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잔잔한 시골 풍경과 뒷동산의 추억…“그 기억이 나의 힘”

박지숙

입력 2021. 11. 24   17:17
업데이트 2021. 11. 24   17: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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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D가 된 땅끝 소년
김병진 지음
가쎄 펴냄



제목 그대로 저자는 땅끝마을 해남 두륜산 기슭의 두메산골에서 태어나 여의도까지 와서 KBS PD가 됐다. 올해는 수필가로 등단했다. 현재는 KBS 라디오에서 ‘소설극장’, ‘심준구의 세상보기’를 연출하고 있다. 책에는 김 PD가 해남에서 겪은 소소한 이야기 40여 편이 담겼다. ‘소 이야기’, ‘남포동과 호롱불’, ‘싸리비’ 등 제목만 들어도 고향과 옛친구가 떠오르는 유년시절 이야기가 30편, 나머지 10편은 산골을 벗어난 적 없던 소년이 읍내 중학교에 진학하며 겪은 문화적 충격과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는 과정이 솔직하게 표현돼있다. 사진가이기도 한 저자는 고향을 방문해 직접 촬영한 흑백사진을 배치해 글을 읽다 쉬어갈 수 있도록 구성했다.

처음 느낀 아쉬움이 점차 넉넉함으로 변해가고 하얀 눈이 내리는 날 까치들이 잔치를 벌이듯 빨간 홍시를 먹는 모습을 보고 있으면 마치 연말에 돼지저금통을 털어 불우이웃돕기 성금을 내는 기분이었다거나 몇 시간을 뒤척인 끝에 새벽녘이 돼서야 오랫동안 쌓여왔던 소와의 정을 정리하고 마음에서 떠나보낼 수 있었다는 이야기 등 옛 시골의 풍경이 그려지는 에세이를 읽다 보면 함께 향수에 젖어들게 된다.

김 PD는 “내가 해남에서 왔다는 것만으로 개천에서 용이 난 거라며 놀리는 사람들이 많다. 하지만 그런 말을 하는 사람들은 물론, 가족들마저 내가 땅끝마을 출신이라는 것만 알 뿐이지 쓰러져가는 초가집에서 힘들게 농사지었을 거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면서 “열등의식이 때론 큰 힘이 되는 법이니 말이다. 내가 방송국에 입사한 것도, 세계의 수도 격인 워싱턴 D.C에 간 것도 그 힘 덕분이 아니었을까 싶다. 땅끝 해남 옥천면 용동분고 뒷산에서 꺾어 만들었던 싸리비의 힘 말이다”라고 적었다. 또 ‘해남은 어린 시절 나를 단련시킨 곳이고 살아가면서 시련이 닥칠 때 이겨낼 힘을 주었던 곳이다. 2005년 초 별다른 준비도 없이 히말라야를 겁 없이 갔는데 그 힘은 어린시절 뒷동산을 오르던 기억과 경험과 나온 것“이라고 이야기하고 있다.

책 서문에는 산골 생활을 전혀 경험하지 못한 자신의 아이들에게 말이 아닌 글을 통해 있는 그대로 알려주고 싶다는 바람을 담았다고 전했다.

박지숙 기자

박지숙 기자 < jspark2@dema.mil.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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