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VR 결합 무한 공간으로 변신
MS·애플·구글 등 대규모 투자
클라우딩 컴퓨팅·반도체 수요 급증
다양한 현실 일자리도 구현 가능
인터넷·스마트폰 이을 신기술로
‘레디 플레이어 원’에서는 주인공 웨이드(아바타 이름은 퍼시벌)가 VR 고글과 장갑을 끼고, 웨어러블 옷을 입은 채 가상세계인 ‘오아시스’를 찾아간다. 사진=워너브러더스
팝가수 아리아나 그란데가 포트나이트에서 연 메타버스 콘서트. 팬데믹으로 사라진 공연 기회와 공간을 가상세계에서 찾아냈다. 사진=포트나이트
미국 힙합 가수 트레비 스콧이 포트나이트에서 연 메타버스 콘서트. 팬데믹으로 사라진 공연 기회와 공간을 가상세계에서 찾아냈다. 사진=포트나이트
네이버가 글로벌 AR 아바타 서비스로 키우면서 제페토에 등장한 걸그룹 블랙핑크. 사진=제페토
마크 저커버그 메타 CEO의 아바타가 다른 아바타들과 포커를 치다가 다른 친구를 불러내고 있다.
사진=메타
메타버스(Metaverse) 얘기를 처음 들었을 때 두 가지가 떠올랐다. ‘레디 플레이어 원(Ready Player One)’(2018)은 가상현실 ‘오아시스’ 설계자가 숨긴 부활절 달걀(이스터 에그)을 찾는 액션 영화다. ‘세컨드 라이프(Second Life)’는 20년 전 혜성처럼 등장했다가 곧 잊힌 가상현실 플랫폼이다. 둘 다 가상세계 속 아바타로 게임을 하며 친구를 사귄다. 메타버스의 전형이다.
메타버스(Metaverse)는 ‘초월, 그 이상’을 뜻하는 메타(Meta)와 ‘세상, 우주’를 뜻하는 유니버스(Universe)의 합성어다. 현실 세계를 뛰어넘은 가상세계라는 의미다.
증강현실(增强現實·Augmented Reality)과 가상현실(假想現實·Virtual Reality)이라는 컴퓨터 그래픽 기술로 만든다. AR은 가상세계 일부를, VR은 전부를 구현한다. 스마트폰 카메라 화면에 들어온 포켓몬을 잡는 ‘포켓몬 고’는 대표적인 AR 서비스다. VR은 ‘헤드 마운티드 디스플레이(HMD)’를 머리에 써야 해 불편한 대신에 실감이 난다.
현실세계를 디지털로 똑같이 구현한 ‘미러월드(Mirrored World)’, 사람의 생각과 몸이 만든 디지털 데이터를 공유하는 ‘라이프로깅(Life logging)’도 가상세계다. ‘구글어스’는 미러월드를, ‘페이스북’과 ‘스트라바’는 라이프로깅을 대표한다. 온라인 게임은 가상세계 원조 격이다. 메타버스는 디지털로 만든 모든 가상공간과 이를 연결한 세계다.
의문이 생긴다. VR과 AR, 게임과 소셜미디어 등은 이전부터 있던 기술과 서비스인데 왜 메타버스 하나로 뭉뚱그릴까. 왜 하필 지금 붐을 이룰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투자금융과 기술산업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진 산물이다.
두 산업은 알고 보면 유행(Fashion) 산업이다. 늘 최신 경향(트렌드)에 민감하다. 실물경제와 밀접해 경기가 식으면 투자부터 준다. 새 먹거리를 계속 만들려면 투자를 자극할 유행어가 필요하다. 투자금융산업은 2008년 금융위기의 그늘을 아직 벗어나지 못했다. 기술산업은 10년간 이어진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앱) 경제가 시들해졌다. 새 활로가 절실한 시점에 메타버스를 띄웠다. 비슷한 단어만 들어가도 그 기업의 주가가 뛴다. 기업들이 너 나 할 것 없이 메타버스 기술과 인프라 투자에 돈을 쓴다.
메타버스 대표 기업은 마이크로소프트(MS)·아마존·엔비디아·메타(페이스북)·알파벳(구글)·애플 등이다. 유니티소프트웨어·에픽게임즈(비상장)·로블록스·퀄컴·AMD·TSMC·삼성전자·인텔·소니·텐센트·네이버 등도 손꼽힌다.
“가만, 게임콘텐츠나 소셜미디어 업체는 그렇다고 쳐도 다른 업체는 무슨 상관이람?”
메타버스 시장이 커지면 덩달아 클라우드컴퓨팅과 반도체 수요가 급증한다. 대용량 데이터를 처리하고 서비스가 끊김 없게 하려면 더 빠른 반도체와 언제든 인터넷에 접속할 클라우드 환경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금을 캐려 하지 말고 그들에게 곡괭이와 삽, 청바지를 팔라.” 1849년 캘리포니아 골드러시가 일찌감치 일러준 비즈니스 교훈이다.
VR과 AR 기술이 게임·애니메이션·소셜미디어에만 적용되지 않는다. 광고·쇼핑·설계·건축·공간 디자인·도시기획·시뮬레이션 교육·콘퍼런스·자동차·조선 등 모든 산업과 접목한다. 비용을 줄이고, 생산성을 높이며, 시장까지 새로 만든다.
팀 스위니(Tim Sweeney) 에픽게임즈 CEO는 메타버스를 ‘공간 인터넷’이라고 불렀다. 인터넷이 2차원 평면이라면 메타버스는 3차원 공간 인터넷이라는 뜻이다. 사용자들이 그 가상공간에 들어가 검색을 하며, 뉴스를 보고, 게임과 소셜미디어를 즐긴다. 쇼핑하며, 일도 한다. 더욱이 이 공간은 무한하다.
일자리 측면에서 메타버스는 인공지능(AI)보다 착한 기술이다. AI처럼 현실 일자리를 일방적으로 없애지 않으며, 새 일자리도 제법 만든다. 3차원(D) 콘텐츠와 모델링 관련 소프트웨어 개발과 콘텐츠 창작, 기획, 마케팅을 시작으로 웬만한 현실 일자리를 디지털로 구현할 수 있다. 심지어 가상 자산을 사고판다. 지난해 미국 주요 4개 메타버스 부동산 플랫폼에서 팔린 가상 부동산이 5억 달러어치에 이른다.
메타버스는 기술 확장성, 비즈니스 창출 효과, 다른 산업에 미칠 영향 등 모든 면에서 PC·인터넷·스마트폰처럼 10년 이상 산업을 이끌 기술로 손색이 없다.
지금은 그 크기를 상상할 수 없는 가상경제 창출까지 고려하면 파괴력은 인터넷 이상이다.
그렇다고 너무 들뜨면 곤란하다. 세컨드라이프만 해도 출발 당시에 환호를 받았지만 같은 시기 나온 트위터와 페이스북처럼 뜨지 못한 채 20년을 기다려야 했다. 드디어 권토중래할 기회를 잡았는데 시장은 조금 더 기다리라는 신호를 보냈다.
회사명을 아예 메타로 바꾼 페이스북은 지난 3일 주가가 사상 최대 폭인 26%나 하락했다. 하루 만에 시가총액 2500억 달러(300조 원)가 날아갔다. 실적 부진, 적극 이용자 감소, 아이폰 이용자 데이터 제한도 그렇지만 메타버스 사업에 투자하느라 지난해 12조 원이 넘는 순손실을 본 것이 컸다.
그래도 메타버스 시장이 올해부터 가속도가 붙을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시장쟁탈전에 뛰어든 선수들도 막바지 채비에 바쁘다. 연초부터 초대형 게임업체 인수·합병(M&A)이 잇따랐다. MS는 액티비전블리자드(Activision Blizzard)를 82조 원에, 테이크투인터랙티브는 징가(Zynga)를 15조 원에, 소니는 번지(Bungie)를 4조3000억 원에 넘겨받았다. 애플·메타·구글 등이 개발하는 VR 헤드셋과 AR 스마트글라스 공개도 임박했다. 가격도 내려갈 것이다. 대면을 꺼리는 코로나19 팬데믹 덕분에 수요가 본격화하면서 메타버스 산업은 올해가 원년이 될 것이다.
모름지기 큰 파도가 밀려들면 거스르지 말고 올라타야 한다. 투자이익이든 일자리든 새로 찾을 가능성이 크다. 이 공간 인터넷 속에서 누구나 새 기회를 찾고 가치를 만들어낼 수 있다. ‘레디 플레이어 원’의 주인공 웨이드의 마음으로 오아시스를 찾아 떠나자.
필자 신화수는 30년간 기술산업 분야를 취재했으며 전자신문 편집국장, 문화체육관광부 홍보협력관, IT조선 이사 등을 역임했다. 기술로 세상을 바꾸는 사람들을 응원한다.
AR·VR 결합 무한 공간으로 변신
MS·애플·구글 등 대규모 투자
클라우딩 컴퓨팅·반도체 수요 급증
다양한 현실 일자리도 구현 가능
인터넷·스마트폰 이을 신기술로
‘레디 플레이어 원’에서는 주인공 웨이드(아바타 이름은 퍼시벌)가 VR 고글과 장갑을 끼고, 웨어러블 옷을 입은 채 가상세계인 ‘오아시스’를 찾아간다. 사진=워너브러더스
팝가수 아리아나 그란데가 포트나이트에서 연 메타버스 콘서트. 팬데믹으로 사라진 공연 기회와 공간을 가상세계에서 찾아냈다. 사진=포트나이트
미국 힙합 가수 트레비 스콧이 포트나이트에서 연 메타버스 콘서트. 팬데믹으로 사라진 공연 기회와 공간을 가상세계에서 찾아냈다. 사진=포트나이트
네이버가 글로벌 AR 아바타 서비스로 키우면서 제페토에 등장한 걸그룹 블랙핑크. 사진=제페토
마크 저커버그 메타 CEO의 아바타가 다른 아바타들과 포커를 치다가 다른 친구를 불러내고 있다.
사진=메타
메타버스(Metaverse) 얘기를 처음 들었을 때 두 가지가 떠올랐다. ‘레디 플레이어 원(Ready Player One)’(2018)은 가상현실 ‘오아시스’ 설계자가 숨긴 부활절 달걀(이스터 에그)을 찾는 액션 영화다. ‘세컨드 라이프(Second Life)’는 20년 전 혜성처럼 등장했다가 곧 잊힌 가상현실 플랫폼이다. 둘 다 가상세계 속 아바타로 게임을 하며 친구를 사귄다. 메타버스의 전형이다.
메타버스(Metaverse)는 ‘초월, 그 이상’을 뜻하는 메타(Meta)와 ‘세상, 우주’를 뜻하는 유니버스(Universe)의 합성어다. 현실 세계를 뛰어넘은 가상세계라는 의미다.
증강현실(增强現實·Augmented Reality)과 가상현실(假想現實·Virtual Reality)이라는 컴퓨터 그래픽 기술로 만든다. AR은 가상세계 일부를, VR은 전부를 구현한다. 스마트폰 카메라 화면에 들어온 포켓몬을 잡는 ‘포켓몬 고’는 대표적인 AR 서비스다. VR은 ‘헤드 마운티드 디스플레이(HMD)’를 머리에 써야 해 불편한 대신에 실감이 난다.
현실세계를 디지털로 똑같이 구현한 ‘미러월드(Mirrored World)’, 사람의 생각과 몸이 만든 디지털 데이터를 공유하는 ‘라이프로깅(Life logging)’도 가상세계다. ‘구글어스’는 미러월드를, ‘페이스북’과 ‘스트라바’는 라이프로깅을 대표한다. 온라인 게임은 가상세계 원조 격이다. 메타버스는 디지털로 만든 모든 가상공간과 이를 연결한 세계다.
의문이 생긴다. VR과 AR, 게임과 소셜미디어 등은 이전부터 있던 기술과 서비스인데 왜 메타버스 하나로 뭉뚱그릴까. 왜 하필 지금 붐을 이룰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투자금융과 기술산업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진 산물이다.
두 산업은 알고 보면 유행(Fashion) 산업이다. 늘 최신 경향(트렌드)에 민감하다. 실물경제와 밀접해 경기가 식으면 투자부터 준다. 새 먹거리를 계속 만들려면 투자를 자극할 유행어가 필요하다. 투자금융산업은 2008년 금융위기의 그늘을 아직 벗어나지 못했다. 기술산업은 10년간 이어진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앱) 경제가 시들해졌다. 새 활로가 절실한 시점에 메타버스를 띄웠다. 비슷한 단어만 들어가도 그 기업의 주가가 뛴다. 기업들이 너 나 할 것 없이 메타버스 기술과 인프라 투자에 돈을 쓴다.
메타버스 대표 기업은 마이크로소프트(MS)·아마존·엔비디아·메타(페이스북)·알파벳(구글)·애플 등이다. 유니티소프트웨어·에픽게임즈(비상장)·로블록스·퀄컴·AMD·TSMC·삼성전자·인텔·소니·텐센트·네이버 등도 손꼽힌다.
“가만, 게임콘텐츠나 소셜미디어 업체는 그렇다고 쳐도 다른 업체는 무슨 상관이람?”
메타버스 시장이 커지면 덩달아 클라우드컴퓨팅과 반도체 수요가 급증한다. 대용량 데이터를 처리하고 서비스가 끊김 없게 하려면 더 빠른 반도체와 언제든 인터넷에 접속할 클라우드 환경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금을 캐려 하지 말고 그들에게 곡괭이와 삽, 청바지를 팔라.” 1849년 캘리포니아 골드러시가 일찌감치 일러준 비즈니스 교훈이다.
VR과 AR 기술이 게임·애니메이션·소셜미디어에만 적용되지 않는다. 광고·쇼핑·설계·건축·공간 디자인·도시기획·시뮬레이션 교육·콘퍼런스·자동차·조선 등 모든 산업과 접목한다. 비용을 줄이고, 생산성을 높이며, 시장까지 새로 만든다.
팀 스위니(Tim Sweeney) 에픽게임즈 CEO는 메타버스를 ‘공간 인터넷’이라고 불렀다. 인터넷이 2차원 평면이라면 메타버스는 3차원 공간 인터넷이라는 뜻이다. 사용자들이 그 가상공간에 들어가 검색을 하며, 뉴스를 보고, 게임과 소셜미디어를 즐긴다. 쇼핑하며, 일도 한다. 더욱이 이 공간은 무한하다.
일자리 측면에서 메타버스는 인공지능(AI)보다 착한 기술이다. AI처럼 현실 일자리를 일방적으로 없애지 않으며, 새 일자리도 제법 만든다. 3차원(D) 콘텐츠와 모델링 관련 소프트웨어 개발과 콘텐츠 창작, 기획, 마케팅을 시작으로 웬만한 현실 일자리를 디지털로 구현할 수 있다. 심지어 가상 자산을 사고판다. 지난해 미국 주요 4개 메타버스 부동산 플랫폼에서 팔린 가상 부동산이 5억 달러어치에 이른다.
메타버스는 기술 확장성, 비즈니스 창출 효과, 다른 산업에 미칠 영향 등 모든 면에서 PC·인터넷·스마트폰처럼 10년 이상 산업을 이끌 기술로 손색이 없다.
지금은 그 크기를 상상할 수 없는 가상경제 창출까지 고려하면 파괴력은 인터넷 이상이다.
그렇다고 너무 들뜨면 곤란하다. 세컨드라이프만 해도 출발 당시에 환호를 받았지만 같은 시기 나온 트위터와 페이스북처럼 뜨지 못한 채 20년을 기다려야 했다. 드디어 권토중래할 기회를 잡았는데 시장은 조금 더 기다리라는 신호를 보냈다.
회사명을 아예 메타로 바꾼 페이스북은 지난 3일 주가가 사상 최대 폭인 26%나 하락했다. 하루 만에 시가총액 2500억 달러(300조 원)가 날아갔다. 실적 부진, 적극 이용자 감소, 아이폰 이용자 데이터 제한도 그렇지만 메타버스 사업에 투자하느라 지난해 12조 원이 넘는 순손실을 본 것이 컸다.
그래도 메타버스 시장이 올해부터 가속도가 붙을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시장쟁탈전에 뛰어든 선수들도 막바지 채비에 바쁘다. 연초부터 초대형 게임업체 인수·합병(M&A)이 잇따랐다. MS는 액티비전블리자드(Activision Blizzard)를 82조 원에, 테이크투인터랙티브는 징가(Zynga)를 15조 원에, 소니는 번지(Bungie)를 4조3000억 원에 넘겨받았다. 애플·메타·구글 등이 개발하는 VR 헤드셋과 AR 스마트글라스 공개도 임박했다. 가격도 내려갈 것이다. 대면을 꺼리는 코로나19 팬데믹 덕분에 수요가 본격화하면서 메타버스 산업은 올해가 원년이 될 것이다.
모름지기 큰 파도가 밀려들면 거스르지 말고 올라타야 한다. 투자이익이든 일자리든 새로 찾을 가능성이 크다. 이 공간 인터넷 속에서 누구나 새 기회를 찾고 가치를 만들어낼 수 있다. ‘레디 플레이어 원’의 주인공 웨이드의 마음으로 오아시스를 찾아 떠나자.
필자 신화수는 30년간 기술산업 분야를 취재했으며 전자신문 편집국장, 문화체육관광부 홍보협력관, IT조선 이사 등을 역임했다. 기술로 세상을 바꾸는 사람들을 응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