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는 어느덧 국제전자제품박람회(CES)에 빠지면 섭섭한 제품이 됐다. CES는 매년 1월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리는 세계 최대 가전·IT 전시회다. 자동차회사들은 이 전시회에서 첨단기술과 신개념의 신차를 선보인다. 어떤 의미에선 전통적인 자동차전시회(모터쇼)보다 공을 더 들인다.
지난 8일 끝난 ‘CES 2022’도 예외는 아니었다. BMW는 차 색깔을 마음대로 바꾸는 전자잉크와 차 안에서 극장 화면·음향을 즐기는 기술을 선보였다. 코로나19 변이바이러스 확산 탓에 온라인으로 박람회에 참여한 벤츠는 신형 콘셉트 전기차 ‘비전 EQXX’를 공개했다. 성능과 디자인 모두 최고급이었고, 한 번 충전으로 1000㎞까지 달린다는 발표에 사람들은 감탄했다.
벤츠가 ‘CES 2022’에 맞춰 온라인에 공개한 전기차 콘셉트 ‘비전 EQXX’ 내부. 사진=벤츠 홈페이지
정작 관람객들의 관심은 다른 기업에 쏠렸다. 소니다. TV와 게임기를 만드는 바로 그 가전업체다. 이 회사가 자율주행 전기차 시장 진출을 선언했다. 콘셉트카(Concept Car) ‘비전-S’를 공개하고, 올봄 ‘소니모빌리티’라는 회사 설립을 발표했다.
요시다 겐이치로 소니 CEO가 자율주행 전기차 프로토타입 ‘비전-S’의 내부 기능을 CES 2022 관객들에게 설명하고 있다. 사진=소니 홈페이지
소니가 선보인 ‘비전-S’는 기존 자동차회사들의 전기차와 비교하면 사실 볼품없다. 그래도 소니의 강점인 광학과 센서(감지기) 기술을 활용해 이전보다 진일보했다. 기술산업계는 소니 전기차보다 신생회사 설립 발표에 더 크게 반응했다. 구글과 애플에 이어 가전업체까지 가세하면서 기술기업들의 자동차시장 진출 공세가 본격화할 것임을 예고했기 때문이다.
물론 소니가 직접 전기차를 생산할 가능성은 작다. 기존 자동차보다 만들기 쉽다고 해도 여전히 막대한 투자와 노하우가 요구되는 전기차 양산 라인을 갖추는 게 쉽지 않다. 소니도 애플처럼 설계와 디자인, 관련 기술 개발에 집중하고 제조는 전문 제조업체에 맡길 것으로 보인다. 협력사는 전기·전자장치(전장) 업체이면서 자동차 조립생산도 병행하는 오스트리아 ‘마그나슈타이어(Magna Steyr)’가 유력하다.
애플은 2025년 상용화를 목표로 자율주행 전기차를 개발 중이다. 아직 공동 개발과 생산까지 해줄 자동차 제조사를 찾지 못했지만, 아이폰을 생산하는 대만업체 폭스콘을 통해서라도 시장에 진출할 것으로 보인다. 폭스콘은 이미 전기차 제조 사업에 뛰어들었다. 애플·소니·LG·폭스콘과 같은 전자업체들이 바야흐로 자율주행 전기차를 앞세워 자동차 시장 문턱을 넘기 시작했다.
자동차는 기계공학의 꽃이라고 불린다. 엔진과 변속기를 비롯한 수만 개 부품이 복잡하게 얽혀 있다. 설계 구조 또한 복잡하다. 전기차 시대가 열리면서 이 기계장치는 전자제품으로 탈바꿈한다. 자동차도 이제 휴대전화처럼 그냥 모바일기기라고 불러도 된다. 다만 사람이 그 안에 들어갈 뿐이다.
1970~1980년대에 비디오카세트녹화기(VCR)라는 영상기기가 있었다. 전자제품이지만 내부를 들여다보면 기계장치에 가까웠다. 모터·벨트·드럼 등 다양한 부품이 연결돼 있다. 기계공학자에게는 간단하게 보여도 전자업체로선 가장 난도 높은 기술이었다. 한국과 일본 가전업체를 제외하고는 만들기 힘들었다.
그러던 어느 날 DVD 플레이어(DVDP)가 등장했다. 디지털 영상이라 화질이 선명하고 원하는 장면을 찾기도 편했다. 특히 전동모터와 같은 부품이 필요 없다. 디스크와 기판 하나로 충분하다. 내부구조가 간단하고 부품도 싸서 누구나 만들 수 있게 됐다. 중국 업체들이 값싼 DVDP를 쏟아내면서 VCR 시대도 끝나게 됐다. 물론 DVDP도 USB와 무선통신 기술과 애플리케이션(앱) 생태계 등장으로 지금은 사라졌다.
VCR 내부가 모터를 중심으로 복잡하게 연결돼 있다. 사진=위키미디어
DVD 플레이어 내부 구조는 VCR과 비교하면 썰렁할 정도로 단순하다. 사진=위키미디어
VCR과 DVDP 얘기를 꺼낸 이유는 자동차 시장도 같은 경로를 갈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내연기관 자동차가 VCR이라면, 전기차는 DVDP다. 기름을 쓰는 엔진이 전기를 쓰는 모터와 배터리로 바뀌면서 내부 설계구조가 매우 단순해졌다. 3만 개 부품이 1만여 개로 줄었고, 이 숫자도 여러 부품을 하나의 칩이나 부품으로 합치는 이른바 ‘모듈(module)화’의 진전으로 더욱 줄어들었다. ‘이 정도면 우리가 만들어도 되겠는걸!’ 전자업체들은 이렇게 생각하기 시작했다. 이들은 자동차회사들이 높게 쌓은 진입 장벽을 넘지 않고 옆문으로 들어온다. 그것도 자동차회사에 없는 소프트웨어·데이터처리·통신 기술을 갖고서다.
물론 자동차회사들이 VCR 업체처럼 쉽게 무너지진 않을 것이다. 천하의 애플·구글·소니·LG·삼성도 자동차를 독자적으로 만들고 팔 역량은 아직 없다. 더욱이 자동차업체들은 진작 위기감을 느끼고 주력인 내연기관(엔진)을 버릴 각오로 전기차 사업에 매달렸다. 그 결과 전기차 시장을 선점한 테슬라도 자동차회사에 비하면 중소기업처럼 느껴진다.
그런데도 자동차회사들은 전기차 외에 드론·로봇 등 미래 모빌리티 사업을 준비한다. 이는 달리 말하면 자동차회사들도 100여 년의 독과점 체제가 머잖아 끝난다는 점을 확실히 인정한다는 표현으로 볼 수 있다. 현대차만 해도 이번 CES 2022에서 차는 온데간데없이 ‘로보틱스’와 ‘메타버스’를 결합한 ‘메타모빌리티’ 비전을 제시했다.
포드를 시작으로 120년간 이어진 내연기관 자동차 시대가 2035년을 전후로 드디어 전기차, 특히 자율주행차 시대에 바통을 넘길 것이다. 그 시점이 빠르면 빠르지 더 늦어질 가능성은 없다. 자동차회사는 그나마 여유가 있다. 부품업체들이 문제다. 내연기관 자동차에 들어간 부품의 70% 이상이 없어질 판이다. 6900개에 이르는 엔진 부품이 앞으로 100% 없어진다. 전기차 모터 부품은 고작 6개다. 앞으로 문 닫을 부품업체가 줄을 섰다. 전기차 부품으로 갈아타려 해도 이미 이 시장을 선점한 업체에 치인다.
자동차업종에 취직하려는 사람들은 막막해졌다. 들어갈 회사가 대폭 줄었기 때문이다. 자동차연구원에 따르면 국내 자동차 부품업체는 2019년 2815개사에서 2030년 1915곳으로 감소할 전망이다. 전체 자동차 중 전기차 비중을 고작 3분의 1로만 예상했는데도 이렇다. 반드시 자동차업종에 몸담아야겠다면 엔진과 변속기 등 사라질 부품 분야만큼은 피하는 것이 현명하다.
대신 전기차 시대에도 사라지지 않고, 오히려 늘어날 부품 분야라면 적극 문을 두드리기를 권한다. 배터리가 그렇고, 충전 인프라와 소재 기술 분야는 앞으로도 고속 성장할 전망이다. 자고로 취업은 성장 분야에서 찾아야 성공 확률이 높다.
기계공학·자동차공학 전공자라면 전기전자공학·컴퓨터공학과 소프트웨어·정보통신·인공지능(AI)·빅데이터·화학공학·소재·위성 기술을 조금이라도 익혀둬야 한다. 깊이 있게 공부하라는 것은 아니다. 기초라도 알아둬야 한다는 뜻이다. 그래야 미래에도 살아남는다. 거꾸로 다른 전공자라면 자동차업체의 문을 적극 두드릴 필요가 있다. 업체들도 최근 다른 전공자를 열심히 뽑고 있다. 물질도 그렇지만 사람 역시 희소성은 곧 가치와 비례한다.
<신화수 전 IT조선 취재본부장>
자동차는 어느덧 국제전자제품박람회(CES)에 빠지면 섭섭한 제품이 됐다. CES는 매년 1월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리는 세계 최대 가전·IT 전시회다. 자동차회사들은 이 전시회에서 첨단기술과 신개념의 신차를 선보인다. 어떤 의미에선 전통적인 자동차전시회(모터쇼)보다 공을 더 들인다.
지난 8일 끝난 ‘CES 2022’도 예외는 아니었다. BMW는 차 색깔을 마음대로 바꾸는 전자잉크와 차 안에서 극장 화면·음향을 즐기는 기술을 선보였다. 코로나19 변이바이러스 확산 탓에 온라인으로 박람회에 참여한 벤츠는 신형 콘셉트 전기차 ‘비전 EQXX’를 공개했다. 성능과 디자인 모두 최고급이었고, 한 번 충전으로 1000㎞까지 달린다는 발표에 사람들은 감탄했다.
벤츠가 ‘CES 2022’에 맞춰 온라인에 공개한 전기차 콘셉트 ‘비전 EQXX’ 내부. 사진=벤츠 홈페이지
정작 관람객들의 관심은 다른 기업에 쏠렸다. 소니다. TV와 게임기를 만드는 바로 그 가전업체다. 이 회사가 자율주행 전기차 시장 진출을 선언했다. 콘셉트카(Concept Car) ‘비전-S’를 공개하고, 올봄 ‘소니모빌리티’라는 회사 설립을 발표했다.
요시다 겐이치로 소니 CEO가 자율주행 전기차 프로토타입 ‘비전-S’의 내부 기능을 CES 2022 관객들에게 설명하고 있다. 사진=소니 홈페이지
소니가 선보인 ‘비전-S’는 기존 자동차회사들의 전기차와 비교하면 사실 볼품없다. 그래도 소니의 강점인 광학과 센서(감지기) 기술을 활용해 이전보다 진일보했다. 기술산업계는 소니 전기차보다 신생회사 설립 발표에 더 크게 반응했다. 구글과 애플에 이어 가전업체까지 가세하면서 기술기업들의 자동차시장 진출 공세가 본격화할 것임을 예고했기 때문이다.
물론 소니가 직접 전기차를 생산할 가능성은 작다. 기존 자동차보다 만들기 쉽다고 해도 여전히 막대한 투자와 노하우가 요구되는 전기차 양산 라인을 갖추는 게 쉽지 않다. 소니도 애플처럼 설계와 디자인, 관련 기술 개발에 집중하고 제조는 전문 제조업체에 맡길 것으로 보인다. 협력사는 전기·전자장치(전장) 업체이면서 자동차 조립생산도 병행하는 오스트리아 ‘마그나슈타이어(Magna Steyr)’가 유력하다.
애플은 2025년 상용화를 목표로 자율주행 전기차를 개발 중이다. 아직 공동 개발과 생산까지 해줄 자동차 제조사를 찾지 못했지만, 아이폰을 생산하는 대만업체 폭스콘을 통해서라도 시장에 진출할 것으로 보인다. 폭스콘은 이미 전기차 제조 사업에 뛰어들었다. 애플·소니·LG·폭스콘과 같은 전자업체들이 바야흐로 자율주행 전기차를 앞세워 자동차 시장 문턱을 넘기 시작했다.
자동차는 기계공학의 꽃이라고 불린다. 엔진과 변속기를 비롯한 수만 개 부품이 복잡하게 얽혀 있다. 설계 구조 또한 복잡하다. 전기차 시대가 열리면서 이 기계장치는 전자제품으로 탈바꿈한다. 자동차도 이제 휴대전화처럼 그냥 모바일기기라고 불러도 된다. 다만 사람이 그 안에 들어갈 뿐이다.
1970~1980년대에 비디오카세트녹화기(VCR)라는 영상기기가 있었다. 전자제품이지만 내부를 들여다보면 기계장치에 가까웠다. 모터·벨트·드럼 등 다양한 부품이 연결돼 있다. 기계공학자에게는 간단하게 보여도 전자업체로선 가장 난도 높은 기술이었다. 한국과 일본 가전업체를 제외하고는 만들기 힘들었다.
그러던 어느 날 DVD 플레이어(DVDP)가 등장했다. 디지털 영상이라 화질이 선명하고 원하는 장면을 찾기도 편했다. 특히 전동모터와 같은 부품이 필요 없다. 디스크와 기판 하나로 충분하다. 내부구조가 간단하고 부품도 싸서 누구나 만들 수 있게 됐다. 중국 업체들이 값싼 DVDP를 쏟아내면서 VCR 시대도 끝나게 됐다. 물론 DVDP도 USB와 무선통신 기술과 애플리케이션(앱) 생태계 등장으로 지금은 사라졌다.
VCR 내부가 모터를 중심으로 복잡하게 연결돼 있다. 사진=위키미디어
DVD 플레이어 내부 구조는 VCR과 비교하면 썰렁할 정도로 단순하다. 사진=위키미디어
VCR과 DVDP 얘기를 꺼낸 이유는 자동차 시장도 같은 경로를 갈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내연기관 자동차가 VCR이라면, 전기차는 DVDP다. 기름을 쓰는 엔진이 전기를 쓰는 모터와 배터리로 바뀌면서 내부 설계구조가 매우 단순해졌다. 3만 개 부품이 1만여 개로 줄었고, 이 숫자도 여러 부품을 하나의 칩이나 부품으로 합치는 이른바 ‘모듈(module)화’의 진전으로 더욱 줄어들었다. ‘이 정도면 우리가 만들어도 되겠는걸!’ 전자업체들은 이렇게 생각하기 시작했다. 이들은 자동차회사들이 높게 쌓은 진입 장벽을 넘지 않고 옆문으로 들어온다. 그것도 자동차회사에 없는 소프트웨어·데이터처리·통신 기술을 갖고서다.
물론 자동차회사들이 VCR 업체처럼 쉽게 무너지진 않을 것이다. 천하의 애플·구글·소니·LG·삼성도 자동차를 독자적으로 만들고 팔 역량은 아직 없다. 더욱이 자동차업체들은 진작 위기감을 느끼고 주력인 내연기관(엔진)을 버릴 각오로 전기차 사업에 매달렸다. 그 결과 전기차 시장을 선점한 테슬라도 자동차회사에 비하면 중소기업처럼 느껴진다.
그런데도 자동차회사들은 전기차 외에 드론·로봇 등 미래 모빌리티 사업을 준비한다. 이는 달리 말하면 자동차회사들도 100여 년의 독과점 체제가 머잖아 끝난다는 점을 확실히 인정한다는 표현으로 볼 수 있다. 현대차만 해도 이번 CES 2022에서 차는 온데간데없이 ‘로보틱스’와 ‘메타버스’를 결합한 ‘메타모빌리티’ 비전을 제시했다.
포드를 시작으로 120년간 이어진 내연기관 자동차 시대가 2035년을 전후로 드디어 전기차, 특히 자율주행차 시대에 바통을 넘길 것이다. 그 시점이 빠르면 빠르지 더 늦어질 가능성은 없다. 자동차회사는 그나마 여유가 있다. 부품업체들이 문제다. 내연기관 자동차에 들어간 부품의 70% 이상이 없어질 판이다. 6900개에 이르는 엔진 부품이 앞으로 100% 없어진다. 전기차 모터 부품은 고작 6개다. 앞으로 문 닫을 부품업체가 줄을 섰다. 전기차 부품으로 갈아타려 해도 이미 이 시장을 선점한 업체에 치인다.
자동차업종에 취직하려는 사람들은 막막해졌다. 들어갈 회사가 대폭 줄었기 때문이다. 자동차연구원에 따르면 국내 자동차 부품업체는 2019년 2815개사에서 2030년 1915곳으로 감소할 전망이다. 전체 자동차 중 전기차 비중을 고작 3분의 1로만 예상했는데도 이렇다. 반드시 자동차업종에 몸담아야겠다면 엔진과 변속기 등 사라질 부품 분야만큼은 피하는 것이 현명하다.
대신 전기차 시대에도 사라지지 않고, 오히려 늘어날 부품 분야라면 적극 문을 두드리기를 권한다. 배터리가 그렇고, 충전 인프라와 소재 기술 분야는 앞으로도 고속 성장할 전망이다. 자고로 취업은 성장 분야에서 찾아야 성공 확률이 높다.
기계공학·자동차공학 전공자라면 전기전자공학·컴퓨터공학과 소프트웨어·정보통신·인공지능(AI)·빅데이터·화학공학·소재·위성 기술을 조금이라도 익혀둬야 한다. 깊이 있게 공부하라는 것은 아니다. 기초라도 알아둬야 한다는 뜻이다. 그래야 미래에도 살아남는다. 거꾸로 다른 전공자라면 자동차업체의 문을 적극 두드릴 필요가 있다. 업체들도 최근 다른 전공자를 열심히 뽑고 있다. 물질도 그렇지만 사람 역시 희소성은 곧 가치와 비례한다.
<신화수 전 IT조선 취재본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