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일(Job)이 생길 거야/전역장병 취·창업 도전기] 14 이정훈 크랙원 대표
학생에 문제 추천해주는 무료 앱
공군서 보급병 복무하며 창업 준비
창업교육·휴가 조정 등 많은 배려 받아
“강연·멘토링 등으로 창업 경험 공유”
‘더 나은 세상’을 만들기 위해 험한 가시밭길을 묵묵히 걷는 사람이 있다. 고단한 순간을 마주할 때면 포기하고도 싶지만, 꿈꿔온 목표를 되새기며 다시 일어선다. 에듀 스타트업 크랙원(Crack1) 이정훈 대표도 자신의 길을 개척하고 있는 인물이다. 그는 힘들고 어려울 때면 ‘교육 사각지대 없는 교실을 위하여’라는 오랜 다짐을 떠올리며 다시 기운을 차린다. 크랙원은 인공지능(AI) 기술을 기반으로 한 온라인 교육 콘텐츠를 제작하는 업체다. 이 대표가 군 복무를 하는 도중 아이디어를 구체화했다. 크랙원은 대한민국의 모든 학생이 손쉽게, 무료로 이용할 수 있는 ‘수험생 맞춤형 문제 추천 플랫폼’ 개발을 추진하고 있다. 교육기회 불평등 문제 해결을 당면 목표로 두고 있다는 그를 국방일보가 만났다.
교육 불평등 해소 목표 11월 앱 출시
크랙(Crack)은 균열을 뜻하는 단어다. 크랙원은 세상에 존재하는 균열, 즉 우리들의 문제를 나서서 해결하겠다는 목표를 담고 있다. 이정훈 대표가 주목한 첫 주제는 한국사회 ‘교육 불평등’ 문제였다.
“중·고등학교에 다닐 때부터 세상에 있는 문제를 발견하고 그것을 해결하는 사람이 되고 싶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경제적 형편과 무관하게 최고의 교육을 모두가 누릴 수 있는 세상을 만들자는 것이 제가 풀고 싶은 숙제입니다.”
크랙원은 이달에 ‘수능이 달다(수달)’라는 앱을 출시할 예정이다. 수험생은 이 앱을 활용해 수능 문제를 풀고, 누적된 데이터를 바탕으로 학업 성취도 분석 결과를 받게 된다. 이후 과외 선생님이 곁에 있듯 어떤 문제를 풀어야 하는지 추천받을 수도 있다. ‘학업 리포트→학습문제 제시→복습’ 사이클을 통해 학업 성취도를 끌어올린다는 게 이 대표의 설명이다.
“나중에는 종합 교육컨설팅까지 가능한 플랫폼으로 성장하는 게 목표예요. 특정 지역의, 풍족한 가정의 학생들만 수백만 원 입시 컨설팅을 받는 현실을 바꿔 공부하는 의지가 있는 학생이라면 누구든 쉽게 접근 가능한 양질의 플랫폼을 만들어야죠.”
이 대표는 학창시절 겪은 자신의 경험을 토대로 이러한 목표를 세웠다고 했다. 학교 교육에서 소외된 친구들을 붙잡아 함께 공부하니 성적이 크게 향상됐던 것.
“중간고사를 2주 앞두고 학교에서 포기한 친구들과 같이 공부했어요. 그중 한 친구가 정말 높은 성적을 받았습니다. 그때 정말 화가 많이 나더군요. 조금만 응원해주면 잘할 친구들인데, 포기할 필요가 없었는데 하고 말이에요. 그간 얼마나 많은 친구가 잠재력을 잃었을까 생각하는 계기가 됐습니다. 공교육에서 신경 쓰지 않는 아이들에게 당신은 소중한 존재라는 것을 북돋워 주고 싶어요.”
‘국방 스타트업 챌린지’로 창업 첫 도전
그렇게 새로운 목표를 품은 이 대표는 군에서 소중한 기회를 얻게 된다. 지난 2019년 ‘국방 스타트업 챌린지’에 공군 대표로 참가하게 된 것.
그는 그동안 가지고 있던 문제의식을 토대로 교육프로그램 ‘트리노트’를 구체화해 국방 스타트업 챌린지에 도전장을 냈다. 결과는 기대 이상이었다. 대회에서 공군참모총장상(창의상·우정상)을 수상해 결선대회인 ‘도전! K-스타트업’까지 진출할 수 있었다. 그동안 상상만 했던 목표가 실현되는 순간이었다.
이 대표는 창업을 준비하는 기간 공군 555포대에서 보급병으로 임무를 수행하며 부대에서 많은 도움을 받았다. 창업대회·창업교육을 준비하며 PC로 문서를 만들거나 휴가·외출을 나가야 할 일이 많았는데, 그때마다 부대는 이 대표의 상황을 고려해 근무를 조정해줬다.
“규모가 작은 부대라 휴가를 조정하기가 쉽지 않았는데, 전우들이 배려를 많이 해줬어요. 포대장님, 주임원사님, 반장님 등 간부들도 사이버 지식 정보방을 이용하도록 허가해주는 등 도움을 주셨죠. 부대원이 나를 응원한다는 느낌을 받으면서 안정적으로 창업 준비를 할 수 있었습니다.”
이 대표는 군 복무를 하며 끈기 있게 노력하는 자세를 배웠다고도 했다. “입대 전에는 포기하지 않고 노력한 경험이 없었어요. 이 정도면 충분하지라는 생각을 항상 했던 것 같아요. 하지만 군 생활을 하면서 ‘잘할 수 있는 것에는 끝이 없구나’라는 것을 느꼈어요. 군에서 훌륭한 사람들을 보면서, 저도 스스로 엄격한 기준을 세우고 끈기 있게 노력할 수 있었습니다.”
“창업은 결정…자신을 위한 결정하기를”
이 대표는 지난해 5월 전역한 뒤 곧바로 크랙원 사업자등록을 냈다. 군에서 얻은 경험과 경력을 바탕으로 본격적으로 창업 전선에 뛰어들기로 결심한 것이다.
“창업을 한다고 했을 때 처음에는 주위에서 반대를 했어요. 사업을 한 번도 해본 적 없으니 그럴 만도 했죠. 전역하고 지난 1년 6개월 동안 힘든 순간이 많았어요. 그래도 지금까지 꿈꿔온 목표가 있고, 처음으로 기회를 얻었으니 포기하지 않고 해보려고 합니다.”
이 대표는 군에서 체득한 창업 경험을 후배들과 공유하는 데에도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군 장병을 대상으로 한 기업가 정신 특강을 세 차례 했고, 공군창업경진대회 수상팀의 창업 멘토링도 병행하는 중이다. 끝으로 그는 창업을 꿈꾸는 청년에게 자신을 위한 결정을 할 것을 조언했다.
“창업은 결정하는 것입니다. 저에게 창업은 내가 행복해지기 위한 결정이었습니다. 스스로 행복함을 느끼는 방법을 자신은 알 것입니다. 물론 그 결정을 내리는 게 두려울 수 있고, 제약이 많겠지만 만약에 뭔가 당신한테 결정할 힘이 남아 있다면 본인을 위한 결정을 했으면 좋겠습니다.” 이원준 기자
이원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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