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율주행차 시장 선도 분야는 트럭
운송 시간·사고율 줄어 업계 기대감
배송 로봇·무인 운행 택시 이미 운영
서울시 내년 노선버스 시범 운행
자율주행차. 사진=이미지 투데이
“이제 졸음을 참으며 운전하지 않아도 되겠네!”
자율주행차에 대한 사람들의 반응이다. 즐기는 이도 있지만 많은 사람에게 운전은 피곤한 일이다. 장거리 운전이 그렇다. 달리기라도 하면 괜찮은데 명절 귀향길처럼 기어갈 때는 끔찍하다. 계속 운전대를 잡지 않아도, 앞만 바라보지 않아도 되면 얼마나 좋을까. 그 해답이 자율주행차(Autonomous driving 또는 Self-driving)다. 궁극적으로 무인 자동차다.
자율주행차라고 해도 당장은 사람이 운전석에 앉아야 한다. 갑작스러운 상황이 닥치면 운전자 판단이 필요하다는 이유에서다. 진실을 말하자면 사람의 판단이 전혀 필요하지 않다. 사고 시 법적 책임 문제나 운전자 실업 문제에 대한 사회적 해결책을 마련하지 못했을 뿐이다. 이 문제가 해결될 때쯤이면 “사람에게 어떻게 운전을 맡겨?”라는 반문이 나올 것이다. 운전이 비로소 불법행위가 되는 때다.
자율주행은 기술 수준에 따라 다섯 단계(레벨)로 나뉜다. 1레벨은 브레이크나 가속 또는 감속 페달을 밟지 않아도 된다. 지금도 이런 기능의 일반 자동차가 있지만 1레벨 자율주행차는 페달과 브레이크를 밟을 일 자체가 없다. 2레벨은 자동차 스스로 방향을 바꾸거나 차선을 유지 또는 변경하는 단계다. 이제 핸들, 방향 지시기가 필요 없다.
3레벨부터 진정한 자율주행이다. 웬만한 운전을 자동차가 다 한다. 운전석에 앉은 사람은 앞을 보지 않고 딴짓해도 된다. 다만 자동차가 요청하면 사람이 운전해야 한다. 4레벨은 사람이 이것조차 하지 않는 단계다.
3레벨과 4레벨은 기술상으로 거의 같다. 운전석에 사람이 앉느냐 마느냐의 차이다. 어쩌면 사람에게 운전을 맡기는 때를 판단해야 하는 3레벨이 더 번거로울 수 있다. 4레벨로 더 빨리 넘어갈 가능성이 있다. 5레벨은 운전자가 아예 없는 진정한 자율주행 자동차다. 지금은 3~4레벨을 상용화하기 직전 단계다.
자율주행 자동차 시장을 선도할 분야는 트럭이다. 트럭은 일반 자동차보다 먼 거리를 뛴다. 운전 피로도와 사고 위험도가 높다. 사고가 나도 인명 피해는 상대적으로 작다. 법적 분쟁 소지가 덜하니 상용화가 유리하다.
무엇보다 시장이 원한다. 도시화의 진전으로 물류 수요가 갈수록 커진다. 고령화와 힘든 일 기피로 트럭 운전사가 부족하다. 인건비가 오른다. 코로나19로 비대면 운송 요구가 새로 생겼다.
자율주행차는 사람이 운전할 때보다 운송시간을 절반 가까이 단축한다. 사고율이 낮아지니 보험료는 떨어진다. 물류운송업체들이 자율주행 트럭을 마다할 이유가 없다. 4레벨 트럭 개발이 임박하자 적극 도입으로 돌아섰다. 투심플(TuSimple), 플러스(Plus) 등 자율주행 트럭 기술을 이끄는 신생기업(스타트업)들이 최근 잇따라 상장하고 대형 투자를 유치한 것도 이러한 변화와 무관하지 않다.
플러스(Plus)사가 양산을 준비 중인 레벨 4 자율주행 트럭. 사진=플러스 홈페이지
설립 5년 만인 2021년 4월 나스닥에 상장한 투심플은 미국 배송업체인 UPS 등과 함께 2024년까지 미국 전역에 자율주행운송네트워크(AFN)를 구축할 계획이다. 플러스는 제일자동차그룹(FAW·중국), 이베코(Iveco·유럽), 커민스(Cummins Inc·미국) 등과 함께 자율주행 트럭을 만들어 물류 업체에 공급할 계획이다. 특히 아마존에 엔비디아의 자율주행플랫폼을 탑재한 트럭 1000대를 공급하기로 했다. 투심플과 플러스가 만들 자율주행 트럭은 모두 레벨4 수준이다.
자율주행 트럭은 사실 일반 승용차보다 더 예민하다. 몸집이 크고 무거워 제동거리가 길다. 밤에도, 비 또는 눈보라, 안개 속에서도 운행해야 한다. 교통 상황과 위험을 더 빨리 감지하고 판단해야 하니 더 정밀한 자율주행 기술이 요구된다. 깜깜한 밤, 카메라가 무용지물일 때 라이더(LIDAR), 레이더(RADAR), 초음파 센서가 더 잘 작동해야 한다.
물류운송업체 아마존의 배송 로봇 ‘스카우트’.
사진=아마존닷컴
물류운송업체가 자율주행 트럭만 도입하는 게 아니다. 아마존은 자율주행 배송 로봇인 ‘스카우트’도 운영 중이다. 바퀴 여섯 개짜리 이 장치는 고객이 주문한 물건을 싣고 배달 장소까지 스스로 간다. 고객이 인증해 잠금장치를 풀고 물건을 가져가는 식이다. 아마존 자율주행차에는 운전자가 있다. 배송 로봇이 갈 때도 사람이 동행한다. 5레벨 자율주행 트럭이 사람 없이 배송 로봇과 함께 물건을 배달하는 장면을 머잖아 보게 될 것이다.
웨이모 자율주행플랫폼을 탑재한 재규어 전기차 ‘아이페이스’의 주행 모습. 사진=웨이모 홈페이지
자율주행차 시대를 여는 또 다른 축은 택시와 버스다. 자율주행 택시는 ‘로봇 택시’라는 이름으로 상용화를 앞뒀다. 구글의 자율주행 계열사인 웨이모(Waymo), 아마존이 넘겨받은 주스(Zoox)가 샌프란시스코, 라스베이거스, 피닉스 등지에서 로봇 택시를 시험 운행한다. 일부는 무인 운행이다. 올해가 상용화 원년이다.
자율주행 버스 역시 상용화가 임박했다. 행사장 등 일부 구간만 운행하던 순환 버스가 일반 도로에 진입 한번 해보겠다고 깜빡이를 켰다. 우리나라 국민이 가장 먼저 볼 자율주행차도 버스가 될 것으로 보인다. 서울시는 내년 도심 순환형 자율주행 버스 운행에 이어 노선버스 시범 운행을 시작한다. 일본은 내년께 레벨4 무인 자율주행 버스 운행을 목표로 세웠다.
트럭, 택시와 버스 운전을 업으로 삼은 사람들은 난감하다. 10여 년만 지나면 기사 없는 트럭, 택시, 버스를 길거리에서도 흔히 보게 된다. 운전 일자리가 대거 사라질 판이다. 운전학원과 시험장도 없어진다.
지금 운전기사라면 10여 년 뒤 삶이 팍팍해질 것이다. 그다음 일을 고민해야 한다. 소규모 운수업자나 정비사업자라면 자율주행차 임대업이나 소형 제작사나 개조(튜닝)업 전환을 모색해도 좋겠다.
자율주행차는 사고를 거의 내지 않는다. 교통사고 덕분(?)에 컸던 사업들이 이제 쪼그라든다. 차량수리, 교통사고 조사 및 소송 대행, 응급 및 교통사고 전문 병원 등 수두룩하다. 교통 경찰관도 지금처럼 많을 필요가 있을까.
업의 본질이 달라질 수도 있다. 자동차보험료를 차량 소유자가 아니라 제조회사나 플랫폼 SW 업체가 내도록 할 가능성이 크다. 제각각인 자율주행 플랫폼 소프트웨어 특성을 두루 잘 아는 정비사는 잘 살아남을 것이다. 스크린 운전교습소는 가상현실 운전 놀이터로 변신해 명맥을 유지할지 모르겠다. 예전에 그렇게도 싫어했던 운전이 이제 불법이 되니 다시 한 번 하고 싶은 사람들이 찾는 그런 곳 말이다.
필자 신화수는 서강대 사회학과를 졸업한 뒤 오랜 기간 IT 업계를 취재해왔고 문화체육관광부 국민소통실 홍보협력관, IT조선 취재본부장과 경영본부장 등을 역임했다.
자율주행차 시장 선도 분야는 트럭
운송 시간·사고율 줄어 업계 기대감
배송 로봇·무인 운행 택시 이미 운영
서울시 내년 노선버스 시범 운행
자율주행차. 사진=이미지 투데이
“이제 졸음을 참으며 운전하지 않아도 되겠네!”
자율주행차에 대한 사람들의 반응이다. 즐기는 이도 있지만 많은 사람에게 운전은 피곤한 일이다. 장거리 운전이 그렇다. 달리기라도 하면 괜찮은데 명절 귀향길처럼 기어갈 때는 끔찍하다. 계속 운전대를 잡지 않아도, 앞만 바라보지 않아도 되면 얼마나 좋을까. 그 해답이 자율주행차(Autonomous driving 또는 Self-driving)다. 궁극적으로 무인 자동차다.
자율주행차라고 해도 당장은 사람이 운전석에 앉아야 한다. 갑작스러운 상황이 닥치면 운전자 판단이 필요하다는 이유에서다. 진실을 말하자면 사람의 판단이 전혀 필요하지 않다. 사고 시 법적 책임 문제나 운전자 실업 문제에 대한 사회적 해결책을 마련하지 못했을 뿐이다. 이 문제가 해결될 때쯤이면 “사람에게 어떻게 운전을 맡겨?”라는 반문이 나올 것이다. 운전이 비로소 불법행위가 되는 때다.
자율주행은 기술 수준에 따라 다섯 단계(레벨)로 나뉜다. 1레벨은 브레이크나 가속 또는 감속 페달을 밟지 않아도 된다. 지금도 이런 기능의 일반 자동차가 있지만 1레벨 자율주행차는 페달과 브레이크를 밟을 일 자체가 없다. 2레벨은 자동차 스스로 방향을 바꾸거나 차선을 유지 또는 변경하는 단계다. 이제 핸들, 방향 지시기가 필요 없다.
3레벨부터 진정한 자율주행이다. 웬만한 운전을 자동차가 다 한다. 운전석에 앉은 사람은 앞을 보지 않고 딴짓해도 된다. 다만 자동차가 요청하면 사람이 운전해야 한다. 4레벨은 사람이 이것조차 하지 않는 단계다.
3레벨과 4레벨은 기술상으로 거의 같다. 운전석에 사람이 앉느냐 마느냐의 차이다. 어쩌면 사람에게 운전을 맡기는 때를 판단해야 하는 3레벨이 더 번거로울 수 있다. 4레벨로 더 빨리 넘어갈 가능성이 있다. 5레벨은 운전자가 아예 없는 진정한 자율주행 자동차다. 지금은 3~4레벨을 상용화하기 직전 단계다.
자율주행 자동차 시장을 선도할 분야는 트럭이다. 트럭은 일반 자동차보다 먼 거리를 뛴다. 운전 피로도와 사고 위험도가 높다. 사고가 나도 인명 피해는 상대적으로 작다. 법적 분쟁 소지가 덜하니 상용화가 유리하다.
무엇보다 시장이 원한다. 도시화의 진전으로 물류 수요가 갈수록 커진다. 고령화와 힘든 일 기피로 트럭 운전사가 부족하다. 인건비가 오른다. 코로나19로 비대면 운송 요구가 새로 생겼다.
자율주행차는 사람이 운전할 때보다 운송시간을 절반 가까이 단축한다. 사고율이 낮아지니 보험료는 떨어진다. 물류운송업체들이 자율주행 트럭을 마다할 이유가 없다. 4레벨 트럭 개발이 임박하자 적극 도입으로 돌아섰다. 투심플(TuSimple), 플러스(Plus) 등 자율주행 트럭 기술을 이끄는 신생기업(스타트업)들이 최근 잇따라 상장하고 대형 투자를 유치한 것도 이러한 변화와 무관하지 않다.
플러스(Plus)사가 양산을 준비 중인 레벨 4 자율주행 트럭. 사진=플러스 홈페이지
설립 5년 만인 2021년 4월 나스닥에 상장한 투심플은 미국 배송업체인 UPS 등과 함께 2024년까지 미국 전역에 자율주행운송네트워크(AFN)를 구축할 계획이다. 플러스는 제일자동차그룹(FAW·중국), 이베코(Iveco·유럽), 커민스(Cummins Inc·미국) 등과 함께 자율주행 트럭을 만들어 물류 업체에 공급할 계획이다. 특히 아마존에 엔비디아의 자율주행플랫폼을 탑재한 트럭 1000대를 공급하기로 했다. 투심플과 플러스가 만들 자율주행 트럭은 모두 레벨4 수준이다.
자율주행 트럭은 사실 일반 승용차보다 더 예민하다. 몸집이 크고 무거워 제동거리가 길다. 밤에도, 비 또는 눈보라, 안개 속에서도 운행해야 한다. 교통 상황과 위험을 더 빨리 감지하고 판단해야 하니 더 정밀한 자율주행 기술이 요구된다. 깜깜한 밤, 카메라가 무용지물일 때 라이더(LIDAR), 레이더(RADAR), 초음파 센서가 더 잘 작동해야 한다.
물류운송업체 아마존의 배송 로봇 ‘스카우트’.
사진=아마존닷컴
물류운송업체가 자율주행 트럭만 도입하는 게 아니다. 아마존은 자율주행 배송 로봇인 ‘스카우트’도 운영 중이다. 바퀴 여섯 개짜리 이 장치는 고객이 주문한 물건을 싣고 배달 장소까지 스스로 간다. 고객이 인증해 잠금장치를 풀고 물건을 가져가는 식이다. 아마존 자율주행차에는 운전자가 있다. 배송 로봇이 갈 때도 사람이 동행한다. 5레벨 자율주행 트럭이 사람 없이 배송 로봇과 함께 물건을 배달하는 장면을 머잖아 보게 될 것이다.
웨이모 자율주행플랫폼을 탑재한 재규어 전기차 ‘아이페이스’의 주행 모습. 사진=웨이모 홈페이지
자율주행차 시대를 여는 또 다른 축은 택시와 버스다. 자율주행 택시는 ‘로봇 택시’라는 이름으로 상용화를 앞뒀다. 구글의 자율주행 계열사인 웨이모(Waymo), 아마존이 넘겨받은 주스(Zoox)가 샌프란시스코, 라스베이거스, 피닉스 등지에서 로봇 택시를 시험 운행한다. 일부는 무인 운행이다. 올해가 상용화 원년이다.
자율주행 버스 역시 상용화가 임박했다. 행사장 등 일부 구간만 운행하던 순환 버스가 일반 도로에 진입 한번 해보겠다고 깜빡이를 켰다. 우리나라 국민이 가장 먼저 볼 자율주행차도 버스가 될 것으로 보인다. 서울시는 내년 도심 순환형 자율주행 버스 운행에 이어 노선버스 시범 운행을 시작한다. 일본은 내년께 레벨4 무인 자율주행 버스 운행을 목표로 세웠다.
트럭, 택시와 버스 운전을 업으로 삼은 사람들은 난감하다. 10여 년만 지나면 기사 없는 트럭, 택시, 버스를 길거리에서도 흔히 보게 된다. 운전 일자리가 대거 사라질 판이다. 운전학원과 시험장도 없어진다.
지금 운전기사라면 10여 년 뒤 삶이 팍팍해질 것이다. 그다음 일을 고민해야 한다. 소규모 운수업자나 정비사업자라면 자율주행차 임대업이나 소형 제작사나 개조(튜닝)업 전환을 모색해도 좋겠다.
자율주행차는 사고를 거의 내지 않는다. 교통사고 덕분(?)에 컸던 사업들이 이제 쪼그라든다. 차량수리, 교통사고 조사 및 소송 대행, 응급 및 교통사고 전문 병원 등 수두룩하다. 교통 경찰관도 지금처럼 많을 필요가 있을까.
업의 본질이 달라질 수도 있다. 자동차보험료를 차량 소유자가 아니라 제조회사나 플랫폼 SW 업체가 내도록 할 가능성이 크다. 제각각인 자율주행 플랫폼 소프트웨어 특성을 두루 잘 아는 정비사는 잘 살아남을 것이다. 스크린 운전교습소는 가상현실 운전 놀이터로 변신해 명맥을 유지할지 모르겠다. 예전에 그렇게도 싫어했던 운전이 이제 불법이 되니 다시 한 번 하고 싶은 사람들이 찾는 그런 곳 말이다.
필자 신화수는 서강대 사회학과를 졸업한 뒤 오랜 기간 IT 업계를 취재해왔고 문화체육관광부 국민소통실 홍보협력관, IT조선 취재본부장과 경영본부장 등을 역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