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완결 모형으로 만나는 총기의 세계

독특한 외관· 작동방식 매력 넘치는…아름다운 권총

입력 2022. 01. 04   16:21
업데이트 2022. 01. 04   16: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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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 P08 루거


9㎜ 탄 사용하는 자동권총
2차 세계대전 노획 무기 선호도 1위
인기 많아 다양한 모형으로 발매
다채롭고 아름다운 ‘그립’ 특징
‘괴링 버전’ 소장가에 필수 아이템


대만 KWC가 모형총기로 재현한 독일 왕립 조병창 버전의 P08 루거 권총. 볼트 하나하나까지 새겨진 각인이 눈에 띄는 모델이다.
대만 KWC가 모형총기로 재현한 독일 왕립 조병창 버전의 P08 루거 권총. 볼트 하나하나까지 새겨진 각인이 눈에 띄는 모델이다.


1차 세계대전부터 2차 세계대전 중반까지 독일 제식 권총으로 자리매김한 P08 루거(Luger)는 9㎜ 탄을 사용하는 자동권총입니다. 지금도 인기가 많고, 2차 세계대전 당시 미군의 노획 무기 선호도 1순위였습니다. 역사상 가장 아름다운 제식 권총이란 평가도 있습니다. 필자도 극히 공감합니다.

어찌 보면 현대 무기는 과거의 무기에 비해 창의성과 독창성이 별로 없는 것 같습니다. 루거만 보더라도 정말 독특한 외관과 작동방식을 가진 매력 넘치는 멋진 총입니다. 이 정도의 독창성을 발휘한 근대의 총은 아마도 글록(Glock) 정도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권총 기술 발전이 정점에 달했다는 의견이 있지만, 해머 방식을 대표하는 콜트(Colt)와 스트라이커 방식의 글록 외엔 눈에 띄는 새로운 작동방식이 등장하지 못하는 것도 사실입니다. 루거처럼 다양하고 매력적인 총들이 나오지 않는 건 무기 마니아로서 안타까운 현실이 아닐 수 없습니다.

독일 왕립 조병창 루거 권총에 새겨진 아름다운 각인.
독일 왕립 조병창 루거 권총에 새겨진 아름다운 각인.


영업사원이 권총 수리하다 직접 만들어
루거는 특이한 외형만큼 그 태생도 특별합니다. 명총 루거를 개발한 ‘게오르크 요한 루거(Georg Johann Luger)’는 과거 C93 보르하르트(Borchardt) 자동권총을 판촉하던 영업사원이었습니다. 그는 C93 해외 홍보행사 때마다 잦은 불량과 기능 고장으로 애를 먹었습니다. 그때마다 현장에서 분석하고 수리해가며 대응하다 보니, 뜻하지 않게 구조적 문제나 설계상의 결함 등을 알게 됐습니다. 급기야 이 C93을 직접 개량하고 발전시켜 만들어낸 총이 자신의 이름을 딴 ‘루거 자동권총’인 것입니다.

루거는 1898년 설계되고 1901년 스위스군에 채택된 바 있습니다. 자동권총의 기준을 만들었다고 평가받는 콜트 1911보다도 10여 년 이상 앞선 역사를 지니고 있는 것입니다. C93의 개량 설계인 만큼 초기엔 C93과 같은 7.65㎜ 탄을 사용했지만, 이후 지금의 9㎜ 파라블럼과 같은 탄으로 바뀌게 됩니다.

외형에서 찾아볼 수 있는 C93의 흔적은 역시 작동방식인데, 격발 후 슬라이드를 지탱하는 암(arm)이 접히며 탄피를 추출하고 재장전하는 ‘토글 액션(toggle action)’이 그것입니다. 사실 이 토글 액션도 맥심 기관총의 작동원리를 소형으로 재구성한 것입니다. 맥심에서 C93으로 넘어가면서 외형 뒷부분이 독특한 일명 ‘펠리컨’ 타입이 됐고, P08에선 토글 액션의 경첩식 슬라이드가 남게 된 것이라 할 수 있겠습니다.

토글 액션을 구현하기 위해선 높은 수준의 가공능력이 필요합니다. 이 기준에 맞춰 부속들이 일정하고 정밀하게 생산되면서, P08은 전반적으로 높은 명중률과 부품 간 기계적 신뢰성을 보여주게 됩니다. ‘부품 간 기계적 신뢰성’이라고 굳이 언급하는 건, 이렇게 정밀한 물건은 먼지와 오염에 상당히 취약하기 때문입니다. 관리에 소홀하면 작동 불량 원인이 될 수 있어 야전에선 불만을, 총기 애호가들에겐 찬사를 받는 양면성을 보여주기도 합니다.

루거는 2차 세계대전이나 독립운동 관련 영화엔 거의 빠지지 않고 출연하지만, 크게 부각되는 영화 또한 없다시피 한 모델이기도 했습니다. 그러다 드디어 존재를 뽐낼 기회가 있었으니, 바로 미국 HBO에서 제작한 드라마 ‘밴드 오브 브라더스(Band of brothers)’ 에피소드 7편에서였습니다. 등장 인물인 ‘도널드 후블러’ 상병이 에피소드 내내 루거 앓이를 하다가 어렵게 구한 루거 오발 사고로 사망하는 장면으로, 조금 안타까운 등장이었지만 많은 시청자에게 “루거가 대체 뭐길래?”라는 궁금증과 관심을 얻는 데는 성공했습니다.

극에서 보이듯 독일보다 오히려 미군들 사이에서 전리품으로 인기가 높던 루거는 1945년 좀 더 실용적이고 비교적 저렴하게 생산이 가능한 P38 모델에 자리를 내주며 내리막을 걷지만, 그래도 한동안 그 인기는 쉽게 사라지지 않았습니다.

탄창이 빈 상태에서 격발하면 탄창이 빠지지 않는 의도하지 않은 현상이 있는데, 이는 노획해 사용하지 못하도록 만든 비밀 잠금장치라는 농담 섞인 이야기도 있습니다.

에어코킹 모델 개선한 국내 제품도 출시

인기가 있는 만큼 모형도 다양하게 발매됐습니다. 일본 마루이에서 에어코킹(Air cocking) 모델이 출시됐고, 이를 복제 개선한 국내 아카데미 제품도 있었습니다. 일본 다나카웍스에서는 가스건(Gas gun)으로 발매했는데, 이것을 대만의 WE-Tech가 복제하면서 풀메탈(Full metal)로 선보였습니다. WE-Tech 루거는 다나카에 비해 성능이 크게 떨어지지만, 6·8인치와 은장 모델까지 다양한 종류를 내놨을 뿐만 아니라 드럼 탄창까지 발매해 마니아의 가려운 곳을 긁어준 고마운 메이커이기도 합니다.

대만의 또 다른 메이커 KWC에서는 CO2를 사용하는 풀메탈 모델을 발매해 호평을 받았습니다. CO2를 사용하기 때문에 파워가 충분하고, 강한 파워를 감당하기 위해 강화된 내부 부속과 단단한 금속 재질의 프레임을 갖고 있습니다. 여기에 블루잉이 상당히 아름답게 돼 필자도 선호하는 제품입니다.

하지만 고증을 따지자면 단연코 일본 마루신의 풀메탈 라인업입니다. 크기별로 모두 발매됐고, 특히 ‘괴링 버전’으로 불리는 아름다운 음각 각인이 들어간 모델은 루거 소장가들에겐 필수 아이템이기도 합니다. 모델건으로는 드물게 풀메탈 제품으로 금색으로 도금됐으며, 화약캡을 사용하지 않는 비발화 방식입니다. 일본 법규에 의해 비발화 모델건만 발매 중이며, 금색으로 도금돼 있습니다.

루거의 특징은 다양하고 아름다운 그립(grip)을 꼽을 수 있는데, 아쉽게도 대만 모형 제품은 그립 부분 형태가 실물과 조금씩 달라 실총용 그립이 잘 맞지 않습니다. 가공해서 장착은 가능한데, 조금 어색하게 되는 건 어쩔 수가 없습니다. 반면에 마루신 제품은 실총 그립이 그대로 들어맞습니다. 실물 그립을 염두에 뒀다면 모델건을 선택하길 권합니다. 필자도 루거를 상당히 좋아해서 은장은 WE, 블루잉용은 KWC, 관상용은 마루신으로 다수 소장 중입니다. 기회가 된다면 꼭 한번 실총 사격을 해보고 싶은 P08 루거였습니다. 사진=필자 제공
<최민성 모형제작 전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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