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기고

[시가 있는 풍경] 찰나 12

입력 2021. 12. 30   16:07
업데이트 2021. 12. 30   16: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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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 성 현 시인
고 성 현 시인

눈을 지그시 감고
무엇을 했는지 어딜 갔는지
뒤를 돌아볼 일이다
앞이 환해질 테니까
눈을 또렷이 뜨고
무엇을 할지 어떻게 행할지
앞을 살펴볼 일이다
뒤가 좋아질 테니까
고개를 바로 들고
무엇을 바랄지 무얼 꿈꿀지
하늘에 써볼 일이다
삶이 달라질 테니까

찰나는 아주 짧은 시간을 뜻한다. 불가에서는 찰나를 ‘일념(一念)’이라 하는데, 일념이란 하나의 생각이 일어나는 순간을 말한다. 어떤 이는 이 시간을 75분의 1초, 즉 0.013초로 환산하기도 한다. 생각의 속도는 이렇게 빠르다. 어디 생각뿐이겠는가? 세월도 찰나처럼 빠르니 우주 만물이 찰나의 시간 위에서 생멸한다고까지 한다. 그런데 이 찰나의 시간에도 과거, 현재, 미래가 순환하는 것이어서, 이를 찰나 삼세(三世)라 한다. 즉 현재의 찰나를 중심으로 과거의 찰나와 미래의 찰나가 그물코처럼 얽혀 연속 순환한다고 한다.

시인은 그의 시선에 포착된 찰나 삼세의 연속 순환을 성찰하면서 살라고 한다. ‘뒤를 돌아’ 보면 ‘앞이 환해질 테’고, ‘앞을 살펴’ 보면 ‘뒤가 좋아질’ 것이며, ‘고개를 바로 들고/무엇을 바랄지 무얼 꿈꿀지/하늘에’ 써보면 ‘삶이 달라’진다고 노래한다. 평범한 일상의 말처럼 들리기도 하는 그의 노래는 쉽고 친밀하여 거부감이 없고 간결하다. 시는 경험과 상상의 세상에 대한 간소한 사색과 성찰이기 때문이다. 그 속에서 함축된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의 데이터가 기억되어 되새김질한다.

춘천시 구봉산 아래 네이버 ‘데이터센터 각’이 있다. 네이버의 어마어마한 양의 데이터 서버를 관리하는 각은 모토는 ‘어제와 오늘의 소중한 이야기를 내일로 전한다’이다. 한 해를 마무리하는 12월의 마지막 날, 우리의 삶의 이야기도 2021년 찰나의 기억을 나이테로 남기고, 2022년 찰나의 문턱으로 넘어간다.  차용국 시인·문학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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