다. 그리고 2018년에는 회사를 로레알 그룹에 6000억 원에 매각했다. 창업한 지 11년 만의 쾌거였다. K씨는 패션업계의 입지전적인 인물 김소희 대표다.

김 대표는 본인이 좋아하고, 잘하는 일을 통해 고객들이 원하는 제품을 만들어 패션업계 정상에 오른 것이다. 여담이지만 스타트업 월드에 있는 사람들은 6000억 원이라는 매각 금액보다 김 대표가 지분 100%를 보유하고 있었다는 점에 더 놀랐을 것이다. 처음부터 수익이 좋고, 지속 성장했기 때문에 별도의 투자를 받지 않아 지분 희석이 전혀 되지 않은 것이다.

지분이 희석된다는 것은 투자 유치 등으로 회사에 자금이 조달되면서 기존 주주들의 지분율이 낮아지는 것을 의미한다. 외부 자금이 유입되면 일반적으로 신주(새로운 주식)를 발행하게 되는데, 그 과정에서 전체 주식 수(분모)는 늘어나는 반면 주주가 갖고 있던 주식 수(분자)는 그대로이기 때문에 지분율이 줄어드는 것이다.

‘시장이 원하는 것’은 고객이 원하는 것과 같은 개념이다. 당신이 고객에게 충분한 가치를 제공할 수 있고, 고객은 그 가치에 대해 돈을 지불할 의사(Willing to Pay)가 있다는 것이다. 지금 이 순간에도 수많은 제품과 서비스(이하 제품으로 통칭)가 출시되고 있지만, 고객의 선택을 받는 제품은 극소수에 불과하다. 여러분도 한 번 생각해보자. 그 수많은 의류 브랜드 중에서 본인이 좋아하는 브랜드는 몇 개 되지 않을 것이다. 하루에도 수만 개의 앱이 쏟아져 나오지만, 그중에서 본인이 설치·사용하는 앱은 몇 개 되지 않을 것이다. 이 때문에 수요 우위의 시장(수요보다 공급이 많은 시장)에서 고객에게 선택받기 위해서는 기존 제품 혹은 경쟁사 제품보다 뛰어나고 차별화된 가치를 제공할 수 있어야 한다. 기존 제품보다 3배 더 빠르고, 편하며, 저렴한 제품을 만들거나 행복감을 줄 수 있다면 그 제품은 무조건 성공한다는 말이 있다. 물론 쉬운 일은 아니다. 시장이 원하는 제품을 만들어보자. 그래야만 많은 고객이 지속 구매하고, 유의미한 매출이 발생할 수 있다.

‘창업자가 잘하는 것’의 의미는 경쟁사와 비교해 핵심 경쟁력이나 기술력을 갖고 있어 차별화된 제품이나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는 뜻이다. 그냥 잘하는 것이 아니라 압도적으로 잘해야 한다. 요즘을 ‘덕후의 시대’라고 한다. 입덕(입문+덕후), 성덕(성공한 덕후)이라는 말도 많이 쓰인다. ‘오타쿠’라는 일본어를 한국식으로 줄여 부르는 말로 ‘한 분야에 깊이 있게 빠진 사람’을 말한다. 과거에는 비호감의 상징이 되기도 했으나 언젠가부터 ‘특정 분야에서 최고의 전문성을 갖춘 사람’이라는 말로 위상이 많이 올라갔다. 사업을 하기 위해서는 이런 덕후의 전문성이 필요하다. 바로 ‘덕업일치(덕질이 직업이 된 경우)’가 필요한 것이다. 어떤 분야, 어떤 산업에서 창업하든지 “이 구역의 최고는 나야!”라는 말을 할 수 있어야 한다.

끝으로 ‘창업자가 좋아하는 것’은 일하는 과정에서 즐거움을 느낄 수 있어야 한다는 의미다. 사업은 짧은 기간에 결과가 나오는 것이 아니라 오랜 기간 노력과 끈기가 필요하다. 전에 언급한 대로 사업을 하다 보면 멘털이 흔들릴 때가 많은데 본인이 좋아하는 일로 창업했다면 아무리 현실이 힘들고 어려워도 금세 이겨낼 수 있는 회복탄력성을 가질 수 있다. 하지만 좋아하는 일을 찾는 일도 쉽지 않을뿐더러 좋아하는 일로 사업을 한다는 것은 더더욱 쉽지 않다.

따라서 좋아하는 일을 찾지 못했다면 현재 진행 중인 일이나 사업을 좋아하는 것이 더욱 현실적이고 현명한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필자 역시 네이버에서 퇴사하고 창업했을 때 부동관 관련 일을 하는 것이 적성에도 맞지 않고 많이 힘들었지만, 부동산 관련 일을 좋아하기로 마음먹고 심지어 공인중개사 자격증까지 따게 됐다.

정리하면 창업 아이템 선정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시장이 원하는 것, 창업자가 좋아하는 것, 그리고 창업자가 남들보다 잘하는 것의 교집합을 찾는 것이다. 사업 타당성이 어느 정도 검증됐다면 고객의 문제를 남들보다 얼마나 더 잘 해결할 수 있는지, 또 고객의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에서 행복감이나 성취감을 느낄 수 있는지를 찾는 일이 매우 중요하다. 시장(고객)이 원하지 않으면 비즈니스 모델이 작동하지 않고 돈을 벌 수 없을 것이다.

좋아하지 않는다면 오래 버틸 수 없고 돈을 벌어도 공허할 수 있다. 남들보다 잘하지 못하면 당연히 성공할 수 없다. 좋아하긴 하는데 잘하지 못한다면 그냥 취미생활로 하자. 게임을 좋아한다고 모두 프로게이머가 될 수 없고, 피아노를 좋아한다고 모두가 피아니스트가 될 수도 없다. 그러나 창업자가 좋아하고 잘하는 일이어도 고객이 원하지 않는다면 본인의 행복지수는 높아질지 모르겠으나 성공은커녕 생존하기도 어렵다. 따라서 본인이 좋아하는 일 중에서 잘할 수 있고 고객들이 원하는 아이템을 찾는다면 그것이 바로 성공 가능성이 가장 높은 창업 아이템이다. 시간이 날 때마다 첨부된 벤 다이어그램을 채워보자. 본인을 알아가고 창업을 준비하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이다.
<임성준 주거공간 임대차 플랫폼 ‘스테이즈’ 창업자>

< 저작권자 ⓒ 국방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댓글 0

오늘의 뉴스

Hot Photo News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