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완결 한국국방기술학회 공동기획 최신 국방과학 연구동향

[국방일보-한국국방기술학회 공동기획 최신 국방과학 연구동향] 걷기만 해도 전기가… 휴대용 발전기 검토 필요하다

입력 2022. 01. 23   14:44
업데이트 2022. 02. 24   14: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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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용 에너지원 어떻게 찾을 것인가

국방전력 전력화, 배터리 기술 중요
무거운 배터리는 이동성 확보 걸림돌

군 현대화 따라 배터리 수요 급증
현재 기술 개발 수준엔 제한 많아

수소연료전지·압전 발전기 같은
혁신적인 기술 이용 검토 바람직

지금까지의 군 소요에 기반을 둔 추격형 기술개발 및 획득 시스템보다는 넓은 시각을 가진 국방기술 연구개발 포트폴리오가 필요하다. 사진은 육군정보통신학교와 연합사단이 진행한 ‘연합작전 지휘통신운용 발전 토의’에서 대위지휘참모과정 교육생들이 한미 통신 연동장비를 살펴보는 모습.  부대 제공
지금까지의 군 소요에 기반을 둔 추격형 기술개발 및 획득 시스템보다는 넓은 시각을 가진 국방기술 연구개발 포트폴리오가 필요하다. 사진은 육군정보통신학교와 연합사단이 진행한 ‘연합작전 지휘통신운용 발전 토의’에서 대위지휘참모과정 교육생들이 한미 통신 연동장비를 살펴보는 모습. 부대 제공

호박을 마찰시키면 종이나 먼지를 끌어당기는 현상이 생긴다는 사실은 이미 기원전 600년경에 고대 그리스에서 밝혀졌다. 천연자석이라 불리는 자철석은 기원전 200년경에 중국에서 발견돼 자기장이 전기적 현상과 연관돼 있다는 것이 알려졌다. 1752년 미국의 프랭클린은 유명한 ‘연 실험’을 통해 번개는 전기를 방전하는 현상이라는 것을 밝혀냈고, 번개를 전기로 모을 수 있는 장치로 피뢰침을 발명했으며, ‘배터리’라는 용어를 처음 사용했다.

그러나 진정한 의미의 최초 배터리는 1800년 이탈리아 물리학자 볼타가 만든 볼타전지다. 묽은 황산액을 전해액으로 해 구리와 아연을 양극과 음극으로 사용한 가장 간단한 형태의 전지였다. 전지, 즉 배터리란 이처럼 전기 에너지를 다른 형태의 에너지로 저장했다 필요할 때 다시 전기에너지 형태로 변환해주는 장치를 말한다.

배터리는 사용 후 다시 충전할 수 있는지에 따라 1차 전지와 2차 전지로 나뉜다. 1차 전지는 충전이 불가능한 일회용 건전지를, 2차 전지는 충전이 가능한 전지를 의미한다. 2차 전지는 상당히 역사가 긴데, 1859년 개발된 납축전지가 바로 그것이다.

납축전지는 신뢰성과 경제성이 높아 지금까지도 자동차용 배터리로 쓰이고 있지만, 너무 무거워 휴대용 전자기기용으로는 도저히 사용할 수 없다. 그래서 휴대용 기기를 위해 개발된 배터리가 니켈-카드뮴(니카드) 전지였다. 니카드 배터리도 문제점이 없지 않았는데, 배터리를 사용하지 않아도 전기가 사라져버리는 자가방전 현상이나, 충·방전을 계속하면 충전용량이 점점 줄어드는 ‘메모리 효과’가 바로 그것이다. 이를 보완한 니켈-수소 전지가 나왔지만 2년이 지나지 않은 1991년 리튬-이온 전지가 개발되면서 빛을 보지는 못했다.

니카드 배터리 채용으로 벽돌 크기만큼 커서 ‘벽돌폰’이라 불리었던 초기 휴대전화를 현재 크기로 바꿀 수 있었던 것은 리튬-이온 배터리의 공이 크다. 또 현재 대부분의 전자기기에는 리튬-이온이나 리튬-폴리머 배터리가 사용되고 있다. 심지어는 전기자동차에도 18650, 16340 등으로 불리는 손가락 굵기 건전지 형태의 리튬-이온전지가 7000여 개 장착돼 동력원을 구성한다.

그러나 지난 200년간 전기·전자 기술 역사상 가장 발전 속도가 느린 분야가 바로 배터리다. 당장 스마트폰이나 전기차의 예에서 볼 수 있듯 다른 기술의 발전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며, 오히려 전기·전자산업의 발전을 저해하는 커다란 장애물이 되고 말았다.

스마트폰이나 노트북 컴퓨터처럼 휴대성과 이동성이 뛰어나야만 하는 전자기기는 배터리 무게와 크기 그리고 정형화된 모양 때문에 디자인과 크기의 한계에 부딪히고 전기차의 경우도 짧은 주행거리와 수명으로 엄청난 제약을 받고 있다.

리튬-이온 배터리가 정보통신기술(ICT) 기기의 발전속도를 못 따라가는 이유는 단순하다. 충·방전의 핵심인 전해질을 구성하는 소재의 한계 때문이다. 그 효율을 단 1%라도 높이기 위해 수많은 연구가 병행되고 있지만 완전히 새로운 소재나 혁신적인 충·방전 기술이 개발되지 않는 한 배터리 기술의 발전은 기대할 수 없다.

배터리 성능 개선을 위한 방법으로 액체 상태인 전해질을 고체 상태로 구성한 전고체 배터리가 개발되고 있지만 이는 획기적이라기보다는 성능 개선과 안정성을 확보한 정도에 그친다.

이론상 리튬-이온 배터리는 ‘메모리 효과’가 없지만 실제로는 매우 흡사한 문제가 있다. 리튬-이온 배터리도 일정 기간이 지나면 메모리 효과처럼 성능이 크게 저하된다. 배터리를 300회 이상 충·방전하면 내부저항이 증가하며, 충전속도는 느려지고 방전속도는 초고속이 되는 것이다. 또 추운 날씨에 노출되면 수십 초 이내로 배터리가 바닥난다. 추위로 배터리 속 원자들의 부피가 줄기 때문이다. 애플 아이폰은 이 문제를 감추기 위해 휴대전화 성능을 느리게 했다가 들통나 곤욕을 치르기도 했다. 이로 인해 전자기기는 자체 문제보다는 배터리 문제로 기기를 바꿔야 하는 것이 지금의 현실이다.

국방 전력 현대화를 위한 필수 고려사항이 바로 배터리 기술이다. 특히 통신장비·드론을 포함한 무인항공기(UAV), 야간 작전 투시경, 개인 통신장치 등 장병들이 사용하는 장비 대부분을 위한 에너지원으로서 배터리가 필수 장치이기 때문이다. 야전에서 공격·방어에 유리한 고지를 선점하려면 무기와 장비를 휴대하고 신속히 이동하는 것이 필수다. 더구나 군용 배낭에는 여분의 군복과 탄약·수류탄·무전기·야전 침구·판초 우의 등 전투에 필요한 물건들이 가득하다. 만일 무거운 배터리가 개인 휴대품에 포함된다면 이동성 확보에 실패할 수 있다.

기술이 발전할수록 군용 장비나 무기뿐만 아니라 장병 개개인을 위한 전기에너지원의 수요는 늘어날 것이다. 그런데 배터리의 특성은 반드시 충전해야만 그만큼의 전기를 쓸 수 있다. 비상시 야전에서 충전을 위한 전기를 공급받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그렇다고 각종 전자장치를 작전 기간 내내 사용할 만큼 배터리를 준비한다면 그 무게나 크기는 휴대를 불가능하게 만들 것이다.

군 현대화 추세로 군용 배터리 수요가 급증하고 있다. 지금 사용하는 군용 배터리는 대부분 1차 전지다. 재충전해 쓰는 것이 아니라 한 번 쓰고 교체하는 형식이다.

리튬 1차 전지의 폭발사고도 전력에 심각한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 리튬 1차 전지를 사용하는 한 폭발사고의 위험성은 항상 존재할 것이다. 리튬은 전기 밀도는 높지만 물질 자체가 불안정하므로 항상 폭발 위험성이 있어 탄약과 동일하게 신중하고 조심스럽게 다뤄져야 한다.

리튬 1차 전지 대신 미군이 군용 배터리로 사용하는 금속공기 전지로 대체하는 방안도 나왔지만, 현재의 기술 개발 수준으로 봤을 때 적절한 대체인지 검토가 필요하다. 금속공기 전지는 아연·알루미늄·마그네슘·철 등 활성금속을 음극으로, 공기 중의 산소를 양극으로 사용해 친환경적이지만 분극과 부식문제로 유일하게 아연공기 전지만이 실용화됐다. 그러나 재충전 시 응집과 집적화 현상에 의한 내구성 감소 및 출력 불안정으로 충·방전 사이클 수명이 매우 짧아 2차 전지로는 실용화가 어려워 1차 전지로만 사용되는 제한이 있다.

결론적으로 군이라는 특성상 군용 에너지원으로는 배터리가 아닌 휴대용 발전기로 검토되는 것이 바람직하다. 그래서 수소연료전지나 압전 발전기와 같은 혁신적인 기술을 이용하는 것이 검토돼야 한다. 수소연료전지는 엄밀한 의미에서 배터리가 아니라 발전기다. 수소나 메탄올이 공기와의 화학반응을 통해 전기를 생성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압전 발전기는 지속적인 압력현상을 전기에너지로 바꾸는 발전기다. 장병들이 그냥 걷기만 해도 발전이 되는 원리다.

수소연료전지는 직접메탄올연료전지(DMFC) 기술이 휴대용으로 적용 가능하다. 이는 수소를 800~1000기압으로 압축해 쓰는 고분자전해질연료전지(PEMFC)나 고체산화물연료전지(SOFC), 용융탄산염 연료전지(MCFC) 등과 달리 순수한 메탄올을 원료로 쓰기 때문이다. 그래서 500㎖ 생수병 크기의 메탄올로 작전 기간 내내 전기 에너지를 사용할 수 있다. 압전 발전기는 발이 땅에 닿을 때 생기는 충격으로 발전하는 것으로 기계에너지를 전기에너지로 바꾸는 현상이다. 이 발전기는 개인용 무전기나 조명, 야간 투시경 등 다양한 군용 전자기기의 에너지원으로 사용 가능하다.

군용으로 사용되는 제품은 주로 국방규격에 맞는 성능 위주로 제품을 선정한다. 국방규격은 군수품의 조달 및 품질관리를 위한 기술 사양과 조건을 정하고 신속획득을 추구하지만 현재의 국방규격 제정 및 조달시스템은 손질이 필요하다. 왜냐하면 현재와 같은 고도의 ICT 산업발전 시대에서는 군사기술이 민간에 이전되는 스핀오프(spin-off) 보다는 반대의 경우인 스핀온(spin-on)이나 민·군이 협동으로 개발에 참여하는 스핀업(spin-up)이 장려돼야 하기 때문이다. 시대가 바뀐 만큼 시스템도 시대에 맞는 손질이 필요하다.

따라서 지금까지의 군 소요에 기반을 둔 추격형 기술개발 및 획득 시스템보다는 넓은 시각을 가진 국방기술 연구개발에 대한 포트폴리오가 필요하고, 소요보다 예측 중심의 전략적 기술개발 및 혁신 시스템, 그리고 그를 뒷받침할 획득 조달 시스템이 필요한 때이다.
<윤 경 용 공학박사/페루 산마틴대학교 석좌교수/한국국방기술학회 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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