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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연합 방위·나토 군사작전 수행 ‘다국적 군단’

입력 2021. 11. 05   16:31
업데이트 2021. 11. 05   16: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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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로군단의 역사와 역할


1992년 11월 5일 유로군단 창설
2차대전 이후 평화 열망 목소리 확산
프랑스·독일 유럽방위 주도하며 탄생
나토 신속대응군 사령부 순환 임무도

다국적군으로 편성된 유로군단(Eurocorps) 장병들이 지난 2013년 프랑스 스트라스부르 거리에서 행진을 하는 모습.  필자 제공
다국적군으로 편성된 유로군단(Eurocorps) 장병들이 지난 2013년 프랑스 스트라스부르 거리에서 행진을 하는 모습. 필자 제공
유로군단 부대 마크.
  필자 제공
유로군단 부대 마크. 필자 제공

제2차 세계대전 직후 냉전과 함께 유럽에는 소련의 침공에 대비하기 위해 미국 주도하에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가 창설됐다. 나토는 현재의 한반도 상황과 유사하게 서독 영토에 야전군과 군단급 부대에 책임지역을 부여했다. 그러나 소련 붕괴와 냉전 종식 이후 서유럽 국가들의 군비 축소와 더불어 지역군단 개념은 완전히 사라졌다. 현재 순수 독일연방군으로 편성된 군단은 존재하지 않는다. 독일군 장병들이 참가하는 군단급 지휘/참모부는 4개(제1독일-네덜란드 군단, 북동부 다국적군단, 연합 신속대응군단, 유로군단)로 모두 다국적군으로 편성돼 있다. 군단별 부여된 책임지역은 없고 이 군단들은 대부분 나토의 일부로 군사작전을 시행하며, 후술하겠지만 나토 신속대응군(NRF·NATO Response Force) 예하 지상군구성군사령부 임무를 수행한다.

1994년 1월 경제 중심의 유럽공동체(EC)가 유럽국가들의 정치, 경제, 안보 통합을 실현하기 위해 유럽연합(EU)가 탄생했다. 그러나 유럽연합이 보유한 군사력은 존재하지 않았다. 유럽 각국이 군을 보유하고 각국의 군도 나토의 일부로 작전을 수행하는 체제가 계속 유지됐다. 하지만 유럽연합이 필요시 통제할 수 있는 군사력도 존재한다. 이것이 바로 위에서 살펴본 4개의 다국적 군단 중 하나인 유로군단(Eurocorps)이다. 이러한 유로군단 역사와 역할을 추적하고 우리 한국군에게 주는 함의를 살펴보도록 한다.

유로군단은 독일, 프랑스, 벨기에, 스페인, 룩셈부르크가 주축이 된 다국적 군단으로 모든 유럽연합 회원국과 나토 국가들이 참여할 수 있게 개방돼 있다. 현재 약 1100명의 병력을 보유한 지원부대와 참모부로 구성돼 있으며, 필요시 6만여 명 정도의 병력 수준까지 지휘 통제할 수 있다. 유로군단은 모든 범주의 군사작전을 계획하고 이를 수행하도록 조직돼 있다. 유럽연합과 나토 작전수행에 전력을 지원하고, 이들을 지휘하며, 특히 NRF 역할도 담당한다.

유럽대륙에서 제2차 세계대전으로 내부적 분쟁이 종결된 후 유럽국가들 사이에서는 더 이상의 살육과 파괴를 피하고, 영구적인 평화를 원하는 목소리가 증가했다. 이에 독일과 프랑스 지도자들이 나서서 그들의 우호관계를 증진시킬 필요성을 공감했고, 마침내 1963년 엘리제 조약을 체결했다. 1989년에는 독일의 뮐하임(Mullheim)에 독일-프랑스 여단(독불여단)이 창설되면서 프랑스와 독일의 방위 분야 협력은 한 단계 진전을 맞이했고, 1991년 10월 프랑스 미테랑 대통령과 독일 콜 총리가 화해를 한층 더 가시화시켰다. 그와 동시에 양국이 유럽방위를 주도해야 한다는 공감대가 형성됐다. 1992년 5월 22일 프랑스와 독일의 정상회담에서, 스트라스부르(Strasbourg)에 프랑스-독일 군단사령부를 설치함으로써 유럽연합국가들만으로 조직된 유로군단 창설이 결정됐다. 11월 5일 군단이 창설됐고, 1993년 1월 21일 나토군 총사령부와의 협정이 체결돼 나토와 유로군단의 지휘관계가 규정됐다.

유로군단은 1989년에 이미 창설된 독불여단을 예하에 두고 전투임무 수행 능력을 검증받았다. 1993년 6월 25일에는 벨기에, 1994년 7월에는 스페인, 1996년에 룩셈부르크 육군이 참여했고 2002년 9월 이후 유로군단은 유럽연합뿐만 아니라 나토의 일부로 소위 NRF 임무 수행이 가능하게 됐다. 군단사령부에는 주축국가인 독일, 프랑스, 벨기에, 스페인, 룩셈부르크 장교들이 참모부에 편성됐고 오스트리아, 그리스, 폴란드, 루마니아, 터키는 연락장교를 파견하는 방식으로 참여한다. 군단 참모부를 구성하는 각 반, 과, 부는 다양한 국적의 간부·병사들로 구성돼 군복은 상이하지만, 유로군단 소속임을 상징하는 동일한 베레모를 착용한다. 유로군단 지휘관은 중장이며, 부지휘관은 소장이다.

유로군단의 큰 특징은 유럽연합 군사위원회와 나토 사령부로부터 과업을 받는다는 점이다. 이들은 창설 이후 현재까지 유럽연합 훈련 임무, 더 정확히 설명하면 유럽연합 명령에 의해 모잠비크나 말리 등 아프리카 국가 군대를 훈련시키는 임무들을 수행해 왔다. 유럽연합의 각 기관과 긴밀한 협력관계를 유지하면서 유럽연합의 군사작전을 위한 신속, 전개 능력을 갖추고 유럽 외부지역에서 훈련지원 임무를 수행하고 있다. 2016년 1월 18일 유럽연합 군사위원회와 유로군단의 양해각서를 체결해 유럽연합의 공동안보 및 방위정책을 이행하는 핵심전력이 되고 있다.

또한 1992년 유로군단 창설은 새로운 유럽의 군대일 뿐만 아니라 나토 동맹의 방위를 위한 전투력으로서 큰 의미를 지녔다. 독일을 비롯한 5개 주축 국가들은 이 군단을 나토의 일부로 편입시켰다. 1993년 유럽군 최고사령관과의 협정 서명 후 나토와 함께 훈련·계획을 공유하고 발전시키기 위해 유럽군 최고사령관의 지휘를 받도록 결정한 것이다. 유로군단은 지속적인 나토 작전에 참여할 수 있도록 인접 사령부급 부대들과 긴밀한 연락, 협조관계를 유지하고 뒤에서 설명할 NRF의 일부로 참가하고 있다. 또한 나토의 교리를 수용해 이를 토대로 교육훈련 및 작전적·전술적 능력을 배양하고 유로군단의 독특한 특징은 유럽 각국의 병력을 제공받기 때문에 그들을 통해 연합작전을 수행할 인접 사령부급 부대와의 원활한 의사소통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1998년부터 유로군단은 나토의 일부로서 보스니아-헤르체고비나, 코소보, 아프가니스탄에서 그리고 NRF의 나토 지상구성군사령부로서 임무를 수행했다.

현재 유로군단의 전투준비태세 관련 임무는 두 가지다. 첫 번째는 유럽연합의 방위전략을 구현하기 위해 수 개의 유럽연합전투단(EU Battle Group)을 지휘하는 것이며, 두 번째는 나토의 군사작전과 특히 NRF로서의 임무다.

유럽연합의 공동안보 및 방위정책을 구현하기 위해 편성된 유럽연합전투단은 전투지원, 작전지속지원 요소가 증강된, 대대급 연합 전투부대들로 편성되고 연합작전·제병협동작전이 가능하며 주도국 결정에 따라 약 1500명의 규모를 갖추고 있다. 유럽연합 최고지도부가 작전개시를 결정하면 이 부대들은 브뤼셀로부터 6000㎞ 떨어진 지역에서 10일 이내에 초기작전을 시행할 수 있어야 한다. 초기작전에서 추가적인 지원 없이 최대 30일까지는 독립작전 수행 능력을 갖춰야 하며 추가 보급 이후 최장 120일까지 군사작전을 시행할 수 있어야 한다. 유로군단은 2016년과 2017년 두 차례에 걸쳐 유럽연합전투단을 작전통제하는 사령부로서 임무를 수행한 적이 있다. 군단은 2025년에 유럽연합전투단 작전지휘를 다시 맡게 된다.

두 번째 임무는 이른바 NRF의 지상군구성군 사령부로서 작전지휘를 맡는다. 2002년에 운용이 개시된 NRF는 다국적 지상, 공중, 해상 및 특수전 구성군으로 편성돼 고도의 준비태세를 갖추어 나토 동맹국이 필요시 신속하게 작전지역에 투입되는 부대다. 위기관리 및 유럽의 집단안전보장에 이르기까지 광범위한 도전에 대응할 수 있다. 나토 동맹국의 부대들이 12개월 동안 교대로 순환하며 NRF 임무를 수행하고 있다. 현재 NRF는 약 4만 명의 병력으로 안보환경 변화에 대응하고 동맹의 집단안전보장 능력을 강화하기 위해 준비태세와 작전 수행 능력을 갖추고 있다. NRF로서의 임무 수행 능력을 검증받고 2006년, 2010년, 2020년에 임무를 성공적으로 완수한 유로군단은 2024년에 다시 NRF로서 나토의 합동군 사령부 임무를 수행할 예정이다.

유로군단이 우리에게 시사하는 점은 두 가지다. 현재 한미연합사령부와 한미연합사단이 존재하지만 전·평시 한미 연합군단도 필요하지 않을까? 또 역사적으로 최고의 앙숙이었던 독일과 프랑스가 화해하면서 유럽국가의 군대로만 편성된 다국적군 사령부를 창설했다면 우리도 동북아 또는 동아시아에서 이러한 다국적군 사령부를 주도할 수 있을까?

그리고 유럽의 다국적 부대들이 보여주는 두 번째 시사점은 바로 외국군 장교들과의 의사소통 능력, 즉 외국어 구사 능력이다. 유럽 각 국가는 저마다 자국의 언어가 있다. 다국적군 장교들이 혼재돼 있는 참모부, 그리고 전투부대에서 연합작전을 위한 최소한, 그리고 필수적인 전제조건은 의사소통 능력이다. 독일연방군의 경우에도 대부분의 장교는 영어를 모국어 수준으로 구사한다. 불어와 스페인어·폴란드어를 유창하게 말하는 군인들도 많다. 우리 한국군에게 한미 연합작전 수행 능력은 우리 군의 중심 중 하나임에 틀림없다. 미군에게 한국어 구사를 기대할 수는 없는 현실에서 우리의 영어 능력은 어느 정도인지 자문해 본다. <진중근 육군대학 전략학처 교관/중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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