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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템포 주스토’(정확한 박자로)로만 가지 말고 ‘애드리브’(자유롭게) 하며 ‘페르마타’(쉼) 해보세요

입력 2021. 11. 02   17:09
업데이트 2021. 11. 02   17: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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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 용어에서 배우는 인생(1)

중세·르네상스·바로크 지나
고전주의 시대에 용어 정립
피렌체 중심으로 완성된 표현들
악보에 자연스럽게 자리 잡아

 
애드리브 의미하는 ‘아드리비툼’
유일하게 라틴어로 표기



필자는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부러운 사람이 있다면 손가락이 길고, 피아노 연주를 잘하는 사람이다. 어릴 때부터 피아노학원에 가본 경험도 없고 기회도 없었지만 운 좋게 음악을 하며 행복하게 살고 있다. 음악 속에는 음악을 표현하는 공통 용어들이 있다. 국제 기호라고 말해도 과언은 아니다. 어릴 때 피아노 학원에 다녀봤거나 아니면 중·고등학교 시절 음악책에서 보았던 악보를 보면 다양한 음악 표현들이 있다.

이 용어들은 어떻게 만들어졌을까 궁금해하던 기억이 뚜렷하다. 대부분 사람들은 ‘외국어’ 또는 ‘이탈리아어’ 정도로 알고 있을 것이다. 필자의 경우 이탈리아에서 유학하며 언어를 알아가면서 그 음악 용어가 확실하게 피부로 다가왔다. 이번과 다음 칼럼까지 음악 용어를 알아보면서 이제는 음악의 맛을 제대로 즐겨보자.

음악 용어는 대부분 이탈리아어다. 필자의 칼럼을 계속 읽어왔다면 그 이유를 알 수 있을 것이다. 악보, 형식, 용어 등은 중세, 르네상스, 바로크를 지나 고전주의 시대에 정립됐다. 이탈리아 특히 피렌체를 중심으로 완성됐던 음악 표현들이 악보에 자연스럽게 표기되면서 음악 용어로 자리 잡게 됐을 것으로 생각된다. 독일, 프랑스, 영국 등 유럽 나라들은 자신의 모국어로 표기하기도 하지만 결국은 이탈리아 말로 다시 표기해준다. 이탈리아 음악 기호가 표준화돼 있기 때문이다.

음악 용어에는 일반적으로 붙어서 본뜻을 강조해 주는 말들이 있다. 표1만 알아도 표현 방식을 알 수 있다.

아드리비툼(Ad libitum)은 유일하게 라틴어다. 누구나 바로 연상이 되겠지만 일상적으로 많이 사용하는 ‘애드리브(Ad lib)’, 자유롭게 자신이 하고 싶은 대로 표현하는 것이다.

클래식에서는 아드리비툼(Ad lib)이라 쓰여 있으면 대부분 누군가가 멋지게 표현한 내용을 그대로 따라 하는 경우가 많다. 오페라 아리아에서 카덴차(Cadenza)가 일례일 것이다. 오페라 아리아 끝부분에 가수에게 혼자서 ‘애드리브’를 하도록 시간을 주는 경우다. 재즈나 실용음악에서는 자신의 느낌대로 매번 표현이 달라지는 경우가 많다.

자주 쓰이는 빠르기 변화 표현을 간단하게 보면 표2와 같다.

랄렌탄도(Rallentando)와 리타르단도(Ritardando)는 우리말로 하면 ‘점점 느리게’다. 이탈리아어식 표현을 설명하자면 고속도로에서 달리고 있을 때 굽어진 곳이 나오면 랄렌타레(Rallentare)라는 말이 적혀 있다. 급하게 오던 길을 ‘속도를 줄이시오’라는 의미다.

리타르단도(Ritardando)는 리타르다레(Ritardare)에서 유래됐는데 ‘지연시키다’ ‘늦어지다’라는 의미가 담겨 있다. 리타르단도(Ritardando) 뒤에는 대개 아 템포(a tempo)라는 표시를 두어 곡이 다시 흘러갈 수 있게 만들고, 랄렌탄도(Rallentando) 뒤에는 페르마타(Fermata-쉼표) 즉 늘임표를 두어서 느려지는 템포의 한계점을 제시하는 경우가 많다.

음악 용어 중에 루바토(Rubato)는 ‘도둑맞다’ ‘잃어버리다’라는 뜻이다. 이 용어는 17세기(신본주의적 음악)까지만 해도 존재하지 않던 음악 용어다. 18세가 낭만주의(인본주의적 음악)가 태동하면서 자신의 감정이 중요해지고 표현이 중요해지다 보니 가던 속도를 임의로 느리거나 빠르게 표현하기도 하는데, 시간을 훔쳐서 감정을 표현한다는 음악 용어다.

낙엽도 지는 아름다운 계절 가을에 너무 템포 주스토(Tempo giusto-정확한 박자로)로만 가지 말고, 랄렌탄도(Rallentando)와 리타르단도(Ritardando) 해가면서 애드리브(Ad lib-자유롭게)와 루바토(Rubato-신축적으로 늘이기)도 하고, 가까운 카페에서 페르마타(Fermata-쉼)도 해보길 바란다. 그러면 템포 프리모(Tempo primo) 또는 아 템포(A Tempo-처음 빠르기로)로 빨리 돌아갈 수 있고, 더 힘차게 크레셴도(Crescendo-점점 크게) 할 수 있을 것이다.



필자 하만택 교수는 다수의 국제 콩쿠르에서 수상했고, 독일 쾰른 극장 전속 솔리스트 등을 역임했다. 현재 코리아아르츠그룹 대표 및 벨라비타문화예술원 주임교수를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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