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교수실에서

[김희곤 교수실에서] 메타버스 시대 : 익숙한 것과의 결별, 그리고 새로운 시작

입력 2022. 01. 10   16:38
업데이트 2022. 01. 10   16: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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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희 곤 
국립공주대학 안보학 교수
김 희 곤 국립공주대학 안보학 교수
기원전 334년 봄. 알렉산더는 ‘하나의 인류’라는 원대한 비전과 꿈을 안고 세계 정복의 길로 나선다. 세계의 문화가 영향력을 주고받으며 여러 민족의 상호관계가 긴밀하게 얽히면서 발생하는 교류는 대규모의 극적인 장면이 각본 없이 연출된다. 서양 문명을 이해하는 두 개의 열쇳말로 종종 헬레니즘과 헤브라이즘이 소환된다. 필자가 알렉산더에게 갖는 관심은 군인이나 전략가, 정복자로서 면모보다 생전에 보여주었던 세계관과 사상이다. 그는 정복지의 관리를 중용하고 그들의 풍습을 인정했다. 다른 문명을 먼저 이해하고, 그리스 문명과 혼합시키며, 정복한 많은 곳에 알렉산드리아를 건설했다. 서로 다른 문화의 ‘이종교배’로 헬레니즘 탄생의 물꼬를 튼 것이다. 곳곳에 건설한 헬레니즘 도시는 다른 모습의 ‘문화, 인종, 기술이 융합’해 완성돼가며, 세계사의 흐름을 바꾸어 놓게 된다. 현대의 중요한 가치이기도 한 ‘다양성과 융합을 통한 신문명 창조’와도 맞닿아 있다. 필자가 언급하려는 메타버스(Metaverse) 세계관을 에둘러 표현한 것이다. 우리는 다양한 미디어 매체 덕분에 원하면 언제든지 동서양의 문화를 접할 수 있다. 그러나 당시 서양인의 눈에 비친 동양과 동양인은 낯섦을 넘어 두려움과 신비한 미지의 세계였으리라.

‘비전은 목표가 아니라 미래를 보는 능력이다.’ 비전과 목표에 대한 답을 알렉산더에게서 찾을 수 있기를 기대한다. 알렉산더가 동쪽으로 간 까닭은? 영화감독 올리버 스톤은 영화 ‘알렉산더’에서 주인공 콜린 패럴을 통해 대답한다. “동쪽을 변화시켜야 한다. 땅과 금이 넘치는 제국이 아니라 정신문명이 살아 있는 제국을 건설해야 한다”고. 리더는 비전을 현실로 바꾸는 능력이 전제돼야 한다. 비전이 있는 사람은 매 순간을 기회로 포착하는 선구안이 있다. 리더 곁으로 사람이 모이고, 따르는 이유다.

월트 디즈니의 경영철학은 ‘꿈의 리더십’이다. 그 출발은 그림 그리기를 좋아하던 한 젊은이의 꿈에서 비롯된다. 그 꿈은 어두운 임시 작업실의 생쥐 ‘몰티마’를 만나면서 꽃을 피운다. 세상에서 가장 위대한 쥐, 어린이들의 친구 ‘미키’가 탄생한 것이다. 디즈니는 자신을 ‘꿈을 나르는 꿀벌’로 비유하며 직원들에게 열정과 상상력을 불어넣은 것으로 유명하다. 많은 기업이 CVO(Chief Visionary Officer)라고 해서 ‘최고 비전 책임자’라는 직함을 도입하는 것은 기업가치를 ‘새 시대를 여는 꿈’을 가장 소중한 자산으로 보는 까닭이다.

메타버스는 분명 낯선 세계며, 미지의 대륙이다. 유택트(U-tact) 시대의 메타버스는 현실을 모방한 온라인 공간에서 아바타를 이용해 상호작용하는 방식을 의미한다. 다른 사람의 아바타와 소통하고 공동작업까지 수행할 수 있는 새로운 미래 공간이다. 메타버스 플랫폼을 타고 가상과 현실이 조화된 공간으로 들어갈 것이 분명해 보인다. 선택의 문제가 아니다. 그렇다면 어떻게 메타버스를 탈 것인가가 관심사다. 이제 ‘익숙한 것들과 결별’할 시간이다. 익숙한 것과의 결별은 ‘불타는 갑판에서 뛰어내리는 것’과 같다. 그러나 이것만이 다음을 기약할 수 있는 유일한 선택이다. 영화감독 페데리코 펠리니는 “언어가 다르면 삶의 비전도 다르다”고 말한다. 메타버스 세계의 새로운 언어를 배우면 그 언어를 사용하는 문화의 비전도 배우게 된다. 이제 낯선 언어에 조금 더 다가가 보자. 깨어 있는 사람은 ‘비전을 시간 속에서 실천’한다. 임인년 새해의 시간이 흐르고 있다. 기회의 신 카이로스는 오래 머물지 않는다. 지금이 자신의 삶을 디자인하고, 점검해보기에 딱 좋은 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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