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조명탄

[양승훈 조명탄] 스물두 살의 투자

입력 2021. 11. 05   15:37
업데이트 2021. 11. 05   15: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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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 승 훈 경남대 사회학 교수
양 승 훈 경남대 사회학 교수


최근 주식을 어떻게 해야 할지 물어보는 학생들이 늘었다. 일부는 전 국민이 알고 있고 많이 갖고 있는 삼성전자, 네이버, 현대차, SK텔레콤 주식을 사야 하는지 묻는다. 더 ‘아는’ 학생들은 경제 유튜브를 고정적으로 시청하면서 들었던 경기전망과 ‘전략’을 줄줄 읊는다.

보통은 아무것도 모르는 척 앉아 있는다. 이따금 ‘리딩방’이나 친구, 선배 등에게 들었다는 ‘정보’를 가지고 ‘베팅’을 해보겠다고 자신감 있게 말하는 이야기를 들으면, 큰일 나겠다 싶어서 ‘실패담’을 공유하고 기본적인 마인드만 지적해 주고 만다.

내 또래들이 투자에 입문한 경로는 보통 2000년대 초반 직접투자를 해봤거나, 2000년대 중반 은행에 갔다가 ‘XX차이나 펀드’를 추천받아 간접투자를 한 경우가 많다.

전자는 가치투자, 즉 자산가치와 이익에 비해 저평가된 주식을 찾아서 어느 날 가치가 상승하는 걸 기다리는 걸 선호하는 부류가 많다. 후자는 2007~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즈음에 펀드의 자산가치가 수직 낙하하며 ‘반 토막’ 났을 때 눈물을 머금고 매도한 후 투자에서 아예 발을 끊은 경우가 많다. 금융상품 추천만 하면 고개를 절레절레 흔드는 친구들이 얼마 전까지 있었다. 그 모든 이들이 지난해부터 국내 증시에 투자하는 ‘동학개미’가 되거나 미국 증시에 투자하는 ‘서학개미’가 돼버린 것이 최근 1년간의 일이다.

‘지키는 법’과 ‘버는 법’은 원리가 좀 다르다. 학생들은 1년에 20%, 50%, 때로는 100%를 벌겠단다. 어떻게 벌 거냐고 물으면 ‘테마주’나 ‘작전주’를 사서 ‘신호’를 포착하거나 포트폴리오를 잘 짜면 된다고 한다.

물론 30% 상한가로 이틀 오르고 다음날 20% 오르면 두 배가 된다. 근데 “얼마까지 손실을 감수할 수 있느냐”고 질문하면, 앞에서는 끝까지 버티겠다고 하지만 실제로 5%만 손실이 나도 스마트폰에서 손을 놓지 못하고 상심하거나 욕을 하게 되기 일쑤다. 언제 팔지 모르고 갈팡질팡하다 훨씬 많이 떨어져서 팔면 그때부터 다시 오른다.

장기 시계열로 보면 경제성장을 전제로 할 때 지수와 우량주들의 가격은 대체로 우상향하지만, 단기로 보면 주가는 내가 갈팡질팡하는 사이에 오르기도 내리기도 하고 변동 폭은 언제든 클 수 있다. 장기 시계열을 믿으면 투자고, 단기간에 ‘거래의 기술’로 뭘 해보려면 투기라는 생각이 든다. 또 자기 기준이 있으면 투자, 기준 없이 정념으로 하면 투기다.

주식은 오전 9시 시작해 오후 3시30분이면 끝나는데, 가격 변동성이 훨씬 더 큰 암호화폐는 거래시간이 24시간이다. 코인의 호가창을 들여다보는 24시간 동안 심장이 쿵쾅대는 소리를 들을 수 있을 거다.

‘재테크의 시대’가 돼버린 요즘 봉급의 일부를 저축하듯이 주식이나 코인에 적립식으로 투자하는 전우들이 많다는 소식을 듣고 있다.

세상 공부를 하는 데 투자는 도움이 된다. 자산배분 관점에서 조금은 보수적으로 재산을 관리해 볼 수도 있고, 그때 세계 경제와 한국 경제, 이자율, 산업의 동향 등을 파악할 수 있게 된다.

고배당주를 사서 배당을 기다리는 투자도 기업이 주주와 어떤 관계를 맺고 어떻게 수익을 배분하며 사회 환원을 어떻게 하는지에 대해 이해할 수 있다는 점에서 좋은 공부다. 기업의 적정 가치를 추정하기 위한 여러 가지 방법을 익히는 것도 마찬가지. 부디 ‘확실한 정보’라는 소음에 속지 않길. 진짜 정보는 자신이 이해하고 소화할 수 있는 정보다.

다시 한 번 강조하지만 하루에도 여러 번 춤추는 주식 가격의 변동성에 홀리지만 않아도 충분할 것이다. 충실히 군생활을 하면서 성투하시길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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