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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업 성공, 불만 끝에 답이 있다

입력 2022. 01. 24   16:51
업데이트 2022. 01. 24   16: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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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업 아이템은 고객의 불만에서 시작된다

새벽배송 시장 선도업체 ‘마켓컬리’
김슬아 대표의 일상이 아이디어로…
중고거래 편리하게 바꾼 ‘당근마켓’
여행을 더 편하게 ‘우버’ ‘에어비앤비’
사소한 불편함이 창업 아이템 발전



이번에는 창업 아이템에 대해 얘기하고자 한다. 강의나 멘토링에서 창업을 준비해야 하는 이유나 창업가 정신 등을 얘기하면 다양한 질문을 많이 받는다. 사람들이 창업은 하고 싶은데 창업할 아이템이 없다고 하소연한다. 그래서 몇 차례에 걸쳐 창업 아이템을 선정하고, 사업 타당성을 분석하는 방법을 알려주고자 한다.

결혼 후 맞벌이로 직장생활을 하던 A씨는 장보기가 너무 힘들었다. 평일에는 계속 야근이어서 어쩔 수 없이 주말에 몇 시간을 들여 일주일치를 한꺼번에 사서 냉장고에 쟁여 놨다. 주말이라도 푹 쉬고 싶지만, 가족들에게 신선한 음식을 해주려면 어쩔 수 없는 노릇이었다. 사실 많은 사람은 이런 방식으로 불편함을 감수하면서 살아왔고, 지금도 여전히 그런 불편함이 존재한다. 하지만 A씨는 이러한 불편함을 그냥 지나치지 않고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창업을 했는데, 이 사람이 바로 마켓컬리 김슬아 대표다. 마켓컬리는 2021년 6월 기준으로 회원 수가 800만 명을 넘어섰고, 약 9000억 원의 투자를 받은 유니콘 기업(기업 가치 1조 원 이상의 비상장기업)이 됐으며, 2022년 상반기 내에 주식시장 상장(IPO)까지 준비하고 있다.

마켓컬리는 ‘새벽배송’을 개척한 선도업체라고 할 수 있다. 기존의 쇼핑몰이나 이커머스(전자상거래) 플랫폼은 업체마다 제품마다 조금씩 다르지만 결제하고 택배가 도착하기까지 보통 2~3일 정도가 소요됐다. 게다가 신선식품은 다른 제품군에 비해 보관이나 배송이 어렵고 쉽게 상하기 때문에 온라인으로 구매한다는 것은 불가능에 가까웠다. 게다가 배송을 한다고 하더라도 별도의 냉동창고나 냉장차 같은 특수한 인프라가 필요해 비용이 많이 들 수밖에 없어서 작은 스타트업이나 유통업체들이 섣불리 진입하기가 어려운 시장이었다.

이러한 상황에서 마켓컬리가 자체 물류 서비스인 ‘샛별배송’으로 신선한 제품을 새벽에 배송해주는 비즈니스 시스템과 유통구조 혁신을 만들어냈기 때문에 사람들이 마켓컬리에 열광하는 것이다. 마켓컬리가 자기 전에 주문하면 내일 새벽에 온다는 유통 패러다임의 변화를 가져왔고, 그 이후에 쿠팡(로켓배송)이나 SSG(쓱배송)도 이름만 다를 뿐 비슷한 서비스를 만들 수밖에 없었다. 덕분에 요즘에는 우유나 달걀부터 과일·채소 등 쉽게 상하는 제품들까지 온라인을 통해 주문하는 사람들이 많아지고 있다.

마켓컬리는 샛별배송을 하기 위해 기존의 다른 물류 회사에 위탁하는 것이 아니라 직접 콜드 체인(Cold Chain) 물류 역량을 갖췄고, 현재는 5개의 자체 물류센터를 운영 중이다. 콜드 체인이란 신선식품부터 의약품까지 온도에 민감한 제품군의 품질을 위해 생산·보관·유통·판매 전 과정을 저온으로 유지해주는 물류 시스템을 말한다. 과거에는 수요가 많지 않고 너무 많은 비용이 들기 때문에 소수 업체만 운영했으나 코로나 발(發) 비대면 소비 확산으로 글로벌 시장 규모가 수백조 원대로 커지면서 물류 업계의 투자도 점차 느는 추세다. 물류 전문가들은 앞으로 중국 등 신흥국의 육류 소비가 늘고, 신선 식품에 대한 수요가 빠르게 확대되면서 글로벌 콜드 체인 시장이 커질 수밖에 없다고 전망하고 있다.

마켓컬리를 사례로 자세히 이야기한 이유는 첫째가 일생생활의 불편함을 그냥 지나치지 않고 창업 아이템으로 연결했다는 점이고, 둘째는 특별한 기술이 없더라도 새로운 아이디어와 근면 성실함으로 새벽배송 시스템을 구축했다는 점이다. 사람들은 창업을 하려면 엄청난 기술이나 개발 지식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는데 그렇지 않다. 마켓컬리 역시 사업 초반에는 아무런 기술 없이 밤새워 몸으로 뛰면서 유통의 패러다임을 바꿨고 점차 사용자와 매출이 늘어나고 투자를 받으면서 콜드체인 물류 역량을 갖췄다.

창업 아이템은 사업자가 고객에게 제공하는 제품이나 서비스의 속성을 의미한다. 요즘 흔히 사용하는 용어로 고객의 페인 포인트(Pain Point·고객이 겪고 있는 문제나 불편한 점)를 찾아내 해결하는 것이 바로 창업 아이템이 되는 것이다.

사람들은 좋은 아이템이 없어서 창업을 못 한다고 하는데, 사실 좋은 아이템은 주변에 많이 널려 있다. 대부분의 성공적인 아이템은 우리 주변, 우리의 삶 속에서 시작됐다. 택시를 잡는 어려움에서 ‘우버’나 ‘카카오 택시’가 시작됐고, 똑같이 생긴 호텔에서는 현지 문화를 체험하기 어렵다는 불만족에서 ‘에어비앤비’가 탄생했으며, 사무실의 비싼 보증금과 임대료 때문에 ‘위워크’가 시작됐다. 방을 구하러 다니는 번거로움 때문에 ‘직방’이나 ‘다방’이 시작됐고 송금에 대한 불편함 때문에 ‘토스’가 출시됐다. 수천 장의 명함을 관리해야 하는 불편함에서 ‘리멤버’라는 서비스가 나왔고, 자동차 수리할 때의 번거로움을 해결하기 위해 ‘카닥’이 출시됐다.

필자가 창업한 ‘스테이즈’의 경우 최초의 아이템은 국내에 체류하는 외국인들에게 원룸이나 오피스텔을 3개월에서 6개월 정도 임대하는 것이었다. 단기는 호텔이나 모텔을 이용하고, 장기는 부동산을 통해 연 단위로 계약하면 되는데 학업이나 사업으로 한국에 수개월을 체류하고자 하는 고객들에게 마땅한 솔루션이 없었다. 그 문제를 해결하고자 파고든 것이다. 사업을 하다 보니 유학생들 사이에서 1년 단위로 계약을 하고 싶다는 니즈가 점차 많아져 부동산 중개업을 시작했고, 고객들이 원하는 방의 스타일과 가격을 누구보다 잘 알게 되면서 지금은 우리가 직접 방을 빌려 인테리어를 해서 재판매도 하고 있다. 처음부터 의도한 것은 아니었지만, 고객의 니즈에 따라 사업 모델을 조금씩 바꿔온 것이다.

그 밖에도 대부분의 성공적인 기업이 우리 주변의 사소한 불편함, 고객들이 겪고 있는 불만족에서 시작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곰곰이 생각해보자. 우리 주변에는 불편한 점이 여전히 너무 많이 있다. 거기에 당신의 사업 아이템이 있다. 자, 이제부터는 사업 아이템이 없다고 핑계 대지 말고 우리의 주변에 불편한 점은 없는지, 개선할 점은 없는지 생각해보자. 아침에 일어나서 밤에 잠들 때까지 불편함투성이인데 우리는 익숙하다는 이유로, 또는 원래 그렇다는 이유로 참고 살고 있다. 이제는 참지 말자. 일상의 불편함 속에서 창업 아이템을 찾아보자.

“가장 불만에 가득 찬 고객은 가장 위대한 배움의 원천이다.” - 빌 게이츠

<임성준 주거공간 임대차 플랫폼 ‘스테이즈’ 창업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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