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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의 앞에 놓인 물음표들을 느낌표로 만들어가길”

입력 2022. 01. 18   15:54
업데이트 2022. 01. 18   15: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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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9 ‘제2의 추신수’에 도전하는 조원빈
    아시아 첫 STL과 아마추어 계약

서울컨벤션고 출신 19세 유망주
키 191cm에 95kg ‘호타준족’ 외야수

美서 17세 이하 홈런 더비 1위 ‘눈도장’


“나중에 후회하고 싶지 않아 지금 도전
한국과 인연 깊은 팀과 계약 무척 설레”


조원빈(오른쪽)이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 단장 특별 보좌 맷 슬레이터를 만나 계약서에 사인하는 모습. 
 사진 제공 = 에이전시 GSI
조원빈(오른쪽)이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 단장 특별 보좌 맷 슬레이터를 만나 계약서에 사인하는 모습. 사진 제공 = 에이전시 GSI
또 한 명의 고교 출신 아마추어 선수가 메이저리그 도전에 나섰다. 서울컨벤션고 출신 조원빈(19)이 1월 16일(한국시간) 미국 메이저리그(MLB)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 국제 아마추어 선수 계약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2021년 8월 KBO리그 드래프트 대신 미국행을 선언한 뒤 약 5개월 만의 일이다. 이미 지난 11월 중순에 구두 합의를 이뤘지만 MLB 국제 아마추어 계약 규정에 의해 16일 최종 계약서에 사인했고 공식 발표됐다.

세인트루이스 구단을 전담하는 ‘세인트루이스 포스트-디스패치’는 17일 ‘세인트루이스는 KBO 신인 드래프트에 참가하지 않은 18세 중견수 조원빈과 계약을 체결했다’면서 ‘세인트루이스가 계약한 아시아 최초의 아마추어 선수이고, 계약엔 약 50만 달러의 보너스가 포함돼 있다’고 보도했다. 이 매체는 조원빈을 향해 ‘가장 흥미로운 재능을 가진 선수 중 한 명과 계약했다’며 기대감을 드높였다.

조원빈은 고교 통산 타율 0.362(130타수 47안타) 5홈런 29타점 30도루 OPS 1.073을 기록했다. 키 191cm, 몸무게 95kg으로 파워, 스피드, 강한 어깨 등을 갖춘 ‘5툴 플레이어’로의 성장이 기대되는 유망주다.

조원빈이 MLB 관계자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긴 건 2020년 미국 텍사스 글로브 라이프 필드에서 열렸던 ‘파워 쇼케이스’ 17세 이하 홈런 더비에서 최장 비거리 148m를 기록하며 1위를 차지하면서부터다. MLB 스카우트들한테 제대로 눈도장을 찍은 사례였다.

조원빈은 KBO 신인 드래프트를 앞두고 깊은 고민에 빠질 수밖에 없었다. 미국 무대에 도전한다는 건 고생을 각오해야만 가능한 일이었다. 루키 리그부터 시작해서 로우 싱글 A-하이 싱글 A-더블 A-트리플 A를 거쳐 빅리그에 오르기까지 오랜 노력과 인내, 끈기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참고로 추신수가 고교 졸업 후 시애틀 매리너스 입단 후 클리블랜드 인디언스에서 빅리그 데뷔하기까지 6년여의 시간이 걸렸다.

조원빈은 지난 8월 KBO 드래프트 신청서를 제출했지만 이후 철회했고, 에이전트와 함께 일찌감치 미국으로 출국, 애틀랜타에서 MLB 16개 팀 관계자들 앞에서 쇼케이스를 벌여 최종적으로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 유니폼을 입게 됐다.

조원빈은 KBO 드래프트 참가 신청서를 냈다가 철회한 배경으로 “후회하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KBO리그에서 안정적인 선수 생활을 이어갈 수 있었지만 지금 도전하지 않으면 계속 후회로 남을 것 같았고, 이런 기회 또한 아무한테나 주어지는 게 아니기 때문에 선택할 수 있었다는 말도 덧붙였다.

조원빈이 고민을 거듭했던 배경에는 ‘나승엽 룰’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KBO는 2021시즌부터 ‘KBO 드래프트 신청서 제출 선수가 외국 프로 구단과 계약 협상을 진행하다 입단 못했을 경우 2년이 지난 후에 드래프트에 참가할 수 있다’고 규약을 개정한 바 있다. 2020년 나승엽이 KBO 드래프트에 참가하는 대신 미국 무대 진출 의사를 밝혔다가 롯데의 지명을 받고 미국이 아닌 롯데 자이언츠와 계약을 맺은 바 있다. 이후 KBO는 ‘제2의 나승엽’ 사례를 막기 위해 신인 드래프트 개정의 필요성을 인지, 일명 ‘나승엽 룰’을 만들었다. 조원빈은 미국 진출을 도모했다가 메이저리그 구단과 계약을 맺지 못할 경우 KBO리그 드래프트 참가는 2년 이후에나 가능하다는 걸 알았기 때문에 더 신중히 고민할 수밖에 없었다. 그는 “설령 이번에 미국 진출에 실패한다고 해도 한국으로 돌아가지 않고 미국에 남아 또 다른 기회를 찾겠다는 마음으로 도전에 나섰다”라고 설명했다.

조원빈이 애틀랜타에서 쇼케이스를 벌인 이유는 코로나19로 인해 MLB 스카우트들이 자신을 보러 한국에 올 수 없는 환경에 기인한다. 조원빈은 기자와의 인터뷰에서 당시 상황을 이렇게 설명했다.

“야구 시작한 이래 처음으로 베이스볼 아카데미에서 개인 훈련을 이어갔다. 애틀랜타에 위치한 아카데미의 코치들이 정말 열심히 가르쳐주셨다. 영어가 익숙하지 않은 나를 위해 번역기를 통해 소통하며 타격폼 수정을 이어갔는데 이 부분이 큰 도움이 됐다. 타격폼을 수정하면서 외국인 선수 신분으로 고등학교 클럽 야구팀에 입단해 경기를 치렀고 모처럼 재미있게 야구를 했다. 메이저리그 팀들이 내가 어떻게 야구하는지 보고 싶다고 해서 9월 30일 애틀랜타에서 쇼케이스를 열었다. 라이브 배팅은 실수가 있었어도 주루, 수비, 타격 훈련 등에서 높은 점수를 받았고, 그중 세인트루이스 구단이 가장 적극적으로 영입에 나섰다.”

조원빈은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에서 자신에게 관심을 드러내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무척 설?다고 한다. 세인트루이스는 월드시리즈 우승을 11차례나 차지한 명문 팀이고 내셔널리그에서는 월드시리즈 최다 우승 팀으로 꼽힌다. 2009년 최향남이 포스팅시스템을 통해 101달러에 세인트루이스에 입단했고, 2016년 오승환은 2년 1100만 달러에, 2019년 김광현은 2년 최대 1100만 달러에 계약하는 등 한국 선수들과 인연이 깊은 팀이다. 그런 스토리가 있는 팀에 입단한 조원빈으로서는 감회가 새로울 수밖에 없었을 터.

앞으로 험난한 과정을 거쳐야 하지만 조원빈의 나이는 이제 19세다. 그의 미래에 놓인 숱한 물음표들을 느낌표로 만들어가길 바랄 뿐이다.
<이영미 인터뷰 전문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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