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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간57주년] 박재희 민족문화콘텐츠연구원장이 말하는 ‘미래 정신전력 교육 방향’

이원준

입력 2021. 11. 15   15:54
업데이트 2021. 11. 16   09: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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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는 스튜처 시대…주입식 교육 안 통해”

신세대는 온라인 환경서 소통·공부·학업 익숙…AI 활용 새 교육방식 필요
강한 개성 지닌 장병엔 강압적 명령보다 자발·자율적 설득 과정이 효과적
국방 의무 수행 명예심·동지애·팀워크 강화 목표 정신전력 방향 설정해야

 

박재희 민족문화콘텐츠연구원장이 미래 정신전력교육 방향에 대해 국방일보와 인터뷰하고 있다.
박재희 민족문화콘텐츠연구원장이 미래 정신전력교육 방향에 대해 국방일보와 인터뷰하고 있다.

“과거 80~90년대 정신전력교육은 주입식 이념교육이 대부분이었죠. 주적에 대한 적개심과 민족정신, 이런 것들을 불러일으켰습니다. 비디오(영상)를 틀고, 영사기를 돌리고, 진중(陣中) 예술이라고 해서 공산당을 때려잡는 내용의 포스터를 그리곤 했습니다. 앞으로는 완전히 달라져야 합니다.”

박재희(57) 민족문화콘텐츠연구원장은 자신의 현역 시절 정신전력 교육을 이렇게 회상했다. 그 시절 박 원장은 육군2보병사단에서 정훈장교로 복무했다. 현재는 2014년부터 육군발전자문위원회에서 자문위원으로 활동하며 현역 장병과 소통을 이어가고 있다. 박 원장이 바라본 ‘밀리터리-Z세대’ 특징은 ‘자발적 설득’이 없다면 누군가에 의해 규제당하거나 지시받는 것에 부정적이라는 것. 따라서 주입식 정신전력교육은 사라져야 하며, ‘가르치는 사람(Teacher)’과 ‘가르침을 받는 사람(Student)’의 구분이 사라진 ‘스튜처(Stucher)’ 시대가 열릴 것이라고 박 원장은 내다봤다. 국방일보는 창간 57주년을 맞아 박 원장으로부터 미래 정신전력교육의 방향성을 들어봤다.

우리 군은 현재 디지털 문화에 익숙한 Z세대 장병과 효과적으로 소통하고 정신전력을 강화하기 위해 4차 산업혁명 기술을 활용한 새로운 교육을 시도하고 있다. 사진은 지난달 국방정신전력원이 주관한 2021년 전군 공보정훈장교 워크숍에서 김지윤 작가와 참석자들이 화상으로 소통하는 모습.  부대 제공
우리 군은 현재 디지털 문화에 익숙한 Z세대 장병과 효과적으로 소통하고 정신전력을 강화하기 위해 4차 산업혁명 기술을 활용한 새로운 교육을 시도하고 있다. 사진은 지난달 국방정신전력원이 주관한 2021년 전군 공보정훈장교 워크숍에서 김지윤 작가와 참석자들이 화상으로 소통하는 모습. 부대 제공


디지털 네이티브…메타버스 교육 등 주류로

‘디지털 네이티브(원주민)’. 전문가들이 MZ세대를 정의할 때 자주 사용하는 용어다. 어릴 때부터 스마트폰 등 디지털 기기를 사용하면서 온라인 기반 환경에서의 소통·공부·일에 익숙한 청년들의 모습을 가리키는 말이다. 일과 후 휴대전화 사용 제도가 정착한 요즘 병영도 디지털 네이티브 시대라고 말할 수 있다. 박 원장은 2018년 전방 부대를 15일간 다니며 인문학 순회특강을 할 때 이런 모습을 가까이서 지켜봤다고 했다.

“용사들이 일과 후 스마트폰을 받으니 말하는 대신 메시지로 서로 대화를 하더군요. 요즘 세대는 텍스트와 동영상에 친숙합니다. M세대만 하더라도 외출·외박을 하면 PC방에 갔는데, Z세대는 스마트폰부터 꺼내 들죠. Z세대는 완전한 디지털 네이티브라고 생각합니다.”

우리 군은 시대 변화에 발맞춰 신세대 장병과 효과적으로 소통하고 이들의 정신전력 강화를 도모하기 위해 4차 산업혁명, 인공지능(AI) 등을 활용한 새로운 교육방식을 도입하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현실의 제약을 초월한 디지털 가상세계 ‘메타버스(Metaverse)’다. 메타버스는 가상·초월을 의미하는 ‘메타(Meta)’와 세계를 뜻하는 ‘유니버스(Universe)’의 합성어다. 현실에서 열리는 행사를 가상 세계에 구현하고, 참가자들이 자신의 아바타를 활용해 참여하는 게 핵심 개념이다. 이에 착안해 각급 부대는 최근 정신전력교육, 음악회 등 다양한 행사를 메타버스 공간에서 진행하고 있다.

박 원장도 앞으로 군에서 밀리터리-Z세대 특성을 고려한 디지털 교육이 주류로 떠오를 것이라고 바라봤다.

“과거와는 정신전력교육 도구 자체가 달라졌습니다. 디지털 네이티브는 결국 디지털을 통한 교육이 필요합니다. 장병들이 스마트폰으로 데이터를 검색하고 게임식으로 자기를 진단하며, 스스로 존재 이유를 찾아가는 자율적 교육 방식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가르치는 자’ ‘가르침 받는 자’ 구분 사라져

디지털 시대 교육 특징은 일방향이 아닌 양방향, 즉 능동적 교육이 이뤄진다는 점이다. 정신전력교육도 예외는 아닐 것이다. 박 원장은 핵심 개념으로 가르치는 사람과 가르침을 받는 사람의 구분이 사라진 ‘스튜처(스튜던트+티처)’를 제시했다.

“최근 군부대에서 하는 ‘나는 강사다’라는 행사에 심사위원으로 참여한 적이 있습니다. 용사들이 강연자로 나와 간부들을 가르치는 모습을 보며 많은 걸 느꼈죠. 예전에는 지휘관·소대장이 훈화하고 시청각 영상을 틀어줬다면, 지금은 김 상병이 나서서 간부들에게 강의하는 시대입니다. 이제는 가르치는 자와 가르침을 받는 자의 구분이 없어져야 합니다. 용사니까 가르침을 받아야 하는 것이 아니라, 어떻게 하면 전투력과 팀워크를 키울 수 있을지 고민하게 해야 합니다. 스스로 콘텐츠를 만들어 부대원과 공유할 수도 있겠죠.”

밀리터리-Z세대의 또 다른 특징 중 하나는 남이 시키는 대로 움직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명령에 따라 행동하기 전 자발적 설득 과정이 필요하다. 각자의 서로 다른 개성도 존중해야 한다. 따라서 예전과 같은 일방적인 정신전력교육은 더는 어려울 것이라고 박 원장은 강조했다.

“앞으로 정신전력교육은 서로 다른 개성을 가진 장병들이 스스로 주인이 돼 자발적·자율적으로 정신전력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나아갈 것입니다. 군의 모든 구성원이 정신전력 강화를 위한 콘텐츠 ‘크리에이터(제작자)’이자 ‘디스트리뷰터(배포자)’가 되겠죠. 사실 지식을 가르치며 인격을 길러준다는 뜻을 가진 교육이라는 말도 이제는 없어져야 할 겁니다. 군 입장에서는 정신전력을 담당한다는 의무와 권위를 내려놓을 필요성도 있습니다.”

“미래 정신전력 교육, 명예심·유대감 키워야”

미래 정신전력교육은 어떤 내용으로 채워져야 할까? 박 원장은 ‘명예심’과 ‘유대감’을 대안으로 제시하며, 그 중요성을 설명했다. 명예심은 군복을 입은 대한민국 남자로서 신성한 병역 의무를 자발적으로 수행한다는 정신을 의미한다.

“최전방 수호병처럼 자발적으로 전방부대를 지원한 용사는 정신과 마음가짐이 남다르더군요. 이들은 남들이 기피하는 전방부대를 자원했다는 사실을 명예롭다고 생각합니다. 다른 장병들도 마찬가지죠. 비록 대다수가 징집돼 군에 왔다고 하더라도, 자신은 타율적인 존재가 아니라는 점을 깨우치게 하는 교육이 필요합니다. 자기비하를 하는 청년들에게 너희들은 아주 중요한 일을 하고 있다는 자부심을 갖게 해줘야죠. 18개월 동안 명예로운 임무를 한다는 점을 용사들에게 강조해줘야 합니다. 명예심 교육으로 갖춘 정신전력은 이념교육의 적개심보다 더 강할 것입니다.”

두 번째 요소인 유대감은 끈끈한 동지애와 팀워크를 의미한다. 박 원장은 명장 축구 감독 알렉스 퍼거슨의 ‘팀보다 위대한 선수는 없다’는 말을 인용했다.

“앞으로 정신전력 방향에는 유대감을 키워주는 목표가 있어야 합니다. 유대감은 앞으로 미래 사회에서도 중요합니다. 세상은 나 혼자 사는 게 아니라는 유대감. 우리 군은 이 유대감을 지켜주고, 끈끈한 동지애를 키워주는 공간이 돼야죠.”

박 원장은 끝으로 이러한 변화를 위해 유연한 태도를 갖출 것을 군에 주문하는 것으로 인터뷰를 마무리했다.

“결국 기득권을 깨야 합니다. 변화한 세상을 읽어야죠. 열린 마음으로 Z세대가 지닌 특성을 인정하고, 거기에 맞춰 새로운 교육 방식을 도입할 수 있어야 합니다.”

글·사진=이원준 기자



이원준 기자 < wonjun44@dema.mil.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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