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조명탄

[곽재식 조명탄] NFT와 생각의 경제

입력 2021. 11. 22   16:16
업데이트 2021. 11. 22   16: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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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 재 식 작가·공학박사
곽 재 식 작가·공학박사


최근 ‘이대남’, ‘이대녀’라는 말이 자주 들려온다. 이 말은 요즘 이십대 남녀 세대를 일컫는 신조어인데, 이 세대가 과거의 도식적인 성향 구분으로는 쉽게 설명하기 힘든 독특한 성향을 갖고 있다는 뜻으로 쓰이곤 한다. 그 때문에 대통령 후보들도 어떻게 이 세대에게 인기를 얻을 수 있을까를 고민하는 것 같다. 신조어가 나라를 바꾸고 세상을 바꾸는 단초가 될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든다.

만약 지금이 조선 시대라서 이런 신조어가 무슨 게시판 같은 곳에 붙여 놓은 쪽지나 벽보에서 처음 사용되기 시작했다고 상상해 보자. 그렇다면 처음 신조어를 사용한 쪽지는 ‘세상을 바꾼 쪽지’ 취급을 받으며 중요한 수집품이 됐을지도 모른다. 수집가들 사이에서는 그 쪽지가 꽤 비싼 가격에 거래될 수도 있다. 그러나 현대 디지털 세계에서는 새로운 말이 인터넷을 통해 퍼져나간다. 원본이나 실물이라는 말에도 별 의미가 없다. 세상을 바꾼 말이 있더라도 그런 수집품 거래는 없다.

다른 분야에서도 디지털 세계에서는 희소가치가 있는 수집품이 생기기가 어려운 경우가 많다. 예전에는 성공한 가수의 첫 음반이나 유명한 만화의 첫 판본이 귀중한 수집품이 돼 고가에 거래되곤 했다. 그러나 지금은 음반 대신 디지털 음원이 나오고, 만화책보다는 웹툰이 주목받는 시대다. 첫 판본이라는 것이 따로 있지도 않거니와 누구나 보고 싶으면 언제든지 원판과 똑같은 것을 전송받을 수 있다. 이런 상황은 예술품, 희귀 수집품 거래에 투자하는 사람들에게는 골칫거리이기도 하다.

그래서 요즘 인기를 모으는 것이 NFT(Non-Fungible Token)라고 하는 신기술이다. 단순화해서 설명하자면, NFT는 설령 디지털 자료라고 하더라도, 어떤 자료가 진품인지, 또 그 진품을 갖고 있는 사람은 누구인지 정해 두자는 발상이다. 그리고 그러한 사실을 여러 사람이 인터넷을 통해 널리 공유해서, 함부로 고치거나 변조하지 못하도록 하자는 것이다. 이렇게 하면 그 디지털 자료가 여러 벌 똑같이 복제된다고 하더라도, 진품은 여전히 누구 손에 있다는 사실은 서로 약속해 둘 수 있다.

NFT는 디지털 자료 형태의 그림을 실제 미술품처럼 거래하려는 사람들에게는 특히 많은 관심을 받고 있다. 게다가 NFT에서 암호화폐에 사용됐던 블록체인이라는 기술을 활용하기 때문에 투자가들 사이에서도 관심거리다. 그렇다 보니 NFT를 이용해 디지털 음악 자료나 동영상을 진품, 한정판이라고 정해 두고 거래하자는 회사들은 점차 늘어나고 있다. 최근에는 디지털 자료의 세상 그 자체인 컴퓨터 게임이나 메타버스 서비스에 NFT 기술을 도입한다는 소식이 화제가 되기도 한다.

사실 기술의 뿌리로 되돌아가 보면, NFT로 표시해둔 자료를 진품으로 보는 것은 어디까지나 그렇게 보자는 약속에 여러 사람이 동의하자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만약 그 가치를 믿지 않는 사람들이 너무 많다면 그것이 높은 가치를 지니기는 어렵다. 그런 이유로 NFT에 붙은 가격을 이해하기 어렵다는 사람들도 있고, 유용한 기술이기는 해도 지금은 너무 투자 열기가 과열됐다는 주장도 있다.

행동경제학자 로버트 실러는 제품의 가격을 분석하면서 ‘생각의 전염’이라는 말을 사용한 적이 있다. NFT와 같은 기술은 가치에 대한 믿음이 얼마나 퍼져 있느냐에 따라 가치 자체가 높아진다는 점에서, 생각의 전염이 갖고 있는 힘을 잘 보여 주는 사례라고 생각한다. 그만큼 요즘 세상이 쌀이나 황금이 아니라 사람들의 두뇌 사이를 건너다니는 생각에 의해 움직이는 시대로 변했다는 뜻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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