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인전투체계에서의 윤리적 외상에 대한 이해
-무인전투기 사례를 중심으로 -
『국방논단』 1882호(한국국방연구원 발행)
김푸름 pureumkim@kida.re.kr 한국국방연구원 국방인력연구센터
육군과학화전투훈련단(KCTC) 도시지역 훈련장에서 운용요원이 드론 마일즈에 대한 전투실험을 진행하고 있다. 국방일보 DB.
우리 군은 국방개혁 2.0을 통하여 인공지능 AI 중심의 무인전투체계를 갖추어가면서 하드웨어적인 전투력 강화에 만전을 기하고 있다. 하지만 기술집약적인 전투체계를 운영하는 개개인의 장병이 최첨단화 과학기술로 인하여 무인전장에서 겪게 될 심리적인 영역에서의 잠재적인 어려움에 대해서는 아직 준비가 미흡하다. 국방부의 ‘첨단 과학기술 기반의 정예화된 군’으로서 고도로 지능화된 무인무기체계에서의 전투력을 극대화하기 위해서는 이에 비례하는 정신적인 영역에서의 전투준비태세 강화도 요구된다.
따라서 본고에서는 미래 무인전장의 고유한 특성으로 인해 초래되는 정신적인 외상으로서 ‘윤리적 외상(Moral Injury)’에 대한 이해의 폭을 무인전투기 사례를 통하여 넓혀보고자 한다. 이를 위해 무인전투기술로 인한 윤리적 외상과 기본개념, 현재까지의 평가 및 치료 방법에 중점을 두고 논의하고자 한다. 이로써 무인전장시대에 우리 군의 가장 최적화된 유·무형 전투력 발휘의 실증적인 기틀을 다지는 단초를 제공하고자 함이다.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맞이하여 과학기술은 비약적인 발전을 거듭해왔으며, 우리 군도 이에 발 맞추어 첨단과학기술 중심의 군으로 변화하기 위한 많은 각고의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이러한 흐름 속에서, 국방부는 고도화된 인공지능 AI을 활용하는 미래 전장체계로 발전하는 과정의 일부로서 무인무기체계의 도입을 시도하고 있다.
첨단 과학기술의 지능화·무인화에 비례하여 기술 집약적인 정예군으로 준비되어 가고 있는 가운데, 이러한 전문적인 인력들이 무인무기체계에서 겪게 될 다양한 심리사회적인 양상에 대한 동시적인 준비를 갖추어나가야 하는 필요성이 증대되고 있다. 무인전장에서 물리적인 안전은 보장되는 반면에, 고도로 지능화된 감시-타격체계로 인하여 초래되는 정신적인 트라우마(trauma)로서 윤리적 외상(Moral Injury)에 대하여 무인전투기 사례를 중심으로 살펴보며 알아보고자 한다.
윤리적 외상이란
윤리적 외상은 깊이 내재되어 있는 도덕적인 신념과 기대치를 타협하거나, 양심적인 가치관이 훼손될 경우에 입게 되는 심리적인 외상으로 정의된다. 기저에 무엇이 옳고 그른 지에 대한 근본적인 이해가 침해받았다는 인식에 인지적·정서적 마비와 슬픔, 죄책감이 수반되며, 수치감과 자기장애화(self-handcapping), 분노, 혼란을 호소하기도 한다.
윤리적 외상을 초래할 수 있는 경험들은 적 살해, 무고한 여성·아이들·노인들 살해, 부수적 피해(collateral damage), 오인사격, 잔혹행위를 방치하는 경험들을 포함하며, 외상적 증상은 즉시 나타나지 않고 시간이 흐른 후에 나타날 수 있다. 역설적이게도 윤리적 외상은 비정상적인 상황에 대한 지극히 정상적인 반응이라고 볼 수 있다.
윤리적 외상의 개념타당성
윤리적 외상은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PTSD: Post-Traumatic Stress Disorder)와 상호적으로 공통적인 증상들이 있다. 하지만 실증적으로 구별 가능하며, 고유한 특성이 있는 각각 독립적인 개념이라고 입증되어 왔다.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PTSD는 공격의 표적으로서 삶을 위협받는 공격을 받는 현장에 처해 있음으로서 경험하게 된다. 반면에 윤리적 외상은 전투에서 직접적인 행동을 취했을 경우나, 목격했을 시, 자신의 기저 도덕적 신념이 깨어지게 되면서 겪게 되는 인지적 및 정서적인 차원에서의 죄책감과 수치감, 배반감으로 경험된다.
무인전투기 조종사의 윤리적 외상 사례
공군 조종사인 브렌던 브라이언(Brandon Bryan)은 처음 무인전투기(drone) 조종사로서 근무하게 되면서, 장기복무를 하게 되리라 생각하였다. 하지만 그는 미국 네바다(Nevada)에 있는 기지에 6년 동안 홀로 7000마일 떨어져 있는 아프가니스탄과 파키스탄의 마을들에서 벌어지는 선명하며, 잔혹한 장면들을 마주하게 되면서, 더 이상 임무를 감당할 수 없음을 깨닫게 되었다고 한다.
그는 화면에서 순식간에 사라져버리는 어린아이의 무고한 죽음과 파편 조각으로 산산조각이 나면서 죽게 되는 많은 이들의 죽음을 생생하게 목격하게 되면서, 작전의 도덕성에 대한 의구심을 떨쳐버릴 수 없게 되었다고 고백한다. 그는 자신이 무인전투기 조종사로서 임무를 수행한 경험을 “구역질이 나도록 역겹다(sick to my stomach)”고 회고한다.
또한 미(美) 공군의 영상 분석가로서 복무한 헤더 라인보(Heather Linebaugh)는 자신이 비록 아프가니스탄의 지상에 있지 않았다 할지라도, 여러 날 동안 지속적으로 화면을 통하여 전투 현장을 아주 생생하게, 자세히 볼 수 있었다고 한다.
그녀는 사람들의 연이은 죽음을 고화질의 영상을 통하여 쉼 없이 목격하게 되면서, 죽음의 영상이 머릿속에서 비디오처럼 계속 맴돌며 멈추지 않고 반복되는 고통을 겪게 되었다고 한다. 그 결과, 그녀는 그 누구도 자신이 입은 트라우마(trauma)를 겪지 않기를 바랄 정도의 극심한 정신적인 상해(傷害)로 인해 정상적인 삶을 영위하기가 어려웠음을 호소한다.
무인전투기술로 인한 윤리적 외상에 대한 이해
이처럼, 최첨단 과학기술로 고도화된 무인전투기의 시각정찰기술은 물리적인 거리로 비롯되는 안전을 무력화할 정도로 깊은 심리적인 상처를 남기게 됨을 알 수 있다. 이는 장시간 동안 화면을 통하여 잠재적 목표물인 사람들의 일상적인 삶을 관찰하며, 간접적으로 그들의 삶을 공유하게 되면서, 사람 대 사람으로서의 연대감을 형성하게 되기 때문이다. 역설적이게도, 생명의 안전을 보장해주는 고화질의 영상을 통한 원거리에서의 전투체험은 불가피한 심리적인 상흔(傷痕)을 남기게 된다.
주목할 점은, 군사시각정찰기술의 첨단화에 따라 무인전투기 조종사들이 전장을 포괄적이며 지속적으로 감찰할 수 있게 되면서, 역설적이게도 물리적이며 정서적인 간극이 좁혀지게 된다는 사실이다. 그 결과, 표적대상자들에 대한 공감적인 정서와 유대감이 점차적으로 강화되면서, 그들의 죽음을 초래하게 될 시 무인전투기 조종사들의 내면에 깊이 내재화되어 있는 도덕적인 신념과 믿음 체계에 반하는 반인륜적인 경험으로서 체험된다고 한다.
이와 같이, 무인전투기 조종사의 심리적인 트라우마(trauma)는 가시적으로 인지 가능한 육체적인 상처는 아닐지라도, 자신의 양심에 반하는 행위로 인해 초래되어 오래 지속되는 사회적, 행동적, 영적인 고통으로서 ‘윤리적 외상’으로 이해될 수 있다. 비록 전장에 직접 투입됨으로써 전투를 수행하지 않는다 할지라도, 무인전투체계의 고유한 속성으로부터 비롯되어 정신적인 영역에서 입게 되는 보이지 않는 상흔(傷痕)인 윤리적 외상에 대한 인식의 개선과 통찰 있는 이해가 필요함을 알 수 있다.
윤리적 외상 평가 방법
윤리적 외상을 평가하기 위한 여러 평가척도가 개발되었으며, 현재 기준으로 척도의 내용타당성 및 판별타당성은 실증적인 연구들을 통하여 점차적으로 발전되어가고 있다.
우선 군을 대상으로 하는 ‘윤리적 외상 사건 척도(Moral Injury Events Scale: MIES)’는 9항목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자신과 타인에 의해 부도덕적으로 인지되는 행위 및 배반을 포함하는 전쟁과 연관된 사건들에 대한 내용을 담고 있다(<표 2> 참고).
‘매우 동의함(Strongly Agree)’ ~ ‘매우 동의하지 않음(Strongly Disagree)’의 6점 척도 선상에서 평가하며, 총 점수가 높을수록, 윤리적 외상 정도가 심각함을 나타낸다.
‘윤리적 외상 표현 척도(Expression of Moral Injury Scale; EMIS)’는 17항목으로 구성되며, 군 복무 경험과 관련하여 자신에 대한 윤리적 외상(self-directed moral injury)과 타인에 대한 윤리적 외상(other-directed moral injury)을 측정한다.
전장에서의 복무 경험이 있는 군인들을 대상으로 척도가 개발되었으며, 윤리적 외상으로 비롯되는 고유한 심리적이며, 사회적, 영적인 증상들을 평가한다. 총 점수가 높을수록, 윤리적 외상 정도의 심각성을 나타낸다.
‘윤리적 외상 질문지(Moral Injury Questionnaire . Military Version; MIQ-M)’는 20항목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군인들이 겪을 수 있는 도덕적으로 외상적인 경험들(morally injurious experiences; MIEs)에 대한 내용을 평가한다. MIQ-M을 통하여 높은 수준의 MIEs를 겪고 있음이 발견된 군인들은 더 심각한 업무 및 사회적인 부적응과 우울감, 외상 후 스트레스를 보고하였다. 즉, 총 점수가 높을수록, 더 심각한 수준의 윤리적 외상을 겪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윤리적 외상 치료 방법
윤리적 외상을 치료하는 데 있어서, 도덕적으로 외상적인 경험(morally injurious events)과 연관된 수치감과 죄책감의 감정에 대한 이해가 우선시되어야 한다. 이러한 감정을 치료자와 나누게 될 시 평가받게 될 수 있다는 두려움으로 인하여 솔직하게 나누지 못할 수 있음을 염두에 두고, 공감적이며 수용적으로 치료과정을 이끌어갈 수 있어야 한다.
현재까지 실증적으로 입증된 치료방법은 수용전념치료(acceptance and commitment therapy)와 적응적 공유(adaptive disclosure), 외상중심 인지행동치료(trauma-focused cognitive-behavioral therapy), 공감중심치료(compassion-focused therapy)가 있다. 이와 같은 모든 치료에서의 중심은 윤리적 외상을 입힌 경험에 대한 재구조화와 재해석을 통하여서, 외상적인 기억을 회상할 시에 체험되는 고통을 절감하는 것이다.
치료방법을 포괄적으로 고려할 수 있는 통합적인 관점(holistic approach)이 중요하며, 윤리적 외상을 근본적으로 진단하는 데 있어서, 외상 경험에 대한 종합적인 이해가 수반되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경험한 사건의 내용과 인지적 및 정서적 체험, 사건으로 인한 자신과 사회, 타인에 대한 인식을 포함하는 질문들을 통한 파악이 이루어져야 한다. 이처럼 윤리적 외상을 초래하는 경험이 본질적으로 자신에 대해 무엇을 말해주는지에 대한 심도 있는 통찰은 회복에 있어서 필수적이나, 치료 과정 가운데 외상적인 경험의 재발(再發)은 방지해야 한다.
맺음말
우리 군이 과학기술 중심의 무인화·지능화로 첨단화된 전투체계를 다져가기 위해 심혈을 기울이는 가운데, 기술집약적인 병력구조로 변화하는 과도기를 지나고 있다. 가시적으로 드러나는 하드웨어적인 측면에서의 전투력은 분명히 발전하고 있다. 하지만 최첨단화된 과학기술로써 무장된 무인전투체계를 운영하며, 무인전장에서의 전투주체가 되는 장병 개개인이 겪게 될 보이지 않는 영역에서의 심리적인 어려움들에 대한 인식은 아직 저조한 수준에 머무르고 있다.
고도로 첨단화된 무인전장의 고유한 특성으로 인해 장병들이 직면하고 경험하게 될 정신적인 측면에서의 어려움으로서, 윤리적 외상에 대한 인식이 개선되어야 하며, 깊이 있는 이해가 요구된다. 즉, 관찰-상황판단-의사결정-행동의 동시통합적인 전투수행을 가능케 하는 가속화된 의사결정주기로 인해 불가피하게 초래되는 인지적 전투근접성(Cognitive Combat Intimacy)에 대한 인식이 전장훈련체계에 반영되어야 하며, 이에 관련한 지속적인 실증적 연구가 수행되어야 한다. 이를 토대로, 무인전투시대를 대비하여 유·무형전력의 최적화된 전투준비태세를 갖출 수 있게 되며, 더 나아가 극대화된 전투력을 발휘할 수 있게 되리라 기대해 본다.
무인전투체계에서의 윤리적 외상에 대한 이해
-무인전투기 사례를 중심으로 -
『국방논단』 1882호(한국국방연구원 발행)
김푸름 pureumkim@kida.re.kr 한국국방연구원 국방인력연구센터
육군과학화전투훈련단(KCTC) 도시지역 훈련장에서 운용요원이 드론 마일즈에 대한 전투실험을 진행하고 있다. 국방일보 DB.
우리 군은 국방개혁 2.0을 통하여 인공지능 AI 중심의 무인전투체계를 갖추어가면서 하드웨어적인 전투력 강화에 만전을 기하고 있다. 하지만 기술집약적인 전투체계를 운영하는 개개인의 장병이 최첨단화 과학기술로 인하여 무인전장에서 겪게 될 심리적인 영역에서의 잠재적인 어려움에 대해서는 아직 준비가 미흡하다. 국방부의 ‘첨단 과학기술 기반의 정예화된 군’으로서 고도로 지능화된 무인무기체계에서의 전투력을 극대화하기 위해서는 이에 비례하는 정신적인 영역에서의 전투준비태세 강화도 요구된다.
따라서 본고에서는 미래 무인전장의 고유한 특성으로 인해 초래되는 정신적인 외상으로서 ‘윤리적 외상(Moral Injury)’에 대한 이해의 폭을 무인전투기 사례를 통하여 넓혀보고자 한다. 이를 위해 무인전투기술로 인한 윤리적 외상과 기본개념, 현재까지의 평가 및 치료 방법에 중점을 두고 논의하고자 한다. 이로써 무인전장시대에 우리 군의 가장 최적화된 유·무형 전투력 발휘의 실증적인 기틀을 다지는 단초를 제공하고자 함이다.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맞이하여 과학기술은 비약적인 발전을 거듭해왔으며, 우리 군도 이에 발 맞추어 첨단과학기술 중심의 군으로 변화하기 위한 많은 각고의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이러한 흐름 속에서, 국방부는 고도화된 인공지능 AI을 활용하는 미래 전장체계로 발전하는 과정의 일부로서 무인무기체계의 도입을 시도하고 있다.
첨단 과학기술의 지능화·무인화에 비례하여 기술 집약적인 정예군으로 준비되어 가고 있는 가운데, 이러한 전문적인 인력들이 무인무기체계에서 겪게 될 다양한 심리사회적인 양상에 대한 동시적인 준비를 갖추어나가야 하는 필요성이 증대되고 있다. 무인전장에서 물리적인 안전은 보장되는 반면에, 고도로 지능화된 감시-타격체계로 인하여 초래되는 정신적인 트라우마(trauma)로서 윤리적 외상(Moral Injury)에 대하여 무인전투기 사례를 중심으로 살펴보며 알아보고자 한다.
윤리적 외상이란
윤리적 외상은 깊이 내재되어 있는 도덕적인 신념과 기대치를 타협하거나, 양심적인 가치관이 훼손될 경우에 입게 되는 심리적인 외상으로 정의된다. 기저에 무엇이 옳고 그른 지에 대한 근본적인 이해가 침해받았다는 인식에 인지적·정서적 마비와 슬픔, 죄책감이 수반되며, 수치감과 자기장애화(self-handcapping), 분노, 혼란을 호소하기도 한다.
윤리적 외상을 초래할 수 있는 경험들은 적 살해, 무고한 여성·아이들·노인들 살해, 부수적 피해(collateral damage), 오인사격, 잔혹행위를 방치하는 경험들을 포함하며, 외상적 증상은 즉시 나타나지 않고 시간이 흐른 후에 나타날 수 있다. 역설적이게도 윤리적 외상은 비정상적인 상황에 대한 지극히 정상적인 반응이라고 볼 수 있다.
윤리적 외상의 개념타당성
윤리적 외상은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PTSD: Post-Traumatic Stress Disorder)와 상호적으로 공통적인 증상들이 있다. 하지만 실증적으로 구별 가능하며, 고유한 특성이 있는 각각 독립적인 개념이라고 입증되어 왔다.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PTSD는 공격의 표적으로서 삶을 위협받는 공격을 받는 현장에 처해 있음으로서 경험하게 된다. 반면에 윤리적 외상은 전투에서 직접적인 행동을 취했을 경우나, 목격했을 시, 자신의 기저 도덕적 신념이 깨어지게 되면서 겪게 되는 인지적 및 정서적인 차원에서의 죄책감과 수치감, 배반감으로 경험된다.
무인전투기 조종사의 윤리적 외상 사례
공군 조종사인 브렌던 브라이언(Brandon Bryan)은 처음 무인전투기(drone) 조종사로서 근무하게 되면서, 장기복무를 하게 되리라 생각하였다. 하지만 그는 미국 네바다(Nevada)에 있는 기지에 6년 동안 홀로 7000마일 떨어져 있는 아프가니스탄과 파키스탄의 마을들에서 벌어지는 선명하며, 잔혹한 장면들을 마주하게 되면서, 더 이상 임무를 감당할 수 없음을 깨닫게 되었다고 한다.
그는 화면에서 순식간에 사라져버리는 어린아이의 무고한 죽음과 파편 조각으로 산산조각이 나면서 죽게 되는 많은 이들의 죽음을 생생하게 목격하게 되면서, 작전의 도덕성에 대한 의구심을 떨쳐버릴 수 없게 되었다고 고백한다. 그는 자신이 무인전투기 조종사로서 임무를 수행한 경험을 “구역질이 나도록 역겹다(sick to my stomach)”고 회고한다.
또한 미(美) 공군의 영상 분석가로서 복무한 헤더 라인보(Heather Linebaugh)는 자신이 비록 아프가니스탄의 지상에 있지 않았다 할지라도, 여러 날 동안 지속적으로 화면을 통하여 전투 현장을 아주 생생하게, 자세히 볼 수 있었다고 한다.
그녀는 사람들의 연이은 죽음을 고화질의 영상을 통하여 쉼 없이 목격하게 되면서, 죽음의 영상이 머릿속에서 비디오처럼 계속 맴돌며 멈추지 않고 반복되는 고통을 겪게 되었다고 한다. 그 결과, 그녀는 그 누구도 자신이 입은 트라우마(trauma)를 겪지 않기를 바랄 정도의 극심한 정신적인 상해(傷害)로 인해 정상적인 삶을 영위하기가 어려웠음을 호소한다.
무인전투기술로 인한 윤리적 외상에 대한 이해
이처럼, 최첨단 과학기술로 고도화된 무인전투기의 시각정찰기술은 물리적인 거리로 비롯되는 안전을 무력화할 정도로 깊은 심리적인 상처를 남기게 됨을 알 수 있다. 이는 장시간 동안 화면을 통하여 잠재적 목표물인 사람들의 일상적인 삶을 관찰하며, 간접적으로 그들의 삶을 공유하게 되면서, 사람 대 사람으로서의 연대감을 형성하게 되기 때문이다. 역설적이게도, 생명의 안전을 보장해주는 고화질의 영상을 통한 원거리에서의 전투체험은 불가피한 심리적인 상흔(傷痕)을 남기게 된다.
주목할 점은, 군사시각정찰기술의 첨단화에 따라 무인전투기 조종사들이 전장을 포괄적이며 지속적으로 감찰할 수 있게 되면서, 역설적이게도 물리적이며 정서적인 간극이 좁혀지게 된다는 사실이다. 그 결과, 표적대상자들에 대한 공감적인 정서와 유대감이 점차적으로 강화되면서, 그들의 죽음을 초래하게 될 시 무인전투기 조종사들의 내면에 깊이 내재화되어 있는 도덕적인 신념과 믿음 체계에 반하는 반인륜적인 경험으로서 체험된다고 한다.
이와 같이, 무인전투기 조종사의 심리적인 트라우마(trauma)는 가시적으로 인지 가능한 육체적인 상처는 아닐지라도, 자신의 양심에 반하는 행위로 인해 초래되어 오래 지속되는 사회적, 행동적, 영적인 고통으로서 ‘윤리적 외상’으로 이해될 수 있다. 비록 전장에 직접 투입됨으로써 전투를 수행하지 않는다 할지라도, 무인전투체계의 고유한 속성으로부터 비롯되어 정신적인 영역에서 입게 되는 보이지 않는 상흔(傷痕)인 윤리적 외상에 대한 인식의 개선과 통찰 있는 이해가 필요함을 알 수 있다.
윤리적 외상 평가 방법
윤리적 외상을 평가하기 위한 여러 평가척도가 개발되었으며, 현재 기준으로 척도의 내용타당성 및 판별타당성은 실증적인 연구들을 통하여 점차적으로 발전되어가고 있다.
우선 군을 대상으로 하는 ‘윤리적 외상 사건 척도(Moral Injury Events Scale: MIES)’는 9항목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자신과 타인에 의해 부도덕적으로 인지되는 행위 및 배반을 포함하는 전쟁과 연관된 사건들에 대한 내용을 담고 있다(<표 2> 참고).
‘매우 동의함(Strongly Agree)’ ~ ‘매우 동의하지 않음(Strongly Disagree)’의 6점 척도 선상에서 평가하며, 총 점수가 높을수록, 윤리적 외상 정도가 심각함을 나타낸다.
‘윤리적 외상 표현 척도(Expression of Moral Injury Scale; EMIS)’는 17항목으로 구성되며, 군 복무 경험과 관련하여 자신에 대한 윤리적 외상(self-directed moral injury)과 타인에 대한 윤리적 외상(other-directed moral injury)을 측정한다.
전장에서의 복무 경험이 있는 군인들을 대상으로 척도가 개발되었으며, 윤리적 외상으로 비롯되는 고유한 심리적이며, 사회적, 영적인 증상들을 평가한다. 총 점수가 높을수록, 윤리적 외상 정도의 심각성을 나타낸다.
‘윤리적 외상 질문지(Moral Injury Questionnaire . Military Version; MIQ-M)’는 20항목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군인들이 겪을 수 있는 도덕적으로 외상적인 경험들(morally injurious experiences; MIEs)에 대한 내용을 평가한다. MIQ-M을 통하여 높은 수준의 MIEs를 겪고 있음이 발견된 군인들은 더 심각한 업무 및 사회적인 부적응과 우울감, 외상 후 스트레스를 보고하였다. 즉, 총 점수가 높을수록, 더 심각한 수준의 윤리적 외상을 겪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윤리적 외상 치료 방법
윤리적 외상을 치료하는 데 있어서, 도덕적으로 외상적인 경험(morally injurious events)과 연관된 수치감과 죄책감의 감정에 대한 이해가 우선시되어야 한다. 이러한 감정을 치료자와 나누게 될 시 평가받게 될 수 있다는 두려움으로 인하여 솔직하게 나누지 못할 수 있음을 염두에 두고, 공감적이며 수용적으로 치료과정을 이끌어갈 수 있어야 한다.
현재까지 실증적으로 입증된 치료방법은 수용전념치료(acceptance and commitment therapy)와 적응적 공유(adaptive disclosure), 외상중심 인지행동치료(trauma-focused cognitive-behavioral therapy), 공감중심치료(compassion-focused therapy)가 있다. 이와 같은 모든 치료에서의 중심은 윤리적 외상을 입힌 경험에 대한 재구조화와 재해석을 통하여서, 외상적인 기억을 회상할 시에 체험되는 고통을 절감하는 것이다.
치료방법을 포괄적으로 고려할 수 있는 통합적인 관점(holistic approach)이 중요하며, 윤리적 외상을 근본적으로 진단하는 데 있어서, 외상 경험에 대한 종합적인 이해가 수반되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경험한 사건의 내용과 인지적 및 정서적 체험, 사건으로 인한 자신과 사회, 타인에 대한 인식을 포함하는 질문들을 통한 파악이 이루어져야 한다. 이처럼 윤리적 외상을 초래하는 경험이 본질적으로 자신에 대해 무엇을 말해주는지에 대한 심도 있는 통찰은 회복에 있어서 필수적이나, 치료 과정 가운데 외상적인 경험의 재발(再發)은 방지해야 한다.
맺음말
우리 군이 과학기술 중심의 무인화·지능화로 첨단화된 전투체계를 다져가기 위해 심혈을 기울이는 가운데, 기술집약적인 병력구조로 변화하는 과도기를 지나고 있다. 가시적으로 드러나는 하드웨어적인 측면에서의 전투력은 분명히 발전하고 있다. 하지만 최첨단화된 과학기술로써 무장된 무인전투체계를 운영하며, 무인전장에서의 전투주체가 되는 장병 개개인이 겪게 될 보이지 않는 영역에서의 심리적인 어려움들에 대한 인식은 아직 저조한 수준에 머무르고 있다.
고도로 첨단화된 무인전장의 고유한 특성으로 인해 장병들이 직면하고 경험하게 될 정신적인 측면에서의 어려움으로서, 윤리적 외상에 대한 인식이 개선되어야 하며, 깊이 있는 이해가 요구된다. 즉, 관찰-상황판단-의사결정-행동의 동시통합적인 전투수행을 가능케 하는 가속화된 의사결정주기로 인해 불가피하게 초래되는 인지적 전투근접성(Cognitive Combat Intimacy)에 대한 인식이 전장훈련체계에 반영되어야 하며, 이에 관련한 지속적인 실증적 연구가 수행되어야 한다. 이를 토대로, 무인전투시대를 대비하여 유·무형전력의 최적화된 전투준비태세를 갖출 수 있게 되며, 더 나아가 극대화된 전투력을 발휘할 수 있게 되리라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