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군훈련소 조리로봇 시범 보급 현장
쌀 씻기부터 볶음·국·탕 공정 로봇 투입…정교한 작업으로 맛 균일화
작업시간 절반 줄고 조리병 사고 위험도 줄어…과정·설비 개선은 숙제 다관절 협동로봇이 끓는 기름 속에 집게를 쑥 집어넣어 노릇하게 익은 튀김 만두가 들어있는 튀김 용기를 집어 올렸다. 로봇은 이어 용기를 ‘탈탈’ 흔들어 기름을 살짝 털어낸 뒤, 이송되는 동안 기름기를 빼는 직교로봇 위에 올려놨다. 조리병들은 배식을 위해 큰 그릇에 튀겨진 만두를 옮겨 담았다. 국방부와 산업통상자원부의 협업 하에 조리 로봇이 시범 보급된 육군훈련소 28연대 병영식당을 7일 돌아봤다.
“오늘 국방부 장관님께 직접 듣기 전까지는 로봇이 요리한 것인지 몰랐습니다. 늘 맛있게 잘 먹어서 입소 후 체중이 늘어나기까지 했습니다.”
육군훈련소 28연대 이은서 훈련병은 서욱 국방부 장관과 급식을 함께하며, 상상도 못한 진실을 알게 됐다. 지난해 12월 입소한 후 매일 만족스럽게 먹던 급식을 로봇이 만들고 있었다는 것. 이 훈련병은 7일 훈련소를 찾은 서 장관과 함께 어머니에게 영상통화를 한 것과 더불어 로봇이 만든 밥을 먹어봤다는 군 생활 자랑거리를 추가하게 됐다.
쌀 400㎏ 세척을 30분 만에
육군훈련소 28연대의 식수 인원은 3000여 명에 이른다. 이날 점심도 400㎏에 이르는 쌀 10가마와 제육볶음을 위한 돼지고기 360㎏ 등 엄청난 양의 식자재가 투입됐다.
부대 취사장의 이채로운 풍경은 조리병들과 로봇이 함께 일한다는 점이다.
업무 효율을 대폭 높여주는 것으로 조리 인력에게 가장 큰 호평을 받고 있는 것은 쌀을 빠르고 깨끗하게 씻어주는 세미 공정 자동화 장비다.
부대는 기존에도 엄청난 양의 쌀을 씻기 위해 세미기를 운용하고 있었는데, 새 장비는 기존 장비 대비 작업 시간이 절반 수준인 30여 분밖에 걸리지 않는다고 한다.
새 장비의 특별한 장점은 취반을 위한 통에 쌀 정량을 담아주면서 물의 양까지 맞춰준다는 것. 덕분에 조리병의 숙련도나 컨디션과 관계없이 밥맛의 균일화는 물론 물 맞추는 데 소요되는 시간, 물을 따라내다 흘러나가는 쌀알 등 여러 가지 문제를 해결할 수 있게 됐다.
이에 따라 조리병 4명이 1시간씩 투입되던 세미 작업을 지금은 2명이 30분 만에 끝낼 수 있게 됐다. 볶음요리와 국과 탕 요리를 지원하는 직교로봇들도 조리병들의 힘든 작업을 대신해주고 있었다. 28연대는 400인분 볶음 솥 7개와 국솥 10개를 운용한다. 볶음요리와 국 중 된장과 고추장 같이 잘 타는 조미료, 두부와 감자 등 전분기가 있는 재료를 사용하는 요리는 솥 바닥에 식재료가 타서 눌어붙지 않도록 잘 저어주는 것이 맛을 좌우한다.
과거에는 조리병들이 뜨거운 불로 달아오른 솥 앞에서 20여 분간 음식을 계속 휘저어줘야 했다. 한여름에는 더더욱 고된 작업이었다.
더 잘 타는 볶음은 솥 2개당 1명, 국은 솥 3개당 1명이 맡아 조리 삽으로 400인분의 음식들을 조리해왔다고 한다.
볶음 공정과 국·탕 공정에 투입된 직교로봇들은 바로 이 휘젓는 작업을 맡는다. 국방부와 산업부 등 관계기관들은 이러한 조리 로봇 도입을 고려해 건물까지 신축할 수 있는 여건만 된다면, 재료의 이송과 투입까지 자동화할 수 있다는 비전을 제시했다. 세미와 볶음, 국·탕 공정이 ‘로봇’이라기보다는 ‘자동화 설비’의 느낌이었다면, 튀김 공정의 로봇은 자동차 공장에서 볼 법한 진정한 로봇의 형태를 하고 있다.
컨베이어를 따라 튀김 재료를 담은 용기가 이동하면 첫 번째 다관절 협동로봇이 이를 끓는 기름에 집어넣는다. 튀김 용기는 기름통 속에서 식자재가 튀겨지는 동안 컨베이어를 따라 이동을 계속한다. 튀김 통 끝에 다다르면 또 하나의 다관절 협동로봇이 용기를 꺼내 기름을 탈탈 털어 내놓는다. 튀김 공정은 그 과정과 설비가 복잡한 만큼 아직은 많은 개선과 발전이 필요하다는 현장의 의견이 있었다.
힘들고 위험한 일을 대신하는 로봇
국방부와 산업통상자원부는 지난해 8월 열린 제8회 방위산업발전협의회에서 조리병의 안전사고 등 위험 경감과 조리 효율화를 통한 근무환경 개선을 위해 군 조리실 내 로봇 도입을 협의한 바 있다. 두 기관은 조리 로봇의 도입으로 △안전성 향상 △품질 개선 △만족도 증대 등의 효과를 거둘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조리 과정 중 발생 가능한 화상 사고와 유증기 등에 의한 호흡기 질환 위험, 대량 작업에 따른 근골격계 질환 위험을 경감시키고, 인적 요소에 의한 오류와 불규칙성을 제거해 음식 품질 균등화를 이룰 수 있다는 것. 특히 단순·반복 작업을 로봇으로 대체하고 조리병의 조리 투입시간을 줄여 조리병들의 업무 만족도가 증대되길 바라고 있다.
28연대는 훈련병들에게 양질의 급식을 제공하기 위해 24명의 인력이 매일 매 끼니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 로봇의 지원으로 아끼게 된 시간과 인력은 식재료 손질 등 손이 많이 가고 까다로운 다른 작업으로 돌릴 수 있게 됐다. 아직은 로봇의 청소와 손질 등의 업무가 추가되면서 인력을 줄이기는 어려운 상황이라고 한다.
지난 3개월간 로봇과 함께해온 조리 인력들은 도움을 많이 받는 만큼 새로운 문제와 개선 소요를 접하는 일도 많다고 설명했다.
28연대 취사장 전반을 돌보고 있는 원정완 급양관리관이 꼽은 최고의 장점은 ‘안전’이었다. 그는 “맛은 여전히 사람이 내는 영역”이라면서 “가장 좋은 점은 조리병들이 위험한 불과 기름을 바로 앞에 두고 하는 작업을 로봇이 대신하게 됐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글=김철환/사진=양동욱 기자
김철환 기자
< lgiant61@dema.mil.kr >
< 저작권자 ⓒ 국방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