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완결 재미있는 클래식 세계

베토벤·하이든이 그곳으로 소환될 수 있을까?

입력 2021. 11. 16   16:45
업데이트 2021. 11. 16   16: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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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타버스 세계에서의 음악

음악·게임·공연 주무대 된 가상공간 ‘메타버스’
아날로그 감성 잃지 않으면서 틀 깨는 노력 시작해야

2009년 필자는 긴 외국 생활을 마치고 한국에 들어왔다. 그해 12월 <터미네이터>, <타이타닉> 등을 감독한 제임스 캐머런 감독의 ‘아바타(Avatar)’라는 영화가 전 세계를 강타하고 있었다. ‘아바타’란 ‘내려오다’라는 뜻을 지닌 산스크리트어 ‘아바타라(Avatara)’에 어원을 둔 단어이다. 힌두교에서 신이 세상의 죄악을 물리치기 위해 이 땅에 인간 또는 동물의 형상으로 나타나는 ‘화신(化身)’을 의미한다고 한다.

‘아바타’를 영화관에서 3D 영화로 봤을 때 두 가지가 신선한 충격이었다. 첫 번째는 기술적인 면에서였다. 3D 안경을 착용하고 보니 내 눈앞에서 벌어지는 영상이 마치 실제 현상처럼 현실감 있게 느껴졌다. 두 번째는 우리가 생각지도 못하는 가상현실 속에서 내가 아닌 가상인물 즉 ‘아바타’가 활동한다는 설정이었다. 10여 년이 흐른 지금 이제는 우리에게 아바타는 아주 흔한 일이 되어 버렸다. 전화할 때 나오는 캐릭터를 아바타로 보여주는 것은 기본적인 수준이다. 우리나라 기업의 플랫폼 ‘제페토(ZEPETO)’ 세상에서 우리는 온라인상 또 다른 나의 아이덴티티를 창조해 나이·성별·인종·지역을 넘어서는 친구를 사귈 수 있고, 시간과 공간을 초월하여 어디든 갈 수 있다. 나아가 상상 속에서만 꿈꿔왔던 무엇이든 만들어내고 실행하는 시대가 왔다.

제페토 세상은 메타버스(Metaverse) 가상공간의 하나이다. 메타버스는 ‘가상’, ‘초월’ 등을 뜻하는 영어 단어 ‘메타(Meta)’와 우주를 뜻하는 ‘유니버스(Universe)’의 합성어로, 현실 세계와 같은 사회·경제·문화 활동이 이뤄지는 3차원의 가상세계를 말한다. 이제 점점 많은 사람들이 메타버스 공간에서 음악을 소비하고 있다. 얼마 전 BTS는 포트나이트 게임 안에서 뮤직비디오를 출시해 게임 캐릭터들과 함께 춤을 췄고 영화관에서 구경하듯 뮤직비디오를 함께 시청했다. ‘트래비 스콧’이란 유명 래퍼는 온라인 게임 상에서 콘서트를 열었는데, 동시 접속자가 무려 1200만 명을 넘었다고 한다. 바야흐로 메타버스를 모르고는 음악 활동도 할 수 없는 시대가 왔다. 그렇다면 클래식 시장은 어떠한가? 오프라인에서만 공연을 하고, 고전 악기만을 다루는 시대에서 이제는 변화를 꿈꿔야 하지 않을까.

현실과 가상 세계에서 동시에 만족할 수 있는 음악이 나와야 할 것이다. 가상 세계만을 중시하고 현실을 무시해서는 안 된다. 현실 세계에서 부단한 노력이 없다면 우리가 원하는 최고 수준의 음악이 나오지 않기 때문이다. 끊임없이 노력하고 갈고닦아야 최고의 음악이 나온다. 오늘날 우리는 클래식 음악을 들으면서 또는 연주하면서 행복 호르몬 효과를 느낄 수 있다. 그런데 앞으로 수십 년 후가 되면 사람들은 인공지능(AI)이 추천해주는 가장 적합한 음악만 듣게 되는 그런 시대가 올 수도 있다고 예상된다. 지금도 유튜브를 보면서 알고리즘에 의해 정보의 편식을 하고 있지 않은가 반성해볼 필요가 있다. 이런 AI 시대가 왔을 때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할까? 나는 ‘아날로그 감성’을 잃지 않으려 노력해야 한다고 말하고 싶다.

아날로그는 인간의 ‘인간됨’을 알게 해준다. 물론, 시대의 흐름 즉 과학 기술도 당연히 잘 알아야 한다. 문명의 이기를 이용하는 것도 당연하다. 그러나 본인이 움직이고 찾고 사색한다면 더 큰 만족감을 얻을 수 있다. 이때 비로소 진정한 행복을 느낄 수 있다. 메타버스 세계가 점점 커지는 것처럼 아날로그 세계도 점점 커지리라 생각한다. 현실을 떠나서는 메타버스 세계도 없기 때문이다. 우리는 환경에 의해 잘 적응하고 그 환경에 맞게 변해가야 한다. 모든 예술세계도 마찬가지이다. 그 변화를 따라가거나, 나아가 선도해야 한다. 클래식이라는 것이 약간은 오래된 음악, 전통을 중시하는 느낌이 있다 보니 틀을 깨기가 쉽지는 않을 것이다. 아날로그의 감성을 잃지 않으면서, 그 중요성을 지켜가면서 클래식음악을 즐기는 방법을 고민해야 한다. 기성세대들이 그 틀을 깨고 현실 세계에 나오지 못하면 10대들이 30대가 되는 세상에서는 클래식 음악도 퇴물 취급을 받지 않을까 염려스럽다. 아니면 모차르트, 베토벤, 하이든 같은 작곡가들을 메타버스 세상에서 다시 소생시켜서 그들이 다시 작곡하게 만들지도 모르겠다.

<하만택 코리아아르츠그룹 대표 및 벨라비타 문화예술원 주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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