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완결 모형으로 만나는 총기의 세계

특수전 장병들의 관심 한몸에

입력 2021. 12. 28   16:45
업데이트 2021. 12. 28   16: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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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 HK416과 모의총포법

독일 총기 명가 HK 개발
저가형 에어코킹서 가스식 모델까지
수많은 제조사서 모형 발매
최고가는 국내 GBLS의 GDR416
제조 공정, 실총과 동일한 제작 방식


1990년대 만들어진 규정에 발목
대만·홍콩·중국 등 세계 시장 잠식

필자가 사막 위장으로 도색한 GBLS의 HK416 모형총기를 들고 포즈를 취한 모델들. 미국에서 촬영이 이뤄져 칼라파트가 없고, 서양인 모델을 기용해 실총을 들고 있는 듯한 실전적 분위기를 연출했다.  필자 제공
필자가 사막 위장으로 도색한 GBLS의 HK416 모형총기를 들고 포즈를 취한 모델들. 미국에서 촬영이 이뤄져 칼라파트가 없고, 서양인 모델을 기용해 실총을 들고 있는 듯한 실전적 분위기를 연출했다. 필자 제공
우리 해군특수전전단이 일부 사용하고 있으며, 군 특수전 장병들의 관심을 한몸에 받는 총기가 있으니 바로 HK416입니다. 미 육군이 지금까지 사용하는 M4카빈(Carbine)은 1970년대에 만들어진 AR15(M16)를 기반으로 하는 총기입니다. 그만큼 안정적인 성능을 갖고 있지만, 특수부대가 사용하기에는 내구성과 신뢰성이 부족하다는 의견이 지속 제기되기도 했습니다. 이에 독일 총기 명가 HK(Heckler & Koch)가 개발한 HK416이 세계 각국의 특수전을 위한 총기로 이름을 휘날리게 됩니다.

HK416의 명칭을 풀어보면 ‘HK에서 개발한 M4를 모티브로 한 + HK식 M16’이란 뜻으로, 원래 초기 명칭은 HKM4였다고 합니다. M4를 제작하는 콜트(COLT)에서 상표권 소송을 걸어 HK416으로 바뀐 것도 유명한 일화입니다.

작동방식 개선으로 신뢰성 향상
HK416의 가장 큰 개선점은 작동방식입니다. 기존 AR 계열의 ‘가스 직동식(直動式)’에서 ‘가스 피스톤 방식’으로 바꿈으로써 반동은 소폭 상승했지만 장시간 사격도 견디는 높은 신뢰성을 갖게 됐습니다. 또 이 구조는 외부 오염에 더 나은 대응 성능을 보여줍니다. 우리나라가 개발한 K2 소총이 가스피스톤 방식을 채택한 이유도 이러한 내구성과 신뢰성을 확보하기 위함입니다. 단점은 앞서 언급한 대로 반동이 좀 더 세고 무겁다는 점입니다.

명중률은 사수 기량에 따라 차이가 나겠지만, 두 기종이 크게 다르지 않다는 평가도 있습니다. HK416이 K2와 다른 점은 가스피스톤의 왕복 거리가 훨씬 짧다는 점입니다. 덕분에 상대적으로 반동이 작고 무게도 좀 더 가볍습니다.

과거엔 총 내부 부속의 유기적인 움직임에 대해 정밀한 제어가 어려웠지만, 현대 금속 가공 기술의 발전으로 정밀한 설계가 가능해졌습니다. 결과적으로 K2 같은 롱 스트로크 방식이 아닌 HK416의 숏 스트로크 방식도 충분히 신뢰할 수 있는 성능이 나오면서 지금은 숏 스트로크 가스피스톤 방식이 대세로 자리를 잡았습니다. 이렇게 HK416이 가격은 비싸지만 좋은 무기임이 증명되면서 세계 각국 일선 특수부대에서 널리 사용되고 있습니다. 필자의 눈에는 외모적으로 별로 끌리지 않는 모델이지만, 그 능력은 인정하지 않을 수가 없습니다.

우리 군도 꾸준히 이와 유사한 능력의 총기를 요구해 왔고, 특수작전용 기관단총 체계개발사업이 업체 주관 연구개발로 결정됨에 따라 국내 방산기업들도 HK416에 버금가는 성능을 갖춘 한국형 총기를 만들기 위한 설계·개발을 진행 중입니다. 머지않아 숏 스트로크 가스피스톤 방식의 돌격소총이 우리 특수부대의 차기 제식으로 자리 잡게 될 거라 예상해 봅니다.
필자가 소장 중인 HK416 모형 총기. 미국 델타포스와 CAG부대가 사용하는 RAL8000 모델의 고증에 맞춰 작업했다.
필자가 소장 중인 HK416 모형 총기. 미국 델타포스와 CAG부대가 사용하는 RAL8000 모델의 고증에 맞춰 작업했다.

취향·가격대 맞춰 모형 구입 가능
HK416의 모형은 수없이 많은 메이커에서 발매됐습니다. 저가형 에어코킹부터 가스식 모델까지 가격도 다양해 취향에 또는 주머니 사정에 맞춰 구입 가능합니다. 현재 VFC와 WE 제품이 60만~70만 원대 정도이고, 100만 원 초반대의 마루이 차세대 전동총(Automatic Electric Gun)이 있습니다. 대만 바이퍼 제품이 200만 원 초반입니다. 최고가의 HK416은 국내 제조사인 GBLS의 GDR416으로, 250만 원 정도입니다.

이 GBLS의 416은 가히 결정판이라 할 수 있는데, 처음부터 제조사 목표가 ‘실총을 대체하는 훈련용 총기 제작’이었습니다.

강점을 살펴보면 전동총이지만 분해·조립이 실제와 흡사합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전기모터식으로, 가스식 에어소프트건처럼 겨울철 운용에 어려움이 없습니다. 가스식 에어소프트건은 겨울철에는 가스 기화율이 낮아 연사 시 성능이 급격히 떨어지는 단점이 있는데, 전동총은 그러한 결점이 없어 동계 훈련에도 충분히 사용 가능합니다. 또 가스식은 탄창에 복잡한 가스 충전기구가 있지만, GDR416의 탄창은 구조가 단순하고 내구성이 높아 낙하에 의한 파손 걱정도 적습니다. 이 또한 훈련용 총기로서의 강점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게다가 GBLS의 첫 번째 출시작인 민수용 M4 모델과 달리 416은 재질도 실물과 유사해지고, 제조 공정마저 실총과 동일한 제작방식을 채택했습니다. 그리해 내구성과 질감, 마지막 표면 마감까지 실총을 대체해 훈련하는 장병에게 최대한의 사실감을 부여할 수 있습니다.

무게가 실총과 조금 차이가 있지만, 이마저도 총신과 노리쇠 뭉치를 옵션으로 교체하면 실총과 같아지고 전체 무게중심까지 실총에 근접한다는 메이커 측의 설명을 들었습니다. 필자도 해당 제품을 한 정 소장하고 있습니다. 미국 델타포스와 CAG 팀이 사용하는 HK416 모델을 재현한 제품 ‘HK416 RAL8000’입니다.

처음 받았을 때 에어소프트 건이 맞을까 싶을 만큼 단단한 외형과 질감은 실물과 구분이 어려울 정도의 완성도여서 놀라웠습니다. 깔끔한 작동방식과 일본 마루이의 차세대 전동총 시리즈보다 강한 반동, 가스식 제품에 비해 높고 안정적인 집탄 등 지금까지 나온 여러 에어소프트건의 아쉬운 부분을 대부분 해결해 준 훌륭한 물건이었습니다.

제작사 측에서는 실총의 크기를 거의 완벽하게 재현해 실총을 위해 출시된 레일이나 개머리판 등을 부착하는 것도 가능하다고 자랑하기도 했습니다.

전동총 세계 두 번째 개발한 대한민국
이렇게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제품이 정작 국내에선 모의총포법에 의해 0.2J이라는 탄속규제 장벽에 막혀 제대로 그 성능을 선보이지 못하는 실정입니다.

국내 모의총포법에서 설정한 탄속 0.2J는 일본의 완구용 제품 기준을 그대로 따른 것이라 실제 게임이나 훈련용으로는 턱없이 부족합니다. 정작 일본의 경우 성인용 에어소프트건을 ‘스포츠용품’으로 분류하고 표기하는 예외 조항을 만들어 1J까지 허용하는 등 해외 각국에서는 파워가 부족하다는 평가지만 최소한의 성능은 확보할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국내 규정은 바뀔 기미가 보이지 않습니다.

사실 우리나라 전동총의 역사는 대단합니다. 일본 마루이가 세계 최초의 전동총을 출시하고 몇 개월 지나지 않아 나타난 세계 두 번째 전동총 생산국이 대한민국이었습니다. 그 짧은 시간에 복제 제품이 나왔을 리는 만무합니다. 일본 마루이와 우리나라 아카데미의 협업 관계 없이는 나올 수 없는 물리적 시간으로 추론해 봤을 때, 지금의 규제만 조금 더 완화됐더라면 전 세계 몇조 원 규모의 에어소프트건 시장을 우리나라가 장악했을지도 모를 일입니다.

1990년대에 만들어진 규정에 우리나라 모형 총기 제조사들이 발목 잡혀있는 동안 대만이나 홍콩·중국 제조사들은 세계 시장을 잠식해 나가고 있습니다. 규제는 기술발전을 저해하고, 시장을 축소 또는 사라지게 만듭니다. 20대 성인 남자가 되면 국방의 의무를 수행하기 위해 총을 들고 군에 가는 우리나라의 현실에서 장난감 총에 이렇게 강한 규제가 있다는 건 참으로 아이러니하지 않나 착잡한 심정이 듭니다.

훌륭한 기술을 가진 제조사가 성장할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지고, 군사훈련용으로 활용되는 상상을 해본다면 안전하고 효율적인 환경 속에서 훈련의 질은 비약적으로 향상될 것이며, 국방의 힘 또한 강해질 거라 필자는 단언합니다.

그러면서 모형 총기를 좋아하는 이들이 언젠가는 좀 더 나은 환경에서 안전하고 즐겁게 에어소프트건을 즐기는 문화가 자리 잡았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최민성 모형제작 전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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