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차 배터리사업 미래 보고 주식 산 LG화학 투자자들
전지사업 다른 회사로 분할되자 주가 반토막 나는 아픔 맛봐
공모주 우선 배정 권한 등 ‘소액주주 이익 침해 방지 장치’ 필요
LG에너지솔루션 오창공장 전경. 사진=LG에너지솔루션
전기차 배터리 생산라인에서 연구원들이 리튬이온폴리머를 살펴보는 모습. 사진=LG에너지솔루션
15,000,000,000,000,000원. 국내외 기관 투자자들이 LG에너지솔루션(LG엔솔) 청약을 받기 위해 써낸 총금액입니다. 무려 1경5000조 원입니다.
LG엔솔의 IPO(기업공개)는 그야말로 대박을 쳤습니다. 개인 투자자들도 114조 원을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아 투자)’해서 청약을 넣었습니다. 우리나라 2년치 국방예산보다도 큰 금액입니다. ‘전 국민 소고기 파티’ ‘LG엔솔 재난지원금’이라며 한편에서는 환호하지만, 쓴웃음을 짓는 사람도 있습니다. 바로 LG화학 주주들입니다.
LG화학은 LG에너지솔루션의 모(母)회사입니다. LG화학에서 배터리 사업부를 ‘물적분할’해 만든 회사가 LG엔솔입니다. LG엔솔의 IPO 탓에 LG화학 주가가 이미 반 토막 가까이 하락했고 당분간 더 떨어질 가능성이 큽니다.
그렇다면 대체 물적분할이 무엇이기에 LG화학의 주가에 악영향을 미치는 걸까요? 또 다른 개념인 ‘인적분할’과는 어떤 차이점이 있는 걸까요?
‘물적분할’ ‘인적분할’ 어떻게 다를까
물적분할과 인적분할은 기업을 나누는 방식의 차이입니다.
A씨가 7000만 원(지분율 70%), B씨가 3000만 원(30%)의 투자금을 내 자본금 1억 원 규모의 치킨·피자집을 하나 차렸다고 가정해봅시다. 피자 사업이 잘돼서 자본금 5000만 원 규모로 피자 사업만 따로 분사하려고 합니다. 이렇게 하나의 회사를 쪼개는 것이 분할입니다. 여기서 A씨가 가진 선택지가 바로 물적분할과 인적분할입니다.
물적분할을 하게 되면 치킨집이 피자집의 모회사가 됩니다. 모회사인 치킨집에 대해서는 A씨 70%, B씨 30%의 지분율이 유지됩니다. 동시에 치킨집은 자회사 피자집의 지분 100%를 소유합니다. 기업 지배구조가 수직이 되는 것이죠.
인적분할은 기존 회사 주주들이 지분율대로 신설 법인의 주식을 나눠 갖습니다. 그러므로 인적분할을 하면 치킨집은 물론 피자집 지분도 A씨가 70%, B씨가 30%를 갖게 됩니다. 치킨집과 피자집은 서로 간에 지분 관계가 없고, 수평적인 관계사가 됩니다. 결국 물적분할을 하게 되면 A씨와 B씨는 피자집 경영권을 치킨집을 통해 간접 보유하게 되고, 인적분할을 하면 직접 보유한다는 차이가 있습니다.
여기서 다른 투자자 C씨로부터 피자집에 4000만 원의 추가 투자를 받는 경우를 보겠습니다. 물적분할한 경우를 보면 자회사 피자집의 자본금이 5000만 원에서 9000만 원으로 늘었으니 치킨집(모회사)의 지분율은 100%에서 55.6%로 낮아지고 9000만 원 중 4000만 원을 출자한 투자자 C씨의 지분율은 44.4%가 됩니다. A씨는 치킨집의 최대주주이고, 피자집의 지분율 역시 모회사인 치킨집이 절반 이상이기 때문에 A씨는 피자집에 대한 경영권도 그대로 유지하게 됩니다.
인적분할은 같은 금액인 4000만 원을 투자받으면 기존 대주주였던 A씨의 지분율이 50% 이하로 하락하게 됩니다. 새로 들어오는 C씨가 피자집의 새 대주주가 됩니다. 사실상 경영권을 내놓는 셈이니 A씨는 이런 투자를 받지 못할 겁니다.
피자집을 자신이 대주주인 치킨집을 통해 100% 소유하느냐, 아니면 동업자 B씨에게도 피자집 지분을 주느냐에 따라 상황이 완전히 달라지는 셈입니다. 즉 물적분할은 새로운 자금을 유치할 때 대주주의 경영권 방어 측면에서 유리합니다.
주가 견인한 배터리사업 떼내다니… LG화학 주주 부글부글
LG엔솔도 비슷한 경우입니다. LG엔솔은 LG화학의 전지사업부를 분사해 만든 기업입니다. LG화학의 전지사업부는 이전까지 투자자들의 주목을 받지 못했는데요. 전기차가 본격적으로 도로 위를 달리기 시작하고 테슬라 등 전기차 주가가 급등하면서 전기차 배터리사업의 미래 가능성을 본 투자자들이 LG화학의 주식을 사기 시작합니다.
앞으로는 내연기관 자동차의 자리를 전기차가 대신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옵니다. 전기차 가격의 약 40%가 배터리 가격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배터리 사업부가 전기차 산업 성장의 직접적인 수혜를 입을 수 있다는 뜻입니다. 세계 배터리 시장 1위를 달리는 중국 닝더스다이(CATL)의 시총은 무려 270조 원입니다.
전지사업이 투자자들의 관심을 끌고 있는 상황에서 LG화학은 한 가지 결정을 내립니다. 전지사업을 물적분할해 LG엔솔이라는 이름의 새 회사를 세운 것입니다. 결과적으로 보면 그동안 성장성을 주목받던 LG화학의 전지사업부를 물적분할해 비상장사로 뒀다가 다시 증시에 상장시키면서 투자금을 모은 것입니다.
LG화학의 기존 소액주주 입장에서 달가울 리 없는 결정입니다. 전기차 배터리 사업의 성장성을 보고 LG화학에 투자했는데, 전기차 배터리 사업을 다른 회사로 분할했으니 억울할 수밖에 없는 거죠. 예를 들어 반도체 업황이 좋아진다면 삼성전자의 지분을 보유한 삼성물산에 투자하는 것보다 삼성전자에 직접 투자하는 게 효율적인 선택이 될 테니까요. LG엔솔이 국내 증시에 상장할 경우 전기차 배터리를 보고 LG화학에 투자하던 국내외 기관투자자들도 LG화학을 팔고 LG엔솔을 살 것입니다. 실제로 LG화학의 주가도 최근 저점을 찍으면서 소액주주들의 분노가 더욱 높아지고 있습니다.
“물적분할 후 상장, 투자자 보호 위한 제도적 장치 필요”
비단 LG화학의 일만은 아닙니다. 상장사들이 알짜 사업부를 떼내는 물적분할을 단행한다는 소식에 관련 기업의 주주들이 두려움에 떨고 있습니다.
SK이노베이션도 배터리 사업을 SK온으로 물적분할했습니다. SK케미칼의 SK바이오사이언스, 한국조선해양의 현대중공업도 물적분할에 이어 주식시장에 상장됐습니다. CJ ENM과 NHN도 물적분할을 예고한 상황입니다.
국내 대표 철강기업 포스코도 ‘포스코홀딩스’와 기존 철강사업부인 ‘포스코’를 물적분할하는 계획을 지난해 말 발표했습니다. 주주들의 반발이 심해지자 잇따라 물적분할한 자회사 포스코를 상장하지 않겠다는 약속을 거듭 밝히고 있습니다.
하지만 인적분할의 경우 상황이 조금 다릅니다. 최근에 SK텔레콤은 SK텔레콤과 SK스퀘어로 분할했습니다. SK텔레콤은 LG화학과 달리 인적분할이었습니다. 기존 SK텔레콤 주주들은 분할 이후에도 SK스퀘어 주식을 지분율만큼 받았습니다. 따라서 잡음도 거의 없었습니다.
LG엔솔의 상장과 함께 물적분할의 문제점이 다시 대두하고 있습니다. 소액주주를 보호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는 것입니다.
증권가에서는 물적분할 등 기업 재편 과정에서 소액주주의 이익이 침해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제도적인 장치가 마련돼야 한다고 조언합니다. 자회사를 상장하는 경우 기존 모회사 주주에게 공모주 우선 배정 권한을 부여하는 것도 하나의 대안입니다. LG화학의 사례에 적용하면 LG화학 기존 주주들은 LG엔솔 공모주를 우선으로 받을 수 있는 혜택을 얻는 것입니다.
한 증권사 애널리스트는 “회사의 경영진이나 이사회는 주주들의 권리를 위임받아 회사 경영을 통해 주식 가치를 올리도록 암묵적인 계약을 맺은 것”이라며 “물적분할 후 상장하겠다는 결정을 내렸을 때 어떤 영향이 있을지 주주들과 소통하고, 동의를 구하는 과정이 필요하다”고 말했습니다.
필자 김현정은 매경닷컴 기자로 주식시장을 취재하고 있다. 증권사·한국예탁결제원을 출입하며 국내외 주식시장에서 발생하는 소식을 독자들에게 전달하고 있다.
전기차 배터리사업 미래 보고 주식 산 LG화학 투자자들
전지사업 다른 회사로 분할되자 주가 반토막 나는 아픔 맛봐
공모주 우선 배정 권한 등 ‘소액주주 이익 침해 방지 장치’ 필요
LG에너지솔루션 오창공장 전경. 사진=LG에너지솔루션
전기차 배터리 생산라인에서 연구원들이 리튬이온폴리머를 살펴보는 모습. 사진=LG에너지솔루션
15,000,000,000,000,000원. 국내외 기관 투자자들이 LG에너지솔루션(LG엔솔) 청약을 받기 위해 써낸 총금액입니다. 무려 1경5000조 원입니다.
LG엔솔의 IPO(기업공개)는 그야말로 대박을 쳤습니다. 개인 투자자들도 114조 원을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아 투자)’해서 청약을 넣었습니다. 우리나라 2년치 국방예산보다도 큰 금액입니다. ‘전 국민 소고기 파티’ ‘LG엔솔 재난지원금’이라며 한편에서는 환호하지만, 쓴웃음을 짓는 사람도 있습니다. 바로 LG화학 주주들입니다.
LG화학은 LG에너지솔루션의 모(母)회사입니다. LG화학에서 배터리 사업부를 ‘물적분할’해 만든 회사가 LG엔솔입니다. LG엔솔의 IPO 탓에 LG화학 주가가 이미 반 토막 가까이 하락했고 당분간 더 떨어질 가능성이 큽니다.
그렇다면 대체 물적분할이 무엇이기에 LG화학의 주가에 악영향을 미치는 걸까요? 또 다른 개념인 ‘인적분할’과는 어떤 차이점이 있는 걸까요?
‘물적분할’ ‘인적분할’ 어떻게 다를까
물적분할과 인적분할은 기업을 나누는 방식의 차이입니다.
A씨가 7000만 원(지분율 70%), B씨가 3000만 원(30%)의 투자금을 내 자본금 1억 원 규모의 치킨·피자집을 하나 차렸다고 가정해봅시다. 피자 사업이 잘돼서 자본금 5000만 원 규모로 피자 사업만 따로 분사하려고 합니다. 이렇게 하나의 회사를 쪼개는 것이 분할입니다. 여기서 A씨가 가진 선택지가 바로 물적분할과 인적분할입니다.
물적분할을 하게 되면 치킨집이 피자집의 모회사가 됩니다. 모회사인 치킨집에 대해서는 A씨 70%, B씨 30%의 지분율이 유지됩니다. 동시에 치킨집은 자회사 피자집의 지분 100%를 소유합니다. 기업 지배구조가 수직이 되는 것이죠.
인적분할은 기존 회사 주주들이 지분율대로 신설 법인의 주식을 나눠 갖습니다. 그러므로 인적분할을 하면 치킨집은 물론 피자집 지분도 A씨가 70%, B씨가 30%를 갖게 됩니다. 치킨집과 피자집은 서로 간에 지분 관계가 없고, 수평적인 관계사가 됩니다. 결국 물적분할을 하게 되면 A씨와 B씨는 피자집 경영권을 치킨집을 통해 간접 보유하게 되고, 인적분할을 하면 직접 보유한다는 차이가 있습니다.
여기서 다른 투자자 C씨로부터 피자집에 4000만 원의 추가 투자를 받는 경우를 보겠습니다. 물적분할한 경우를 보면 자회사 피자집의 자본금이 5000만 원에서 9000만 원으로 늘었으니 치킨집(모회사)의 지분율은 100%에서 55.6%로 낮아지고 9000만 원 중 4000만 원을 출자한 투자자 C씨의 지분율은 44.4%가 됩니다. A씨는 치킨집의 최대주주이고, 피자집의 지분율 역시 모회사인 치킨집이 절반 이상이기 때문에 A씨는 피자집에 대한 경영권도 그대로 유지하게 됩니다.
인적분할은 같은 금액인 4000만 원을 투자받으면 기존 대주주였던 A씨의 지분율이 50% 이하로 하락하게 됩니다. 새로 들어오는 C씨가 피자집의 새 대주주가 됩니다. 사실상 경영권을 내놓는 셈이니 A씨는 이런 투자를 받지 못할 겁니다.
피자집을 자신이 대주주인 치킨집을 통해 100% 소유하느냐, 아니면 동업자 B씨에게도 피자집 지분을 주느냐에 따라 상황이 완전히 달라지는 셈입니다. 즉 물적분할은 새로운 자금을 유치할 때 대주주의 경영권 방어 측면에서 유리합니다.
주가 견인한 배터리사업 떼내다니… LG화학 주주 부글부글
LG엔솔도 비슷한 경우입니다. LG엔솔은 LG화학의 전지사업부를 분사해 만든 기업입니다. LG화학의 전지사업부는 이전까지 투자자들의 주목을 받지 못했는데요. 전기차가 본격적으로 도로 위를 달리기 시작하고 테슬라 등 전기차 주가가 급등하면서 전기차 배터리사업의 미래 가능성을 본 투자자들이 LG화학의 주식을 사기 시작합니다.
앞으로는 내연기관 자동차의 자리를 전기차가 대신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옵니다. 전기차 가격의 약 40%가 배터리 가격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배터리 사업부가 전기차 산업 성장의 직접적인 수혜를 입을 수 있다는 뜻입니다. 세계 배터리 시장 1위를 달리는 중국 닝더스다이(CATL)의 시총은 무려 270조 원입니다.
전지사업이 투자자들의 관심을 끌고 있는 상황에서 LG화학은 한 가지 결정을 내립니다. 전지사업을 물적분할해 LG엔솔이라는 이름의 새 회사를 세운 것입니다. 결과적으로 보면 그동안 성장성을 주목받던 LG화학의 전지사업부를 물적분할해 비상장사로 뒀다가 다시 증시에 상장시키면서 투자금을 모은 것입니다.
LG화학의 기존 소액주주 입장에서 달가울 리 없는 결정입니다. 전기차 배터리 사업의 성장성을 보고 LG화학에 투자했는데, 전기차 배터리 사업을 다른 회사로 분할했으니 억울할 수밖에 없는 거죠. 예를 들어 반도체 업황이 좋아진다면 삼성전자의 지분을 보유한 삼성물산에 투자하는 것보다 삼성전자에 직접 투자하는 게 효율적인 선택이 될 테니까요. LG엔솔이 국내 증시에 상장할 경우 전기차 배터리를 보고 LG화학에 투자하던 국내외 기관투자자들도 LG화학을 팔고 LG엔솔을 살 것입니다. 실제로 LG화학의 주가도 최근 저점을 찍으면서 소액주주들의 분노가 더욱 높아지고 있습니다.
“물적분할 후 상장, 투자자 보호 위한 제도적 장치 필요”
비단 LG화학의 일만은 아닙니다. 상장사들이 알짜 사업부를 떼내는 물적분할을 단행한다는 소식에 관련 기업의 주주들이 두려움에 떨고 있습니다.
SK이노베이션도 배터리 사업을 SK온으로 물적분할했습니다. SK케미칼의 SK바이오사이언스, 한국조선해양의 현대중공업도 물적분할에 이어 주식시장에 상장됐습니다. CJ ENM과 NHN도 물적분할을 예고한 상황입니다.
국내 대표 철강기업 포스코도 ‘포스코홀딩스’와 기존 철강사업부인 ‘포스코’를 물적분할하는 계획을 지난해 말 발표했습니다. 주주들의 반발이 심해지자 잇따라 물적분할한 자회사 포스코를 상장하지 않겠다는 약속을 거듭 밝히고 있습니다.
하지만 인적분할의 경우 상황이 조금 다릅니다. 최근에 SK텔레콤은 SK텔레콤과 SK스퀘어로 분할했습니다. SK텔레콤은 LG화학과 달리 인적분할이었습니다. 기존 SK텔레콤 주주들은 분할 이후에도 SK스퀘어 주식을 지분율만큼 받았습니다. 따라서 잡음도 거의 없었습니다.
LG엔솔의 상장과 함께 물적분할의 문제점이 다시 대두하고 있습니다. 소액주주를 보호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는 것입니다.
증권가에서는 물적분할 등 기업 재편 과정에서 소액주주의 이익이 침해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제도적인 장치가 마련돼야 한다고 조언합니다. 자회사를 상장하는 경우 기존 모회사 주주에게 공모주 우선 배정 권한을 부여하는 것도 하나의 대안입니다. LG화학의 사례에 적용하면 LG화학 기존 주주들은 LG엔솔 공모주를 우선으로 받을 수 있는 혜택을 얻는 것입니다.
한 증권사 애널리스트는 “회사의 경영진이나 이사회는 주주들의 권리를 위임받아 회사 경영을 통해 주식 가치를 올리도록 암묵적인 계약을 맺은 것”이라며 “물적분할 후 상장하겠다는 결정을 내렸을 때 어떤 영향이 있을지 주주들과 소통하고, 동의를 구하는 과정이 필요하다”고 말했습니다.
필자 김현정은 매경닷컴 기자로 주식시장을 취재하고 있다. 증권사·한국예탁결제원을 출입하며 국내외 주식시장에서 발생하는 소식을 독자들에게 전달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