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완결 일의 미래

멋진 신세계 올라타려면… AI시대 일자리 탈출구…그 희망의 빛을 찾아서

입력 2022. 01. 03   16:51
업데이트 2022. 01. 03   16: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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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드만삭스·아마존 등 AI 도입

화이트칼라층 일자리 잠식 가속
신규 일자리수·증가 속도는 더뎌
현대판 ‘러다이트운동’ 우려도

 

아마존 스마트폰 트리?  아마존 식료품몰 ‘홀푸드마켓’ 앞 나뭇가지에 주렁주렁 달린 스마트폰들(빨간색 원 안). 아마존은 가까운 순서로 배송 가능 여부를 묻기에 플렉스 노동자들은 일감을 먼저 따내려고 스마트폰을 두 대 이상 연동해 놓고 한 대를 매장이나 창고 가까이 둔다.  사진=블룸버그테크놀로지 유튜브 화면 캡처
아마존 스마트폰 트리? 아마존 식료품몰 ‘홀푸드마켓’ 앞 나뭇가지에 주렁주렁 달린 스마트폰들(빨간색 원 안). 아마존은 가까운 순서로 배송 가능 여부를 묻기에 플렉스 노동자들은 일감을 먼저 따내려고 스마트폰을 두 대 이상 연동해 놓고 한 대를 매장이나 창고 가까이 둔다. 사진=블룸버그테크놀로지 유튜브 화면 캡처
아마존 스마트폰 트리를 형상화한 그래픽 이미지. 사진=코리 닥터로우 트위터
아마존 스마트폰 트리를 형상화한 그래픽 이미지. 사진=코리 닥터로우 트위터
산업혁명 초기인 1810년대 영국에서 벌어진 러다이트운동은 대안 없이 시작했기에 결국 별다른 성과도 없이 실패했다.  사진=위키백과
산업혁명 초기인 1810년대 영국에서 벌어진 러다이트운동은 대안 없이 시작했기에 결국 별다른 성과도 없이 실패했다. 사진=위키백과

프롤로그

스티븐 노르만딘(Stephen Normandin) 씨는 예순세 살의 퇴역군인이다. 미국 애리조나주 피닉스시에 산다. 그는 4년 전부터 ‘아마존 플렉스(Flex)’ 노동자다. 정식 직원은 아니고, 계약을 맺고 물건이 나올 때마다 건당 수수료를 받고 배달한다. 2020년 초여름 어느 날, 그는 아마존으로부터 이메일 한 통을 받았다. ‘일을 제대로 못하니 그만두라’는 내용이다.

누구보다 열심히 일했다고 자부했던 그다. 일을 못한다는 평가가 억울했지만 이런 통고를 이메일로 받으니 더욱 불쾌했다. 그는 2020년 6월 블룸버그 기자를 만나 아마존의 인공지능(AI) 시스템을 성토했다. 이 AI는 ‘아마존 플렉스’ 업무 애플리케이션(앱)에 로그인한 배송 요원의 모든 행동을 실시간으로 모니터링한다. 제때 도착하고 고객 불만 없이 잘 배송했는지 추적하고, 평가한다. 노르만딘 씨는 AI가 자신에게 문이 잠긴 아파트에 배달을 시켜놓고선 아무도 없어 배달을 완료하지 못했는데도 나쁜 평가를 내렸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아마존·골드만삭스 노동자의 해고


이 사람의 주장대로 AI의 오류인지, AI 판단대로 그의 잘못인지 진실을 알 수 없다. 분명한 것은 해고 결정을 사람이 아닌 기계가 내렸다는 점이다. 추적과 평가가 아니다. 해고 결정 말이다.

이 사례는 AI가 앞으로 세상을 얼마나 변화시킬 것인지 미리 일러준다. 과거와는 전혀 다른 양상으로 전개될 일자리와 사회 변화를 예고했다. 그것도 10년 뒤가 아니라 앞으로 1년, 3년, 5년 안에 닥쳐올 미래다. 사실 변화는 이미 몇 년 전부터 시작됐다. 골드만삭스라는 투자금융사를 살펴보자.

골드만삭스는 2014년 기술벤처기업인 켄쇼테크놀로지스(Kensho)가 개발한 투자금융 AI를 파견사원으로 받았다. 고객을 대신해 주식과 채권, 외환 등을 사고파는(트레이딩) 일을 한다. 써보니 성능이 월등했다. 그러자 회사는 평균 연봉 50만 달러에 이르는 트레이더들이 이제 필요 없게 됐다고 판단했다. 600명 가운데 2명만 빼고 다 해고했다. 금융가 최고 연봉자들이 기계 한 대에 무참하게 밀려났다. 잘리지 않은 두 명은 켄쇼보다 뛰어나서가 아니다. 업무 보조자로 살아남았다.

골드만삭스는 이제 자사를 투자금융사라고 부르지 않는다. 정보기술(IT)회사, AI 회사라고 불러 달라고 한다. 성공에 고무된 이 회사는 켄쇼테크놀로지스와 협업해 더 고도화한 AI 시스템, ‘워런(Warren)’을 만들었다. 워런은 전문 분석가 15명이 한 달 동안 자료를 수집하고 분석, 예측하는 작업을 단 5분 만에 끝낸다.

골드만삭스 사례는 두 가지 시사점을 던진다. 하나는 지식 노동자들이 육체 노동자와 비교해 AI로 인한 실직 위험에 더욱 심각하게 노출됐다는 점이다. 다른 하나는 AI로 줄어드는 일자리만큼 새로운 일자리가 생겨나지 않는다는 점이다.

교수와 교사, 과학자와 엔지니어, 의사와 약사, 경영자, 분석가, 회계사, 행정지원인력 등을 지식 노동자라고 부른다. 높은 수준의 교육을 받았거나 전문자격증을 갖고 지식과 정보 조작 업무를 하는 사람들이라는 의미다. 이들은 기계가 아무리 발전할지라도 끄떡없다고 여겨졌다. 지식노동만큼 기계가 사람보다 잘할 수 없다는 판단이었다. AI가 등장하자 이런 판단에 회의가 생겼다. 오히려 AI는 이러한 지식노동에서 더욱 힘을 발휘하며, 유용성을 입증했다.

AI가 체스와 퀴즈풀이, 바둑에서만 인간에게 승리한 게 아니다. 환자 진료, 법률 변호와 같은 전문 분야에서도 인간과 대결해 완승했다. 영상의학 자료와 법률 분석에서 사람보다 훨씬 정확하고 빨랐다. 더 충격적인 것은 환자와 법률고객들이 사람보다 AI를 더 신뢰했다는 점이다. 기업 운영자와 고객이 사람보다 AI를 선호하니 미래 선택지는 뻔하다. AI의 일자리 잠식이 화이트칼라층에서 더욱 가속화할 것임을 보여준다.


일자리 잠식이냐 창출이냐

AI로 기존 일자리가 사라지지만 새로운 일자리 역시 생겨날 것이다. 지난 역사가 그랬다. 산업혁명과 정보화 혁명 때에도 처음엔 다들 일자리 감소를 걱정했지만 늘 없어진 일자리보다 새 일자리가 넘쳐났다.

세계경제포럼(WEF·World Economic Forum)이 2020 9월 내놓은 일자리 미래보고서도 이러한 역사적 경험을 그대로 반영했다. 디지털기술의 발달로 향후 5년간 사라질 일자리는 8500만 개며, 새로 생길 일자리는 9700만 개에 이를 것으로 전망됐다.

그런데 AI 시대는 과거와 다른 양상을 보인다. 없어질 일자리는 예상보다 훨씬 빨리 사라지는데 신규 일자리가 많지 않으며 그 증가 속도 또한 느리다. 투자금융사가 수천 명의 트레이더를 해고할 동안 협력사 켄쇼테크놀로지 직원은 50명에서 130여 명으로 고작 80명이 늘어났다. 4명의 트레이더(기존 일자리)가 1명의 컴퓨터 엔지니어(새 일자리)로 대체되고 있다.

WEF 일자리 전망만 해도 그렇다. 불과 2년 전 보고서의 전망과 비교했더니 사라질 일자리는 증가(7500만 개→8500만 개)한 반면 새로 생길 일자리는 감소(1억3300만 개→9700만 개)했다. 아마도 올 하반기에도 새 보고서가 나올 것이다. 사라질 일자리가 더 많다는 전망이 처음으로 나올 듯하다.

디지털 대전환 시대를 맞아 새 일자리 창출도 좋지만 기존 일자리 감소를 어떻게 방어할 것이냐가 세계 각국의 급선무로 떠올랐다. 이걸 제대로 하지 못하면 또 한 번의 기계파괴운동(러다이트운동·Luddite Movement)이 벌어질 판이다.


‘멋진 신세계’ 열릴까

모두가 새로운 희망으로 들뜬 정초부터 우울한 얘기를 꺼낸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 차라리 새 일자리가 더 많을 것이라는 ‘희망 고문’이라도 믿는 게 뱃속 편할 것이다. 그런데 이게 사실일지라도 이 멋진 신세계 행 헬리콥터에 탈 자리가 몇 개 없다. AI 시대를 이해하고 이에 적응한 소수에게만 탑승을 허락하기 때문이다. 어렵사리 올라탄다고 해도 적응하는 것은 또 다른 문제다. 올더스 헉슬리 소설 『멋진 신세계』 속 주인공 새비지 존이 그랬던 것처럼.

필자는 앞으로 이 기획 연재를 통해 AI 시대를 올라탈 방법을 독자 여러분과 함께 찾아보려 한다. 혹시 제때 탑승하지 못해 구세계에 머물 수밖에 없다면 베어 그릴스가 야생에서 그랬듯이 생존 비법이라도 배우고자 한다. 사실 필자도 그 방법과 비법이 뭔지 모른다. 젊은 독자 여러분과 함께 머리를 맞대고 논의하다 보면 그 탈출구를 향한 한낱 빛줄기라도 찾으리라 막연히 낙관할 뿐이다. 절망도 그렇지만 희망 역시 작은 틈에서 새어 나와 커지지 않는가.



필자 신화수는 서강대 사회학과를 졸업한 뒤 오랜 기간 IT 업계를 취재해왔고 문화체육관광부 국민소통실 홍보협력관, IT조선 취재본부장과 경영본부장 등을 역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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