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완결 일의 미래

가상 화폐로 옷 사고…가상 사무실서 업무

입력 2022. 02. 14   17:08
업데이트 2022. 02. 14   17: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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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의 미래 메타버스 <하> 가상경제의 탄생


집에서 이집트 피라미드 답사여행
의대생은 가상 인체로 수술 연습
버추얼 인플루언서는 가수 데뷔 앞둬
디지털 화폐 주식 버금가는 투자 대상

기업들은 360도 VR 헤드셋을 쓴 사람의 시선이 머무는 곳을 통해 관심사를 찾아낸다.  사진=토비프로
기업들은 360도 VR 헤드셋을 쓴 사람의 시선이 머무는 곳을 통해 관심사를 찾아낸다. 사진=토비프로

게더는 다가온 아바타의 화면이 열리는 등 실감 나는 사무 환경을 구현한다.  사진=게더
게더는 다가온 아바타의 화면이 열리는 등 실감 나는 사무 환경을 구현한다. 사진=게더

스페이셜은 아이디어 회의와 같은 협업을 하기 편한 가상공간이다.  사진=스페이셜
스페이셜은 아이디어 회의와 같은 협업을 하기 편한 가상공간이다. 사진=스페이셜

정식 가수 데뷔를 앞둔 래아가 윤종신 미스틱스토리 대표 프로듀서를 소개하고 있다. 래아는 LG전자가 인공지능(AI) 기술로 만든 버추얼 인플루언서다. 
 사진=LG전자
정식 가수 데뷔를 앞둔 래아가 윤종신 미스틱스토리 대표 프로듀서를 소개하고 있다. 래아는 LG전자가 인공지능(AI) 기술로 만든 버추얼 인플루언서다. 사진=LG전자

AR 스마트글래스는 움직이는 정보의 창이다.  사진=아트랩
AR 스마트글래스는 움직이는 정보의 창이다. 사진=아트랩

‘사무실 임대 문의’. 요즘 도심을 지나다 보면 곧잘 마주하는 안내문이다. 코로나 팬데믹의 여파다. 역병이 사라지고 경기도 살아나면 사무실이 다시 채워지겠지만 예전 같지 않을 것이다. 사무 공간에 대한 사람들 생각, 특히 기업들 생각이 바뀌고 있기 때문이다.

기업들은 코로나19 때문에 궁여지책으로 원격 재택근무를 했지만, 업무 생산성에 그다지 문제가 없음을 알게 됐다. 직원들 반응도 나쁘지 않아 다시 출근할 때 아쉬워하는 사람도 많았다. 일부 회사는 이참에 재택근무를 제도화하고, 사무공간을 줄여 임대 비용을 아끼는 방안을 검토하기 시작했다.

이런 기업에 좋은 대안이 메타버스다. 가상 사무실을 두고 마치 직접 만나 일하는 것 같은 효과를 낼 수 있다. 영상회의 플랫폼 ‘게더(Gather)’와 ‘스페이셜(Spatial)’이 그렇다.

게더 이용자는 아바타를 내세워 업무를 하다가 다른 직원 아바타에게 말을 건넬 수 있다. 협업 도구를 통해 회의도 한다. ‘줌’이나 ‘구글 미트’로 영상회의를 할 때보다 피곤하지 않다. 무엇보다 재미있다. 외롭지 않다. 일과 일상의 경계도 분명하다. 대화하지 않으면 화면과 소리가 차단돼 일에 집중할 수 있다.

스페이셜은 더욱 사실적이다. 실제 사무 공간처럼 꾸밀 수 있다. 대화할 때의 몸짓이나 말투와 같은 미묘한 느낌까지 살린다.

‘루미(Rumii·교육, 협업)’ ‘인게이지(Engage·소통, 교육)’ ‘글루(Glue·영상회의)’ ‘미팅VR(MeetinVR·회의 등)’ ‘알트스페이스VR(AltspaceVR·기획 행사, 협업)’ ‘모질라 허브(Mozilla Hubs·협업, 커뮤니티)’ 등 비슷한 플랫폼이 벌써 많이 나와 있다. 그만큼 시장 가능성이 크다는 얘기다. 메타가 가상현실(VR) 소셜미디어인 ‘호라이즌’과 별개로 ‘인피니트 오피스(Infinite Office)’를 개설한 것도 이 시장을 노린 것이다.

‘더와일드(Thewild)’와 같이 건축설계 분야에 특화한 서비스도 있다. 메타버스 시장이 커지고 경쟁이 치열해지면 이러한 전문화가 가속할 것이다. 마이크로소프트(MS)가 알트스페이스VR을 넘겨받았듯이 메타, MS, 구글, 애플, 아마존과 같은 기술 대기업의 전문업체 인수도 잇따를 것이다.

교육·훈련 시장도 본격화한다. 3차원으로 구현한 실감 콘텐츠로 학습효과를 획기적으로 끌어올릴 수 있다. 역사학도라면 집에서 이집트 기자 피라미드 답사 여행을 떠날 수 있다. 의대생은 가상 인체에 들어가 해부도를 익히고 수술도 연습할 수 있다. 메타버스발 교육혁명이다. 의료, 전시, 관광, 제조산업 현장까지 두루 응용할 수 있다.

메타버스에 들어가려면 누구나 ‘아바타(Avatar)’가 필요하다. 영향력이 큰 아바타가 따로 있는데 이를 ‘버추얼 인플루언서(Virtual Influencer)’라고 한다. 특히 인공 아바타를 광고미디어산업이 좋아한다. 비싼 출연료를 줄 필요가 없다. 쉼 없이 일한다. 스캔들도 없다.

인터넷의 등장으로 산업경제는 디지털경제로 넘어갔다. 메타버스의 등장으로 이제 ‘가상경제(Virtual economy)’에 새로 들어간다. ‘가상재화(Virtual Goods)’를 생산하고 교환하면서 부가가치를 만드는 경제체계다.

가상재화 원조는 게임 아이템이다. 게임 아이템은 현실세계에서 이미 거래된다. 디지털화폐가 그 뒤를 따른다. ‘도토리’ 수준이었던 디지털화폐는 이제 비트코인과 같은 ‘암호화폐(Cryptocurrency)’로까지 발전했다. 가상세계에 머물지 않고 현실세계로 내려왔다. 아직 각국의 중앙은행으로부터 화폐로 인정받지 못해 가상자산으로 불리지만 이미 주식에 버금가는 투자 대상이 됐다. 가상경제 확장으로 쇼핑과 결제가 늘어나면 진짜 화폐로 기능할 것이다. 이때 가상경제는 비로소 체계를 갖추게 된다.

많은 기업이 메타버스를 쇼핑 체험 공간으로 활용한다. 소비자는 옷, 가구, 집, 자동차, 화장품 등을 살 때 메타버스가 유용하다. 사진과 정보만으로 온라인쇼핑을 하기 힘든 품목들이다. 가상매장에 있는 아바타의 도움을 받을 수 있다. 지금도 온라인쇼핑으로 웬만한 것을 다 산다. 메타버스는 거의 모든 상품을, 실제와 거의 똑같이 살 수 있다.

기업들이 메타버스를 찾는 것은 고객이 뭘 원하는지 가장 효과적이고 빠르게 알려주는 수단이기 때문이다. VR헤드셋, AR스마트글래스, 스마트렌즈에는 공통으로 ‘시선추적(Eye Tracking)’ 기술이 들어가 있다. 눈길이 어디를 향하고, 머물며, 어떤 행동으로 이어지는지 분석하는 기술이다.

가상경제가 넘어야 할 관문은 정작 기술이나 수요가 아니다. 가상경제는 무엇보다 소비자로부터 나온 수많은 데이터, 즉 빅데이터에 의존한다. 그것도 무심코 흘린 정보들이다. 개인정보 유출과 프라이버시 문제가 떠오를 수밖에 없다. 저항을 누그러뜨리고 관련 규제 및 제도를 정비하느라 진통을 겪을 수 있다.

재택근무만 해도 그렇다. 지켜보는 사람이 없다고 농땡이를 쳤다가 시선추적 장치로 고스란히 들킬 수 있다. 한눈을 팔 수도 없다. 미래에는 어쩌면 지금과 같은 사무실 출근을 부러워하게 될지 모를 일이다.

<신화수 전 IT조선 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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