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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호 국방광장] 영화 ‘엘라의 계곡’을 통해 본 경찰과 군사경찰의 관계 모색

입력 2021. 11. 03   16:46
업데이트 2021. 11. 03   17: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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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호 육군75사단 군사경찰대대장 중령(진)
김호 육군75사단 군사경찰대대장 중령(진)

지난 8월 국회에서 의결된 군사법원법 개정에 따라 2022년 7월 1일부터 범죄가 원인이 돼 현역 군인 등이 사망한 사건, 군인 등의 성폭력 범죄, 입대 전 범죄 등 3가지 유형에 대해서는 원칙적으로 경찰과 같이 군이 아닌 민간 주도로 수사하고 군사경찰은 경찰의 요청을 받아 공조수사나 지원을 하도록 변경될 예정이다.

이에 따라 군사경찰과 경찰의 상호 협조 체제나 공조 소요는 기존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커지게 될 것이다. 협조 체제 구축을 위한 관련 규정을 마련하고 있지만, 더 중요한 것은 현장에서 군사경찰과 경찰 상호 간의 실무적인 이해와 신뢰라고 생각된다. 이 부분에 대한 공감의 방향을 가늠해볼 수 있는 영화가 있다. 폴 해기스(Paul Haggis) 감독의 2007년 작 ‘엘라의 계곡 (In the Valley of Elah)’이다.

이 영화는 실화를 모티브로 했다. 현역 군인인 아들의 죽음에 관해 유가족이면서 군사경찰 수사관 출신 예비역 군인인 부친이 현직 지역 경찰과 군사경찰의 수사에 참여해 진실을 찾아가는 것이 주요 내용이다. 아들이 탈영 후 사망했다는 사실을 알게 된 부친이 지역 경찰의 지원을 받아 수사에 참여하는 것으로 사건이 진행되지만 사망과 연관이 있을 것으로 의심되거나 진실을 알고 있을 것으로 보이는 아들의 동료 군인들이 군사보안을 이유로 진술을 거부 또는 회피하거나, 행적을 추적하는 과정에서 군 내부 인원들만 알고 있는 은밀한 내부 정보 등에 경찰이 접근하지 못하고, 핵심 관계자가 군사경찰이 수사를 관할하는 범죄(무단이탈)로 인해 군으로 신병이 넘어가 경찰의 접근이 어렵게 되는 등 난항이 발생한다.

이에 지역 경찰은 군사경찰과 공조팀을 구성하고 군사경찰의 협조로 사건과 관계 있을 것으로 보이는 내부 인원들의 제보를 확보하고 수사를 이어나간다. 특히 경찰에서 군인들 사이의 특수한 상호 관계나 병영문화를 이해하지 못하고 일반 사회에서의 범죄동기만을 생각해 잘못된 수사방향을 설정, 사건이 자칫 미궁에 빠질 수 있었으나 군사경찰 출신 부친(유가족)이 군 경험을 통해 이를 바로잡아 진실을 밝히게 된다.

영화는 군사법원법 개정에 따른 향후 군사경찰과 경찰의 관계에 시사점을 준다. 군 내부 사건은 내부 조직원의 협조 없이는 진실에 접근하기 쉽지 않아서 경찰과 군사경찰의 상호 협조가 매우 중요하다는 점, 민간 사회의 범죄와 달리 특수한 군 내부 정보에 대한 접근 방식이 수사 실무상 상당히 필요해 군사경찰과의 공조가 진실 규명에 필요하다는 점, 그리고 핵심 사건 관계자들에 대해 수사 관할이 다른 범죄 등 경합 사안이 발생하면 경찰 단독으로 수사권 행사가 제한되는 한계에 봉착할 수 있어 군사경찰의 협조가 필수라는 점, 특히 군의 특성과 분위기, 민간인과 다른 군인들의 심리 파악이 동반되지 않으면 엉뚱한 방향으로 수사가 진행돼 사건이 성과 없이 종결될 수 있기에 군사경찰의 도움이 매우 유용하다는 점 등이다.

이 글에서는 사망 사건을 다뤘다. 나머지 범죄는 사건 관계자들이 생존해 있으므로 시간이 걸릴 뿐 결국 진실이 밝혀질 가능성이 크지만 사망 사건은 그렇지 않고, 군사법원법 개정의 이유가 군내 의문사 등 진실 규명에 대한 불신이 원인이었기 때문이다. 앞으로 시행될 개정 군사법원법상 민간 경찰이 주가 돼 담당할 일부 군인 관련 사건에서 군사경찰과 충분한 공조가 이뤄져 진실이 규명되고 불신이 해소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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