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시 플레저
코로나 팬데믹과 나노사회 영향
MZ세대 “내 건강 내가 지킨다”
식단관리 쉽고 실천 가능하게 변화
단백질 스낵 판매 1년새 10배 늘어
게임적 요소 활용한 앱 서비스 인기
IT 활용 디지털 헬스케어 급성장
첫 번째는 365일 자신의 고통을 감내하며 칼로리 섭취를 최소화하려 노력했던 다이어터들의 달라진 면모를 보면 확인할 수 있다. 저칼로리로 즐길 수 있는 자극적인 ‘속세의 맛’을 지닌 음식들의 향연이 펼쳐지고 있다. 기업들이 단백질 관련 제품 포트폴리오를 강화하면서 단백질 스낵처럼 단백질 포함 제품이 더 맛있어지고, 형태도 다양해졌기 때문이다. 마켓컬리에 따르면 2021년 판매된 단백질 간식류 중 판매량이 가장 많이 늘어난 카테고리는 스낵류로, 전년 대비 10배 이상(1026%) 증가했다고 한다. 단백질 스낵은 단백질 식품 중 약 28%의 판매 비중을 기록했다. 과자 중에는 칩·스낵 형태로 된 제품의 인기가 가장 높았으며, 쿠키·캐러멜 등도 인기를 끈 것으로 나타났다. 단백질 함유량을 높인 초콜릿 판매량은 90% 늘어났으며, 에너지바는 31% 증가했다고 한다. 힘들고·어렵고·엄격했던 식단관리가 쉽고·재미있고·실천 가능한 일상적 즐거움으로 변모하고 있는 셈이다.
두 번째는 건강관리도 게임처럼 하는 것이다. 일상 속에 게임적 요소를 활용해 문제를 해결하거나, 사용자를 몰입시키는 것을 ‘게이미피케이션(Gamification)’이라 한다. 건강관리에서도 요즘 소비자들은 흥미를 유발하고, 경쟁 관계를 만들고, 성취에 보상하는 게이미피케이션 요소를 적용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교육과 피트니스 플랫폼 사업을 하는 카카오의 에듀테크 계열사 ‘야나두’에서 내놓은 ‘야핏 사이클’은 게임적 요소, 동영상 강의, 현금처럼 쓸 수 있는 마일리지 적립 시스템이 결합한 운동 서비스다. 전면부에 부착된 전용 태블릿 PC 화면 속 가상 캐릭터를 움직여 친구들과 사이클 경주를 하거나 주요 도시 랜드마크를 달리면서 ‘금괴 수집’ 등의 미션을 수행한다. 출시 6개월 만에 매출 100억 원을 돌파했으며, 올해에는 300억~500억 원 정도 매출을 올릴 것으로 기대된다.
즐거운 건강관리는 헬시 플레저의 핵심이지만, 고통과 부담을 완전히 피할 수 없다면 그 과정을 최소화하는 것도 방법이다. IT 기기의 힘을 빌려 효율적이고 스마트하게 운동을 하거나 건강 습관을 체크한다. IT로 건강을 관리하는 ‘디지털 헬스케어’가 헬시 플레저 트렌드와 맞물려 부상하는 것도 여기에 이유가 있다. 특히 스마트워치 등의 웨어러블 기기들이 기술적 진보를 이루면서 관련 시장은 빠르게 팽창 중이다. 카운터포인트리서치에 따르면 2021년 1분기와 2분기 스마트워치 시장은 전년 대비 각각 35%, 27% 성장했다고 한다.
헬시 플레저의 세 번째 행태는 ‘멘탈’과 관련한다.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코로나 블루’를 호소하는 소비자들이 늘어나면서, 신체적 건강과 더불어 ‘정신적 건강’을 챙기고자 하는 소비자들이 증가했다. 행복한 삶을 위한 멘탈 관리의 중요성이 부각되고 있는 셈이다. 하나금융경영연구소는 2019년 1~10월과 2020년 1~10월 하나카드의 신용·체크카드 매출 데이터를 분석·비교했다. 그 결과 코로나 발발 전 대비 이후의 신경정신과 매출이 14%가량 늘어난 것으로 확인됐다. 이뿐만 아니라 캄(Calm), 헤드스페이스(Headspace) 등 심리치료·명상 앱 이용자도 급속도로 증가하고 있다. 1억 명 이상이 내려받은 ‘캄’은 키스 어번 등 유명 가수와 함께 만든 명상 및 수면 유도 음악과, 이용자가 미국 프로농구(NBA) 르브론 제임스 등과 정신건강을 위한 대화를 하는 프로그램 등으로 흥미를 유발하고 있다. 글로벌 명상 앱 시장이 2022년 29억 달러(약 3조4000억 원)에 이를 것이라는 전망은 전 세계적으로 정신적 건강에 대한 소비자들의 강한 니즈를 보여준다.
헬시 플레저의 등장은 바이러스의 결과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뿔뿔이 흩어진 나노사회 속 “내 건강은 내가 지킨다”는 흐름과 맥을 같이한다. 바야흐로 ‘건강 만능주의’ 시대가 도래했다. 건강은 각자도생의 시대를 살아가야 하는 요즘 사람들에게 하나의 ‘업글인간(성공보다 성장을 추구하는 자기계발형 사람)’ 전략이다. 다시 말해서 건강관리야말로 요즘 사람들의 ‘자기관리의 종착역’인 것이다.
자신을 누구보다도 사랑하는 MZ세대 성향이 헬시 플레저의 저변을 넓히는 요인이 되고 있다. 헬시 플레저 트렌드 확산은 치료에서 예방으로 중점을 바꾸며 건강관리 영역에서도 ‘힙함’이 중요한 선진국형 라이프 스타일로 이행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에 따라 시장은 고리타분한 건강관리가 아닌, 새롭고 트렌디한 건강관리법으로 고객의 변화에 맞춰나갈 수 있어야 한다.
헬시 플레저는 고리타분한 차원의 건강관리법이 아니라 동시대의 인류가 즐길 수 있는 방향을 모색하는 새롭고 트렌디한 건강 관리법을 총칭한다. 그렇다. 언젠가 찾아올지 모르는 질병의 단계를 예방할 수 있는 차원에서 우리는 헬시 플레저를 누려야 한다. 그렇기에 서비스 제공자에게도, 소비자에게도 헬시 플레저는 꽤 중요한 의미로 다가온다. 2022년, 당신에게도 헬시 플레저 트렌드는 새로운 흐름으로 느껴질 것이 분명하다.
“저는 요즘도 ‘어다행다’ 중.”
다이어트 보조제를 손에 들고 찍은 한 걸그룹 멤버의 먹방 인증샷이 올라왔다. 이 사진은 “어차피 다이어트를 해야 한다면, 행복하게 다이어트 하자!”라고 외치는, 어딘가 달라진 요즘 소비자를 대표한다.
건강관리 자체가 ‘힙(hip)’해지고 있다. 건강이 중요하지 않았던 때가 없었지만, 전 세계를 휩쓴 역병의 시대에 건강과 면역은 모두의 화두다. 특히 젊은 세대가 건강에 관심을 두기 시작하면서 과정과 결과가 모두 즐겁고 지속 가능한 건강관리가 대세가 되고 있다. 소비자들은 더 이상 건강과 다이어트를 위해 고통을 감수하거나 절제하려 하지 않는다. 맛있고, 즐겁고, 편리해야 한다. 이러한 트렌드를 “건강(health) 관리가 즐거워진다(pleasure)”는 의미에서 ‘헬시 플레저’(Healthy Pleasure)라고 명명한다. 즐거움에서 오는 죄책감을 느끼면서도, 그것을 즐기는 길티 플레저(Guilty Pleasure)의 중의적 의미를 표현하고 있다. 건강마저도 힙하게 유지할 수 있기를 욕망한다는 것에서 헬시 플레저 트렌드가 시작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내 건강을 지키기 위한 행위에서 어떤 힙함을 찾을 수 있을까?
<이수진 서울대 소비트렌드분석센터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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