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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DA논단] 쿼드(Quad) 국가 간 신흥기술 협력과 국방 분야에의 영향

김한나

입력 2021. 12. 08   14:37
업데이트 2021. 12. 13   0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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쿼드(Quad) 국가 간 신흥기술 협력과 국방 분야에의 영향
『국방논단』 1877호(한국국방연구원 발행)

김기범
gbkim83@kida.re.kr
한국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


지난 3월 12일(현지시각) 백악관 스테이트 다이닝룸에서 화상으로 진행된 쿼드(Quad) 정상회의 모습. 미 바이든 대통령(왼쪽에서 두 번째)과 토니 블링컨(왼쪽에서 세 번째) 국무장관이 참여했다. 스크린 왼쪽부터 오른쪽으로 스가 요시히데 일본 총리,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 스콧 모리슨 호주 총리. 사진 = 미 백악관
지난 3월 12일(현지시각) 백악관 스테이트 다이닝룸에서 화상으로 진행된 쿼드(Quad) 정상회의 모습. 미 바이든 대통령(왼쪽에서 두 번째)과 토니 블링컨(왼쪽에서 세 번째) 국무장관이 참여했다. 스크린 왼쪽부터 오른쪽으로 스가 요시히데 일본 총리,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 스콧 모리슨 호주 총리. 사진 = 미 백악관

미중경쟁은 시간이 흐르면서 기술패권 경쟁의 양상을 드러내고 있다. 쿼드(Quad) 국가들과의 신흥기술 연구개발 협력은 미국의 대중국 기술적 우위를 다잡는다는 목표하에 기술패권 경쟁에 임하는 미국 바이든 행정부의 대응전략의 주요 수단이다. 


인도-태평양 지역 민주주의 국가 모임인 쿼드를 통해 미국은 민주적 가치와 규범을 근간으로 한 신흥기술 국제표준을 수립하고, 이를 기반으로 둔 거버넌스 체제와 안전하고 탄력적인 공급망을 구축한다는 목표를 추구하고 있다. 쿼드 국가 간 신흥기술 협력은 기술혁신을 통해 군사적 우세를 공고히 하고 지역 위기에 대응할 동맹 네트워크의 역량을 강화하려는 미국의 국방 및 군사전략 목표 달성에도 직·간접적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주요 신흥기술 개발에 관한 미중 간 경쟁과 쿼드 국가 간 협력이 가속화되는 상황에서, 한국은 자체 기술경쟁력을 높이고, 미국을 포함한 인도-태평양 지역 내외의 기술 선진국과의 신흥기술 협력을 확대해나가기 위한 노력을 계속해서 기울여야 할 것이다.

미국의 새로운 정부 출범으로 시작한 2021년도 어느덧 마무리되어 가는 현재, 미중 간 패권경쟁은 다행히 위험한 무력충돌로 비화하지는 않았다. 그러나 시간이 흐르면서 두 강대국의 경쟁은 기술패권 경쟁의 색채를 더욱 뚜렷이 내보이고 있다. 청정에너지, 생명과학 기술, 차세대 정보통신기반시설, 인공지능, 양자컴퓨팅 등 주요 신흥기술을 둘러싼 미중 간 경쟁은 점점 더 치열해지고 있다.


이들 중 기술혁신에서 앞서나가는 국가는 신흥기술의 국제표준과 규범 수립에 관한 세계 거버넌스 체계 구축에 관한 논의까지도 주도하게 될 것이다. 그리고 신흥기술의 세계 거버넌스 체계를 장악한다는 것은 미래 전 세계의 경제, 사회, 그리고 안보에 막대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게 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한 나라는 제2차 세계대전 이후 굳건히 지켜온 세계 패권을 계속해서 유지하기 위해서, 또 다른 나라는 패권도전국으로서의 열세를 극복하고 먼 과거의 영광을 재현하기 위해서 기술패권 경쟁에 임하고 있다.

현재 벌어지고 있는 기술패권 경쟁에서 미국이 보유한 월등한 혁신 생태계(innovation ecosystem)는 강력한 무기가 될 것이며, 이를 바탕으로 세계 과학기술 거버넌스 체계를 주도해왔다는 점도 어느 정도 우위로 작용할 것이다. 중국을 상대로 한 과학기술의 우위를 되찾아 미국의 흔들리는 기술패권을 다잡기 위한 바이든 행정부의 전략의 중심부에는 미국 중심 네트워크의 “집단적 경쟁우위를 증폭시켜줄 민주주의 동맹 및 우방국과의 협력”, 그중에서도 ‘쿼드(Quadrilateral Security Dialogue, Quad)’ 국가들과의 협력이 자리하고 있다.


본고는 쿼드 국가 간 주요 신흥기술협력의 동향과 인도-태평양 지역 내 미국과 동맹국 간 국방협력에 대한 영향을 살펴보고자 한다.

주요 신흥기술 연구개발 투자와 쿼드 협력

전 세계 여느 나라와 마찬가지로 미국 또한 코로나19 사태가 경제에 불러온 충격을 완화하고 피해를 복구하는 데 국가재정 지출이 크게 늘어났다. 향후 몇 년간은 사회경제적 비용 지출을 우선시하는 것이 불가피한 상황에서 미국은 미중경쟁 대응에 필요한 예산을 확보하는 데 지속적으로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예상된다.

주요 신흥기술의 연구개발에 대한 적극적인 투자를 중국과 러시아와의 강대국 경쟁에 적합한 전력태세를 구비하는 데 필수조건으로 여기고 있는 미국에게는 예상치 못한 악재가 발생한 것이다. 코로나19 사태는 첨단기술 산업의 공급망 운용에도 예기치 않은 외부충격을 가했다. 유행병 확산 우려로 각국이 단기적인 경제 봉쇄(shutdown) 정책을 추진하면서 주요 원자재 및 중간재의 공급에 차질이 생긴 것이다.

첨단기술 연구개발에 대한 꾸준한 재정적 지원문제 해결과 더불어 신규 개발 기술을 적용한 제품의 생산 및 운용을 위해 필요한 ‘필수 광물 및 재료(Critical Minerals and Materials)’와 중간재의 원활한 공급을 보장할 ‘안전하고 탄력적인 공급망’을 구축하는 일을 미국 단독으로 해내기는 어려운 것이 작금의 현실이다. 관련 국내법률의 정비, 첨단기술 연구개발을 책임질 산업기반의 개혁, 그리고 주요 전략물자의 국내 생산능력 재구축 작업만으로는 상술한 어려움을 해소할 수 없다. 

2021년 6월 백악관이 발간한 『미국 공급망 100일 검토 보고서(100-Day Reviews under Executive Order 14017)』는 이 점을 지적하면서 미국이 ‘집단 공급망의 탄력성(collective supply chain resilience)’을 강화하기 위해서 동맹 및 우방국과 협력해나가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미국은 국가안보 혁신기반(National Security Innovation Base, NSIB)을 미국의 안보와 번영의 결정적 요소로 여기고 있다. 그래서 경쟁자를 상대로 기술혁신과 개발에 관한 우위를 상실하고 NSIB의 경쟁력을 잃는다면 미국의 경제 번영과 국력에 지대한 부정적 결과를 초래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 이후 미국은 기술적 우위를 보존하고 미래 강대국 분쟁에 적합한 군사역량을 갖출 수 있는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21세기형 NSIB 수립”을 목표로 한 경제 및 국방전략을 추진하고 있다. 그리고 목표 달성을 위해서 과학·기술·공학·수학 융합교육(Science, Technology, Engineering, and Mathematics, STEM)에 대한 집중지원부터 동맹 및 우방국과의 과학기술 협력에 이르기까지 동원 가능한 모든 수단을 이용해 경쟁국에 대한 기술적 우위를 유지하려 노력하고 있다.

쿼드 국가 간 협력은 주요 신흥기술 연구개발 투자와 신뢰할 수 있는 탄력적 공급망 구축에 관한 미국의 다자협력 구상의 핵심축 중 하나다. 주요 선진 동맹 및 우방국과의 과학기술 협력의 범위를 확대하고 심화함으로써 미국은 시장의 규모, 산업정책, 혁신 생태계, 그리고 규제 문화의 전 영역에서 중국보다 우월한 위치를 공고히 다지고자 할 것이다.

다양한 중층적 네트워크를 운영할 계획인 바이든 행정부에게 쿼드는 민주적 가치와 규범에 따라 주요 신흥기술을 관리할 거버넌스 체제를 인도-태평양 지역에서 함께 만들어나갈 선진 민주주의 국가들이 모인 “선도국들의 모임(group of first movers)”이다. 또한, 중국이 필수 광물 및 재료에 대한 접근을 임의로 제한할 위험에 대비해 인도-태평양 지역의 안전하고 탄력적인 공급망을 함께 구축할 잠재적 지역기술동맹 협력체이기도 하다.

제2차 쿼드 정상회의와 주요 신흥기술 협력, 그리고 ‘쿼드 원칙’

제2차 쿼드 정상회의 이후 발표된 공동성명에서 미국, 호주, 인도, 그리고 일본 정상은 4개국의 안보와 번영의 기반인 ‘자유롭고 열려있을 뿐만 아니라 포괄적이고 탄력적인 인도-태평양 지역’에 대한 헌신을 다시금 강조하였다.

2021년 3월에 열린 제1차 쿼드 정상회의에 이어서 이번 회의에서도 미·일·호·인 4개국 정상은 코로나19 유행병, 기후변화 위기, 그리고 주요 신흥기술 문제에 관한 실질적인 협력방안을 도출하기 위한 논의를 이어나간 것으로 보인다. 공동성명과 설명서(Fact Sheet)를 살펴보면 제1차 화상 정상회의 때 논의되었던 지역안보, 보건안보, 기후변화 대응, 그리고 주요 신흥기술 협력에 관한 내용은 구체화되었고, 4개국 정상이 논의한 의제의 범위 자체도 확대된 것을 볼 수 있다.


주요 의제 중 신흥기술 협력과 관련해서 쿼드 정상들은 현재 진행 중인 노력에 대한 의지를 재확인하고, 과학기술 협력 심화 및 확대를 결의하였다. 5세대(5G) 및 5세대 이후(beyond-5G, B5G) 네트워크와 개방형 무선접속망(Open RAN, O-RAN) 구축에 관해서는 2022년까지 개방적인 표준기반 기술의 확장성과 보안성을 증명하기로 하였다. 기술표준 수립에 관한 ‘개방적·포괄적·민간주도·다중이해관계자·합의기반 접근법’을 지지하기 위한 부문별 연락반도 운영하기로 합의하였다. 마지막으로, 공동선언문과 별도로 ‘기술 설계, 개발, 거버넌스 및 사용에 관한 쿼드 원칙’(이하 쿼드 원칙)을 발표하고 책임있고, 개방적이며, 높은 기준의 혁신을 추구하는 데 앞장설 것을 선언하였다.

기술표준 수립에 관한 부문별 연락반의 경우, 쿼드 정상들은 차세대 정보통신과 인공지능 분야의 표준화 전 단계 연구 및 표준 개발 활동에 관한 협력에 집중하기로 합의하였다. 미국을 위시한 쿼드 국가들이 차세대 정보통신 및 인공지능 기술 연구개발을 얼마나 중요하게 생각하는지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이에 더해 반도체 공급망에 관한 공동구상을 추진하기로 하였다. 일반국민이 생활하면서 사용하는 가전제품부터 국가방위의 기초가 되는 무기체계에 이르기까지 현대의 첨단제품들은 모두 반도체를 내장하고 있으므로, 세계 반도체 공급망의 특정 부분이 지정학적 위험, 사이버공격, 자연재해, 혹은 사고에 노출되어 전체 흐름이 중단될 때 상당한 피해가 발생한다는 것을 최근 몇 년간 경험했기 때문이다. 쿼드 회원국들은 자국의 반도체 관련 역량을 조사하여 취약점을 식별하고, 반도체 공급망의 종합적인 안전 강화를 도모할 예정이다.

쿼드 국가들은 해당 구상을 통해 전 세계 디지털 경제에 극히 중요한 ‘안전한 핵심 기술(secure critical technologies)’을 만들어낼 다양성을 갖춘 경쟁시장을 지원할 것이라고 밝혔다. 궁극적으로는 자연재해나 세계적 유행병과 같은 예상치 못한 사태로 인한 공급 차질에 대응할 뿐 아니라 주요 광물 및 소재 생산과 관련해 큰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는 중국에 대한 의존도를 낮춰 공급망의 안정성을 강화한다는 계산인 것으로 보인다.


O-RAN과 관련해서는 ‘O-RAN 정책 협의체(Open RAN Policy Coalition)’ 주관으로 O-RAN 도입 및 활성화에 관한 1.5 트랙 대화를 시행하기로 함으로써 통신장비 표준화와 중국 업체의 장비 대체를 위한 국제 민관협력을 더 강화해나갈 뜻을 내비쳤다. 합성생물학, 유전체 분석, 그리고 바이오 제조와 같은 첨단 생명공학 기술을 시작으로 주요 신흥기술의 동향에 대한 관찰을 함께 수행해나가기로 한 것도 향후 주목해야 할 부분이다.

제2차 쿼드 정상회의 직후 발표한 쿼드 원칙을 통해 4개국 정상은 기술을 설계하고, 개발하며, 관리하고 또 사용하는 방식을 민주적인 가치와 보편적 인권 존중에 기반하여 형성해나갈 것을 맹세하였다. 


이들은 기술이 공정 성장, 기후변화 위기, 에너지 안보, 그리고 세계적 유행병과 같은 세계 공통의 도전과제를 해결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어야 한다고 주장하였다. 이를 위해 미·일·호·인 4개국은 상호 간의 신뢰와 신용을 바탕으로 개방적이고, 이용 가능하며, 안전한 기술 생태계를 조성하는 데 이바지할 것을 공약하고 있다. 또한, 개발된 첨단기술은 전제적 감시와 억압, 테러 행위, 또는 허위정보 전파와 같은 악의적 행위를 위해 오남용해서는 안 된다는 점도 명시하고 있다.

쿼드 원칙은 쿼드 국가는 물론 해당 원칙을 지지하는 동맹 및 우방국과의 협력을 허용하기 위한 기술의 개방성과 상호운용성을 추구하고 있다. 동시에 기술개발 과정에 ‘보안내재화(security-by-design)’를 적용해 안전과 안보의 견고함을 보장할 것을 권장하고 있다. 각국의 연구자 간 인적교류와 고급 기술인력의 이주를 촉진하고, 공동연구 및 공동역량 강화 사업의 추진을 위한 의제를 함께 개발하기로 공약한 것도 미국의 동맹 네트워크의 이점을 최대한 활용하려는 것으로 볼 수 있다.


또한, 기술개발의 전 과정에 걸쳐 개발자는 물론 주요 공급망에 얽혀있는 공급자, 수출업자, 유통업자 등에게도 보안을 강조하는 것은 중국, 러시아 등이 악성코드를 심어두거나 미리 만들어둔 ‘백도어(backdoor)’를 활용해 정보를 침탈하거나 기반시설을 공격하는 것을 막고, 더 나아가 이러한 시도를 원천 봉쇄하기 위해서 이들을 최대한 배제하려는 의도도 내포하고 있다.

쿼드 국가 간 신흥기술 협력과 국방분야에의 영향

전략경쟁이 벌어질 때마다 미국은 획기적인 기술혁신을 바탕으로 한 세계적 우위를 추구하면서 대응해왔고, 그 결과로 수십 년에 걸쳐 ‘의심의 여지가 없는 군사적 우세’를 유지해왔다. 하지만 9/11 사태 이후 20여 년간 계속된 대테러전의 계획에 없던 장기화에 따른 비용 소모로 미래 전력에 대한 연구개발 투자가 적절하게 이루어지지 못하면서 미국의 군사적 우세는 점차 축소되어왔다. 2008년 리먼 브라더스 사태와 2020년 코로나19 사태로 인한 경제위기는 국방을 비롯한 국가행정 전 분야에 걸친 재정압박을 초래해 NSIB의 기반이 되는 기초과학 분야에 대한 투자 축소의 원인이 되었다.

미국의 『2018년 국방전략서(2018 National Defense Strategy, 이하 2018 NDS)』는 과학기술의 급격한 발전과 전쟁 성격의 변화가 세계 안보환경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고, 미군이 그동안 누려온 재래식 전력의 우위가 약해질 위험이 있다고 경고하였다. 그래서 미군의 기술적 우위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방위산업 문화 및 투자 재원의 변화와 더불어 NSIB의 전 영역에 걸친 보호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바이든 행정부가 2021년 3월에 내놓은 『잠정 국가안보전략지침(Interim National Security Strategic Guidance)』도 중국, 러시아, 이란, 북한 등과 같은 국가들이 미국과 동맹국에게 위협을 제기하는 동시에 지역 및 글로벌 국제질서에 도전하기 위해서 획기적인 군사역량과 기술의 획득을 계속해서 추구하고 있는 현실과 씨름해야 한다는 점을 지적하고 있다.

국가 간 힘의 배분과 국제 안보환경의 변화의 기저에 흐르는 ‘기술 혁명’에 주목한 바이든 행정부는 미국이 “기술의 진보가 가져온 기회를 움켜잡을 수 있게 해줄 새로운 규칙과 관행을 수립하기 위해 동맹국과 협력”하고, “의회와 함께 [중략] 미래 군사 및 국가안보 우위를 결정할 첨단기술과 역량 개발에의 투자에 필요한 자원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미국의 관점에서, 지역 강대국의 현상변경과 기정사실화(fait accompli) 시도를 억제하고 실패 시 무산시키기 위해서 강대국과의 고강도 재래식 분쟁 수행에 적합한 전력을 갖춰야 할 필요성은 점점 커지고 있다. 하지만 애석하게도, 2018 NDS나 『잠정 국가안보전략지침』에서 밝힌 포부와 달리 미국 국방예산은 여전히 미래 전력 확보 노력을 충분히 뒷받침하지 못하고 있다.

상술한 바와 같이 경제위기에 따른 재정압박도 주요 원인이지만, 현재와 미래 위협에 동시 대응하는 것을 목표로 하는 소위 “전 영역 경쟁(full-spectrum competition strategy) 전략”을 이행하기 위해 배정된 국방예산의 많은 부분을 대규모 병력과 구식 무기체계 유지관리에 배분해야 하기 때문이기도 하다.

전술한 문제점을 극복하는 데 있어서, 주요 신흥기술에 대한 쿼드 협력이 민간분야의 투자 촉진과 관련 기업 및 전문인력 간 교류협력을 지원한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당과 정부의 주도하에 ‘민군융합(civil-military fusion)’을 추진하는 중국식 혁신 모델과 달리, 미국은 민간분야의 혁신적인 기술과 상품 연구개발을 공공부문이 지원하고 결과물을 군이 신속하게 도입하는 협력 모델을 추구하고 있다. B5G 통신기술, 인공지능, 생명공학, 양자컴퓨팅, 대체에너지 등 신흥기술에 대한 연구개발을 이미 민간분야가 주도한 지 오래고, 기술기업들이 전 세계에 걸쳐 누릴 수 있는 사업기회는 일개 국가의 국가안보 관련 시장의 규모를 압도하고 있다.

이를 감안할 때, ‘다국적 상업혁신 기반(multinational commercial innovation base)’을 지원하는 쿼드 협력은 각국의 구조적 재정압박과 정부 주도 혁신 모델의 한계를 극복하는 데 유용할 뿐 아니라 군이 주요 신흥기술을 응용한 전력을 획득하는 과정에서 위험을 분산하고 비용을 절감하는 데도 도움이 될 수 있다. 미국을 위시한 쿼드 국가들이 함께 ‘기술혁신 포트폴리오’를 만들고, 혁신 생태계의 ‘자본가(financier)’ 역할을 하는 것이다. 다만, 정부와 군이 민간의 연구자와 사업가가 만들어낸 상품을 획득해 일부 변경한 후 실전배치하는 과정을 능률적으로 관리해낼지와 더불어서 이를 지원하는 쿼드 국가 간 역할과 비용 분담이 효율적으로 이루어질 수 있는지는 계속해서 지켜봐야 할 것이다.

주요 신흥기술 중 인공지능과 자율무인체계 기술은 특히 미래 전력 건설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

인공지능 기술이 도입된 지휘통제 체계는 미래 ‘초전격전(hyperwar)’과 같은 긴박한 환경에서 대량의 전장정보를 처리하고 가용한 군사자산을 조합한 대안을 신속하게 도출해 지휘관의 의사결정을 효과적으로 보조할 수 있을 거라고 기대받고 있다. 자율무인체계는 모자이크전, 다영역(multi-domain) 또는 전영역(all-domain) 작전과 같이 전쟁 양상의 새로운 개념을 구현하는 데 다양하게 활용될 가능성을 보유하고 있다.

궁극적으로 인공지능 기반의 자율무인체계는 인도-태평양 지역 전구에서 지역 강대국을 상대로 수적 열세에 놓일 수밖에 없는 미군에게 여러 대안을 제공하게 될 수도 있을 것이다. 조작 혹은 오염되지 않은 안전한 데이터와 보안이 보장된 통신 네트워크를 확보하는 것은 인공지능 기반 자율무인체계의 성공적인 개발과 도입의 핵심요소라고 할 수 있다. 미국이 안전하고, 개방적이며, 투명한 통신 네트워크 구축과 주요 공급망의 보안성 강화를 위한 쿼드 협력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공동의 기술표준 수립을 위한 쿼드 협력은 국방 측면에서 미국과 동맹 및 우방국과의 상호운용성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사안이다. 신흥기술을 적용해 개방적인 규격을 따른 모듈식의 장비를 도입한다면 상호운용성의 향상에 도움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반대로 독자적인 규격의 장비를 운용한다면 연합전력을 운용할 때 예기치 않은 문제에 맞닥뜨릴 수도 있다. 


또한, 공동 기술표준이 더 높은 수준의 보안성을 보장할 수 있는지도 중요하다. 상술한 바와 같이 현대 무기체계를 운용하는 데 있어서 허위정보가 섞이지 않은 온전한 정보를 확보하고, 지휘통제체계를 상대의 사이버공격으로부터 보호하는 것이 더욱 중요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협력 상대의 지휘, 통제, 통신, 컴퓨터, 정보, 감시 및 정찰(Command, Control, Communication, Computers, Intelligence, Surveillance and Reconnaissance, C4ISR) 체계의 보안성이 보장되어야 더욱 효과적인 군사협력이 가능해질 것이다.

역내 안보위협에 대응하기 위한 동맹 네트워크의 강화를 강조하고 있는 바이든 행정부의 입장에서, 쿼드 국가 간 신흥기술 협력은 미래에 역내 위기 발생 시 연합전력이 ‘완전한 잠재력(full potential)’을 발휘하는 데 필수 요소가 될 것이다. 미국과 동맹 및 우방국이 공동 구축한 안전하고 신뢰할 수 있는 공급망과 통신 네트워크는 첨단 무기체계의 차질 없는 연구개발을 통한 미국과 동맹국의 전력 강화와 온전한 전장정보의 수집 및 교환을 보장함으로써 연합전력의 역량 증진을 지원할 것이다. 더불어서 공동의 기술표준에 기반한 무기체계는 계속해서 미국과 동맹국 간의 상호운용성을 보장할 수 있을 것이다.

주요 신흥기술 다자협력과 한국

주요 신흥기술 개발에 관한 협력과 경쟁이 가속화되는 상황에서 한국이 나아갈 방향에 대한 가장 기본적인 해답은 한국의 기술경쟁력을 높이는 것이다. 신흥기술 연구개발에 관한 한국의 경쟁력이 높을수록, 글로벌 공급망에서 차지하는 존재감도 커질 수밖에 없다. 미국과 중국을 비롯한 역내 주요국과 얽히고설킨 공급망 속에서 필수불가결한 존재가치를 확보할 수 있다면, 미중 간 전략경쟁의 압력으로부터 보다 자유로워지길 기대해볼 수 있을 것이다. 나아가 다른 국가들이 우선적으로 고려하고 선택하는 협력 대상이 될 수 있으며, 주요 신흥기술의 국제표준을 수립하는 과정에도 더 깊이 관여할 수 있게 될 것이다.

계속해서 확대되고 심화되어 온 한미 간 국방기술협력을 바탕으로, 한국은 인도-태평양 지역 내외의 기술선진국과의 협력을 확대해나가기 위한 노력도 지속적으로 기울여야 할 것이다. 그 노력의 일환으로 쿼드의 주요 신흥기술 협력에 관한 협의사항과 구체적인 정책 협력 방향을 계속해서 관찰해야 할 것이다.

그간 한국은 미국과 방산기술보호협의회(Defense Technology & Security Consultative Mechanism, DTSCM)와 방산기술전략협력체(Defense Technology Strategy & Cooperation Group, DTSCG)를 통해 미래 국방기술협력에 관해 협의해왔다.

쿼드 국가들과도 AI, 양자 컴퓨팅, 자율무인체계 등의 기술표준 및 규범의 수립이나 공동연구개발 가능성에 대해 논의할 때 유사한 기능의 양자 혹은 다자 협의체를 운영하는 방안을 생각해볼 수 있을 것이다. 쿼드 플러스(Quad-Plus)의 확장된 형식을 빌어 신흥기술 개발협력에 대한 논의가 진행될 때, 이를 바탕으로 상호주의에 입각한 국방기술협력과 참여국 간 민군 기술협력의 시너지를 창출하는 방안도 검토해 볼 수 있을 것이다.

동시에, 지역 및 범세계 신흥기술 다자협력을 추진할 때 나타날 수 있는 부작용에도 미리 대비해야 할 것이다. 장기적인 파급효과까지 예측하기는 어렵지만, 가까운 미래의 국내외 반응과 정책변화는 예상해볼 수 있을 것이다. 특히 미중 간 기술패권 경쟁이 계속해서 치열해지는 현재의 상황을 고려할 때, 향후 주요 신흥기술에 관한 다자협력은 때때로 미국 혹은 중국과의 관계를 불편하게 만들 수 있다.

기술의 개발과 상품화까지 전 과정에 걸쳐 여러 국가가 다양한 분야에서 복잡하게 얽혀있어 완전한 비동기화는 사실상 불가능하므로, 신흥기술 개발과 국제표준 수립에 관한 국제협력은 어느 특정 국가, 특히 미국과 중국을 배제한 채 진행되기 매우 어렵다. 또한, 미중 상호 간의 경제제재와 대응책이 기술 연구개발과 공급망 탄력성 강화를 위한 다자협력에 참여하는 국가들에게도 경제적 피해를 줄 수 있다. 

결국, 해답은 개방적이고 포괄적인 다자협력체제를 만들어나가는 것인데, 인류의 삶의 질과 안전을 높일 수 있는 국제 공공재로서의 주요 신흥기술의 역할을 강조하고, 호환성과 투명성을 보장하는 국제표준 설립을 위해 미국과 중국이 함께 협력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어나가는 것이다. 미중 간 불신이 높은 작금의 상황이 지속된다면 현실적으로 추진하기가 쉽지 않은 구상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국을 비롯한 중견국은 국제협력 의제의 범위를 확대하고 구체적인 협력방안을 논의할 장을 마련하는 노력을 계속해나가야 할 것이다.

※ 본 내용은 집필자의 개인적 의견이며, 한국국방연구원의 공식적 견해가 아님을 밝힙니다.



김한나 기자 < 1004103khn.dema.mil.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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