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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타(는)버스와 일상

입력 2021. 12. 17   16:40
업데이트 2021. 12. 17   16: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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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선우 일병 육군66보병사단 본부대
이선우 일병 육군66보병사단 본부대

내 군 생활은 조금 특별하다. 나는 상근예비역이기 때문이다. 흔히 예비역이라고 하면 ‘전역한 병사 아닌가?’라는 인식이 있는데, 나는 엄연히 현역으로 복무하고 있다.

그러나 나는 일반 현역 용사들과 달리 매일 버스를 타고 부대로 출근한다. 상근예비역의 임무는 현역 용사들과 크게 다르지 않다. 계획된 일정에 맞춰 일과를 보내고, 사격과 행군 등 주어진 교육훈련도 빠짐없이 참여한다. 하지만 퇴근과 주말이 보장된다. 현역과 가장 큰 차이점이다. 개인 시간이 어느 정도 보장되고 있음을 뜻하기도 한다.

이 때문에 나는 의지만 있다면 시간을 계획적이고 효율적으로 활용할 수 있다고 믿었다. 또 한편으로는 자제력이 강하지 않다면 1년 반이라는 시간을 그저 흘려보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래서 입대를 앞둔 시점에는 군 생활을 멋지고 보람있게 보내겠다고 다짐했고 나름의 계획을 하나씩 세우기 시작했다.

하지만 계획은 뜻대로 되지 않았다. 퇴근 후 스마트폰·컴퓨터 등 많은 유혹이 있었기 때문이다. 결국 나는 유혹을 이기지 못했고 자제력도 약해졌다. 그러던 중 내 일상에 큰 변화가 생겼다. 얼마 전 사단에서 시행한 진중문고 독후감 대회를 준비하면서다. 그동안 손 놓았던 책을 읽게 됐고, 퇴근 이후 의미 없이 보내던 시간이 알차게 느껴졌다. 300쪽에 달하는 책을 이틀 만에 완독했다. 책을 읽으면서 스마트폰과 컴퓨터 게임을 하는 시간은 줄었다. 책을 거의 다 읽은 시점에는 스마트폰과 게임 등이 내게 큰 의미가 없음을 깨달았다. 그리고 의미 없이 보낸 시간이 너무 아까웠다.

이 일을 계기로 나는 ‘어떻게 군 생활을 채워 나갈까?’를 고민했다. 그 결과 군 복무 기간을 부족한 부분을 채워가는 시간, 꿈을 향한 도전의 시기로 만들어 가야겠다는 다짐을 했다. 입대 전 세웠던 계획을 하나씩 실천해 나갔다. 비록 지금은 크게 이룬 것이 없으나 전역 시점에는 한층 성장할 내 모습을 기대하니 벌써 가슴이 설렌다.

최근 ‘메타버스’가 유행하고 있다. 특히 코로나19로 오프라인 모임이 제한되면서 메타버스 가상 공간이 크게 주목받고, 이를 활용하는 기업·학교·공공기관도 늘고 있다.

나는 미래 지향적인 메타버스 시대, ‘매일 버스를 타며(줄여서 쓰면 매타버스가 된다) 시대 흐름에 부합하는 미래 인재’로 거듭나기 위해 오늘도 부단히 노력하고 있다.

우리 군에는 나와 비슷한 신분의 상근예비역이 1만6000여 명 있다. 그들 역시 나처럼 메타버스 시대에 매일 버스를 타고 출근하며 비슷한 고민을 하고 있을 것이다. 이 시간에도 국방의 의무를 성실히 수행하는 자랑스러운 상근예비역들을 응원하며, 모두가 자기주도적인 군 생활로 성공적인 인생을 살아가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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