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업 아이템이 갖춰야 할 요소 5가지
이번에는 창업 아이템이 갖춰야 할 요소 5가지를 말하고자 한다. 물론 5가지 외에도 중요한 요소가 많지만, 그중에서도 가장 중요한 핵심을 정리했으니 참고하기 바란다. 부동산에 관심이 조금이라도 있는 사람은 ‘호갱노노’라는 앱을 알 것이다. 아파트 실거래가를 한눈에 볼 수 있도록 다양한 정보를 보기 좋게 지도에 보여주는 서비스다. 2016년 론칭했고, 2018년 직방에 약 230억 원에 인수됐다. 현재는 월간 활성 이용자 수(MAU·Monthly Active User)만 약 300만 명에 달한다. 230억 원이라는 매각 금액도 놀랍지만, 이 모든 성과가 2년도 안 된 시간에 벌어졌다는 점이 더욱 놀랍다. 카카오 개발자였던 심상민 대표는 네이버나 다음과 같은 포털사이트에 공시된 부동산 시세와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정보가 크게 차이 난다는 점에 고객의 페인 포인트(Pain Point·고객이 경험하고 있는 문제나 불만)가 있다고 판단했고, 2명의 개발자를 설득해 사업을 시작했다. 부동산이라는 거대한 시장에서 실거래가 정보의 비대칭과 오류를 해결하기 위해 국토교통부의 공공 데이터를 모아 정확하고 보기 쉽게 사용자들에게 제공하는 혁신성이 지금의 호갱노노를 만들어낸 것이다. 이처럼 창업 아이템이 비즈니스 아이디어로서 의미 있고, 실제로 성과를 만들어 내기 위해서는 아래의 5가지 요소를 갖추고 있어야 한다.
1) 명확한 고객 가치(Clear Customer Value)
당신의 아이템이 시장에서 성공하기 위해서는 공급자(사업자) 마인드로 만든 제품이나 서비스가 아니라 당신이 제공하려는 제품이나 서비스에 만족한 고객(Satisfied Customers)이 있어야 한다. 많은 창업자가 겪게 되는 시행착오 중 하나가 바로 고객이 원하는 제품이 아니라 창업자가 좋아하는 제품을 만든다는 것이다. 고객의 페인 포인트를 줄여주거나 해소할 수 있는 가치(Value)를 제공해야만 당신의 비즈니스를 시장이 받아들이고, 고객들이 구매할 것이다. 고객에게 경쟁자와 차별화된 독특한 가치(Unique Value)와 경험을 제공하는 기업만이 살아남고 성장할 수 있다. 고객 가치에 집중하자. 에어비앤비도 초기 고객 100명에게 차별화된 가치와 감동을 주고 완벽한 숙박 경험을 제공하면서 사업이 성장해 나갔다.
2) 적절한 규모의 시장(Market of adequate size)
수출 없이 내수만으로 시장 유지를 가능하게 하려면 한 나라의 인구가 1억 명을 넘어야 한다는 ‘1억 명 내수론’이 있다. 비슷한 맥락으로 스타트업이 자리를 잡고 성장하기 위해서는 적절한 규모의 시장이 필요하다. 창업자들뿐만 아니라 많은 투자자가 최소 1조 원 이상의 시장 규모를 선호한다. 예를 들어 국내 배달 음식 시장 규모 23조 원, 광고 시장 규모 13조 원, 대리운전 시장 규모 3조 원, 부동산 정보 서비스 시장 규모 2조 원 등과 같은 통계자료가 있다. 적어도 이 정도 규모가 되어야만 시장 점유율이 낮더라도 어느 정도 매출을 낼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필자도 국내 체류 외국인을 위한 부동산 서비스를 시작했을 때 시장 규모가 너무 작다는 이유로 수십 군데의 투자사로부터 거절을 당했다. 직방이나 다방이 국내 전체 인구를 대상으로 하는 반면 우리 회사는 한국에 체류하는 외국인 약 250만 명을 대상으로 하는 서비스였기 때문에 시장 규모가 작았다. 어찌 보면 투자자들의 거절도 당연한 결과였다. 하지만 사업 초반에 시장 규모가 다소 작더라도 그 시장에서 독점하거나 시장점유율(Market Share) 1위를 할 수 있다면 매력적일 수 있다. 필자도 결국 이런 철학을 가진 투자자를 만나 엔젤 투자(개인 투자자들이 벤처기업을 지원하고 주식을 받는 투자)를 받았고, 그 뒤에 의미 있는 성과를 내면서 성장했다.
3) 충분한 혁신(Sufficient degree of innovation)
혁신이라는 용어가 기술적인 측면에 집중되는 경향이 있는데, 사실은 여러 가지 측면에서 가능하다. 기존의 제품보다 3배는 더 쉽고, 빠르고, 편하고, 싸게 제공할 수 있다면 그 사업은 무조건 성공한다는 얘기가 있다. 비슷한 맥락으로 사람들을 행복하게 하는 사업은 무조건 성공한다는 얘기도 있다. 혁신은 기능, 가격, 디자인, 유통과정, UX(User Experience, 사용자 경험), 시간과 자원의 효율화 등 모든 면에서 가능하다는 것이다. 기술의 혁신이 가장 파급 효과가 크고 성공 가능성이 크지만, 기술 백그라운드가 없거나 기술 기반 스타트업이 아니어도 너무 위축되지 말자. 다양한 영역에서의 혁신을 통해 경쟁사가 할 수 없는 차별화된 요소를 만들 수 있다면 지난주에 언급한 마켓컬리처럼 충분히 좋은 아이템이 될 수 있다.
4) 실행 가능성(Feasibility)
실행 가능성은 두 가지 관점으로 생각해볼 수 있다. 첫째는 실제로 그 일을 해낼 수 있는지에 대한 창업자 또는 창업팀의 역량 부분이다. 둘째는 시작하려는 사업이 법적·제도적·사회적 규범에 문제가 없는지에 대한 부분이다. 창업 아이템이 아무리 좋아도 창업자가 그것을 실행할 수 있는 역량이 되지 않는다면 무용지물이 된다. 4000만 원대의 예쁘고 날렵하고 빠른 전기차를 만들겠다는 생각은 누구나 할 수 있지만, 지금까지 그것을 실행한 사람은 전 세계에서 일론 머스크 한 명뿐이었다. 또 타다·헤이딜러 같이 법적인 문제나 기득권 세력과의 갈등으로 사업이 좌초되는 경우가 많아 관련 위험을 사전에 주도면밀히 분석해야 한다. 타다의 이재웅 대표(전 DAUM, 쏘카 창업자이자 투자회사 대표) 정도 되니까 소송을 불사하면서 사업을 진행하고, 타다의 팬덤을 만들고 언론에서 관심이라도 가져주는 것이지 일반 스타트업이 정부 정책을 비난하거나 기득권을 가진 세력들과 마찰이 발생하는 것은 매우 위험한 일이다. 자칫 잘못하면 사업뿐만 아니라 창업자들의 개인 인생 전체가 위태해질 수 있다.
5) 구체적인 수익모델(Business Model)
사업을 한다는 것은 결국 돈을 번다는 것을 의미한다. 돈을 벌어야만 생존하고 성장할 수 있다. 돈을 벌어야만 직원을 채용하고, 직원에게 급여를 줄 수 있다. 간혹 기업의 이윤보다 사회적 가치에 더 관심을 두는 창업자들이 있는데 요즘같이 취업이 어렵고 저성장의 시대에 직원을 채용하고 제때 적당한 급여를 주는 것만큼 의미 있는 사회적 가치가 어디 있을까? 부디 뜬구름 잡듯이 사회적 가치를 논하지 말고 돈을 벌어 의미 있게 쓰는 방법을 찾길 바란다. 또 하나의 문제는 많은 스타트업들이 앱이나 웹 서비스를 만들고, 사용자를 모으고, 트래픽(사용자 접속량)이 나오면 저절로 돈을 벌 수 있다고 착각하는 데 있다. 현실은 그렇게 녹록하지 않다. 실제 사용자 수가 많아지면 광고를 붙이거나 인앱 결제(앱 안에서 유료 아이템 판매)를 통해 수익모델을 찾아야 하는데 사용자 대부분이 무료로 사용하는 것에 익숙해져 있어서 유료화 전환이 쉽지 않다는 것이다. 앱 비즈니스를 하는 다수의 스타트업들이 기본적인 기능은 무료로 제공하고 고급 기능에만 돈을 받는 ‘Freemium(Free + Premium)’ 모델을 적용하고 있지만 역시나 유의미한 매출이 나오기 어렵다. 따라서 창업 초기부터 성장단계별 비즈니스 모델 특히 수익모델을 구축해 지속 테스트를 하면서 생존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 성장을 논하기 전에 생존부터 하자. <임성준 주거공간 임대차 플랫폼 ‘스테이즈’ 창업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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