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6 AI보다 혁신적인 기술 ‘끌어 쓰기’
정육점의 고기 걸어둔 트롤리 보고
자동차공장 생산 방식 바꾼 ‘포드’
휴대폰·MP3플레이어 합친 ‘아이폰’
다른 영역에서 얻는 혁신적 아이디어
더 많은 분야 공부하며 견문 넓혀야
요즘 어디를 가든 혁신도시, 혁신학교, 기술혁신 등 ‘혁신’이라는 단어가 눈에 띈다. 지난 6월 육군에서도 ‘MZ세대, 소통의 육군문화 혁신’이라는 주제를 놓고 남영신 육군참모총장 주관 아래 간담회가 개최됐다. 간담회에는 군 관련 유튜버, 기자, 민간단체 대표, 베스트셀러 작가, 국회 관계자 등 전국에서 최종 12명이 참석했다. 혁신을 위해 전문가들에게 자문을 구하기 위해서였다. 필자도 그 12명에 포함돼 ‘혁신’을 일으킬 아이디어를 공유하는 시간을 가졌다.
당신이라면 육군문화 ‘혁신’을 위해 어떤 아이디어를 내놓겠는가? 조금은 부담되기도 하고 막막하기도 할 것이다. 또 혁신이 뭘까 생각해보면 ‘뭔가 새로워 보이는 것인가? 눈에 보이기에 화려한 것인가?’ 하는 생각도 들 것이다. 필자 또한 그랬다. 하지만 간담회를 준비하며 ‘혁신’을 일으킨 역사적인 사례들을 찾아보니 혁신의 의미는 가히 충격적이었다. 과연 무엇이었을까?
이번 글에서는 혁신의 진짜 의미와 혁신을 일으킬 수 있는 방법론을 공유할 것이다. 실제로 오늘 내용을 토대로 육군문화에 혁신을 일으킬 아이디어를 떠올려 내기도 했다. 만약 당신도 자신과 자신이 속한 조직에서 ‘혁신’을 일으키고 싶다면 이번 글을 자신의 것으로 만들기를 바란다.
‘자동차의 왕’ 헨리 포드는 어떻게 혁신을 일으켰나세계 최초로 ‘자동차 대중화’를 이끈 헨리 포드 이야기 안에 혁신의 진짜 의미와 방법론이 숨어 있다. 포드가 자동차를 만들기 시작할 당시 자동차는 부유층이나 탈 수 있는 사치품이었다. 그러던 어느 날, 포드는 노동자들이 자동차 한 대를 보며 나누는 대화를 엿듣게 됐다. “이보게, 우리는 언제쯤이면 자동차를 살 수 있을까?” “그건 간단하네. 지금부터 밥도 먹지 않고, 잠도 자지 않은 채 24시간 내내 일만 하는 걸세. 아마 5년이면 차 한 대는 거뜬하게 살 수 있을걸.”
이 말에 주위에 있던 사람들이 한바탕 웃음을 터뜨렸지만, 포드는 웃지 않았다. 그리고 마음 한편에 이런 꿈이 생겼다. “부유한 5%를 위한 차가 아닌 95% 대중을 위한 자동차를 만들어야겠다!”
그러기 위해서는 기존 자동차 생산방식에 ‘혁신’이 필요했다. 포드는 그때부터 ‘어떻게 하면 생산방식에 혁신을 일으킬 수 있을지’만 생각하며 주변을 살피기 시작했다. 그때 우연히 시카고의 한 정육점에서 가공업자들이 고기를 효율적으로 다듬기 위해 고기를 걸어놓고 이동시키는 트롤리를 발견했다. 포드는 그 모습을 보고, ‘와! 정육점에서 생산효율을 높이기 위해 고기를 걸어놓고 움직이게 하는 것을 우리 공장에 도입하면 어떨까?’ 하고 생각했다.
포드는 즉시 공장으로 돌아와 한 명의 작업자가 부품 하나를 조립할 때 필요한 과정을 29개로 나눴다. 그리고 도르래 장치를 이용해 차대를 로프에 묶고 정육점처럼 이동시킬 수 있게 세팅했다. 그 결과 어떻게 됐을까? 차대 하나를 조립하는 데 5시간이 걸리던 것을 단 1시간33분 만에 완성하게 된다. 그 계기로 포드는 자동차 생산의 패러다임 자체를 완전히 바꿔 놓았다. 결국 1913년 지구상의 자동차 100대 중 68대가 포드의 T형이 되면서 포드의 꿈은 이뤄졌다.
여기서 더 놀라운 사실이 있다. 포드가 정육점에서 가져와 새롭게 공장에 접목한 컨베이어 시스템은 제2차 산업혁명에 불을 붙였다. ‘대량생산’이 시작된 것이다. 사람이 부품 쪽으로 움직이는 것이 아니라 부품이 컨베이어를 타고 사람에게 오게 하는 아이디어 하나로 말이다.
혁신은 곧 ‘끌어 쓰기’다혁신은 ‘끌어 쓰기’다. 목적에 맞게 다른 영역에 있는 것을 끌어오는 것이다. 보기에 화려하거나 새로운 기술이 혁신이 아니다. 포드가 처음 자신의 공장을 정육점처럼 만들었을 때 얼마나 볼품없었겠는가. 하지만 ‘생산효율의 극대화’라는 목적을 이루게 해줬기 때문에 ‘혁신적인 아이디어’라고 부르는 것이다.
개인적으로 사업을 하다 보면 주변에서 사업을 준비하는 사람을 많이 만나게 된다. 그중 10에 9명이 말하는 공통 키워드들이 있다. 플랫폼 사업, 인공지능, 웹디자인, 코딩, 메타버스 등이다. “플랫폼 사업을 준비하고 있어요.” “인공지능 전문가를 고용하려고 찾아보는 중이에요.” “혁신적인 사업가가 되기 위해 코딩 공부를 하고 있어요.”라고 말한다.
그들이 하는 일이 틀렸다고 말하고자 하는 게 아니다. 단지 혁신을 ‘보이는 것’ ‘방법론’ ‘기술’이라고 오해하며 그것에 매몰되지 말자는 의미에서 이야기를 꺼냈다. 스티브 잡스 또한 휴대폰을 최초로 만들지도 않았고, MP3 플레이어 창시자도 아니며 인터넷 서비스를 세계 최초로 구현하지도 않았다. 그저 자신의 목적을 이루기 위해 기존의 세 가지 이질적인 도구들을 ‘끌어 쓰기’를 한 것뿐이다. 혁신을 일으킨 제품들을 자세히 보면 기존에 다른 영역에 존재하던 것들이 목적에 맞게 ‘끌어 쓰기’가 되어 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될 것이다. 여기서 모방과 창조에 대해 말이 나올 수 있는데 ‘다른 영역’에서 끌어온다는 것만 기억하면 해결될 것이다.
끌어 쓰기를 잘하려면 연상을 잘해야 한다. 이 목적을 이룰 수 있는 또 다른 분야의 것이 무엇이 있는지 찾아낼 수 있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 한 전문가는 ‘마케팅 불변의 법칙’을 30번 읽는 것보다 ‘삼국지’를 3번 읽을 것을 추천하며, ‘포지셔닝 전략’을 끼고 다니기보다 만화책을 수집하는 걸 추천하기도 한다. 나 또한 ‘은유, 비유’가 많은 고전과 인문도서 읽기를 추천한다. 연상하는 데 아주 큰 도움이 될 것이다.
그래도 결국, 연습일 것이다. 자신이 혁신을 일으키고 싶은 게 있으면 그 목적을 이룰 수 있는 다른 분야의 것을 어떤 게 있는지 연상해보려고 노력해라. 자기가 하고 있는 분야만 공부하지 말고 다양한 분야의 지식도 호기심을 가지고 습득해라. 그러면 자신도 모르게 서로 다른 지식이 융합돼 혁신적인 아이디어들이 떠오르는 순간을 경험할 것이다. 이게 혁신의 비밀이다. 꼭 자신과 자신이 속한 조직에서 ‘끌어 쓰기’를 활용해 혁신을 일으키고, 세상에 선한 영향력을 끼치는 사람이 되길 바란다.
<손유섭 진로적성상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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